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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확장 - 먹는 경험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 그리고 사람
최연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AI와 로봇, 초개인화 기술이 바꾸는 식문화의 미래를 사람과 관계의 관점에서 탐색하는 책 『식탁의 확장』.
SF 영화나 과학소설 속 미래의 식사는 무척 간단했습니다. 영양을 꽉 채운 알약 한 알이나 요리 로봇이 차려주는 뚝딱 식사로 배고픔을 달래는 효율적인 풍경이었습니다. 기술이 발달해 맞춤형 식단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화 주방이 현실로 다가온 오늘날, 우리의 질문은 정반대의 방향을 향합니다. 과연 기술이 식사의 모든 효율을 챙겨줄 때, 우리는 식탁에서 무엇을 채우고 싶은가로 말입니다.
쉐이크쉑, 팀홀튼, 블루보틀, 에그슬럿 등 글로벌 톱티어 F&B 브랜드의 한국 시장 착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24년 경력의 F&B 및 소비재 전문가 최연미 저자는 『식탁의 확장』에서 식사의 미래는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먹느냐가 아니라, 기술로 확보한 시간과 여유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건넵니다.

식사의 장소, 감각, 생산과 공급 방식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다각도로 파헤칩니다. 혼밥과 1인 가구가 보편화되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건넵니다.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며 음식을 나누는 '공동 식사'야말로 인류가 신뢰를 구축해 온 가장 오래된 메커니즘이자 사회적 면역력임을 강조합니다.
식사는 단순한 영양소 투입이 아니라 타인에게 내 몫을 내어주는 호혜성과 신뢰의 행위입니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물리적 공간에서 음식을 떼어 나누는 온기 있는 경험의 희소성은 더욱 올라갑니다.
AI가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와 생체 리듬을 읽어 초개인화 맞춤 식단과 대체유를 제안하는 시대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레스토랑이 고객의 데이터를 어디까지 기억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알레르기 정보는 필수가 되겠지만, 몇 년 전 누구와 왔는지까지 팝업으로 띄우는 순간 배려는 감시가 됩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딱 필요한 정보만 꺼내는 서비스가 진짜 개인화임을 짚어냅니다.

드론 배달과 자율주행 차 안에서의 다이닝, 수직 농장과 우주에서의 한 끼까지 다룹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 식사할 때, 마주 볼 때보다 감정적 방어기제가 낮아져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UC 버클리 연구를 제시하며 모빌리티 공간이 훌륭한 대화형 다이닝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포착합니다.
맛은 혀끝에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뇌가 향, 식감, 기억, 감정을 종합해 구성하는 신경미식학의 영역입니다. 저작 운동이 뇌를 깨우고, 전기자극으로 나트륨 함량을 줄이면서도 짠맛을 강하게 느끼게 돕는 미각 증강 기술(일렉트릭 솔트 스푼 등)을 소개하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미래 감각 산업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자동화 주방과 피지컬 AI가 조리의 번거로운 노동을 대신 처리해 줄수록, 역설적으로 외식과 모임은 의무에서 선택이 됩니다. 집에서도 완벽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도 굳이 나가 누군가와 식탁에 앉는다면, 그 자리는 음식이 아니라 오직 사람을 만나기 위한 목적이 되며 식탁의 가치는 더욱 강화되는 겁니다. 기술이 번거롭고 반복적인 노동을 수거해 갈 때, 인간은 마침내 대화, 교감, 환대라는 본질적 경험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식탁의 확장』은 글로벌 리테일 현장 실무자의 감각과 인문학·신경과학·미래기술에 대한 통찰이 융합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배달 앱 추천 알고리즘, 드론 배달, 3D 푸드 프린터, 원격 홀로그램 식사 등 최첨단 기술 담론을 우리가 오늘 밤 누구와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일상의 따뜻한 온도로 바꿔냅니다.
F&B 산업 종사자에게는 고객이 기꺼이 공간에 머물게 만드는 경험 설계의 힌트를 줍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매일의 한 끼가 지닌 인간적,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