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 - 계절의 힘으로 몸을 돌보는 회복 레시피
전미란 지음 / 서사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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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갱년기를 참고 버텨야 할 고통이 아닌 몸의 변화에 맞춰 나를 온전히 돌보는 삶의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 사계절 제철 식탁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레시피로 풀어냅니다.


갱년기 식단은 단기적인 칼로리 제한이나 유행 다이어트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체리듬과 대사 기능이 크게 흔들리는 갱년기 여성의 몸을 이해하고, 자연의 흐름에 맞춰 봄에는 깨우고, 여름에는 지키고, 가을에는 채우고, 겨울에는 회복한다는 영양학적인 사계절 식생활 솔루션을 보여줍니다.


건강식 크리에이터 전미란(전선생) 저자는 인스타그램 전선생레시피와 유튜브 전선생스테이를 통해 계절의 맛과 삶의 소회를 나누어 왔습니다. 전작 『전선생의 갱년기 다이어트』에서 달라진 몸의 신호를 읽고 식단을 바꾸는 계기를 열었다면, 이번 신간에서는 일상의 식탁에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116가지 제철 레시피로 확장했습니다.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은 단백질 맹신에서 벗어난 장(腸) 중심의 해독 식단과 혈당 요동을 잡는 생체리듬 식사법을 보여줍니다.


살을 빼기 위해 무작정 탄수화물을 끊거나 단백질만 과다하게 섭취하다가 장 건강을 해치고 피로를 키우기 일쑤잖아요. 저자는 갱년기 여성의 몸에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함에 따라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지고 간의 호르몬 대사 부담이 극대화된다는 생리적 메커니즘을 짚어냅니다.


무조건적인 칼로리 통제보다 식이섬유를 통한 장 환경 개선,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철 채소 중심의 식단, 그리고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는 식사 순서가 근본적인 회복책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봄에는 겨울 동안 저하된 장 리듬과 대사를 깨우고 혈액 및 피부 회복을 돕는 활력 식단을, 여름에는 급격한 혈당 변화와 더위로 인한 미네랄 손실을 막고 체내 수분을 오래 유지하는 식단을, 가을에는 혈관, 근육, 뼈에 필요한 고단백 및 필수 지방산 중심의 단단한 영양 식단을,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며 면역력과 혈관 흐름을 살피는 영양 회복 식단으로 구성했습니다.


책에 소개된 레시피를 보면 접근성 좋은 식재료와 간결한 조리법을 통해 지속 가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느껴집니다. 구하기 힘든 특이한 슈퍼푸드나 복잡한 조리 과정은 없습니다. 식탁을 다채롭게 채우는 쑥소금, 깻잎소금, 전선생표 만능소스 같은 기본양념에 대해 잘 나와있어 이것들만 준비해도 매일의 한 끼를 부담 없이 할 수 있겠더라고요.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은 식단 관리를 넘어선 삶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116가지 제철 식재료로 단기간의 극단적인 조절이나 거창한 목표 대신, 매일 접하는 오늘의 한 끼에 의미를 부여하는 저자의 가치관이 레시피에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생활이 결국 미래의 삶과 건강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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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 윌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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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거절을 뜻하는 "아니요"라는 글자가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거절이나 부정의 언어를 타인과의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거나 미움받기 쉬운 부정적인 것으로 지레짐작하곤 합니다. 게다가 "안 돼", "아니요"라는 단어는 어른들의 통제적 금지어로 먼저 체험되기 십상입니다.


그렇기에 거절하지 않고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세상은 언뜻 보기에 갈등도 없고 모두가 만족하는 이상적인 유토피아처럼 비칠지도 모릅니다. 다그마 가이슬러의 그림책 『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은 이 달콤한 상상을 완전히 뒤엎는 아찔한 사회적 실험을 선보입니다.





로즈 아줌마는 정성을 다해 구워낸 체리 케이크를 아이들과 이웃인 플로리안 아저씨가 거절하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밤하늘의 별똥별을 보며 엉뚱하면서도 절박한 소원을 빕니다. "이 세상에서 ‘아니요.’라는 말이 사라지게 해주세요. 누구도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고요!"라고 말이지요.


다음 날, 거짓말처럼 세상의 모든 거절과 거부의 표현이 자취를 감춥니다. 거절의 부재가 가져온 풍경은 아이들에게 마치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평소 어른들이 무조건 '안 돼!'라고 대답했을 질문들을 퍼붓습니다. 젤리를 저녁밥 대신 한가득 먹고, 밤이 깊어도 잠들지 않은 채 온종일 놀며, 엄마 목소리가 쉴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떼를 써도 누구 하나 "안 돼"라고 가로막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달콤한 승낙의 연회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거절이라는 최소한의 방어선과 한계선이 사라진 공간은 아수라장이자 위협적인 위험지대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무절제한 허용은 정당한 자율성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방치로 이어집니다.


낯선 이가 수상한 제안을 하거나, 누군가 불합리하게 타인의 물건을 빼앗으려 해도, 심지어 신체적·정신적 위협을 가해 오는 위험한 상황 앞에서도 그 누구도 자신을 보호할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요구나 사회적 압력에 대해 '아니요'라고 소리쳐 저항할 수 있는 언어를 잃어버리는 순간, 개인의 자아는 부당한 침해 앞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됩니다. 결국 '아니요'라는 단어는 타인을 배척하기 위한 공격 무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율성, 생명을 지켜내는 최소한의 울타리이자 보루였던 셈입니다.


『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은 단순히 "위험할 땐 싫다고 말해라"라는 일차원적 범죄 예방 수칙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는 거절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심리적 기제와 관계적 회복탄력성을 짚어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그 거절을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거부나 미움으로 과잉 해석하며 상처받곤 합니다. 로즈 아줌마가 케이크 거절에 상심해 별똥별에 엉뚱한 소원을 빌었던 이유 역시 타인의 거절을 곧 자기 존재의 부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플로리안 아저씨가 케이크를 거절했던 진짜 이유는 설탕 알레르기라는 개인적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내 존재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구나 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건강한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라는 것을 그림책으로 보여줍니다.


다양한 거절의 표정들을 만나게 된 시간입니다. 고집스럽게, 소심하게, 방어하면서, 화내면서, 부끄럽게, 쾌활하게 던지는 갖가지 '아니요'의 스펙트럼은 거절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다채로운 인간적 맥락과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구에서 ‘아니요’가 사라진다면』은 언제든 자유롭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권리가 보장될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던지는 "좋아요"라는 말도 진정성과 빛을 발하게 된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남의 기분과 시선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의 진짜 마음을 가두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울림이 큰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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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원을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김경태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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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장님을 위한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 매뉴얼 『첫 직원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노무법인 사무장으로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스타트업의 현장 실무를 전담해 온 김경태 저자는 첫 직원을 채용하는 순간부터 퇴사까지 사장님이 마주하는 노무와 법률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안내합니다.


노무법인 현장에서 인사팀을 별도로 둘 수 없는 수많은 소규모 사업주, 자영업자들의 실무를 대행하고, 매월 신규 사업자 강의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합니다. 사업주는 좋은 뜻으로 시작했고, 서로 합의했다고 생각하지만, 근로기준법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당사자 간의 합의보다 법조문이 우선합니다.


핵심적인 시사점은 노무 관리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업체의 생존이 걸린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이자 시스템 구축이라는 점입니다. 직원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 순간 법률적 책임이 발생하는 구조적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몰라서, 좋은 게 좋은 거니까라는 주관적 선의가 법 앞에서 어떻게 무력화되는지,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객관적 기준이 왜 필수적인지를 꼼꼼히 짚어줍니다.





『첫 직원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은 준비-채용-근로 관리-퇴사라는 직원의 입사부터 퇴사까지의 시간순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사장님이 필요한 순간에 해당 장을 펼쳐 즉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각 파트와 부록은 단순히 법률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장의 실제 사례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함께 보여줍니다.


준비 및 채용 단계에서부터 실수하기 쉬운 채용 공고와 유형을 짚어주는데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업주가 채용 공고를 낼 때 무심코 범하는 법 위반 사례들이 상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채용 공고 금지 표현 및 올바른 표현 예시를 보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남자만 지원 가능, 여성분 환영, 20대 환영, 자녀가 없는 분, 서울 출신만... 같은 성별, 나이, 혼인, 지역 차별에 대한 표현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일상적 대화가 채용 절차에서는 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짚어주며, 채용 단계부터 사전적인 위험 요소를 차단하도록 돕습니다.


아르바이트, 일용직, 배달대행 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근무 형태별 권리와 보험 가입 의무도 명확히 케이스별로 나뉩니다. 근로자와 프리랜서를 가르는 기준, 5인 미만·이상의 차이, 4대 보험, 주휴수당, 더불어 최저임금 기준 실전 급여 계산 예시가 나와있어 관련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수습 기간 중 해고에 대한 기준, 상용직 vs 일용직 비교 등 사업주들이 헷갈려 하는 사항들과 입퇴사 체크리스트, QR코드를 통한 서식 제공까지 아우르고 있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최고의 실무 지침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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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싸웠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 윌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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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저녁 식탁의 무음 모드. 부부 싸움은 소리가 클 때만 무서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더 오래 남는 건 그다음입니다. 수저 소리만 달그락거리는 식탁, 평소보다 세게 닫히는 서랍, 전혀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얼굴이 만들어내는 공기 말이죠.


그 한복판에서 가장 바쁘게 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부모 당사자가 아니라 아이입니다. 아이는 상황을 해석하느라 바쁩니다. 문제는 아이에게 해석할 재료가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엄마 아빠가 싸웠어요』는 부모 입장에서도 큰 울림을 안겨주는 그림책입니다. 싸움 이후의 설명 책임을 어른에게 묻는 책이거든요. 다툼은 이미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겁니다. 그러니 그다음에 어른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그림책은 부부 갈등과 그 안에서 아이가 느끼는 불안을 다룹니다. 다툼에 대해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가 다투면 아이는 "내 탓인가?", "헤어지면 어쩌지?"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이 걱정은 설명이 없어서 생깁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줄이라도 설명해 줘야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한마디가 아이의 상상 속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부분 지워줍니다.


생각해 보면 어긋난 약속은 아이에게 이중 상처가 됩니다. 안 싸운다고 했는데 또 싸우면, 아이는 싸움 자체보다 어른의 말이 믿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하지만 "싸울 수는 있어, 대신 이렇게 풀 거야"라는 말은 지킬 수 있는 약속입니다. 신뢰는 완벽함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약속에서 쌓입니다.





무엇보다 화해를 마음이 풀리면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배워서 하는 일로 다룹니다. 싸운 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가에 대해 사실 아이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조차도 화해의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요.


부부 갈등이라는 현실적이고도 민감한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완벽하게 재해석한 『엄마 아빠가 싸웠어요』. 오해는 대화로, 차이는 양보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침묵의 평화가 아니라, 관계가 다시 회복된다는 믿음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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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었습니다
김선규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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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김선규 시인의 시집 『꽃이 되었습니다』는 살아오면서 겪은 사랑과 이별, 가족과 일상, 세월의 흐름과 사회의 아픔을 시의 언어로 돌아봅니다.


삶은 언제나 기대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고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작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떠나보내며, 기억은 남아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합니다.


젊은 날의 감정부터 나이 듦에 대한 생각, 어머니를 향한 마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다섯 개의 부를 지나며 이어집니다. 그 중심에는 삶을 다 겪어 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끝내 간직하고 있을까요?





살아가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지나치게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는 시들이 펼쳐집니다. 「잡견」, 「동물임을 믿기로 했다」, 「좌우명의 자기 고백」, 「말」 등 자존심과 본능,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을 여러 방향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특히 시 「말」이 재밌습니다. "그래 너 잘났어 / 네 똥 굵다 / 오늘도 말싸움을 하다가 / 그놈 세 치 혀를 이길 수 없다며 / 씨불여대며 마지막 던진 말 / 그중에 최고는 / 잘 먹고 잘 살아라 / 참 좋은 말이다"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저주처럼 들리기도 하고, 더는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감정을 쏟아낸 뒤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의 속마음도 그 안에 담깁니다.


「말」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통해 감정의 소모를 멈추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삶의 모순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유머 감각이 와닿았습니다. 자기 객관화가 된 자학 개그이지만, 의외로 이런 태도가 가장 믿음직한 위로가 될 때가 많습니다.


시선을 넓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와 공간을 살피는 시도 가득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에는 각자의 사연뿐 아니라 시대가 남긴 흔적도 함께 쌓입니다. 시 「내가 사는 곳」에서는 익숙한 장소가 더는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담아냅니다. 바람은 불고, 산과 돌탑도 그 자리에 있지만, 그 풍경을 둘러싼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고향이나 오래 살던 동네를 다시 찾았을 때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이 있습니다. 그곳을 기억하는 나의 나이도 달라졌고, 함께 풍경을 만들던 사람들 역시 자리를 옮겼거나 더는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장소가 과거와 현재에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책의 제목이 된 『꽃이 되었습니다』에서 꽃은 도달해야 할 완벽한 상태라기보다 삶을 통과한 뒤 얻는 하나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꽃이 피는 순간에는 이미 시들고 떨어질 시간이 함께 다가옵니다. 상처와 기쁨, 후회와 사랑을 모두 겪은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견뎌 온 시간이 어떤 모양으로 남아 있는지, 그 시간 덕분에 새롭게 이해하게 된 감정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시집에서 사랑을 읽는 일은 연애의 감정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가족에게 건네는 말까지 함께 놓고 보면 사랑은 삶의 여러 관계를 이어주는 감정으로 확장됩니다. 서로 다른 세대와 관계에서 사랑의 표현은 달라질 수 있지만, 상대를 소중히 여긴다는 마음은 일상 속 행동과 기억을 통해 드러납니다.


우리는 일과 책임에 쫓기면서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을 뒤로 미루곤 합니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다음에 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시간은 관계를 위해 멈춰 있지 않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특별한 날을 기다리는 것보다 오늘 안부를 묻고, 함께 식사하고, 고마움을 전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꽃이 되었습니다』 시집을 읽으며 지나온 시간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후회되는 선택이 있다고 해서 그 시절 전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그때 나누었던 마음까지 무의미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사라진 풍경과 달라진 관계 역시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억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억은 여전히 불편하고, 어떤 이별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온 경험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은 앞으로의 삶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엇을 반복하지 않을지, 누구에게 마음을 전할지, 무엇을 소중하게 지킬지 조금 더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수사나 어려운 해석보다 생활 속 언어로 삶의 여러 단면을 마주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입말처럼 술술 읽히는 시들이 가득해 누구나 쉽게 펼쳐 들고 시인의 진솔한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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