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갔다. 종일 비가 내렸다. 벚꽃은 어제보다 더 탐스럽고 환해졌다. 대구에 들어오니 벚꽃이 비에 떨어져 눈처럼 쌓였다. 같은 비를 맞으면서도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은 더욱 피고, 만개한 꽃은 지고 있다. 비 때문이 아니었다. 필 때는 피고, 질 때는 지는 것이다. 봄비가 온 땅을 적셔도 꽃은 알맞은 때를 알아 제 삶과 죽음을 꾸려 나간다. 봄비가 내린다. 생과 사를 재촉하며 무수한 시간의 비가 지금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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