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돈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어떤 일들은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우연이라는 공포를 완화하고, 그럼으로써 삶이라는 혼란에 일관된 목적성과 방향을 부여하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주사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향으로 구르지만, 우리는 미친 듯이 필연성의 패턴을 그려보려고 한다. -15쪽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랑의 최초의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25쪽
전화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이야기는 전화를 거는 사람의 손에 놓여 있다. 전화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다. -30쪽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라는 큰 말이 주는 위압감은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직접적으로 알게 할 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임으로써 누그러들 수 있었다. -40쪽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46쪽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의 장점에 대해서 그녀가 나와 의견이 같다는 사실만큼이나 그녀가 웨이터에게 버터를 주문하는 모습이 귀엽다는 사실과도 관련을 맺고 있었다. -55쪽
...우리의 생각 없는 열정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어디를 가나 우리를 따라다니는 서투름이었다. 그 서투름 때문에 클로이와 나는 결국 함께 침대에 들어오게 된 것이 얼마나 우습고 괴상망측한 일인지를 의식하게 되었다. -61쪽
사랑의 압제적 요구는 보편적 진리를 가장한 자신의 개인적 판단을 앞세워 상대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사고 싶은 구두를 사지 못하게(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하면서) 강요하는 것이다. -10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