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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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지난 250년간 단 한 번도 식은 적이 없는 뜨거운 심장 같은 고전,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과몰입의 원조 격인 작품입니다. 출간 당시 유럽 전역의 청년들이 베르테르처럼 푸른 코트와 노란 조끼를 입고 다녔고, 심지어 그의 슬픔에 동조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속출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늘날의 팬덤이나 신드롬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만큼, 이 소설은 강렬했던 감정의 폭동이었습니다. 세련된 펜드로잉 일러스트와 함께 베르테르라는 청년의 불꽃 같은 내면으로 들어가봅니다.


이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쓴 괴테는 1749년 프랑크푸르트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이자 엄친아였습니다. 2,000권이 넘는 법률 서적이 꽂힌 아버지의 서재에서 자란 그는 라틴어, 그리스어, 불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했고, 피아노와 첼로, 승마까지 섭렵한 만능 엔터테이너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부친이 원하는 안정적인 법조인의 삶과 스스로 갈망하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영혼이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정작 마음은 문학 강의에 가 있었고, 슈트라스부르크에서 고트프리트 헤르더를 만나며 독일의 민족적 정신과 셰익스피어의 역동성에 눈을 뜨게 됩니다.


괴테가 25세의 나이에 이 소설을 쓴 배경에는 실제 가슴 아픈 짝사랑이 있었습니다. 이미 약혼자가 있던 샤를로테 부프를 열렬히 사랑하게 됩니다. 괴테는 비극적인 짝사랑을 뒤로하고 떠났지만, 소설의 결말 모티프는 지인의 사건에서 가져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리프레시 출판사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충해 줍니다. 세밀한 선들이 겹쳐 만들어낸 명암은 베르테르의 복잡미묘한 심리적 동요를 잘 드러냅니다. 글자로만 읽던 그의 고뇌가 그림을 통해 눈앞에 숨결처럼 살아 움직이는 경험입니다.


소설은 편지체(서간체)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편지는 검열되지 않은 마음의 기록이며, 동시에 상대를 상정한 독백입니다. 베르테르는 끊임없이 친구 빌헬름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러나 그 편지들은 점점 우리를 향한 고백으로 바뀝니다. 편지는 감정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업로드하고, 그 반응을 스스로에게서 확인하는 사람입니다. SNS 시대의 감정 과잉과도 닮아 있습니다. 베르테르가 샤롯테(롯테)를 처음 만난 순간, 그의 세계는 완전히 재편됩니다. "그녀는 내 모든 감각을 사로잡았다."라며 명료한 언어로 정의될 수 없는 초월적 존재로 그려냅니다.


성격 속에 깃든 한없는 다정함과 단단함의 조화에 매료됩니다.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온 감각을 투사하여 상대를 신성시합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흔히 겪는 이 필터링 현상은 베르테르에게 있어 삶의 유일한 활력이자 동시에 비극의 씨앗이 됩니다.


베르테르의 자존감은 타인의 인정이 아닌, 오직 롯테의 시선에 의해 결정됩니다. 롯테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짓거나 공감을 표시할 때, 그는 스스로를 인간 이상의 존재로 격상시킵니다. 이런 베르테르의 감정이 얼마나 위험한 수위에 도달했는지를 묘사하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한 인간을 우주적 존재로 고양시키는 과정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추락의 공포를 내포하고 있기에 읽는 우리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집니다.


롯테에게는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알베르트는 성실하고 이성적이며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인물로 베르테르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베르테르는 알베르트를 존중하려 애쓰지만, 롯테가 그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직면했을 때 그의 영혼은 갈가리 찢깁니다.


"나는 롯테의 마음속에서, 네 자리에 해가 되지 않는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반드시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라는 장면이 있습니다. 베르테르가 말하는 '두 번째 자리'는 얼마나 서글픈 타협인가요? 자신이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결코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잊힌다는 것이 곧 지옥이라는 그의 외침은 존재의 근거를 오직 타인의 사랑에 두었던 한 인간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절망을 보여줍니다. 괴테는 여기서 사랑의 숭고함 뒤에 숨은 파괴적 속성을 세밀하게 파헤칩니다.


결국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비극이 아닌,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최후의 의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는 사랑에 대한 애틋한 작별 인사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이토록 투명하게 직면했던 한 청년의 기록은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살아간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에 관한 기록입니다. 괴테는 베르테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이성이 감정의 폭풍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그러나 그 감정의 폭주가 얼마나 인간을 위대하고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제가 롯테였다면 베르테르의 사랑을 너무 늦게 도착한, 혹은 너무 뜨거워서 잡을 수 없는 불꽃으로 정의했을 것 같습니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롯테의 내면을 밝혀주었지만, 동시에 롯테가 쌓아올린 삶의 질서를 태워버리려 했으니까요. 베르테르는 우리 안의 과잉된 진심을 대변합니다. 감정을 이해하는 동시에, 감정을 관리하는 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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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명카피 핸드북 - LONG LIVE THE LAZY 게으른 자여, 영원하라
김은수 지음, 김민경.라이언 박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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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문장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단어 한 줄이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카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200개의 문장을 큐레이션한 아주 특별한 책 『영어 명카피 핸드북』을 소개합니다. 한손에 들어오는 컴팩트한 사이즈의 책이어서 실용적입니다. QR로 책 속 카피의 광고 이미지나 영상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넘어 당시의 영상미, 배경음악, 모델의 표정까지 실시간으로 소환합니다.


김은수 저자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며 미묘한 결을 읽어낼 줄 아는 탁월한 문화 통역사입니다. 제일기획과 아모레퍼시픽 등 글로벌 브랜드의 최전선에서 삼성 등 거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서이자 브랜드 전략서로 기능합니다. LA에서 로컬라이제이션 전문가로 활동하며 수집한 200개의 카피는 미국인들의 욕망과 철학, 그리고 시대정신이 응축된 결정체입니다.





미국 광고의 핵심 키워드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문장들로 시작합니다. 미국 광고에서 가능성은 추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움직임과 행동으로 증명되는 가치입니다.


WHEN WE ARE FREE TO MOVE, ANYTHING IS POSSIBLE.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 때 불가능은 없어요) 토요타의 카피는 움직임이라는 물리적 속성을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철학적 가치로 전이시킵니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로렌 울스텐크로프트의 서사를 빌려와 제품이 아닌 태도를 파는 미국 광고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미국에서 도전과 희망을 말할 때 자주 쓰이는 Anything is possible.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짚어줍니다.


LG의 2024년 광고 카피는 WE DON'T MAKE, LIFE GOOD. YOU DO. 미국 광고에서 자주 쓰이는 Empowerment 카피의 전형입니다. 삶을 멋지게 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당신입니다라며 사람 중심 브랜드 철학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AI, 가전, 플랫폼, 자동화 기술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LG는 삶을 대신 설계하는 회사가 아니라 당신의 삶을 돕는 조력자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세정제 브랜드 클로락스의 사례는 일상적인 언어가 어떻게 거창한 혁신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지 보여줍니다. CLEAN IS THE BEGINNING. WHAT COMES NEXT IS EVERYTHING. (먼저 청소하세요. 멋진 일이 찾아온다니까요.)라는 문장을 만나보세요. 청소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정의하는 순간, 지루한 가사 노동은 설레는 내일을 준비하는 신성한 의식이 됩니다. This is just the beginning이라는 관용구에 What comes next를 결합한 문장 구조를 분석하며, 언어가 어떻게 소비자의 기대를 설계하는지 가이드합니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LONG LIVE THE LAZY. (게으른 자여, 영원하라)가 돋보입니다. 과연 어떤 브랜드의 카피일지 짐작되시나요? LA-Z-BOY의 이 명카피는 위트 넘치는 언어의 유희를 포착합니다. 영국 왕실의 Long live the King을 패러디하여, 리클라이너에 파묻혀 게으름을 부리는 현대인을 왕의 반열에 올립니다. 게으름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게으른 자들이라는 연대 의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미국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가 내놓은 카피 STAND UP. STAND OUT. (당당하게 일어서, 돋보이도록.) 강렬합니다. 문맥상 불의에 맞서 일어서다라는 저항과 용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여기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로드니 킹 폭행 사건 가해 경찰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1992년 LA 폭동. 타임워너는 혼란에 빠진 사회에 함께 연대하여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이 짧은 두 문장에 압축해 전달했습니다. 너의 존재와 목소리를 세상에 드러내라는 Stand out 표현을 배워봅니다.


DON’T THROW ANYTHING AWAY. THERE IS NO AWAY. (버린다는 건 없습니다. 어딘가에 남을 뿐이죠.) 문장은 에너지 기업 쉘(Shell)이 언어적 반전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줍니다. 쉘이 이산화탄소를 온실 꽃 재배에 재활용하는 사실을 알리는, 사회적 책임을 지키려는 기업의 광고입니다.





미국 카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비장미보다는 위트와 여유에 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미국인들이 삶의 비극조차 어떻게 유머러스한 카피로 승화시키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지 설명합니다.


왜 이 문장이 당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는지, 왜 이 단어 선택이 당시의 정치적 올바름과 맞닿아 있는지를 인문학적으로 추적합니다. 전작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이 일본 광고 특유의 함축과 절제의 미학을 다뤘다면, 이번 『영어어 명카피 핸드북』은 직관적이고 도발적이며, 때로는 가슴 벅찬 응원을 보내는 미국적 에너지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위해 펼쳤다가 인생의 문장을 만나게 되고,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으려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되는 매력을 지닌 명카피 핸드북입니다. 저자가 큐레이팅한 200개의 문장은 거친 자본주의의 정글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의 지혜들입니다. 교과서적인 문법에서 벗어나, 실제 미국 사회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 임팩트 있는 짧은 문장들을 통해 언어 감각을 끌어올리고 싶은 분들께 최고의 교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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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
정문정 지음, 피도크 그림, 천근아 감수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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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표지를 넘기기도 전에 이미 치유를 시작하곤 합니다. 정문정 작가의 그림책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가 그렇습니다. 제목을 읊조려 보세요. 마치 헝클어진 마음을 단번에 정돈해 주는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오늘 다 망했어"라는 절망을 내일의 근육으로 바꾸는 마법, 회복탄력성을 다룬 그림책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 베스트셀러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을 알려주었던 정문정 작가가 이번에는 아이들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나를 지키는 법의 기초 공사가 사실은 어린 시절의 감정 갈무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여기에 100만 구독자의 사랑을 받는 피도크 작가의 귀여운 그림과 국내 최고의 소아정신과 권위자 천근아 교수의 감수가 더해졌습니다.





주인공 아이는 시련을 겪습니다. 놀이터에서 넘어져 아끼는 옷이 더러워지고, 친구와 장난감 때문에 다투며, 한글 퀴즈에서 아는 문제를 틀리고 맙니다. 작은 실패에도 세상이 무너진 듯 좌절하는 유리 멘탈의 아이를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 부모라면 이 책이 반가울 겁니다.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는 사소해 보이는 아이의 절망을 "별것도 아닌데 왜 울어?"라며 폄하하지 않습니다. 


천근아 교수는 부정성 편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신호보다 부정적인 신호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정서 조절 능력이 발달 중인 아이들에게는 단 하나의 불쾌한 사건이 하루 전체의 색깔을 검게 물들이는 지각의 오류를 일으키기 쉽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는 시계 요정의 마법과 함께 시작됩니다. 아이가 "당연하잖아. 오늘 나쁜 일이 계속 있었으니까!"라며 울먹일 때, 시계 요정은 지나온 시간을 되감기 합니다. 작가는 아이가 겪은 불행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행 뒤에 숨어 있던 다정함의 조각들을 조명합니다. 아이는 시계 요정의 안내를 따라 자신의 하루를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 고정된 파일이 아닙니다. 어떤 관점으로 다시 보느냐에 따라 그 서사가 완전히 달라지는 유동적인 에너지입니다. 작가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하루를 편집할 수 있는 권력이 있음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천근아 교수가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 핵심 이유는 바로 회복탄력성에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고난 없는 삶을 보장받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폭풍우 속에서도 다시 줄기를 세우는 단단한 마음 근육입니다. 사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쉽게 부정성 편향의 늪에 빠지곤 합니다. '나쁜 일'은 하루라는 거대한 풍경 속에 찍힌 작은 점일 뿐, 풍경 전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는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나는 힘은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라, 기억을 재구성하는 사고 방식에서 나옵니다.  '나쁜 일'이라는 점들을 연결해 '나쁜 날'이라는 선을 만들던 아이들에게, 그 점들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찬란한 보석 같은 순간들을 찾아내라고 속삭이는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 내일 또 어떤 나쁜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그것이 결코 나의 하루를 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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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알아야 할 고령자 응급대처법 - 뇌졸중, 심혈관 질환부터 낙상, 감염까지
김준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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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준성 교수가 전하는 『온 가족이 함께 알아야 할 고령자 응급대처법』. 응급실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가족의 언어로 재구성한 생활 밀착형 지침서입니다. 불가피한 순간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룹니다. 건강서이자 위기관리 매뉴얼이며 동시에 가족의 판단력을 키우는 교육서입니다.


부모님의 말과 행동을 보며 나이가 있으셔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기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생각이 위험한 착각임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자연스러운 노화라고 치부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의 신호탄이었음을 경고합니다. 고령자 응급상황의 30%가 초기에 나이 탓으로 여겨지면서 진단이 지연된다는 통계는 우리의 무지와 방심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김준성 교수는 고령자의 응급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젊은 사람이 심근경색을 겪으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전형적 증상입니다. 하지만 고령자는 다릅니다. 가슴 통증 대신 그냥 "기운이 없다"라고 말하거나 "소화가 안 된다"라고 표현합니다. 뇌졸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사람은 갑작스러운 편측 마비나 언어 장애로 극적으로 나타나지만, 고령자는 "오늘 유난히 어지럽네" 정도로 애매하게 시작됩니다. 이 '비전형성'이 고령자 응급의료의 가장 큰 함정입니다.


뇌졸중, 심근경색, 낙상, 발열, 복통,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 주요 응급상황별로 챕터를 나누어 각각의 대응법을 상세히 다룹니다. 페이지 상단에 증상별 태그를 달아서 궁금한 부분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68세 박 할머니와 70세 최 할아버지, 둘 다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에 힘이 없어지는 똑같은 증상을 보였습니다. 차이는 오직 하나, 보호자의 대응 속도였습니다. 박 할머니의 가족은 즉시 119에 신고했고, 55분 만에 혈전용해제를 투여받아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반면 최 할아버지의 가족은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라며 2시간을 집에서 기다렸고, 그 결과 평생 반신마비와 언어 장애를 안고 살게 됐습니다. 단 2시간의 차이가 두 인생을 완전히 갈라놓은 것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알아야 할 고령자 응급대처법』의 실용적인 부분은 응급상황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가(시기), 평소와 얼마나 다른가(정도), 변화가 갑작스러운가 서서히 진행되었는가(양상), 기존에 수행하던 일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가(기능).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질문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평소와 다른가?


고령자는 대부분 2~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보유합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기본 세트처럼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증상이 생겨도 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 때문인지, 새로운 문제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저혈당으로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던 당뇨병 환자가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평소처럼 넘겨버리는 상황이 실제로 빈번히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보호자의 직관이 중요합니다. 바로 어제까지 혼자 하시던 일을 오늘 갑자기 어려워하신다면, 평소 걸음걸이와 오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다르다면, 말투나 반응 속도가 달라졌다면 응급상황을 의심해야 합니다. 가족이기에 알 수 있는 평소와의 차이가 가장 정확한 조기 경보 시스템입니다.


응급상황을 인지했다면 다음은 행동입니다. 이 정도로 응급실에 가도 될까? 이 한 순간의 망설임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자는 판단 도구를 소개합니다. 뇌졸중 의심 시 사용하는 F.A.S.T 검사가 대표적입니다. 낙상 챕터에서는 고관절 골절의 치명성을 경고합니다. 통계적으로 고관절 골절을 당한 고령자의 1년 내 사망률은 20~30%에 달할 정도로 사망률이 높다고 합니다. 뼈 하나 부러진 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령자에게 낙상은 암보다 무서운 살인자입니다.


고령기에는 기존 질병과 함께 살면서도 최대한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완벽한 건강이 아닌 관리 가능한 건강, 질병이 없는 삶이 아닌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 이것이 고령자 건강관리의 현실적 목표라는 저자의 말이 현실적입니다. 저자는 환자만이 아니라 보호자의 건강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고령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자신의 건강을 뒤로 미룹니다. 하지만 돌보는 사람이 쓰러지면 돌봄 자체가 무너집니다. 자기 돌봄이 이기심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돌봄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뇌졸중 F.A.S.T 체크리스트, 심근경색 증상 체크리스트, 낙상·의식 저하·호흡곤란·심한 출혈·화상 상황별 행동 지침, 응급실 의료진에게 전달할 복용 약물 및 기저질환 정보 기록란, 비상 연락망까지. 실전 체크리스트까지 있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복용 약물 기록란은 필수입니다. 고령자는 여러 만성질환으로 5~6가지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이 정보입니다.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지, 당뇨약은 무엇인지에 따라 응급처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위급한 순간에 약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평소에 이 부록을 작성해두는 것만으로도 골든타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 명을 돌파했고, 전체 응급센터 방문자의 15%가 고령자입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 우리 자신의 가까운 미래입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노화와 함께 오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응급상황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이 탓이라고 넘기지 않고 응급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119를 누를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을 이 책 덕분에 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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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서재 - 인류의 미래를 설계한 60권의 지적 설계도 시대를 이끈 위대한 거장이 사랑한 책들 1
휴먼라이브러리랩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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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혹은 논쟁적인 인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하지만 그의 자산 규모나 기행 대신 오늘은 그의 머릿속에 설치된 지적 운영체제를 들여다볼 겁니다. 그에게 책은 교양을 위한 장식품이 아니었습니다. 미래를 발명하기 위한 무기였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서재』는 인류의 다음 100년을 설계한 지적 설계도를 분석합니다.


이 책을 쓴 휴먼라이브러리랩은 법률가, 투자자, 기획자, 교육자 등 서로 다른 렌즈를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거장의 성공 본질을 연구하는 집단입니다. '시대를 이끈 위대한 거장이 사랑한 책들' 시리즈의 첫 책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서재』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읽은 책이 어떻게 로켓의 엔진이 되고, 자율주행의 알고리즘으로 변환되었는지 그 공학적 프로세스를 추적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상상력을 두고 사람들은 망상이라 부르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망상이 철저히 계산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면요? 일론 머스크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광이었습니다. 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질문'입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통해 정답보다 중요한 것이 올바른 질문임을 깨달았습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표지에는 크고 붉은 글씨로 ‘당황하지 마(Don’t Panic).’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훗날 세상의 모든 조롱이 쏟아질 때, 떠올린 것이 바로 이 문장이라고 합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철학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우주의 거대함 앞에서 인간의 고통을 객관화할 줄 압니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읽으며 지구라는 행성의 연약함을 실감했고, 그것이 곧 다중 행성 종족이라는 비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식의 위계를 따지지 않습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통째로 읽으며 지식의 지도를 그렸고, 『구조란 무엇인가』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본질로 쪼개는 법을 배웠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전기차 상용화를 이뤄낸 제1원칙 사고의 시작이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제1원칙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는 관습적인 유추를 거부하고, 물리학적인 기본 요소로 분해하여 다시 조립하는 것. 이것이 그가 기존 자동차 산업과 우주 산업을 해킹한 방법입니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행은 다른 영역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 공학 학위가 없었음에도 어떻게 세계 최고의 로켓 기업을 만들었을까요? 답은 다시 책에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로켓 추진 요소』나 『이그니션!』 등을 탐독하며 로켓의 메커니즘을 독학했습니다. 머스크에게 실패는 종료가 아니라 데이터의 수집입니다. 『이그니션!』에서 배운 유머러스한 비관주의는 그가 수차례의 폭발을 견디고 결국 재사용 로켓을 성공시키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의 추진력은 고전 판타지 소설과 서사시에서도 기인합니다. 자신을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영웅적 서사에 투사하길 즐깁니다. 서사적 몰입은 그가 엄청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는 심리적 갑옷 역할을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AI 기술의 선구자이면서도 동시에 경고를 보내는 인물입니다. 기술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를 위한 철학적 기반을 독서에서 찾았습니다.


닉 보스트롬의 『슈퍼인텔리전스』를 읽고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실존적 위협임을 직시했습니다. 이 책은 머스크가 왜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했는지, 왜 AI와 인간의 공생을 그토록 강조하는지 그 바탕이 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나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를 통해 고도화된 기술 문명이 붕괴하는 과정을 학습하며 기술이 나아가야 할 안전한 궤도를 고민합니다.


더불어 인간의 뇌가 가진 편향성을 경계합니다. 『이기적 유전자』나 『의혹을 팝니다』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시스템의 허점을 분석합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신의 생각조차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100년 기업을 이긴 후발주자의 비밀은 역사책에 있습니다. 『손자병법』과 바바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 등 전쟁사를 통해 견고한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비대칭 전략을 익혔습니다. 『칭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를 통해 조직 운영의 핵심을 만들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과 하워드 휴즈의 전기를 통해 혁신가의 고독과 광기를 읽어내기도 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도 고찰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보여주는 시장 파괴적 행보와 철저한 비용 중심의 경영은 고전적 경제 철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서재』는 텍스트라는 비물질을 로켓이라는 물질로 치환해내는 연금술의 과정을 복원해냈습니다. 책을 읽어도 삶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지식을 소비의 대상으로만 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에게 책은 설계도였습니다. 그는 책에서 배운 것을 자신의 비즈니스 구조에 대입하고, 물리학적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검증했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독서는 지식의 처리 방식이 남다르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당신은 지식을 수집하고 있는가, 아니면 미래를 발명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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