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 - 영화가 묻고 과학이 답하다
설재웅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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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크린을 채우는 화려한 영상미와 기발한 상상력은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거미에게 물려 하루아침에 벽을 타는 슈퍼히어로가 되고, 수천만 년 전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공룡을 부활시키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영화니까 가능하지"라며 가볍게 넘기곤 하지만 이 엉뚱하고 황당해 보이는 판타지의 경계선 너머, 실제 현대 과학의 흐름이 숨쉬고 있다면 어떨까요?


저자 설재웅 교수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전학 강의를 진행하던 중, 학생들이 영화 속 한 장면에 몰입할 때 복잡한 개념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생생한 수업의 기록을 모아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을 내놓았습니다.


친숙한 40편의 영화를 징검다리 삼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약물유전체학, 고유전학 등 최첨단 생명과학을 이야기합니다. 스크린 속 허구와 현실 과학의 경계를 파헤쳐 봅니다.


저자는 영화를 과학적 오류를 비판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허구가 던지는 상상력을 통해 현실의 과학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영화는 질문을 만드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과학은 그 질문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DNA를 암호문으로 비유한 설명은 인상적입니다. 유전학이 생물학만의 영역이 아니라 컴퓨터 과학, 통계학, 인공지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AI가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 시대에 유전학 역시 데이터 과학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흥미롭게 다가올 겁니다.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은 수행평가와 세특, 탐구보고서에 도움되는 책입니다. 각 장 끝에 있는 팩트 체크, 핵심 용어, 생기부 맞춤 탐구 노트가 알찹니다. 영화 속 과학적 오류를 찾아보거나, 유전자 편집 기술의 장단점을 토론하거나, AI와 유전체 분석의 관계를 탐구하는 활동이 소개됩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발표를 준비할 때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습니다. 영화 속 설정을 그대로 믿지도 않고, 무조건 틀렸다고 비웃지도 않습니다. 증거를 찾고, 데이터를 확인하고, 과학과 윤리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 줍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 책은 과학을 바라보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합니다. "왜 그럴까?", "정말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붙잡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익숙한 장면을 통해 과학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고, 의·생명 계열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교과 개념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화를 활용한 구성은 익숙한 콘텐츠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스파이더맨>을 보면 유전자 돌연변이를 떠올리게 되고, <쥬라기 공원>을 보면 DNA의 안정성과 고대 DNA 연구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를 SF라는 장르에 푹 빠지게 만든 <가타카>를 다시 본다면 인간의 선택과 윤리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겁니다. 한 권의 책이 영화를 보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습니다.


내 몸속 DNA에서 시작해 맞춤 의료와 인공지능, 생명윤리, 진화론, 인류의 역사까지 이어집니다. 유전자는 생물 시간에만 배우는 내용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상상이 궁금했다면, 이제 과학이 그 장면의 진실을 들려드립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예지자들은 살인이 일어나기도 전에 범인의 이름이 적힌 공을 굴려 내려보냅니다. 이미 예견되어 있다는 시스템의 선고 앞에서 존 앤더슨은 도망치지만 소용없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은 이 장면을 유전자 검사 결과지 앞에 선 우리의 모습과 포갭니다. 유전자가 암이나 치매라는 브라운볼을 띄우는 순간, 우리는 이미 정해진 미래로 걸어가는 수형자가 되는 걸까요.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고칠 수 있다면, 누구의 어떤 형질을 고쳐야 할까요.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귀도는 아들 조슈아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수용소의 현실을 하나의 거대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위장합니다. 아들에게 공포를 숨기고 정서적 안정을 주려 했던 아비의 눈물겨운 사투는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유전학이 가족력을 대하는 태도와 기묘하게 겹쳐집니다.


부모와 자녀는 평균적으로 유전체의 50%를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귀도가 처절하게 숨겼던 수용소의 비극처럼, 우리 몸속에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대물림되는 특정 질병에 취약한 유전 정보가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귀도가 아들을 지켜냈듯, 가족력의 본질 역시 절망적인 대물림을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에서 유전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80%는 생활습관과 환경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짠 음식 줄여라, 운동하라는 잔소리야말로 유전자가 제시하는 위험도에 저항하여 자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인 셈입니다. 영화 속 귀도가 가혹한 운명 앞에서 유쾌한 상상력으로 아들을 구원해 낸 것처럼, 현대인들은 유전체 분석과 가족력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예방의 우산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영화니깐 당연하게 넘겨버렸던 설정들이 과학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경험은 꽤 신선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재미있는 영화를 한 편 더 본 기분과 함께, 그 속에 숨어 있던 과학적 질문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청소년을 위한 유전자 수업』은 과학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들고, 영화가 과학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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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박소영 감수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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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른을 보면 인사하기,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양보하기, 감사하다고 말하기.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외로 자주 빠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그마 가이슬러의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자기결정권을 배우는 첫 번째 수업이 되어줄 그림책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도록 이끕니다. 읽는 동안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싫다고 말하기를 공격적인 행동으로 오해하나요? 하지만 거절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표현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주인공 클라라는 가족과 친구를 좋아합니다. 포옹도 좋아하고 손을 잡는 것도 좋아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좋아서 하는 접촉과 참으면서 하는 접촉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좋은 관계는 접촉의 횟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존중할 때 만들어집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언제든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허락이 필요 없는 것도 아닙니다. 친구라고 해서 장난이 모두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동의라는 개념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려 줍니다. 그저 "결정하는 사람은 너야."라고 말합니다.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부모에게는 책임감을 동시에 전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너무 쉽게 신체 접촉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안아 달라고 했던 일. 친척들에게 인사하라며 손을 잡게 했던 일... 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 싫어도 참아야 하는구나를 먼저 배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안아도 될까?", "손잡아도 괜찮을까?" 허락을 구하는 이 짧은 질문은 아이에게 자신의 의사가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훗날 친구 관계, 학교생활, 사회생활까지 이어지는 건강한 경계 감각의 출발점이 됩니다.





아이가 거절을 자주 하면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되나요?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관계 속에서 더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이 책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거절할 줄 아는 아이는 상대방의 거절도 존중하게 됩니다. 억지로 안기지 않는 아이는 친구를 억지로 안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경계를 아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거절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존중을 배우는 책입니다.


진짜 보호는 아이 대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자신을 믿는 아이입니다. 아이에게는 자기결정권의 첫걸음을, 부모에게는 사랑의 방식도 존중 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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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
길군(길상훈) 지음 / 밥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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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 하지 않는지요? "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힘들다." 흥미로운 점은 직급이 달라져도 이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신입사원은 상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자는 구성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모두가 자신이 가장 억울하다고 느끼며 하루를 버팁니다.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조직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특정한 빌런 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조일 수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저자 길군은 공공기관에서 문화체육시설을 운영하며 조직과 인사관리의 현실을 경험했고, 이후 자영업을 운영하며 영업과 고객의 본질을 몸소 배웠습니다. 이 책은 현장을 거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현실감과 유머가 함께 살아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영원한 골칫거리인 오피스 빌런들의 정체를 살펴봅니다. 책 속에는 독특한 명칭들이 등장하는데, 멍청하고 게으른 '식충이', 멍청하고 부지런해서 조직을 파멸로 이끄는 '불사조', 그리고 똑똑하고 부지런하지만 자기 이익만 챙기는 '거북이'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이름을 듣는 순간 "아, 우리 팀 김 과장 얘기네!", "이거 완벽히 내 사수잖아?" 할 법한 인간 군상들입니다. 저자는 이들이 조직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방식을 풍자하면서도 가볍게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왜 조직 안에서 그런 뒤틀린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지, 그 심리적 배경과 처지를 바라봅니다.


저자는 실무자들이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원적인 갈증을 짚어냅니다. 실무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왜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이 프로젝트에 쏟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혹은 상사가 그 '왜'라는 본질적인 동기부여에 답해주지 못할 때, 성실했던 실무자는 서서히 마음을 닫고 일 안 하는 담당자나 식충이 같은 빌런의 가면을 쓰게 되는 겁니다. 결국 빌런의 탄생은 의미를 잃어버린 조직 환경이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시선은 실무자에서 관리자의 처지로 이동합니다. 관리자는 내 손발을 거치지 않고 다른 실무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마주했던 사례들을 아낌없이 풀어놓습니다. 공익근무요원, 문화센터 강사, 안내데스크 직원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직종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직의 역학 관계를 풀어냅니다.


특히 인턴 A와 센터장 C의 팽팽한 법정 공방 같은 반론이 재밌습니다. 실무자 인턴 A의 눈에 새로 온 센터장 C는 사사건건 숨통을 조여오는 무자비한 빌런이었습니다. 일하기 편하게 다 알아서 해주던 전임자 B 센터장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바로 뒤이어 나오는 센터장 C의 반론을 읽는 순간 묘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두 관점의 충돌은 직장에서 매일 벌어지는 갈등의 본질을 관통합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좋은 상사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지만, 조직 전체의 건강함과 실무자 개인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진짜 관리자의 관점에서는 일을 자발적으로 찾아서 하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전임 B 센터장은 당장은 좋은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실무자를 방치함으로써 그의 성장을 가로막은 셈이고, C 센터장은 악역을 자처하며 조직의 시스템을 바로잡으려 한 겁니다. 저자는 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 같은 두 입장을 통해, 우리가 함부로 누군가를 빌런이라 욕하기 전에 그 자리가 가진 무게와 역할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로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라는 말을 내놓습니다. 진정한 권위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이 아래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강제적인 힘이라면, 권위는 조직원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 그 사람의 뜻을 따르게 만드는 정서적이고 도덕적인 영향력입니다.


진정한 권위를 획득한 상사는 아랫사람을 쥐어짜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기서부터는 내 책임이다"라며 가장 먼저 방패를 들고 나섭니다. 실무자들이 상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순간은, 바로 상사가 자신의 권위를 바탕으로 실무자의 영역을 지켜주고 그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목격했을 때입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런 자발적 움직임을 유도하는 궁극의 정체인 '히어로 스톤'을 찾아 나섭니다. 이 히어로 스톤은 사람을 억지로 쥐어짜고 통제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관리자와 실무자라는 이분법적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가 일터에서 왜 함께 숨 쉬고 고군분투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만드는 마음의 힘입니다. 저자는 이 정답을 책 곳곳에 숨겨두고 독자가 스스로 찾아내어 진정한 일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본문의 몰입감을 깨지 않으면서도 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촘촘한 미주 시스템입니다. 동서양의 철학과 경영학을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탄탄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승호의 『사람이 운명이다』나 롤로 메이의 『권력과 거짓 순수』 등의 텍스트를 인용하며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흔해 빠진 조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나약함과 위선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직장 내 빌런들의 횡포에 지쳐 퇴사를 고민하거나,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팀원들 때문에 뒷목을 잡는 세상 모든 직장인들을 위한 구원 투수 같은 책입니다.


회사를 움직이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일 아침 상처받고 또 위로받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유쾌하고 날카로운 문장에 통쾌하게 웃으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신기하게도 책의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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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떤 마음일까? -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심이 닿는 법
WILL 어린이 교육연구소 지음, 스미모토 나나미 그림 / 퍼스트페이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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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인사해야지”,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해”, “친구와 나누어 써야지” 같은 말들은 당연하고 올바른 훈계이지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행동을 제한하는 딱딱한 잔소리로 다가오기 쉽습니다.


아이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아직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감정적 파장을 일으키는지 연결 짓는 시선이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는 아이들의 맑은 눈높이에 맞춰 지금 저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훈련된 행동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 관찰의 힘을 길러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배려를 선택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가장 가깝고도 당연하게 여기기 쉬운 가족 관계부터 살펴봅니다. 집 밖에서는 예의를 차리면서도 집 안에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배설하거나 소홀히 대하곤 합니다. 가족이야말로 서로의 기분을 섬세하게 살펴야 하는 첫 번째 공동체인데도 말이죠.





집에 돌아왔을 때 건네는 인사가 왜 중요한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아무 말 없이 방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면 어떨까요? 인사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의 불안을 낮춰주고 안도감을 선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점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만듭니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실수에 대처하는 법도 다룹니다. 아빠가 아끼는 컵을 실수로 깨뜨린 아이의 상황이 등장합니다. 저자는 사과하는 경우와 숨기는 경우를 보여주며 실수를 감추는 감정적 비용보다, 솔직한 사과가 가져오는 관계의 회복이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학교와 놀이터로 향하면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타인이라는 세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들과 부딪히며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겪습니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는 친구의 기분을 살피고, 상처 주지 않으면서 연대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교실, 도서관, 대중교통 등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공장소에서의 배려를 다룹니다. 공공예절을 타인을 위해 내가 손해를 보거나 참아야 하는 규칙으로 묘사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연대로 풀어냅니다. 나의 작은 행동이 공간의 온도를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선물합니다.


친구 집에 초대받았을 때의 에피소드를 다룬 장면은 부모들이 무릎을 탁 칠 만한 일상적인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 친구 집에 들어가며 활기차게 인사하는 법을 보여주며, 인사를 생략했을 때 상대방 부모님이 느낄 섭섭함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는 그저 매너 좋은 아이를 길러내는 책이 아닙니다. 타인의 마음속 풍경을 먼저 상상해 보고, 그 상상이 다정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감정의 징검다리 같은 책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이들은 배려를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의무나 양보라는 이름의 손해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심이 닿는 가장 예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기억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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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여성의 역사
최현미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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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집어 들고, 전자책을 내려받고, 북클럽에 참여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독서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권리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책은 취미가 아니라 금기였고, 교양이 아니라 저항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책이라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중심에 우뚝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금기와 장벽을 넘어야 했을까요?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서 문학과 출판의 최전선을 30여 년간 지켜보며 북 리뷰 팀장을 역임한 저널리스트 최현미 작가는 『읽는 여성의 역사』에서 여성 독자들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여성사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독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확장합니다. 읽는 사람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문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최현미 작가는 여성의 읽기 역사가 두 개의 커다란 물줄기가 교차해온 역사라고 규정합니다. 여성의 독서를 금기시하고 위험시해왔던 막아서는 역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넓은 세계로 주체적으로 발을 디딘 나아가는 역사입니다.


인류 최초의 저작권자인 메소포타미아의 여사제 엔헤두안나부터, 배움을 위해 남장을 하고 대학교에 들어가 "학문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친 폴란드 영주의 딸 나보이카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은밀하고도 치열하게 자신만의 텍스트를 탐닉하며 권리를 쟁취해 나갔습니다.





여성의 독서는 처음부터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세 귀족 여성들조차 대부분 아버지가 읽어주는 걸 듣는 구술 독서에 머물렀습니다. 이 흐름을 바꾼 건 뜻밖에도 결혼 예물이었던 시간 기도서였습니다. 신앙이라는 안전한 명분 뒤에서 여성들은 처음으로 '내 속도로 읽는' 권리를 얻은 겁니다.


우리는 혼자 읽는 일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만, 역사 속 여성들에게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은 자기 생각을 갖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정해준 해석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따라 문장을 읽는 경험은 결국 자아를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공간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그보다 앞서 '자기만의 독서 시간'이 먼저 탄생했음을 보여줍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일이 사회를 흔드는 시작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상상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독서를 통제하려 했습니다. 읽는 사람은 질문하기 시작하고, 질문은 결국 기존 질서를 흔들기 때문입니다. 마녀사냥도, 여성 교육 금지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독서를 막으려 했던 이유는 책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이 달라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통쾌한 대목은 1868년 뉴욕. 찰스 디킨스 초청 만찬에서 여기자들은 신사들 눈에 띄지 않도록 커튼 뒤에 앉아야 한다는 조건을 받았습니다. 이 굴욕에 맞서 제인 커닝엄 크롤리는 여성 전용 모임 소로시스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북클럽, 독서 모임, 북토크의 원형이 실은 배제에 대한 분노에서 태어났다는 계보를 알게 됩니다.


『읽는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낯설고 생생한 장면은 조선 후기 세책점 풍경입니다. 정약용이 부녀자들의 소설 열풍을 두고 다 모아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시절, 여성들은 살림살이를 담보로 잡아 책을 빌렸습니다. 담보물은 은비녀, 은장도, 은수저, 귀고리, 족두리, 담요, 접시는 물론 심지어는 요강, 귀이개, 타구까지 무엇이든 가능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은 성별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생전에는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불후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죽은 뒤에라도 글이 장독이나 덮는 종이가 된다면 비감한 일일 것이라고 했던 그녀의 글은 다행히 장독대 덮개로 사라지지 않고, 사후에 문집 《윤지당유고》로 엮여 다음 세대 여성 지식인들에게 위대한 사상적 계보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수녀원, 시도서, 세책점, 살롱, 북클럽까지 저자는 여성이 읽기 위해 발명해낸 온갖 우회로를 추적하며, 막아서는 역사와 나아가는 역사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여성 독서사는 몰래 읽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막히면 새 경로를 뚫는 실행력의 역사입니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여성 주인공의 등장 그리고 여성 독자의 확장은 오늘날 출판 시장과도 그대로 연결됩니다. 제인 오스틴이 초기에 'a lady(어느 숙녀)'라는 익명 뒤에 숨어 집필활동을 해야 했던 시대를 지나 점차 여성 작가, 여성 주인공, 여성 독자가 상호 긴밀하게 공명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0세기 폭력적인 외설 시비에 휘말렸던 제임스 조이스의 걸작 《율리시스》를 세상에 당당히 내놓은 주역 역시 실비아 비치, 마거릿 앤더슨, 해리엇 쇼 위버 같은 담대한 여성 출판인들이었습니다.


유튜브, 숏폼 콘텐츠,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긴 글을 깊이 있게 읽어내는 인지적 인내심이 붕괴되어 가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인 독서율이 낮은 현실 속에서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다시금 여성 독자들의 힘에 강렬한 희망을 겁니다.


이미 한국의 여성 독서율은 남성을 앞지른 지 오래이며,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를 발굴하고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의 저력을 알리는 가장 든든한 아틀라스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읽는 여성의 역사』는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억압과 장벽 속에서도 끈질기게 활자를 탐해온 세상 모든 불온하고 아름다운 독자들에게 바치는 경의입니다. 왜 우리가 여전히 깊이 읽기를 지속해야 하는지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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