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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
길군(길상훈) 지음 / 밥북 / 2026년 7월
평점 :

*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 하지 않는지요? "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힘들다." 흥미로운 점은 직급이 달라져도 이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신입사원은 상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자는 구성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모두가 자신이 가장 억울하다고 느끼며 하루를 버팁니다.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조직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특정한 빌런 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조일 수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저자 길군은 공공기관에서 문화체육시설을 운영하며 조직과 인사관리의 현실을 경험했고, 이후 자영업을 운영하며 영업과 고객의 본질을 몸소 배웠습니다. 이 책은 현장을 거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현실감과 유머가 함께 살아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영원한 골칫거리인 오피스 빌런들의 정체를 살펴봅니다. 책 속에는 독특한 명칭들이 등장하는데, 멍청하고 게으른 '식충이', 멍청하고 부지런해서 조직을 파멸로 이끄는 '불사조', 그리고 똑똑하고 부지런하지만 자기 이익만 챙기는 '거북이'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이름을 듣는 순간 "아, 우리 팀 김 과장 얘기네!", "이거 완벽히 내 사수잖아?" 할 법한 인간 군상들입니다. 저자는 이들이 조직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방식을 풍자하면서도 가볍게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왜 조직 안에서 그런 뒤틀린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지, 그 심리적 배경과 처지를 바라봅니다.
저자는 실무자들이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원적인 갈증을 짚어냅니다. 실무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왜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이 프로젝트에 쏟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혹은 상사가 그 '왜'라는 본질적인 동기부여에 답해주지 못할 때, 성실했던 실무자는 서서히 마음을 닫고 일 안 하는 담당자나 식충이 같은 빌런의 가면을 쓰게 되는 겁니다. 결국 빌런의 탄생은 의미를 잃어버린 조직 환경이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시선은 실무자에서 관리자의 처지로 이동합니다. 관리자는 내 손발을 거치지 않고 다른 실무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마주했던 사례들을 아낌없이 풀어놓습니다. 공익근무요원, 문화센터 강사, 안내데스크 직원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직종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직의 역학 관계를 풀어냅니다.
특히 인턴 A와 센터장 C의 팽팽한 법정 공방 같은 반론이 재밌습니다. 실무자 인턴 A의 눈에 새로 온 센터장 C는 사사건건 숨통을 조여오는 무자비한 빌런이었습니다. 일하기 편하게 다 알아서 해주던 전임자 B 센터장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바로 뒤이어 나오는 센터장 C의 반론을 읽는 순간 묘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두 관점의 충돌은 직장에서 매일 벌어지는 갈등의 본질을 관통합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좋은 상사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지만, 조직 전체의 건강함과 실무자 개인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진짜 관리자의 관점에서는 일을 자발적으로 찾아서 하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전임 B 센터장은 당장은 좋은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실무자를 방치함으로써 그의 성장을 가로막은 셈이고, C 센터장은 악역을 자처하며 조직의 시스템을 바로잡으려 한 겁니다. 저자는 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 같은 두 입장을 통해, 우리가 함부로 누군가를 빌런이라 욕하기 전에 그 자리가 가진 무게와 역할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로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라는 말을 내놓습니다. 진정한 권위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이 아래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강제적인 힘이라면, 권위는 조직원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 그 사람의 뜻을 따르게 만드는 정서적이고 도덕적인 영향력입니다.
진정한 권위를 획득한 상사는 아랫사람을 쥐어짜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기서부터는 내 책임이다"라며 가장 먼저 방패를 들고 나섭니다. 실무자들이 상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순간은, 바로 상사가 자신의 권위를 바탕으로 실무자의 영역을 지켜주고 그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목격했을 때입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런 자발적 움직임을 유도하는 궁극의 정체인 '히어로 스톤'을 찾아 나섭니다. 이 히어로 스톤은 사람을 억지로 쥐어짜고 통제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관리자와 실무자라는 이분법적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가 일터에서 왜 함께 숨 쉬고 고군분투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만드는 마음의 힘입니다. 저자는 이 정답을 책 곳곳에 숨겨두고 독자가 스스로 찾아내어 진정한 일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본문의 몰입감을 깨지 않으면서도 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촘촘한 미주 시스템입니다. 동서양의 철학과 경영학을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탄탄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승호의 『사람이 운명이다』나 롤로 메이의 『권력과 거짓 순수』 등의 텍스트를 인용하며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흔해 빠진 조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나약함과 위선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직장 내 빌런들의 횡포에 지쳐 퇴사를 고민하거나,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팀원들 때문에 뒷목을 잡는 세상 모든 직장인들을 위한 구원 투수 같은 책입니다.
회사를 움직이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일 아침 상처받고 또 위로받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유쾌하고 날카로운 문장에 통쾌하게 웃으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신기하게도 책의 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