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진눈깨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올 겨울처럼 눈(snow)이 눈(eye)에 띄지 않을 땐 하늘에서 스티로폼이 날려도 눈이라고 말하고 싶은 게 내 심정이다.

일기예보에서는 100년만에 처음으로 눈 없는 서울이라고 한다. 그 만큼 올해 눈은 너무 인색하다.

눈(snow)을 볼 수 없어서 그런지 스키장에 가고싶다는 생각도 좀처럼 들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스키장에 대한 감정은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에서 보다는 지붕에 쌓인 새하얀 눈에서 싹 트는 감정인 듯 하다.

연말 분위기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런 새해 분위기도 어느정도 예지되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도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새해 속에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름대로 새해 목표도 세우고 마음가짐도 글로 남겼지만, 변하지 않는(아니 변하려 하지 않는) 나와 내 주변 환경들을 몇자의 글로 바꾸려 한다는 것은 역시 부질 없는 짓이었다.

이번 주말에 집안 분위기를 바꿔볼 생각이다. 책꽂이도 한쪽 벽으로 몰고 옷장도 정리하고. 어쩌면 이틀로도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리고 책을 읽던, 잠을 자던 해야할 것 같다.  

...

창 밖에 쌓인 눈을 보며 뜨거운 노트북에 손을 녹이고 있는 현재 시간은 23시 50분.

오늘은 2004년 12월 37일. 적어도 내겐,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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