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야 뽕잎 줄게 비단실 다오 - 누에나방 한살이 관찰 일기
권혁도 지음 / 보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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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의 한살이를 권혁도님의 세밀화로 만나보았다.

알에서 시작해서 1령, 2령, 3령, 4령, 5령 누에와 누에고치, 번데기, 짝짓기 그리고 다시 알낳은 누에의 한살이는
49일간의 세밀한 관찰기를 살펴볼 수 있다.


누에키우는 것도 '농사'라고 하고 귀해서 누에알을 누에씨라고 하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년 함평나비축제에 갔다가 누에를 본 적이 있었다.
나비축제에 왜 누에가 있는거지 의아해했다.
누에가 누에나방 애벌레라는 건 몰랐던 무지한 엄마.
이렇게 아이들도 나도 책을 통해 비워진 지식을 채워간다.

 

실제로 본 것보다 더 사실감 느껴지는 권혁도님의 압도적인 세밀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세밀화로 그린 관찰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림과 글이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누에가 뽕잎먹는 소리가 소나기 소리 같다니! 궁금해진다.


 
지식정보책 답게 총정리로 한눈에 보는 누에의 한살이 뿐만 아니라
누에가 실생활과 역사문화에 끼친 영향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누에를 기를때 살펴볼 내용과 팁도 함께 실려있다.
아....애들이 누에를 키우자고 한다. ㅠ.ㅠ

 

저자의 어릴적 이야기가 서문에 나오는데 
며칠 전 우연히 들었던 박성우 시인의 <누에> 라는 시가 더 와닿는다.

 

누에, 박성우


누에가 안방을 가져갔다


뒹굴며 숙제하기에 좋았던 마루는

뽕잎을 썰거나 다듬는 장소로 적당했고

 

우리는 광을 고친 방에서

둥근 잠을 자면 둥근 꿈을 꾸었다

누에가 가져다줄

모나미 연필 한 다스와 새 가방이

누나 입가에서도 웃고 있었다

잠꼬대를 하기에도 턱없이 비좁은 방이었지만

갓 따온 뽕잎에 엎드린 누에처럼

여덟 식구 모두 싱싱한 잠을 잤다


막내의 그림일기장에 그려진 통통한 누에는

겨우 연필로 뭉개진 뽕잎을 먹어야 했다

청소 시간에 주운 초록색 크레파스를 내밀던 날,

막내는 그것을 받자마자 그림일기를 썼다

큰누나는 훔친 것이 아니냐며 다그치기도 했지만

내 뒤통수를 측은해했다


누에는 실을 토하기도 전에 안방을 비워주었다

누엣구더기 때문이라 말했다 아버지는

누에섶에 불을 질러

우리들의 꿈도 함께 태워주셨다


그날 밤, 만취한 아버지는 누운 채로

명주실을 밤새 토해냈다

둥글고 거대한 고치 하나가

다음날 오후까지 이불에 덮여 있었다


막내는 더 이상

그림일기장에 누에를 그려넣지 않았다


-시집,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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