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이 형에게

일찍 메일을 보내려고 했지만 온몸에 퍼져있는 나태함으로 인해 이제서야 몇자 적습니다.

형의 전화를 받고, 또 제안을 받고 조금 놀랐고, 많이 기분 좋았습니다.
형이야 이것저것 복합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며 제게 말씀하셨겠지만,
받아들이는 저로서는 표현되어 인지한 것들만 생각하게 되니까요.
시쳇말로
잘나가는 형이,
경기도 구석에서 2년반째 썩어가고(표현이 다소 과격, 무식합니다) 있는 제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이게 며칠전 형의 意思 포인트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좀 일차원적이라서... 헤헤

형이 경험하신 대로,
그리고 제게 말씀하신 대로,
지금 전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
혼탁해 보이는 미래 등으로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빨리 평정을 찾아야 하는데...

그날도 말씀드렸지만 단조로와진-한편으로는 익숙해진-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 올해부터 야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일주일에 세번 수업이 있고 대학생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사고와 열정을 느끼고 있죠.
수업의 내용과 질보다는, 수업 그 자체의 의미로 인해 제 한몸 움직이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첫 직장 생활도 3년이 되고 제 나이도 서른 하나가 됩니다.
그동안 부단히 업그레이드하려고 애써 왔는데,
내년이 되면 자잘한 업그레이드보다는 버젼 업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그래서 구물이 되어 버린
메인보드, 씨피유 등을 모조리 갈아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형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서울시청 소속 축구 선수가 베컴과 한 경기장에서 뛰는 것처럼 영광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상적인 플레이, 신속 정확한 판단력, 표정,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심지어 땀냄새까지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경기가 끝나면 그가 몰고 다니는 거대한 스타 군단과의 조우도 기대할 수 있을 테고.

어쩌면 제게 이번 제안은 기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형 스스로도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고,
회사도 더 큰 꿈을 위한 과도기적 상황이고,
저 또한 타성에 젖은 삶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아쉬움이 많습니다.

점점 더
각박해져만 가고,
단순해져만 가고,
남루해져만 갑니다.
정상 궤도를 찾아야 하는데.

형이 일단 이 바닥(?)으로 들어오셨으니
기회의 문은 열려졌고,
가능성의 수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뵙겠습니다.
광활한 그라운드에서...


후배 요석 올림.

추신 : 언제 학교 가실 건가요? 갈 때 저도 데리고 가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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