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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박소영 감수 / 윌마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른을 보면 인사하기,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양보하기, 감사하다고 말하기.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외로 자주 빠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그마 가이슬러의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자기결정권을 배우는 첫 번째 수업이 되어줄 그림책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도록 이끕니다. 읽는 동안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싫다고 말하기를 공격적인 행동으로 오해하나요? 하지만 거절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표현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주인공 클라라는 가족과 친구를 좋아합니다. 포옹도 좋아하고 손을 잡는 것도 좋아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좋아서 하는 접촉과 참으면서 하는 접촉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좋은 관계는 접촉의 횟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존중할 때 만들어집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언제든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허락이 필요 없는 것도 아닙니다. 친구라고 해서 장난이 모두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동의라는 개념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려 줍니다. 그저 "결정하는 사람은 너야."라고 말합니다.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부모에게는 책임감을 동시에 전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너무 쉽게 신체 접촉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로 안아 달라고 했던 일. 친척들에게 인사하라며 손을 잡게 했던 일... 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 싫어도 참아야 하는구나를 먼저 배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안아도 될까?", "손잡아도 괜찮을까?" 허락을 구하는 이 짧은 질문은 아이에게 자신의 의사가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훗날 친구 관계, 학교생활, 사회생활까지 이어지는 건강한 경계 감각의 출발점이 됩니다.

아이가 거절을 자주 하면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되나요?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관계 속에서 더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이 책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거절할 줄 아는 아이는 상대방의 거절도 존중하게 됩니다. 억지로 안기지 않는 아이는 친구를 억지로 안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경계를 아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는 거절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존중을 배우는 책입니다.
진짜 보호는 아이 대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자신을 믿는 아이입니다. 아이에게는 자기결정권의 첫걸음을, 부모에게는 사랑의 방식도 존중 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