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사회 정서 - 5~7세 평생 관계의 기초가 되는 5가지 사회 정서 학습법 ㅣ 바른 교육 시리즈 49
박밝음 지음 / 서사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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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는 누구와도 두루 잘 어울리고, 착하게 양보하며,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아이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14년 차 유아교육 전문가 박밝음 저자는 『다섯 살 사회 정서』를 통해 이 상식을 뒤집습니다.


서울대 출신의 공립 유치원 교사인 저자는 전작 『다섯 살 공부 정서』를 통해 사교육 없이 아이의 내면적 학습 지능을 높이는 법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만나고 200여 회 이상의 강의를 진행해 온 저자는, 유아기 사회성의 핵심이 단지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타협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진짜 사회성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조율하며, 거절당해도 다시 일어서는 정서적 자립과 건강한 의사소통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2026학년도부터 모든 교육과정 전반으로 사회정서학습(SEL)이 확대 도입되는 시점에서 『다섯 살 사회 정서』는 일상에서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선사합니다.


미국 사회정서학습 대표 연구 기관인 CASEL은 사회 정서 역량을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 5가지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가정에서 우리 아이의 자기 관리를 어떻게 높일까라고 접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섯 살 사회 정서』는 자기 조절, 갈등 해결, 사회적 접근, 정서적 자립이라는 4가지 구체적 영역으로 재설계했습니다. 책에 수록된 체크리스트는 아이를 평가하거나 또래와 비교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정서적 과부하를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성장 신호 관찰용입니다.


부모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상황별 코칭이 돋보입니다. 예를 들어 놀이 상황에서 고집을 피우는 아이에게 주의를 줄 때, 저자는 부모의 언어 습관을 바꾸는 지점을 짚어냅니다.


"차례를 지켜야지.",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려?", "그렇게 하면 친구들이 싫어해."라고 말하지는 않는지요? 저자는 아이의 욕구를 먼저 인정해 주고, 규칙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경험을 강조하는 대화법을 소개합니다. "의사 역할이 정말 하고 싶었구나.", "순서를 기다리면 놀이가 더 재밌을 거야.", "차례가 올 때까지 참은 거 정말 멋지다."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관찰과 탐색이 필요한 아이에게 강제로 관계를 맺게 하는 행위가 오히려 관계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사회성은 일정한 속도로 정형화되어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고유의 기질을 인정하고 한 발짝 다가가는 작은 시도 자체를 성취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을 강조합니다.


유아기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양보를 요구하면 억울함이나 무기력감을 배우기 쉽습니다. 저자는 아이가 리더십과 고집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돕기 위해, 타인의 표정을 읽고 서로의 니즈를 조율하는 협상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거짓말이나 침묵을 혼내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실수를 부모에게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가정 내에 구축하는 것이 사회정서 교육의 시작점이라는 것도 짚어줍니다.





부모가 가장 불안해하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기준을 알려줍니다. 아이 스스로 툴툴 털고 일어나거나 관계를 복구하려 시도하는 회복성이 보인다면 개입을 자제하고 기다려주면 되고, 정서적으로 고립되어 회복하지 못할 때는 디딤돌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의 작은 다툼이나 실패를 보며 부모가 과도한 미래의 불안을 투사하는 현상도 짚어냅니다. 아이는 오늘 울고 내일 다시 웃으며 자라는 존재입니다. 부모 역시 아이의 자생력을 믿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정서적 여유가 필요함을 일깨워 줍니다.


유치원, 어린이집 입학을 앞두고 아이의 또래 관계가 걱정되는 부모, 아이의 작은 갈등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부모라면 상황별 대화 가이드와 가정 내 놀이법, 사회성을 키워주는 추천 그림책 목록 등 유용한 노하우가 가득하니 참고하세요. 아이의 사회성을 단기적 기술이 아닌 평생을 살아갈 정서적 자산으로 키우는 안목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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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의 선장들 - 당장의 삶, 다가올 죽음, 그 사이를 채운 책에 관한 216일간의 대화
김새섬.김진경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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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의 대표 김새섬과 스위스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김진경 작가가 나눈 깊고 아늑한 대화의 기록 『난파선의 선장들』.


2025년 4월, 평균 생존 기간이 12~14개월에 불과한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은 김새섬 대표. 시한부 판정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는 남편 장강명 작가와 함께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를 시작하여 자신의 상황과 독서 일기를 담담히 기록해 나갔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 팟캐스트를 접한 김진경 작가는 고통과 죽음 앞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김새섬의 태도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단순한 일회성 인터뷰를 제안했으나,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과하며 두 사람의 대화는 2025년 9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총 12회, 216일 동안 이어지는 여정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난파선의 선장들』에서 김새섬 대표가 보여주는 태도는 현실적이며 지적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라는 구절을 끌어옵니다. 하늘과 땅은 너그럽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만든 추구(지푸라기 인형)처럼 여긴다는 뜻입니다.





"세상은 내 위주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병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세상에 어떤 일들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자동차 사고, 비행기 사고, 희귀병, 전쟁, 내란, 이런 게 왜 우리를 쏙 피해가야 될까요? 내가 뭐길래?"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특별히 보호받는 존재가 아님을 겸허히 인정하는 순간, 억울함과 자기 연민은 설자리를 잃습니다. 절망에 빠진 자의 자포자기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객관화하며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겁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에는 끝이 없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일이 벌어진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선택지가 생깁니다.


침울한 죽음의 서사에 갇히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김새섬 대표 특유의 위트와 유머감각 덕분입니다. 수술 직후 삭발한 자신의 모습을 처음 거울로 마주했을 때 황비홍이 됐다며 웃어넘길 수 있는 담력을 가졌습니다.


김새섬의 생애 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시입니다. 20대 중반까지 도시 빈민으로서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가져다준 잡지와 폐책을 읽으며 가난을 견디던 인생 1막, 25세에 무작정 호주로 떠나 회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이방인으로서 견뎌낸 외로움의 시간을 보낸 인생 2막, 외국계 기업 재무팀에서 금전적 성취와 안정된 삶을 위해 돌진하던 직장인 시절의 인생 3막, 마흔넷의 나이에 남을 위한 일을 내려놓고 책으로 사람을 연결하는 독서 플랫폼을 만든 인생 4막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인생 5막은 시한부라는 제한된 시한 속에서 삶의 진정한 레거시를 구축해 나가는 현재입니다.


인생의 1~4막 동안 스스로 키를 잡고 항해하는 법을 훈련해왔기에 5막이라는 예상치 못한 거친 풍랑 앞에서도 그는 당황하지 않고 선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었던 겁니다.


김새섬 씨가 자신의 장례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대목입니다. 나는 이렇게 죽겠다는 선언 그 자체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 죽음의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죽음에 관한 준비가 반드시 우울한 일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인하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관한 대화를 이어오던 두 사람이 마지막에 독서의 이유를 묻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삶이 한정되어 있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책은 우리에게 죽음을 설명해 주는 안내서가 아닙니다. 대신 여러 삶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어떤 인물의 선택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을 안전한 거리에서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 자신의 삶을 수정할 기회를 줍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김진경 작가의 심리 변화 역시 울림을 줍니다. 자신을 안전한 육지에 서서 풍랑 속 김새섬을 바라보는 관찰자(구경꾼)로 시작했지만, 216일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부터 《도덕경》, 《길가메시 서사시》에 이르는 책들을 매개로 대화하면서 깨닫게 됩니다. 자신 역시 언젠가 반드시 난파될 배에 올라탄 선장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사건을 앞두고 타인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으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것저것 재밌게 해보다 가는 여행으로 정의하는 태도는 커다란 자극을 줍니다. 김새섬 씨만 죽음을 앞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차이는 그것을 얼마나 가까이 인식하고 있느냐에 있습니다.


난파선은 죽음의 은유이면서 동시에 인생의 은유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배에 타고 있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곧 삶을 살아내는 실력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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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 오래된 상처를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회복하기
멜라니 피그니터 지음, 김희상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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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무난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때로 아주 사소한 자극 하나에 감정이 송두리째 흔들리곤 합니다. 무심한 지적 한마디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존재처럼 느껴지거나, 답장이 조금 늦어졌을 뿐인데 온갖 상상을 하며 불안에 사로잡히는 경험이 대표적입니다.


저자 멜라니 피그니터는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에서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린 상처를 들여다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육체적 질병으로 삶의 위기를 맞았던 저자는 스스로 심리 및 자기애 훈련에 몰입하며 병을 극복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오랜 상담 임상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어른이 된 내가 스스로 어린 나를 구원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줍니다.


인간의 잠재의식 속 70~90%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어릴 적 형성된 거부의 기억, 인정받지 못했던 외로움 혹은 조건부 사랑의 기억은 뇌의 변연계와 편도체 주변에 정서적 기억으로 각인됩니다.





우리가 과거를 잊었다고 착각할지언정, 뇌의 감정 중추는 그 시절의 공포와 결핍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내면 아이를 뇌과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무의식의 형상화로 접근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심리적 상흔들은 결국 무의식이라는 공간에서 아직 구원받지 못한 아이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아이에게 어른의 보호와 애정은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보호자가 차갑거나, 미숙하거나, 조건부로만 사랑을 줄 때 아이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본능적으로 개발합니다. 저자는 이를 사랑받기 기술이자 낡은 안전모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어린 시절 자신을 지켜주었던 그 방어 무기들이 성인이 된 지금의 인간관계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점입니다. 어릴 적 부모의 다툼을 중재해야 했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 조직 내에서 과도하게 눈치를 보고 관계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조화 중독이나 도우미 증후군을 앓게 됩니다. 늘 뛰어난 성과를 내야만 칭찬을 받았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조금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통제 강박과 완벽주의에 시달립니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은 내면 아이를 괴롭히는 일곱 가지 상처와 부정적 고정관념의 실체를 파헤치며,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적 도구들을 소개합니다.





작은 막대 그림 기법은 종이에 나와 부모의 형상을 막대 그림으로 그리고 빛의 원을 그려 넣으며 정서적 고리를 건강하게 분리하는 시각적 훈련입니다. 무작정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뇌파를 안정적인 알파파나 세타파 상태로 유도하여 내면 아이를 만나고 위로하는 명상 스크립트와 QR 코드도 있습니다.


저자는 과거에 일어난 일 자체는 되돌릴 수 없지만, 그 과거가 오늘날 나의 일상을 휘두르게 둘 것인지는 오직 현재의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주체적 회복에 무게를 둡니다.


책 속의 다양한 문답 체크리스트는 자신의 무의식적 자화상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도록 돕습니다. "나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해", "나는 실수해서는 안 돼"라는 부정적 고정관념 선상에 자신의 위치를 표시해 보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내면에서 소리 없이 훼방을 놓던 비판적인 목소리를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과거가 당신의 시작을 만들었을지라도, 당신의 다음 장을 쓰는 것은 현재의 당신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시절 내가 그토록 바랐던 안전하고 다정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순간, 내면의 아이는 비로소 방어태세를 풀고 밝음과 창의성, 자신감을 회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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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 - 과도한 책임감과 인정 욕구에서 빠져나오는 불안 관리 플랜
테리 콜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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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고, 눈치 빠르고, 주변 사람 챙기는 것도 빈틈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만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번아웃, 감정노동, 착한아이 콤플렉스 같은 키워드로 숱하게 다뤄진 주제 같지만, 30년간 심리치료사로 일한 테리 콜은 조금 다른 이름을 붙입니다. 바로 고기능 공의존(HFC, High-Functioning Codependency)입니다.


열심히 살면 살수록 행복해지기는커녕 피로와 원망, 불안에 짓눌린다면 성취 뒤에 숨은 고기능 공의존의 사슬을 끊어내는 감정 분리 법칙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읽어보세요.


30여 년간 주요 매체와 심리 치료 현장에서 수많은 내담자를 돌봐온 저자는 겉으로는 유능하고 완벽하게 기능하지만, 내적으로는 타인의 감정과 문제를 해결하느라 자신을 소진하는 사람들의 패턴을 고기능 공의존으로 정의합니다 .


단순히 완벽주의를 내려놓으라는 식의 조언이 아니라, 유능함과 이타심이라는 긍정적인 가면 뒤에 숨어 있는 통제 욕구와 존재 증명의 불안을 짚어냅니다.


과도한 배려와 도움이 상대방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불안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매일 바쁘게 지내면서 긴장감에 시달리고, 일을 제대로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고기능 공의존자는 타인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만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겁니다.





상대가 겪는 불편함이나 갈등을 참지 못해 먼저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존재로서의 효능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패턴의 뿌리를 짚어가면 어린 시절의 비위를 맞추던 아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의 성격을 명확히 구별하게 해주는 사례들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배려심 있는 사람은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 혹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본 후 적절히 도움을 줍니다. 반면 공의존적인 성향의 사람은 타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낍니다.


테리 콜 저자는 해리엇 러너 박사의 견해를 인용하며 사회가 특히 여성이나 돌봄 제공자에게 감정의 주유소 역할을 강요한다고 짚어줍니다. 타인의 요구를 거절할 때 죄책감을 느끼도록 학습된 개인은 성인이 되어 타인의 감정을 정화해 주는 인간 주유소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연료통이 바닥났을 때 돌아오는 것은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라는 원망과 불안뿐입니다. 결국 과도한 책임감은 삶의 생동감을 갉아먹고, 나 자신은 빠져 있는 껍데기뿐인 삶을 만들고 맙니다.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감정 분리부터 경계 설정까지, 단계별 회복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심리치료 현장에서 쓰이는 35가지 자기 돌봄 워크시트가 수록되어 있어,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다양한 실천법을 만나게 됩니다.


1부에서 자신이 고기능 공의존자임을 자각하고, 어린 시절 형성된 공의존 청사진과 트라우마, 그리고 나르시시스트와의 역기능적 관계 패턴을 다각도로 파헤치고, 2부에서는 정서적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나를 지키는 감정적 경계를 바로 세우며, 마침내 타인을 통제하려는 손을 내려놓는 평화를 안내합니다.


그 중 한 가지는 타인과의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라는 것입니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부탁을 거절하거나 승낙할 권리가 있다, 나는 실수를 하거나 방향을 수정하거나 생각을 바꿀 권리가 있다, 나는 나의 기호, 욕구, 필요를 위해 협상할 권리가 있다 등 경계를 그을 때 참고할 권리 장전은 수동적 순응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꽤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48시간 유예 법칙을 소개합니다. 긴급 상황은 제외하고 48시간 동안은 어떤 것에도 즉각 반응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데 집중해보라고 합니다. 전화, 문자, 메일, DM에 바로 답하지 않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리고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떠오르는지 관찰하는 겁니다.


이 연습은 기존의 반응 패턴과 항상 연락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우선시하도록 이끌어줄 거라고 합니다. 타인의 요청이나 문제에 즉각 뛰어들어 해결하려던 행동을 딱 48시간만 멈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타인의 문제와 나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는 정서적 시차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준다고해서 그 사람을 진정으로 구원할 수는 없으며, 나 자신의 가치 또한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진정한 배려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들의 영역을 존중하고 물러나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은 오직 하나, 나 자신의 행복과 평안뿐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타인의 기대와 인정이라는 타이트한 굴레를 벗어던지고, 나를 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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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트렌드 노트 - AI 시대, 나를 지키는 조건 ㅣ 트렌드 노트
박현영 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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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활변화관측소의 박현영 소장을 비롯해 데이터 엔지니어 김종민, 라이프스타일 리서처 신수정, 사회 관찰 연구원 김정구, 공간 전략가 이원희 등 5명의 전문가가 공저한 『2027 트렌드 노트』.


이 책은 AI가 얼마나 발전할지를 예측하는 기술서가 아닙니다. AI가 인간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뒤 사람들이 무엇을 불안해하고, 무엇에서 안도감을 얻으며, 어떤 소비와 관계와 삶의 방식을 선택하기 시작하는지를 데이터로 관찰한 책입니다. 유행보다 오래가는 인간의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결과물이 쉬워졌다고 삶의 의미까지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직접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어 완성한 결과와 AI가 몇 초 만에 만들어준 결과가 똑같이 보인다면,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디에서 확인해야 할까요?


『2027 트렌드 노트』는 이 질문을 통제감과 성취감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성취감이라는 단어의 온라인 언급량 변화입니다. 2020년까지 연간 약 10만 건 정도 언급되던 성취감이 2025년에는 100만 건에 육박했습니다.


인간은 원래 무언가를 해내고 싶어 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 감정을 확인해야 할 이유가 훨씬 커졌다는 점입니다. 결과물이 너무 쉽게 나오다 보니, 그 안에 내 노동과 고민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상실감이 찾아온 것입니다.





기술에 의존할수록 자신의 일상과 삶에 대한 통제 권한을 잃어버린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됩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사람들이 펠트, 자수, 뜨개질, 필사, 런닝, 직관 등 직접 몸을 움직여 느린 속도로 물리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활동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정을 온전히 내가 통제하고 지휘했다는 실감, 즉 내가 해냈다는 자각이 AI 시대의 희귀한 자원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역시 단순히 모든 것을 알아서 대신해 주는 편리함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과정에 개입하여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AI를 활용하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실력이나 스펙의 변별력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제 타인과 브랜드, 서비스를 평가하는 진짜 기준은 태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관계가 느슨해지고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는 방식, 타인을 배려하는 말투, 커뮤니케이션의 정직함이 그 사람의 신용을 결정합니다. 브랜드 역시 매력적인 마케팅 언어 뒤에 숨은 진정성과 고객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1020세대가 집안일이나 자신의 노동을 시급으로 객관화하고, 확실한 근로계약서를 통해 관계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려는 경향도 같은 맥락입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내가 확실히 보장받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려는 합리적인 생존 태도인 셈입니다.


AI는 무수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평균적인 보편성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진짜 열광을 끌어내는 것은 매끄러운 보편성이 아니라,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굴곡진 개인의 서사입니다.


전형적인 20대 여성 중심의 뷰티·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시장에서, 중년 남성인 추성훈의 일상이나 정갈한 도쿄 라이프를 담은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현상에 주목합니다. AI로 누구나 정보를 다량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소개)보다 누가 어떤 맥락과 서사를 거쳐 그것을 말하고 있는가(깊이)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축적된 서사를 가진 개인과 브랜드만이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됩니다.


삶의 주기를 바라보는 프레임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은퇴는 이제 모든 일을 마치고 쉬는 종착역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재설계하는 제3성인기의 시작입니다.





예전에는 50대 이후를 단순히 시니어, 노인이라는 일차원적 프레임에 가두었다면, 이제는 60대 이후에도 스스로의 리듬을 지키며 활력 있게 살아가는 개별 주체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와 맞물려 웰니스의 개념도 거창한 건강 관리나 휴양이 아닌, 매일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컨디션 관리로 세분화되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위로 비즈니스입니다. 과거 앱의 시대가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더 높이 성장할 것인가를 다루었다면, AI의 시대는 어떻게 하면 밑바닥으로 무너지지 않고 나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가가 화두가 됩니다.


인간의 불안을 부추겨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은 종말을 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장은 우리는 고객을 어떤 기분과 상태로 만들어주는가라는 질문에 진정성 있게 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거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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