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작인데도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것 보면 헛! 이런건 지금 읽어야해~

그럼서 고른 책이 손원평의 '아몬드'였다.

청소년소설로 분류되어서인지 무척 쉽게 잘 읽혔더랬다.

 

 


 

 

알라딘 북플에 읽은 책으로 기록하고 나니 '아몬드'를 읽은 사람들의 추천작으로 '우아한 거짓말'이 있더랬다.

거짓말이 우아할 수가 있다니.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제목의 중요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같은데....드라마였나?

동명의 영화가 있었더랬다.

그렇게 내 손에 들리게 된 우아한 거짓말.

아몬드처럼 청소년소설이라 부담스럽지 않는 분량이지만,

읽는 동안 울컥울컥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제는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엄마로 읽게 되는 상황이지만,

내 아이들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었음 좋겠다는 소망이 더욱 간절해졌다.



 


 

김희애가 엄마역할이라는 정도만 알고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내가 상상했던 엄마의 이미지와 김희애에게 갖고 있던 이미지가 달라서 안어울려~라면서.

천지의 바람대로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도 가슴속에 콘크리트를 부어도,

철물을 부어도 못 묻는 아이에 대한 마음을 잘 표현해서 무척 공감했다.

내공있는 배우라서 다행이다.

이한 감독은 김려령 작가를 좋아하나보다.

완득이 역시 원작자와 감독이 같다.



 


 

책을 읽는 동안은 울컥울컥했다면, 영화를 보는 동안은 눈물을 흘리며 봤다.

아무래도 영화가 더 입체적인지라 자극이 큰가 보다.

특히 천지가 남긴 유언을 찾고 만지가 고맙다며 우는 이 장면.

아...고맙다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슬픈지.


 


교정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걸 보며 엄마가 하는 말,

"참 예쁘다. 니들은 미리 죽지 마라."


책을 읽으면서는 엄마는 알면서도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면 그런 엄마의 부족한 부분은 나오지 않는다.

유아인이 오대오라는 건 쇼킹. 뭐, 나름 잘 어울렸다.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던 천지가 바보같았고, 화연이 뇬을 콱 어떻게 해버리고 싶고

그랬던 원작을 읽을 때의 느낌에서

화연을 따라 천지를 왕따했던 아이들, 그리고 다시 화연을 왕따시키는 아이들 역시 가해자구나 싶었다.

나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지금도 괜찮은 척 상처입지 않은 척 우아하게 거짓말하는 아이들은 없는지

그리고 내 아이 역시 그런거는 아닌지 더 잘 봐야겠다.

(영화속에서도 말한다. 가족이 더 모른다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뭔가 석연치 않았던 결말에 비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안심이 된다.

김려령 작가의 말처럼 "잘 지내고 계시죠?"

가끔 안부인사를 전해야겠다.


 

공기 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 청정기는 없을까? - P41

아이들은 화연이가 뒤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합니다. 활을 쏜 사람한테 뒤끝이 있을 리가요. 활을 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 아직 못 봤습니다. 아이들은 과녁이 되어 몸 깊숙이 박힌 활이 아프다고 한 제게 뒤끝을 운운합니다. 참고 인내해야 하는 건 늘 당한 사람의 몫인지요.
아이들은 저 스스로 활을 뽑고 새 살을 돋아나게 해 파인 자국을 메우길 바랐습니다. 그렇게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돋아난 살은 왜 그렇게 눈에 띄는지, 더 아팠습니다. - P139

"어찌 된 게 요즘 애들은 단체전은 없고 개인전만 있는 거 같아요. 그렇게 혼자 다 하려니 알아야 할 게 얼마나 많겠어요."
"부모님들이 시상대에 여럿이 올라가는 것보다, 자녀 혼자 올라가는 모습을 더 원하는 게 아닐까요?" - P182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고, 그거 저 숨을 구멍 슬쩍 파 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 P239

- 작가의 말
"잘 지내니?"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나를 붙잡았던 말입니다. 늘 안부를 묻넌 이모의 저 말이 없었다면,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내 어린 생을 놓아 버렸을지 모릅니다. 너밖에 없다는, 사랑한다는, 모두 너를 위해서라는 아아한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저 평범한 안부 인사가 준비해 두었던 두꺼운 줄로부터 나를 지켜 준 것입니다.
(...)
어른이 되어 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애초에 나는 큰 것을 바란 게 아니니까요.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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