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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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봄이 없이 그저 긴 겨울처럼 느껴진다
순간의 봄이 있긴 했었지만 오늘 날씨때문에 그런 기억만 더 오래 남나 보다
읽긴 읽었는데 긴 겨울방학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두고 읽어서인지 감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도서관 휴관으로 대출만기가 연장되지 않았다면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겠지
리뷰할 맘의 여유도 없다
읽는 순간순간 와닿았던 구절들로 리뷰를 대신한다

그저 이 또한 얼른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뿐.


- 그 여름
이경은 수이가 최소한으로 상치받기를 바랐다. 그래서 수이에게 은지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고, 그것이 수이를 위한 일이라고 철저히 믿었다. 수이를 속이기로 마음먹은 순간 이경은 자기 자신조차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다. 이경은 자신의 기만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그 거짓말이 비겁함이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려라니. 지금의 이경은 생각한다. 배려라니. 그 거짓말은 수이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이고 위선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때의 이경은 몰랐다.
- P52

- 지나가는 밤
기다림은 언제나 가슴이 뻐근할 만큼 고통스러운 즐거움 이었다.
- P98

- 고백
진희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을 때,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볼펜을 이리저리 돌릴 때 미주는 자신이 진희를 안다고 생각했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진희와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 P195

- 고백
이게 나야 진희는 왼쪽 가슴에 오른 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안에 있는 것들이 쏟아지지 않게 막아내야 하는 것처럼. - P197

- 손길
여자는 어떤 사람이 었을까, 생각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기도 했다. 여자는 그저 좋기만 한 사람도, 미칠 듯이 미운 사람도, 가족도 친구도,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녀는 혜인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죽어버렸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다시 살아나는 오래된 타인이었다. - P215

- 손길
그들은 삼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혜인이 아는 한 그런 말을 했던 사람 중에 삼촌보다 더 행복한 이는 없었으니까. 겪어보지 못한 일을 상상할 수 없는 무능력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삶에 기대어 삼촌의 불행을 어림짐작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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