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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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기만적인 단어, 쾌적함의 민낯을 파헤친 책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우리는 인류사에서 가장 청결하고, 안전하며, 매끄러운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고, 적응 장애와 번아웃은 현대인의 기본 옵션이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는 이 기묘한 현상의 근원을 추적합니다. 우리가 선망하는 이 쾌적한 사회가 사실은 개인을 정상성이라는 좁은 틀에 가두고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거대한 여과 장치라고 일갈합니다. 2021년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받은 이 책은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쾌적함의 비용이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옆 사람의 미세한 기침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으셨나요? 혹은 노키즈존 안내문을 보며 조용하게 쉴 권리를 보장받았다는 안도감을 느끼셨나요?


현대 도시는 거대한 청정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소음, 악취, 무질서는 제거되어야 할 '불량'입니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우리가 누리는 이 쾌적함이 사실은 타인을 향한 노골적인 배제와 통제를 연료로 삼고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입니다. 표면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내세우지만, 본질적으로는 불편을 견디지 못하는 예민함을 합리적 권리로 둔갑시킨 결과입니다. 과거엔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연히 수용되던 아이들의 울음소리나 노인의 느릿한 거동이, 이제는 나의 쾌적한 시간을 방해하는 리스크로 취급됩니다.


우리가 만든 아름다운 나라가 누군가에게는 숨 막히는 고통의 공간임을 꼬집습니다. SNS 속의 화려한 소통 이면에 자리 잡은 고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인간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전시하지만, 그 규격에서 벗어나는 순간 열등감과 죄책감의 늪에 빠집니다.


정신과 진단명이 폭증하고 ADHD가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해 저자는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과거라면 조금 산만한 아이 혹은 고집 센 사람으로 통용되던 개성들이 왜 지금은 '질병'이 되었을까요?


사회가 요구하는 능숙함의 허들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고도화된 서비스 사회와 IT 환경은 개인에게 멀티태스킹 능력, 고도의 의사소통 기술, 감정 조절력을 요구합니다. 이 고성능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이들을 격리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발달장애라는 진단명이 일종의 사회적 분류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신의료 시스템이 사회의 부적응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자본주의적 질서에 적합한 인재로 개조하는 품질 관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개인의 성실함과 자기 관리 능력을 증명하는 훈장이 되었습니다. 저속노화 식단에 집착하고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을 올리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묻습니다. 우리가 건강에 집착할수록 왜 질병과 노화, 죽음은 우리 눈앞에서 투명하게 지워지는지를요.


병원과 요양시설은 노쇠한 육체를 도시에서 격리합니다. 활력 넘치는 사람들만 거리에 남겨진 표백된 도시에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생의 진실을 마주할 기회를 잃습니다.


건강의 의무화는 건강하지 못한 이들을 게으른 패배자로 낙인찍습니다. 저자는 건강이 목적 자체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노화를 늦추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는 끝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질주라고 경고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겪는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도 구마시로 도루는 질서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아이는 본질적으로 무질서하고 통제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쾌적함을 숭상하는 사회는 아이에게도 성인 수준의 예의를 강요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사회의 민폐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리스크 매니저가 됩니다. 쾌적함에 중독된 사회에서 육아는 기쁨이 아니라 시스템과의 전쟁이 됩니다. 저자는 낮은 출생률이 합리적 개인들이 내린 필연적 결과라고 말합니다. 질서 정연한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의 역동성을 포기한 셈입니다.


우리는 노숙자가 사라진 거리, 낙서 하나 없는 벽을 보며 안도합니다. 하지만 그 깨끗함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청소부들과, 그 공간에서 쫓겨난 불결한 타자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청결이 결코 중립적인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꽤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청결함이란 원래 상류 계급의 자기 과시로 시작해, 이후 중상류 계급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특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청결은 애초부터 불평등에 뿌리를 둔, 부유할수록 쉽게 적응하고 가난할수록 애써야 하는 질서였다고 합니다.


청결은 세련된 배제의 기술입니다. 귀여움과 정갈함이 정의가 된 사회에서, 관리되지 않은 육체와 빈곤은 그 자체로 불쾌한 것이 되어 처벌받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청결한 질서를 무작정 옹호하기 전에, 그 질서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자본주의, 개인주의, 사회계약을 현대 사회의 삼각 지지대로 꼽습니다. 이 논리들은 우리에게 유례없는 자유를 주었지만, 동시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과 끊임없이 상승해야 한다는 압박을 선물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사회는 이 서구적 논리를 브레이크 없이 수용하면서 독특한 비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쾌적한 사회가 사실은 우리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었다니요. 구마시로 도루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위화감이 바로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단서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숨 막히는 시스템의 바깥으로 나가는 유일한 길로 '자발적 불편'을 제안합니다. 완벽한 질서에 균열을 내고, 조금은 시끄러운 아이들, 조금은 느린 노인들, 조금은 서툰 이웃들과 부딪히며 사는 것입니다.


청결하고 규율화된 도시는 시민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튀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입합니다. 이때 쾌적함은 자유를 넓히기보다, 행동의 선택지를 줄이는 장치가 됩니다. 우리가 아이의 소란함을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이미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로서 완벽한 질서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기꺼이 불쾌해질 용기, 그리고 서로의 흠결을 견뎌주는 관용. 이 책은 정상이라는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건네는 열쇠와도 같습니다. 무균실의 안락한 고립, 아니면 조금은 소란스럽지만 생기 넘치는 불편한 공존.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덕분에 당연하게 여겼던 쾌적함의 이면을 질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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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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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카리브해 몬트세랫섬의 화산 폭발. 섭씨 600도의 용암이 마을을 집어삼키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피했던 주민들이 다시 죽음의 구덩이인 자신의 집으로 숨어듭니다.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이성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도, 돌아가고자 애쓰는 사람들. 몬트세랫 주민들의 행동은 쉽게 마주하기 힘든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는 우리가 좀 더 온건한 형태로 날마나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설계한 치밀한 방어 체계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생물물리학 박사 슈테판 클라인의 신작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우리의 뇌가 파놓은 7가지 함정을 지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고난도 심리 액션 가이드가 펼쳐집니다.


찬란했던 고대 문명들이 명백한 신호를 무시하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 선택의 누적이 문명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 뇌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기존의 관성을 따르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의 생존 전략입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과거에 닻을 내린 존재로 태어난 셈입니다.





먼저 우리가 변화의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이유를 7가지 인지적 착각을 해부합니다. 우리 머릿속에 설치된 변화 방지 알람의 작동 원리를 파헤치는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판단합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지만, 사실 뇌는 사실을 수집하기보다 예측부호화(Predictive Coding)를 통해 세상을 짐작합니다. 외부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믿음에 맞게 해석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는 수정이 아니라 왜곡의 대상이 됩니다. 진실보다 덜 피곤한 해석이 선택됩니다. 이미 믿고 있는 관점에 맞는 정보만 수집하는 확증편향은 변화의 가장 강력한 적입니다. 뇌는 정답을 찾는 기계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최소화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느껴지는 불안함은 뇌가 "야, 에너지 아껴! 그냥 하던 대로 해!"라고 보내는 강력한 경고 신호입니다. 


새로움에 대한 열망, 낙관적인 태도, 정보의 축적이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통념도 착각입니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는 순간 이미 변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행동은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는 때로 다가올 위험을 가립니다. 또한 지식만으로는 행동이 바뀌지 않습니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흡연자가 있을까요?


습관은 뇌 속에 고유한 회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지의 상황에서는 대뇌피질이 결정을 내리고, 루틴한 일들은 뇌 속 깊은 곳에 있는 기저핵들이 처리한다고 말이죠. 이 핵들은 반복되는 운동 패턴을 유발하고, 우리가 습관을 고수하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대뇌피질이 "변해야 해!"라고 외쳐도, 이미 고속도로처럼 뚫린 기저핵의 습관 회로를 이기기는 역부족입니다.





자유, 최선,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관련한 함정도 있습니다. 우리는 가장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동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손실 회피 심리에 지배당합니다. 1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크기에, 우리는 더 나은 미래(이익)보다 현재의 구차함(손실 방어)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적 이념과 집단 정체성에 지배받습니다. SNS 시대에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만 보여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뇌의 노예로 살아야 할까요?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에서는 인류 역사상 성공했던 변화의 사례들(노예제 폐지, 공공장소 흡연 규제 등)을 통해 탈출구를 보여줍니다. 핵심은 의지력이라는 닳고 닳은 단어가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입니다. 메타인지 가동하기, 넛징(Nudging)을 활용한 습관 대체, 작은 공동체에서의 성공 사례, 희망의 서사로 이어지는 전략이 펼쳐집니다. 변화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 관성에서 해방되는, 저항에 저항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합니다. 거대 담론은 물론이고, 오늘 당장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개인적 목표까지 모든 변화의 시작은 우리 뇌의 고집스러운 본성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는 인류학, 역사학, 신경과학을 엮어 만든 문명과 개인의 생존 보고서입니다. 우리가 왜 그토록 멍청한 선택을 반복하는지 이해하고 나면,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전략적인 변화를 설계할 용기가 생깁니다. 의지력을 탓하며 이불 킥하는 프로 결심러,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는 물론이고 불확실성에 압도당한 우리들에게 희망의 근거를 안겨줍니다. 당신의 뇌를 이기는 법을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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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일문법 - 애니 문장을 현실 문장으로 바꾸는 법!
오오기 히토시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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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오오기 히토시의 이색적 문법 공략법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일문법』. 부담 없는 덕질 같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탐닉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꿈꿉니다. "소로소로(슬슬)", "요시!(좋아!)"만 알아듣는 게 아니라 자막 없이 최애 캐릭터의 절규를 이해하고, 그 세계관의 일원이 되는 환상 말이죠. 하지만 현실의 문법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절망의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딱딱한 예문과 비현실적인 정중체는 우리가 사랑했던 애니메이션 속의 뜨거운 심장박동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괴리를 단번에 해결하는 오오기 히토시.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저자입니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일문법』은 서브컬처의 정수를 현실의 언어 체계로 치환하는 번역 장치와도 같습니다. 교보문고 펀딩 1945%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이 책을 만나봅니다. 지금 한정 북커버 이벤트 중입니다. 반짝이는 검이 새겨진 표지가 멋집니다.


이 책의 문법은 JLPT 가장 쉬운 레벨인 N5에서 N3까지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목차부터 판타지 애니메이션 에피소드 가이드를 보는 듯합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일본어라는 거대한 던전을 공략하는 모험가가 됩니다.





먼저 결심과 욕망 관련 표현부터 배웁니다. `~ます(~하겠습니다)`나 `~たい(~하고 싶다)` 같은 기초 문법을 다룹니다. 이 책의 매력은 예문에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문장 대신, 내가 싸우겠습니다!(僕が戦います!)라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일정, 계획 관련 표현을 다루는 장에서는 미래를 설계하는 `~つもりだ(할 생각이다)`와 `~予定だ(할 예정이다)`의 미묘한 차이를 다루는 부분이 유용했습니다. 사전적 정의를 나열하기보다 캐릭터가 왕도를 향해 떠나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 이 표현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분석합니다.


시도와 실패 관련 표현도 재밌습니다. `~てしまう(~해 버리다)`를 설명할 때 주인공이 중요한 계약서를 실수로 태워 버린 걸 사과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미안, 태워버렸어(ごめん 燃やしちゃった···)" 같은 생동감 넘치는 대사를 활용합니다.





애니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 현실의 비즈니스나 일상 대화에서 어떻게 정제된 형태로 변모해야 하는지 현실 회화 예문 5개를 통해 잘 보여주니 전혀 문제없습니다.


`~ている(~하고 있다)`와 `~てある(~되어 있다, ~해 놨다)`의 구분이 헷갈렸는데, "이 동굴에는 무언가가 잠들어 있다"와 "위험이라고 쓰여 있는데"라는 상황 설정을 통해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킵니다.


`~そうだ(~라고 한다)`와 `~らしい`(~대, ~래), `~みたいだ(~인 것 같다) 같은 소문, 가능성 관련 문법이 이어집니다. "저 녀석 꽤 강해 보이는데(あいつめっちゃ強そうだな)"라는 대사는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클리셰이지요. 이번 파트를 통해 직접 본 시각적 정보에 근거한 추측과 전해 들은 정보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게 됩니다.


곳곳에 위치한 My story 코너에는 저자의 유학 시절 경험을 버무리며, 언어를 공부하며 얻게 되는 가장 큰 선물은 결국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폭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글이 담겨 있습니다. 부록에 수록된 주문(문형)은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특정 문법 표현이 궁금할 때, 복습이 필요할 때 빠르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즐거움에서 시작됩니다. 좋아서 하는 공부는 억지로 하는 공부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고 더 깊이 남습니다.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일문법』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학습 동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좋아하는 세계에서 시작하면, 공부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모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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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구석구석 세계여행 편 가리지날 시리즈 9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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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맛집과 핫플을 나열하는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지도 위 점으로만 존재하던 장소들에 숨겨진 반전의 역사와 기묘한 인물들을 소환해 입체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인문 여행서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구석구석 세계여행 편』. 일본부터 태평양의 섬들까지 방구석 세계일주를 즐겨보세요.


조홍석 저자는 이력부터가 한 편의 시트콤 같습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해에 태어나 스타워즈를 보며 우주의 수호자를 꿈꿨으나, 인류 천문학의 발전을 위해 본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숭고한 자아성찰 끝에 흑화(?)하여 삼성맨이 된 인물입니다. 13년간 지인들에게 보낸 메일이 화제가 되어 가리지날(진짜 같은 가짜 상식을 바로잡는 오리지널 지식) 시리즈를 9권까지 펴낸 그는 스스로를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 칭하며, 유발 하라리의 동생 무발 하라리라는 별명을 즐기는 유쾌한 지식 큐레이터입니다.


첫 페이지부터 우리의 상식을 무참히 깨부숩니다. 바로 일본 아오모리현의 예수님 무덤이야기입니다. 예수가 일본에서 106세까지 살았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아오모리현 신고무라라는 작은 마을에 실존하는 유적지에서 시작됩니다.





이곳 전설에 따르면 예수는 21세에 일본으로 건너와 신도(神道)를 공부했고, 이스라엘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다 처형 위기에 처하자 동생 이수키리가 대신 죽었다고 합니다. 이후 예수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세 딸을 낳고 천수를 누렸다는 겁니다. 이 황당무계한 서사가 지자체 차원의 축제(마츠리)로 승화되어 관광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본 특유의 신토불이적 종교 융합성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는 기막힌 사례입니다.


이어지는 고베 이야기는 뭉클합니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심에 세워진 18m 높이의 철인 28호 동상. 재난의 아픔을 예술과 서사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조명합니다. 거대 로봇이 주는 압도적인 위용은 절망에 빠진 시민들에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강력한 시각적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아시아의 근현대사와 전설을 가로지릅니다.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의 라마의 다리 이야기나 베트남판 낙랑공주인 미쩌우 공주의 비극은 지리적 거리감을 뛰어넘어 우리 역사와의 기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각 지역의 역사와 신화가 어떻게 연결되고 변형되며 전승되는지를 추적하며, 문화의 전파와 변용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유럽 편에서도 가리치날의 촉을 세웁니다. 우리는 그리니치 천문대의 본초자오선이 당연히 경도 0도라고 믿지만, 실제 경도 0도는 현재 표시된 선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아프리카 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케냐산 등반 이야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이탈리아인 펠리체 베누치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극적입니다. 수용소 철조망 밖으로 보이는 위풍당당한 케냐산의 모습에 그만 빠져버리고 만 펠리체. 수용소를 탈출해 산 정상에 오른 뒤, 탈옥 목적이 정복이나 도주가 아니라 순수한 등반이었음을 증명하듯 다시 수용소로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이들의 일화는 압권입니다.


아메리카 편에서는 알래스카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925년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 노엄에 디프테리아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혈청을 운반하기 위해 혹한을 뚫고 달렸던 개썰매팀. 이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지요. 인간과 동물이 맺은 신뢰의 연대는 수천 명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 세워진 발토의 동상은 불굴의 의지에 대한 헌사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 여정은 인류의 이동 경로 중 가장 늦게 도달했다는 태평양의 섬들입니다. 호주의 딩고 펜스, 괌과 사이판의 갈등을 지나 모아이 석상의 라파누이섬을 만나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펜스는 만리장성보다 긴 세계 최장 인공 구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양을 야생 개 딩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이 펜스는 5614km에 달합니다. 거대한 대륙을 가로지르는 울타리의 존재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욕망과 그 한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섬이라 불리는 라파누이섬(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은 우리에게 환경과 생존에 대한 경고를 던집니다. 석상을 세우기 위해 섬의 모든 나무를 베어버린 결과 문명이 몰락했다는 가설과, 현재 그 석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가 간의 반환 소송, 그리고 일본의 짝퉁 모아이 마케팅까지 과거의 유물이 현재의 욕망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해부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에 반전을 던집니다. 모아이석상보다 더 놀라운 거대 유적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 바로 고인돌입니다. 전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한반도에 있고, 그 규모와 정교함은 모아이에 뒤지지 않습니다. 우리 발밑에 있어서 모르고 지나쳤던 세계적 유산에 대한 재발견입니다.


구석구석 세계여행 편을 통해 여행은 그 장소에 깃든 이야기를 마음으로 읽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조홍석 저자는 옆자리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하지만 그 수다의 깊이는 얕지 않습니다.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하되, 아재 감성 섞인 유머 덕분에 틈날 때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는 우리 아들의 최애 시리즈입니다. 이번 신간도 지금 제 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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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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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지난 250년간 단 한 번도 식은 적이 없는 뜨거운 심장 같은 고전,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과몰입의 원조 격인 작품입니다. 출간 당시 유럽 전역의 청년들이 베르테르처럼 푸른 코트와 노란 조끼를 입고 다녔고, 심지어 그의 슬픔에 동조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속출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늘날의 팬덤이나 신드롬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만큼, 이 소설은 강렬했던 감정의 폭동이었습니다. 세련된 펜드로잉 일러스트와 함께 베르테르라는 청년의 불꽃 같은 내면으로 들어가봅니다.


이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쓴 괴테는 1749년 프랑크푸르트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이자 엄친아였습니다. 2,000권이 넘는 법률 서적이 꽂힌 아버지의 서재에서 자란 그는 라틴어, 그리스어, 불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했고, 피아노와 첼로, 승마까지 섭렵한 만능 엔터테이너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부친이 원하는 안정적인 법조인의 삶과 스스로 갈망하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영혼이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정작 마음은 문학 강의에 가 있었고, 슈트라스부르크에서 고트프리트 헤르더를 만나며 독일의 민족적 정신과 셰익스피어의 역동성에 눈을 뜨게 됩니다.


괴테가 25세의 나이에 이 소설을 쓴 배경에는 실제 가슴 아픈 짝사랑이 있었습니다. 이미 약혼자가 있던 샤를로테 부프를 열렬히 사랑하게 됩니다. 괴테는 비극적인 짝사랑을 뒤로하고 떠났지만, 소설의 결말 모티프는 지인의 사건에서 가져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리프레시 출판사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충해 줍니다. 세밀한 선들이 겹쳐 만들어낸 명암은 베르테르의 복잡미묘한 심리적 동요를 잘 드러냅니다. 글자로만 읽던 그의 고뇌가 그림을 통해 눈앞에 숨결처럼 살아 움직이는 경험입니다.


소설은 편지체(서간체)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편지는 검열되지 않은 마음의 기록이며, 동시에 상대를 상정한 독백입니다. 베르테르는 끊임없이 친구 빌헬름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러나 그 편지들은 점점 우리를 향한 고백으로 바뀝니다. 편지는 감정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업로드하고, 그 반응을 스스로에게서 확인하는 사람입니다. SNS 시대의 감정 과잉과도 닮아 있습니다. 베르테르가 샤롯테(롯테)를 처음 만난 순간, 그의 세계는 완전히 재편됩니다. "그녀는 내 모든 감각을 사로잡았다."라며 명료한 언어로 정의될 수 없는 초월적 존재로 그려냅니다.


성격 속에 깃든 한없는 다정함과 단단함의 조화에 매료됩니다.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온 감각을 투사하여 상대를 신성시합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흔히 겪는 이 필터링 현상은 베르테르에게 있어 삶의 유일한 활력이자 동시에 비극의 씨앗이 됩니다.


베르테르의 자존감은 타인의 인정이 아닌, 오직 롯테의 시선에 의해 결정됩니다. 롯테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짓거나 공감을 표시할 때, 그는 스스로를 인간 이상의 존재로 격상시킵니다. 이런 베르테르의 감정이 얼마나 위험한 수위에 도달했는지를 묘사하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한 인간을 우주적 존재로 고양시키는 과정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추락의 공포를 내포하고 있기에 읽는 우리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집니다.


롯테에게는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알베르트는 성실하고 이성적이며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인물로 베르테르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베르테르는 알베르트를 존중하려 애쓰지만, 롯테가 그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직면했을 때 그의 영혼은 갈가리 찢깁니다.


"나는 롯테의 마음속에서, 네 자리에 해가 되지 않는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반드시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라는 장면이 있습니다. 베르테르가 말하는 '두 번째 자리'는 얼마나 서글픈 타협인가요? 자신이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결코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잊힌다는 것이 곧 지옥이라는 그의 외침은 존재의 근거를 오직 타인의 사랑에 두었던 한 인간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절망을 보여줍니다. 괴테는 여기서 사랑의 숭고함 뒤에 숨은 파괴적 속성을 세밀하게 파헤칩니다.


결국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비극이 아닌,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최후의 의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는 사랑에 대한 애틋한 작별 인사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이토록 투명하게 직면했던 한 청년의 기록은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살아간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에 관한 기록입니다. 괴테는 베르테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이성이 감정의 폭풍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그러나 그 감정의 폭주가 얼마나 인간을 위대하고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제가 롯테였다면 베르테르의 사랑을 너무 늦게 도착한, 혹은 너무 뜨거워서 잡을 수 없는 불꽃으로 정의했을 것 같습니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롯테의 내면을 밝혀주었지만, 동시에 롯테가 쌓아올린 삶의 질서를 태워버리려 했으니까요. 베르테르는 우리 안의 과잉된 진심을 대변합니다. 감정을 이해하는 동시에, 감정을 관리하는 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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