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 너무 익숙한 길이라 주의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니 움직이지 않았다.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겨 앞바퀴가 돌아가지 않은 탓이다. 앞바퀴를 들고 뒷바퀴로만 끌고 수리점까지 가야 하나 난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퀴를 꽉 붙잡고 있는 브레이크 한쪽을 손으로 잡아 당겼더니 바퀴도 굴러가고 브레이크도 잘 되었다.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고서야 까진 손과 무릎이 보였다. 무릎을 구부릴 때마다 불편해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끌고서 집으로 왔다.

자전거 바퀴가 잘 굴러가는 것이, 다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얼마나 편안한 일인지...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어떤 행복과 불행보다 오늘 겪은 사소한 불편이 무사한 하루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특별한 일 없는 하루가 내가 찾는 평온과 평화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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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갔다. 종일 비가 내렸다. 벚꽃은 어제보다 더 탐스럽고 환해졌다. 대구에 들어오니 벚꽃이 비에 떨어져 눈처럼 쌓였다. 같은 비를 맞으면서도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은 더욱 피고, 만개한 꽃은 지고 있다. 비 때문이 아니었다. 필 때는 피고, 질 때는 지는 것이다. 봄비가 온 땅을 적셔도 꽃은 알맞은 때를 알아 제 삶과 죽음을 꾸려 나간다. 봄비가 내린다. 생과 사를 재촉하며 무수한 시간의 비가 지금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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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사람들이 슬픔의 봇짐을 지고 내게로 온다. 울음을 터뜨리고나면 찾아오는 고요.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위로하지 않아도 스스로 눈물을 닦는 사람들. 나는 돌처럼 무감하여 오히려 담대하고 담담하다.

그러나 밤이 오면 하릴없는 두 귀를 타고 들어온 슬픔의 목소리가 나갈 길을 찾지 못한 채 내 안을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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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업은 할머니가 휴대폰을 높이 들고 벚꽃을 찍고 있다. 꽃보다 꽃을 보고 환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흐뭇하다. 오늘은 맑고 따뜻했다. 아침부터 꽃을 보고, 꽃을 보는 사람들을 봤다. 하루종일 꽃이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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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간다. 일찍 핀 목련은 벌써 낡은 듯 떨어졌다. 작년 이 벚꽃이 떨어질 때 아들이 와서 소리쳤다. 엄마, 꽃 좀 보세요. 눈이 되었어요. 경이로 가득찬 눈빛.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지는 꽃이 7살 아이에게 남긴 기쁨은 어떤 것일까. 내 인생이 질 때 아이가 축제처럼 기쁠 수는 없을까.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져도 환한 꽃들 사이를 달린다. 지는 해는 왜 또 아름다운가. 꽃이 아름다운 것이 벌과 나비를 부르려 하는 것이라면 지는 꽃과 지는 해와 지는 잎들이 아름다운 까닭은 뭘까. 이렇게 환히 핀 꽃에서 지는 모습을 보는 나는 너무 쉽게 늙어가고 있는 걸까. 벚꽃이 환하다. 피거나 지거나 환한 꽃. 갔던 길을 돌아서 다시 달린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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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6-04-0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너무 좋아서 또 읽고 또 읽어요. 지는 꽃처럼 지는 사람도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환한 봄입니다

이누아 2016-04-03 19:12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