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라이트 2026 먼슬리 플래너 (스프링) 미니라이트 2026 플래너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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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대부분 연말연초에 두툼한 다이어리를 구입하며 장대한 결심을 하지만, 지금쯤이면 벌써 빈 공간으로 남긴 채 들여다보지 않는 분이 속출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2026 다이어리를 휴대성 좋은 미니 사이즈로 이미 사용하고 있는데, 주제를 나눠 분리해서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솜씨연구소의 미니라이트 플래너 버전은 이런 제 기대에 딱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손보다는 작은 크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록하기에 빡빡하지 않은 완벽한 사이즈입니다. 분명 크기는 작은데 폰트가 가독성이 좋은지, 숫자가 무척 선명하게 보여 완전 만족스러워요. 2페이지에 걸쳐 시원하게 펼쳐진 2026년 전체 캘린더와 연간 체크리스트는 일반 다이어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음력과 절기도 잘 표기되어 있고, 공휴일은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직관적입니다.





제가 탁상 달력을 살 때도 무조건 살펴보는 부분이 바로 직전달, 다음 달 달력이 보기 좋게 표기되어 있느냐입니다. 미니라이트 먼슬리 플래너가 이걸 충족하고 있어 좋았습니다. 단정한 레이아웃은 군더더기 없습니다. 먼슬리 페이지 다음에는 메모할 수 있는 페이지가 꽤 넉넉히 들어있습니다. 아래엔 페이지 넘버링도 되어 있어 독특하더라고요. 먼슬리 날짜칸에 p.10이라고 적어두기만 해도 되니 편리합니다.


PP 반투명 커버 덕분에 마찰과 오염을 막아주면서도 작은 수첩이 더욱 탄탄해지는 느낌입니다. 내지도 적당히 도톰해서 중성펜으로 써도 비침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메인 다이어리가 모든 것을 담는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면, 미니라이트 플래너는 서브 플래너로 자녀 스케줄 관리, 건강 관리, 업무용 프로젝트 등 용도별로 활용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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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 -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새기는 의지의 문장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작, 박찬국 편역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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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도 쏟아지는 알림 설정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파도 속에서 나라는 작은 조각배를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계시진 않나요? 로마 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전장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써 내려간 생존 기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매일 아침 자신을 다독이고 채찍질했던 수련의 흔적입니다.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의 편역으로 재탄생한 『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은 황제의 문장을 내 삶에 새겨 넣는 필사책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2천 년 전 전장의 천막 안에서 등불을 밝히고 일기를 쓰던 황제의 마음으로 펜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은 불안을 바로 해결해주는 마법 지팡이는 아니지만, 굴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요새를 짓는 정직한 설계도가 되어줍니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라며 세상을 원망합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 반란,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황제라는 직책은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의 연속이었습니다. 박찬국 교수는 여기서 니체의 운명애(Amor Fati)를 소환합니다.


니체와 아우렐리우스는 시대를 달리하지만, 공통적으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조건이 최선'임을 인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자포자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에게 닥친 고난을 삶이라는 예술 작품의 필수 재료로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긍정입니다. 필사를 하며 문장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날 선 원망이 가라앉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깁니다. 운명에 끌려가는 노예가 아니라, 운명의 고삐를 쥐는 주인이 되는 첫걸음인 셈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음'을 갈구합니다. 이번 승진만 하면, 저 차만 사면 행복해질 거라 믿으면서요.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행복의 거처를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찬국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빌려와 이 개념을 들여다봅니다.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기능인 이성을 탁월하게 발휘할 때 찾아온다는 겁니다. 아우렐리우스에게 행복은 자족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짓는 일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전시하며 우리의 자족을 방해합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공포가 만연한 시대에, 아우렐리우스는 진정한 휴양지는 바로 당신의 영혼 안에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필사는 이 내면의 요새를 한 땀 한 땀 쌓아 올리는 작업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남들의 부를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판단력을 가다듬는 즐거움을 가르쳐줍니다.


우리의 마음은 늘 시끄럽습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이 뒤섞여 현재를 갉아먹습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평정을 유지했을까요? 그는 아파테이아(Apatheia), 즉 부동심을 강조했습니다. 박찬국 교수는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와 연결합니다. 모든 것이 오직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동양의 지혜가 로마 황제의 사유와 맞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불안은 대개 나의 이익이 침해받을까 두려워할 때 극대화됩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시야를 넓혀 공동체의 이익과 보편적 이성에 집중하라고 권합니다. 나라는 작은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평온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겪는 큰 고통 중 하나는 평판입니다. 좋아요 숫자에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타인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인정 비판'과 결을 같이 하는 아우렐리우스의 관점을 만나게 됩니다. 황제는 말합니다. 당신을 칭찬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곧 죽어 사라질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덧없는 입술에 내 가치를 맡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진정한 평가는 오직 자기 자신의 이성 앞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는 행위는 내 행복의 스위치를 남에게 넘겨주는 행위입니다. 필사를 통해 우리는 그 스위치를 회수해 옵니다. 나는 내 가치를 안다는 확신은 겸손하지만 강력한 방패가 되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담력을 줍니다.


『손으로 읽는 명상록』으로 박찬국 교수의 안내를 따라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원효, 쇼펜하우어라는 거장들의 사유와 아우렐리우스의 문장을 교차하며 생각하고 쓰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철학자로 성장합니다. 늘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책을 읽을 시간, 사색할 시간, 나를 돌아볼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묻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시간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마음의 우선순위가 뒤엉킨 것일까요?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했거나, 정작 다스려야 할 내 안의 감정들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명상록 필사는 내 삶의 불필요한 소음들을 걷어내고 지금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가려내는 과정이 됩니다.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펜 끝에 마음을 실어 단단한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 빠르게 소비하는 문장이 아니라, 천천히 살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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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재테크 용어사전 - 재테크가 막막한 당신을 위한 초보탈출 가이드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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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매일 경제 뉴스를 접합니다. 금리, 환율, 증시, 부동산 정책까지 정보는 넘칩니다. 그런데도 투자 앞에서 늘 불안해지는 이유는 그 정보들을 이해의 문장으로 바꾸지 못해서입니다.


재테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해석의 언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 금융투자 전문가 주정엽 저자. 투자라는 거대한 대륙에 발을 들이면서 정작 그 나라의 말(용어)을 배우지 않았으니, 지도(뉴스)를 봐도 길을 잃는 것이 당연합니다.


주정엽 저자의 『한 권으로 끝내는 재테크 용어 사전』은 단어의 뜻만을 나열한 사전이 아닙니다. 돈의 본질을 탐구해온 저자가 건네는 실전용 통역기입니다.


주식 시장에 처음 뛰어든 이들을 괴롭히는 건 주가의 등락보다 생소한 시스템 용어들입니다.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켰을 때 마주하는 예수금, 증거금, 미수금 같은 단어들은 초보자들에게 낯설기만 합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무제표를 읽는 시각입니다. 대개 PER이나 PBR을 숫자로 치부하고 넘기기 일쑤지만, 주정엽 저자는 이를 기업의 태도 성장 철학으로 치환해 설명합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을 설명할 때도 시장이 이 기업의 미래 가치에 얼마나 많은 프리미엄(기대치)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온도계로 해석하니 이해가 쏙쏙 됩니다.


PER이 낮다고 무조건 저평가라 판단하는 오류를 짚으며, 산업 특성과 성장률을 함께 보지 않으면 착시가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숫자를 맹신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숫자를 해석하는 관점으로 이끕니다.


이 책은 용어를 외우게 하지 않고 실전 상황에 대입합니다. 호가창을 읽는 법, 체결과 미체결의 차이가 매수 타이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연결해 설명합니다. 투자 앱을 다루는 감각 자체가 달라집니다.


부동산은 재테크의 꽃이자,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는 곳입니다. 이 책은 내 집 마련이라는 서사 속에 숨겨진 법적·경제적 안전장치들을 꼼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세나 월세 개념을 넘어, 등기부등본상의 근저당권이나 대항력, 우선변제권이 왜 내 전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지를 사례로 짚어줍니다.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의 차이를 이해하면 같은 평형이라도 체감 가치가 달라집니다. 집값의 본질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재개발과 재건축, 그리고 경매라는 심화 영역도 파고듭니다. 부동산을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자 자산 가치의 총합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돋보입니다. 재개발의 비례율, 권리가액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익률 계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부동산 투자를 시간과 법을 다루는 기술로 정의합니다. 감각이 아니라 구조를 공부하라는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많은 투자자가 종목 분석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시장 전체를 흔드는 금리와 인플레이션에는 무관심합니다. 주정엽 저자는 금융 경제 파트에서 돈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길러줍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예측의 마술 도구처럼 소비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금리 사이클과 유동성 흐름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피벗, 테이퍼링 같은 용어가 등장할 때 시장이 왜 요동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뉴스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환율이 오를 때 외화 보유고를 걱정하는 국가적 관점뿐만 아니라, 내 포트폴리오에서 환차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개인적 관점까지 연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법을 전수합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과 코인 파트도 도움됩니다.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외면하거나, 혹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무작정 뛰어드는 이들에게 기술적 가치와 리스크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부터 시작해 레이어 1, 레이어 2, Web 3.0 같은 미래 지향적 개념들을 정리합니다.


온체인 데이터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는데요. 주식에 재무제표가 있다면, 코인에는 블록체인 상의 기록이 있다는 겁니다. 고래 지갑 추적이나 도미넌스 분석을 통해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법을 알려주며, 소문이나 감에 의존하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합니다.


DeFi(탈중앙화 금융)와 NFT 파트에서는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스테이킹이나 유동성 공급 같은 개념을 통해 잠자고 있는 디지털 자산을 깨우는 방법을 제시하면서도, 임퍼머넌트 로스(비영구적 손실)나 러그풀(먹튀) 같은 리스크를 파고듭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결국 승리하는 자는 원칙과 분석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일관된 메시지가 돋보입니다.


경제 뉴스를 봐도 까막눈이 된 기분을 느끼는 사회초년생, 감에 의존한 투자로 지친 개미 투자자에게 추천합니다. 저도 제 아이의 금융 감각을 높이기 위해 함께 읽으며 배워나가려 합니다.


재테크 입문서이자 투자 문해력 교본 『한 권으로 끝내는 재테크 용어 사전』. 재테크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언어의 힘입니다.


용어를 아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불안과 비교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남들이 좋다는 종목에 휩쓸리지 않고, 뉴스의 이면을 해석하며, 내 돈의 향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 그 자유야말로 이 책이 주는 진정한 배당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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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
김성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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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물질에 대한 본질적 통찰을 선사하는 아주 특별한 나침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현재 KIST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탄소 소재의 미래를 연구하는 김성수 박사가 복잡한 수식 대신 100가지 물질이라는 매혹적인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우주의 시작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관통하는 화학적 연대기를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물질을 통해 세계를 읽어내는 해석자로서의 시선을 접하게 됩니다.


화학의 시작은 138억 년 전 뜨거운 빅뱅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책의 시작을 가장 작은 원자인 수소로 엽니다. 모든 존재의 시원이자 가장 풍부한 이 원소를 통해 우리는 존재의 근원을 묻게 됩니다. 가장 작은 것(원자) 안에 가장 거대한 법칙(양자역학)이 깃들어 있다는 철학적 역설을 만나게 됩니다.


우주는 텅 빈 허공이 아니라 수많은 원자가 공유결합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역동적인 무대입니다. 풀러렌처럼 우주 공간의 영감이 인류의 기술로 이어진 사례를 통해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일부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지구는 그저 바위 덩어리가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은 지구를 구성하는 광물과 대기, 해수의 화학적 구성을 파고듭니다. 석영, 현무암, 석회암 등 우리 발밑의 단단한 존재들이 화학평형의 결과물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1만 8,000여 년이 지난 알타미라의 동굴 벽화가 어떻게 그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지도 알게 됩니다.


화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이온 결합과 공유 결합을 따지는 지루한 계산이 아니라, 만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인류의 예술을 보존하는 천연 타임캡슐의 조력자였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이산화탄소 파트에서는 오늘날의 기후 위기 역시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화학적 불균형에서 비롯되었음을 짚어주며 과학적인 시선으로 현대적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이어서 생명을 구성하는 핵심 고분자들을 다룹니다. 지구 최초의 생물과 이후 진화를 거듭해 출현한 식물에게는 세포막에 더해 세포를 더 단단하게 지켜주는 세포벽이 존재하는데, 그 세포벽을 구성하는 주요 물질은 셀룰로스입니다.


이 셀룰로스가 인류 의생활에 혁신을 선사한 재료라고 합니다. 셀룰로스가 식물의 뼈대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산업혁명을 추동한 직물의 근간이었다는 분석은 화학이 사회과학과 어떻게 조우하는지 보여줍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베타엔도르핀을 분비하고, 사랑에 빠질 때 신경전달물질의 파도를 겪습니다. 이런 생리 현상을 화학적 평형과 대사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우리 존재 자체가 우주에서 온 원소들이 빚어낸 거대한 기적임을 들려줍니다.





화학은 문명의 무기가 됩니다. 구리와 주석의 만남으로 시작된 청동기 시대부터, 현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강철까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설탕(수크로스)이나 식초(아세트산), 그리고 카페인과 모르핀 같은 물질들이 인류의 욕망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물질의 특성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물질이 등장함으로써 바뀐 인류의 생활 양식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짚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재밌습니다.


인류가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물질을 직접 설계하기 시작하면서 화학은 폭발적인 풍요와 치명적인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은 양날의 검을 짚어줍니다.


드라마틱한 암모니아 합성 이야기는 화학이 인류의 굶주림을 어떻게 구원했는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전의 뒷면처럼 화학은 전쟁의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플라스틱(베이클라이트)과 나일론 같은 축복의 산물부터 오존층 파괴와 홀로코스트의 비극(사이안화 수소)까지, 과학 기술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물질을 다루는 인간의 손길에 따라 세상은 낙원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첨단 소재를 통해 미래의 문을 엽니다. 반도체의 심장인 규소, 에너지 혁명을 이끄는 리튬 이온 전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탄소나노튜브까지. 흥미로운 점은 AI 시대에 왜 여전히 인간의 화학적 통찰이 중요한지를 역설합니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화려한 설계를 내놓아도, 그것을 현실의 물질로 구현해내는 것은 결국 화학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우주 시대를 향한 인류의 꿈은 결국 방사선을 견뎌낼 질화 붕소나 탄소나노튜브 같은 구체적인 물질의 성취에 달려 있습니다. 별의 먼지로 시작된 이야기가 다시 우주로 나아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며 끝을 맺는 서사적 구성이 매력적입니다.


김성수 교수가 100개의 물질을 엄선해 엮어낸 연대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우리가 딛고 선 땅과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 몸을 흐르는 피가 모두 하나의 유기적인 질서 속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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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이탈리아 - 매혹적이고 낯선 이탈리아 명화의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지안.이정우 지음 / 더블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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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명화 속 심리를 꿰뚫어 보는 이지안 도슨트와 현대미술의 문법을 삶의 언어로 번역하는 이정우 에디터가 초대하는 이탈리아 미술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탈리아』편에서는 르네상스라는 찬란한 과거를 먹고 사는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남부 나폴리까지 이어지는 그랜드 투어의 여정은 예술가들이 던진 치열한 삶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입니다.


밀라노 지역의 미술관에서는 권력이 예술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다시 권력의 뒤통수를 치거나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조명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나폴레옹이 설계한 제2의 루브르, 브레라 미술관. 저자들은 여기서 나폴레옹의 초상화보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에 대한 애도>에 주목합니다. 파격적인 단축법으로 그려진 그리스도의 발바닥은 관찰자를 압도합니다. 비천한 출신의 천재가 어떻게 독립적인 화가로 거듭났는지를 추적합니다.


밀라노 모던아트갤러리에서 만나는 주세페 몰테니의 <굴뚝 청소부>는 예술이 지닌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가여운 아이를 묘사한 일상을 그리는 장르화를 넘어, 당대 유럽의 아동 노동법 제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도 인상 깊었습니다. 예술가의 배설물조차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이 지독한 풍자는 현대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더불어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게으름에 대한 찬가를 곁들여, 예술가가 세상을 대하는 발칙한 방식이 어떻게 브랜딩이 되는지 에디터의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도 무척 매혹적입니다. 대중에게 덜 알려진 이 작은 도시의 미술관에서 우리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잃어버렸던 걸작 <여인의 초상>을 만납니다. 도난당했다가 23년 만에 벽장 속에서 발견된 이 작품의 기구한 운명을 이야기하며, 마키아이올리 화파 같은 이탈리아 자생적 인상파의 가치를 역설합니다.


베네치아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한 여성의 안목이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줍니다. 잭슨 폴록의 성공 뒤에 가려진 고독과 주체적인 죽음에 대한 마크 로스코의 해석을 빌려와 마음을 울리기도 합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보티첼리,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들도 저자의 입담을 통해 생생한 인간의 드라마로 변모합니다. 르네상스의 집대성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은 압도적입니다.


바티칸 박물관과 보르게세 미술관을 다루는 로마 파트에서는 천재성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예술가들의 고집을 다룹니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피에타>를 왜 인간이 아닌 신의 시선에서 완성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율을 줍니다. 〈피에타〉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축 처진 그리스도의 몸과 생기를 잃은 얼굴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반 고흐의 <피에타>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폴리의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에서 이탈리아 대장정은 마무리됩니다. 이곳에서 르네상스의 우아함과 현대미술의 파격인 앤디 워홀의 <베수비오>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줄 서기에 지쳐 포기했던 유명 미술관의 닫힌 문 너머로 거장들의 은밀한 대화를 엿듣게 되는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탈리아』. 미술이 박물관 유리창 안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삶의 브랜딩을 고민하게 만드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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