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하는 일
_묘원 법사


피곤한 것은
몸이 아니고 마음이다.

몸이 피곤하다고 해도
피곤한 것을 아는 것은 마음이다.

바른 일을 할 때는
마음이 피곤하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도
마음이 피곤하지 않다.

바른 일이나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쾌한 것은 아니다.

바른 일도 욕망을 가지고 하면
마음이 피곤하다.

욕망으로 하는 일은
반드시 보상을 바라기 때문에
마음이 허전하다.

욕망을 가지고 하는 일은
아무리 채워도 가득차지 않아
만족할 수 없다.

욕망으로 하는 일은
욕망의 크기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허무에 빠진다.

바른 일을 하고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으면
감각적 욕망의 유혹에 빠진다.

선과 악은
항상 함께 붙어 있는 양면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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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지나온 길이
_조은

이제 막 지나온 길이
뻣뻣이 굳는다
니는 이 길의 근성을 알고 있다

옛날에도 나는 몇 차례
빠른 걸음으로
이 길을 지나갔다
하늘과 맞닿은 이 길을 돌아 나오며
내가 흘린 눈물을

나는 알고 있다
협곡을 지날 때면 들려오는
슬픈 메아리
가지 못할 세계로 유골처럼 굴러가는
위태로운 생각들

멈추면 그 순간
서늘한 이끼가 몸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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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序詩)
_김민부 

나는 때때로 죽음과 조우(遭遇)한다 
조락(凋落)한 가랑잎 
여자의 손톱에 빛나는 햇살 
찻집의 조롱(鳥籠) 속에 갇혀 있는 새의 눈망울 
그 눈망울 속에 얽혀 있는 가느디가는 핏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창문에 퍼덕이는 빨래......
죽음은 그렇게 내게로 온다 
어떤 날은 숨 쉴 때마다 괴로웠다 
죽음은 내 영혼(靈魂)에 때를 입히고 간다 
그래서 내 영혼(靈魂)은 늘 정결(淨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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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실망
_최재목

태어난다는 것은 참 실망스런 일이다.
당장에 무슨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쓸쓸한 날을 거리에서 보내고
또 자면서 보내고, 술을 마시거나
수 없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삐걱거리는 하늘을 떠나
먼발치 내 마음 가슴 뼈 부근으로
떠 있는 별들,
날 밝으면 그냥 그 아름다운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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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못자국
_박소유

배색 잘 된 일상이 나란히 걸린
평온한 벽이 되었을 때도 있었지.
사랑, 추억, 지나면 그리움이 되는
때묻은 통속
우울한 날
쉽게 걸쳐 입고 나서는
부끄럼 모르는 내가
견딜 수 없어
뽑아 낸 깊은 벽의 상처
내 것이 될 줄도 모르고
단단히 쳐 놓았던 푸른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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