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간다. 일찍 핀 목련은 벌써 낡은 듯 떨어졌다. 작년 이 벚꽃이 떨어질 때 아들이 와서 소리쳤다. 엄마, 꽃 좀 보세요. 눈이 되었어요. 경이로 가득찬 눈빛.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지는 꽃이 7살 아이에게 남긴 기쁨은 어떤 것일까. 내 인생이 질 때 아이가 축제처럼 기쁠 수는 없을까.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져도 환한 꽃들 사이를 달린다. 지는 해는 왜 또 아름다운가. 꽃이 아름다운 것이 벌과 나비를 부르려 하는 것이라면 지는 꽃과 지는 해와 지는 잎들이 아름다운 까닭은 뭘까. 이렇게 환히 핀 꽃에서 지는 모습을 보는 나는 너무 쉽게 늙어가고 있는 걸까. 벚꽃이 환하다. 피거나 지거나 환한 꽃. 갔던 길을 돌아서 다시 달린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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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6-04-0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너무 좋아서 또 읽고 또 읽어요. 지는 꽃처럼 지는 사람도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환한 봄입니다

이누아 2016-04-03 19:12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