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하루살이 > 나를 만드는 건 기억, 사람을 만드는 건 행동
기억에 대한 영화는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공각기동대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기억의 집합이라는 것. 그래서 기억이 바뀐다면, 또는 조작되어진다면 나 또한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찾아오는 혼돈. 토탈리콜에서도 기억은 나를 구성하는 중심요소다. 이것 뿐이랴. 최근의 영화 메멘토 등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기억에 매달리는 내용의 영화들은 자주 등장한다. 특히 필립 K 딕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가 나의 기억을 갖고 있는다는 것이 소중한 것 만큼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 또한 소중하지 않을까? 기계들, 특히 첨단의 기계 사이보그들 또한 그들만의 기억을 갖고 있다면 비록 그것이 조작되었을지라도 기억을 통째로 지니고 있다면 그와 나 사이에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내가 나 임을 뛰어넘어 내가 사람일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블레이드 러너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나라는 자아, 그 거친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나 제도 등이 만들어 놓은 높은 담을 뛰어넘어 내가 사람임을 또는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바로 행동이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한는 것. 이 세상을 떠나버리거나 또는 변혁을 꿈꾸는 등의 행동을 취했을 때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런 의미에서 기억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바로 살아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사이보그라 할지라도 말이다.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그리고 인생이라는 궤도에서 만들어지는 추억만을 씹으며 사는 사람들은 비록 자신이 사람이라고 여길지라도 그는 로봇과 다름없는 기억덩어리의 유기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