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곰국 끓여먹고 작은 냄비로 하나 정도 남은거...
아침에 애들이 안먹겠다고 해서...(질릴만도 하쥐 ㅡ,.ㅡ)
생각나면 끓여두었다가 낼 신김치 우려낸거라도 넣고 사골우거지국 끓여야쥐...생각했다가..
암튼간에 오전 내내 꿈지럭거리다가
12시 다 되어갈 무렵 전광석화처럼 밀린일(이불개기, 아침설겆이, 청소 등등) 해치우고 애들이랑 햄버거 사먹으러 나갔다.
설겆이 할 무렵에 곰국 냄비에 불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나서 길건너 Freshness Burger에서 햄버거랑 샌드위치랑 감자 튀김이랑 사이다를 셋이서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널려있는 잡지도 들춰보며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애들 남긴거까지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곰국 냄비가 떠오른거시였다......
나: "얘들아, 어떡하지? 엄마가 까스불 안끄고 나온거 같아.."
아이들: (합창) 어떻게~ 어떻게~
소민: "119에 신고해요."
수형: "우리집 다 타버리면 새 집을 사야겠네요? 어쩌죠? 돈이 많이 들텐데?"
그 때부터 집까지 1km 남짓 거리를...애들 끌고 전속력으로 뛰었다.
(아...뱃속에서 햄버거가 곤두선 느낌...ㅡ,.ㅡ)
소민이는 따라오기 힘들어 울먹울먹하다가...엘리베이터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얘들아, 너희는 집 안에 들어가지 말고 기다려. 유독가스가 있을지 모르니까."
하고서....
집 앞에서는 핸드백을 아무리 뒤져도 집 열쇠가 안보여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결국 청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ㅡ,.ㅡ)
문을 연 순간!!!!
갑자기 드라마같은데에서 기억상실증 걸렸던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해내듯!!!
불현듯 기억의 한 조각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이런 기억이었다.
수형 "엄마, 이 냄새 뭐예요? 지독해~"
나 "어엉 곰국이야. 점심으로 곰국에 밥말아먹자." (-> 놀려주려고 한 말. 이미 햄버거 사준다는 미끼로 집 청소 다 부려먹어놓고...)
수형 "시러시러...난 곰국이 정말 싫어요. 햄버거 먹을래~"
나 "엄마가 뭐라그랬지? 아프리카엔 먹을게 없어 굶어죽는 아이들도 많다고 뭐든 감사히 먹으랬지?"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누며 까스렌지 불을 끄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굳이 부엌으로 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까.스.불.을.껐.던.것.이.었.다.
아...........어떻게 그걸 까.....맣.....게.....잊어버릴 수 있지?
허탈....
허탈....
집이 홀랑 타버린거보다야 낫지만....
슬프다...
너....... 왜 이렇게 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