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우 리

작사·작곡 : 김민기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죽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 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 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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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1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 좋죠... 가슴 뭉클하구요...

달팽이 2005-11-1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들어보았죠...
좋은 곡을 들으며 대학시절...
그가 지은 민중가요들을 많이 떠올렸었죠...

파란여우 2005-11-1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봉우리 갔다 왔어요
해발, 3미터의 우리집 뒷산^^
김민기씨 노래 오랜만에 듭습니다. 밤하늘의 별이 쏟아져요

이누아 2005-11-1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달팽이님 모두 익숙한 노래죠? 제겐 익숙한 노래가 별로 없어요. 친구가 불러 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모를 노래죠. 친구가 불러준 노래여서 아직도 제 가슴에 메아리가 남아 있어요.... 지나치게 늦은 감이 있지만 기슭아, 고마워.

파란여우님, 저 방금 저녁산책 다녀왔거든요. 하늘 봤거든요. 별 몇 개 머쓱하게 반짝이던데요. 안 쏟아지던데요. 별들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내 눈이 맑아지고, 공기가 맑아지면 거기 쏟아질 듯 웃고 있을텐데. 제가 움직여서라도 그 별들 보고 싶어요..... 별들아, 안녕.

비로그인 2005-11-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제 이 노래 들음서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 마셨어요!! 마시고 또 마셨슴돠. 근데두 전혀 취하지 않더라구요. 우리가 걸어올라가는 봉우리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었거든요. 저 또한 귀 기울여 들음서 친구들에게 질문하고, 답하고, 그들 또한 막히면 책을 찾아보고 제게 질문하고..그렇게 부족하나마 생각과 대안을 준비해나가구..근데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술기운이 확 올라오네요..끄응~ 흐흐..

이누아 2005-11-1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이 노래 틀어주는 술집이 있군요. 님의 생활은 80년대 20대 청년의 삶 같아요. 흐...속은 좀 편해지셨나요? 전 오늘 하루도 잠과 함께 했어요. 이 달 말까지 추나를 할건데 이러다 선방에 가서 쾅하고 땅에 머리박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스스로에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하면서 일어납니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