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잉크냄새 > 청춘, 삶의 여울이여!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알지 못하는 그들을 멍하니 그리워했고 <스물 셋이 넘기전에 인생의 목표를 이루어야한다>는 랭보의 글귀를 신문 한 귀퉁이에서 읽고 스물 세살의 마지막 밤을 술로 지새웠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고백한 김광석의 노래속에서 내 사랑의 아픔을 가늠해보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는 유치환 시인의 싯구에서 잠시나마 자조섞인 행복을 맛보곤 했다. 청련거사 이백을 술대작 친구로 마주한 어느 산기슭의 남루한 술집에서 별들 사이로 잠적한 생 텍쥐베리를 떠올리다 괜시리 정지용의 <송인>의 마지막 싯구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를 나즈막하게 읊조리며 어두운 밤하늘에 눈물을 더하곤 했다. 내 푸르른 청춘의 나날에...

서른 중반에 접어든 작가가 그의 청춘을 사로잡은 한시와 하이쿠와 문장들을 그의 추억 한자락과 더불어 풀어내고 있다. 청춘,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이는, 젊음의 피를 끓게 만드는 그 시절의 아련한 이야기들을 때론 격하게 때론 유머섞인 웃음으로 때론 서글프게 들려주고 있다. 청춘이기에 품을 수 있는 커다란 이상과 뜨거운 정열, 눈시울이 젖은채로 죽고 싶었던 호사로운 취기와 허허로운 웃음으로 버릴 수 있었던 기억의 편린들이 나의 추억인양 그렇게 녹아들어 있다.

우리는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며 아쉬워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쉬워하는 것은 그 시절의 추억이 아니라 화살같이 우리를 이곳까지 흘러보낸 세월이 아닐까? 세월의 흐름속에 자리잡은 청춘의 추억은 잠시 머문 우리 삶의 나루터와도 같다.

1급수에 사는 열목어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기에 영원히 푸르른 곳에서 살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차피 앞으로 나아가도록 운명지어졌다. 고단한 행로에서 많은 것을 상실하며 나아간다. 그러한 삶속에서도 연어처럼 삶의 여울로 한번쯤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의 회귀본능이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찾아간 고향의 여울에 육신의 고단함을 씻어내듯이 청춘의 추억들은 우리 영혼이 발 담글 우리 삶의 여울인 것이다. 청춘, 삶의 여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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