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 - 대화가 풀리고 관계가 편안해지는 불안 다루기 연습
엘런 헨드릭슨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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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아주 오래된 손님처럼 눌러앉은 불안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파헤쳐 보려 합니다. 회의 시간에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장 박동이 치솟거나, 모임이 끝난 뒤 침대에 누워 '아까 그 말은 하지 말걸'이라며 자아비판의 시간을 갖느라 잠 못 이룬 적 없으신가요?


사회적 에너지가 금방 방전되는 내향인과 프로 걱정러, 멘탈 관리가 절실한 이들에게는 심리적 갑옷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나를 바꾸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의 저자 엘런 헨드릭슨(Ellen Hendriksen)은 이 분야의 끝판왕 전문가입니다. 하버드 의대에서 수련한 임상심리학자이자 보스턴 대학교 불안장애센터의 교수입니다.


놀라운 점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저자 역시 지독한 사회불안을 겪었던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자신이 직접 임상 현장에서 증명한 불안 탈출의 로드맵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불안을 성격 결함이나 사회성 부족으로 생각하지만,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에서는 사회불안이 사실은 사회인식과 행동억제라는 두 가지 훌륭한 생존 기제가 과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민감하게 읽어내는 사회인식 능력은 원래 공동체 생활을 원활하게 돕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 안테나가 너무 예민해지면 상대방의 단순한 무표정조차 나를 싫어하는 신호로 왜곡 해석하게 됩니다.


"결국 가장 좋은 순간을 놓치는데, 바로 타인과 함께하는 순간이다. 이는 그 자리를 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보처럼 보이지 않았는지, 괜히 당황하지 않았는지 자기 검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회불안은 이렇게 우리가 원하는 삶을 방해한다."라는 문장이 남일 같지 않습니다.


불안은 우리를 자기 몰입의 감옥에 가둡니다. 타인을 배려하느라 불안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보일지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정작 눈앞의 대화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것을 회피의 나비효과라고 합니다.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선택한 회피가 결국 불안의 근육을 키우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경고합니다.


이어서 우리 마음속에서 24시간 쉬지 않고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내면의 비판자에 대해 들려줍니다. 이 비판자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작가입니다. 너 아까 말실수했어, 사람들이 속으로 비웃고 있을걸? 같은 대사들을 끊임없이 내뱉습니다. 중립적인 상황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 비판자를 이기는 법은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호한 불안을 구체화하여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계산해 보고, 나 자신을 엄한 교사가 아닌 지지해 주는 코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말해본 경험 있으시죠? 저도 그렇게 미룬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에서는 시작하면 자신감은 따라온다는 것을 명확히 일깨워 줍니다. 불안은 생각으로 지우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덮어쓰는 것입니다.


사회적 버킷리스트를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인 도전 과제들을 수행하는 겁니다. 모임에서 즐겁게 놀기 같은 모호한 목표 대신 모르는 사람 한 명에게 질문 하나 하기처럼 성취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하는 겁니다.


첫 번째 대화, 첫 번째 독서 모임, 첫 번째 소프트볼 연습처럼, 첫 시도가 가장 어렵지만, 첫 번째 시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또 시도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라고 합니다. 시도할 때마다 불안의 강도와 지속 시간은 차츰 줄어든다고 말이죠.


게다가 우리가 가진 치명적인 착각 하나를 꼬집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안이 겉으로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를 투명성 착각이라고 합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상대방은 내가 조금 긴장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발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라고 합니다. 영상을 확인한 사람들은 대개 생각보다 멀쩡해 보여서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상상 속의 괴물(불안)과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를 확인하는 명확한 순간입니다.


또한 완벽주의라는 함정도 경계해야 합니다.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관계를 경직시킵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로봇보다 조금은 서툴더라도 진솔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는 관계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상태로 발견되는 보물이 아니라, 어색한 대화와 사소한 공유를 거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사회불안을 겪는 이들은 나는 원래 혼자가 편하다며 벽을 쌓지만, 사실 그 안에는 누구보다 깊은 연결을 원하는 소망이 숨어있습니다. 사회불안은 타고난 운명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혀온 불안이라는 습관을, 이제는 자신감이라는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사회불안을 가진 이들이 흔히 듣는 "그냥 편하게 네 모습을 보여줘"라는 조언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지 저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선의의 조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고 신경질이 난다는 걸 숱하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에는 그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니까요.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는 나를 뜯어고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마음 다잡기 책과는 결이 다릅니다. 불안을 극복의 대상이나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안을 길들일 수 있는 반응이자 다시 배울 수 있는 행동 패턴으로 다룹니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제때 반응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불안이 어떻게 앗아가는지 불안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자는 불안이 있어도 삶을 미루지 않는 법을 안내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본 선배로서 손을 내미는 다정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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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컷 ONE CUT - 이미지로 설득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 전략
홍우림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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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살아남는 브랜드의 이미지 생존법 『원 컷』. 오늘날 우리는 이미지의 해일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우리의 망막을 스쳐 지나가는 브랜드의 개수는 수천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중 우리의 엄지손가락을 멈추게 하고, 뇌리에 잔상을 남기는 브랜드는 과연 몇 개나 될까요?


한국인 최초로 IPA 국제사진공모전 올해의 에디토리얼 작가로 선정된 홍우림 저자는 찰나의 순간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미지의 힘을 해부합니다. 카네기홀에 서고 세계 메이저 공모전에서 50회 이상 수상한 이력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시각 언어의 마스터임을 증명합니다.


브랜드가 1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대로 스킵 된다며 이제 브랜딩은 '말'의 영역을 넘어 '보는'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철학을 가졌어도 시각적으로 즉각 소통되지 않는다면, 그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콘텐츠에 공을 들였는데도 누구는 사람들에게 좋아요, 공유, 팔로워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나의 이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저자는 우리가 흔히 빠지는 무색무취형이나 광고형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고객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형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관점의 문제입니다.


홍우림 저자는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와 본인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비주얼 브랜딩을 위한 5가지 핵심 요소를 소개합니다. 욕망, 스타일, 스토리, 공명, 일관성입니다.


사람은 정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 변화될 자신의 모습을 삽니다. 저자는 제품의 상세 스펙을 나열하는 방식 대신, 고객이 느끼는 변화된 상태를 시각화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비포-애프터 이미지의 심리적 기제를 분석하며, 그것이 단순히 전후 비교가 아니라 고객의 결핍을 해결해 주는 희망의 이미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틱톡 광고 모델이 된 시니어의 사례를 통해, 나이라는 결핍을 열정이라는 욕망으로 치환하는 이미지의 힘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타일은 예쁜 장식이 아니라 인지의 설계입니다. 톤앤매너, 프레이밍, 컬러 시스템은 브랜드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초 공사입니다. 저자는 로고를 가려도 이 브랜드임을 알아보게 하는 힘이 진정한 스타일의 완성이라고 말합니다. 미세한 디자인 오류나 일관성 없는 이미지 배치가 브랜드의 신뢰도를 어떻게 갉아먹는지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습니다. Less, but better 원칙 아래, 복잡함을 덜어내고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비주얼 시스템 설계법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스펙보다 스토리에 더 열광합니다. 저자는 파타고니아가 왜 제주 해녀 다큐멘터리를 찍었는지, 스타벅스가 왜 매장 벽면에 브랜드의 역사를 전시하는지를 분석합니다. 그것은 제품을 파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저자가 국가보훈부와 함께 진행했던 6·25 참전용사 프로젝트 사례는 감동적입니다. 제복 입은 영웅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어떻게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국가적 자부심을 일깨웠는지 설명하며, 이미지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과 스토리의 힘을 실증합니다.


과거의 브랜딩이 일방적인 선포였다면, 지금은 상호작용의 시대입니다. 고객이 스스로 브랜드를 촬영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구조, 즉 팬들의 놀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자는 이를 PUSH & PULL 전략으로 설명합니다. 브랜드가 메시지를 밀어내는 것(PUSH) 만큼이나, 고객이 스스로 다가오게 만드는(PULL) 시각적 유혹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브랜딩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저자는 핫셀블라드나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같은 전설적인 브랜드들이 어떻게 수십 년간 자신들의 비주얼 자산을 축적해 왔는지 분석합니다. 일시적인 트렌드를 좇는 반짝 이미지는 결코 브랜드의 유산을 만들 수 없습니다. 시그니처 시리즈를 만들고, 브랜드 아카이빙을 통해 꾸준히 자기다움을 노출할 때, 고객은 비로소 그 브랜드를 신뢰하게 됩니다.


저자는 브랜딩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결과 중심의 거대 담론(A의 세계)과 인본주의와 공감을 지향하는 서사(B의 세계)로 나눈다면, 진정한 브랜딩은 B의 세계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유행을 따라 옷을 갈아입을 때, 끝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본질을 이미지로 기록한 이들입니다.


저자 홍우림은 사진가로서의 정체성을 브랜딩 전략과 결합하여 비주얼 브랜드텔링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 통찰에서 시작됨을 이야기합니다. 『원 컷』은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현대 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시각 언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이자 실전 지침서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저자의 미적 감각과 수많은 기업 컨설팅을 통해 축적된 전략적 데이터가 만나 비주얼 브랜드텔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이미지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브랜드에게 이 책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당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면 5가지 설계도를 따라가 보세요.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픽셀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을 향한 진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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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세계
야마자키 마리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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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정체성을 어디에 속해 있는가로 정의하곤 합니다. 전 세계적인 히트작 『테르마이 로마이』의 작가 야마자키 마리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14살 어린 나이에 독일과 프랑스로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17살에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가 11년간 유화를 전공한 이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입니다.


중동, 유럽, 남미를 거쳐 현재 미국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야마자키 마리는 특정 국가의 국민이기 이전에 경계 위에 서 있는 관찰자로서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를 인상 깊게 읽으며 이 저자를 눈여겨봤었는데 『문 너머의 세계』를 읽으며 삶의 태도를 선명하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삶은 늘 문을 여는 쪽이었습니다. 『문 너머의 세계』는 수십 년간 여러 나라의 문을 열고 닫으며 마주한 인연을 통해, 낯선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얻어낸 삶의 품격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야마자키 마리의 예술적 고향인 피렌체는 찬란한 르네상스의 유산만큼이나 지독한 가난과 고독이 공존하던 곳이었습니다. 작가는 예술학교 시절의 고뇌를 회고하며, 우리에게 표현자로서의 태도를 묻습니다.


표현자라는 호칭에 주목해봅니다. 화가, 만화가, 예술가라는 직업명이 아니라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는 결과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저자의 미학을 드러냅니다. 야마자키 마리에게 예술은 완성된 작품 이전에 삶을 대하는 자세이며, 이 자세는 타인에게서 배워집니다. 피렌체라는 도시가 특별한 이유는 르네상스의 유산 때문이 아니라 예술을 삶의 일부로 살아내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던 유학생 시절, 고대 로마의 정신을 이어가는 장인의 시선은 작가에게 단순하지 않은 위로를 건넵니다. 예술이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에 깃든 빛임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멋이 단순히 겉치레가 아니라,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에서 비롯됨을 포착합니다. 아르노 강변의 여치처럼 작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들의 일상은 야마자키 마리가 이후 그려낼 만화적 상상력의 튼튼한 토양이 됩니다.


작가는 타인을 만나는 행위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비유합니다. 요즘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창에 매몰되어 옆자리에 앉은 타자의 존재를 지워버리곤 하지만, 야마자키 마리는 그 불편한 접촉 속에 삶의 진실이 있다고 믿습니다.


완전한 우연 속에서 만나게 되는 타인이라는 존재는, 낯선 땅으로의 여행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생관이나 삶의 방식을 바꿀지도 모르는 요소를 품은 미지의 장대한 세계 그 자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타인을 자신만의 잣대로 재단하려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여러 인연을 통해 '이해'라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노동인지를 보여줍니다. 타인은 내가 가보지 못한 인생의 지도를 가진 이정표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는 곧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일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과 이탈리아 나폴리는 정체성의 혼란과 수용을 동시에 가르쳐준 공간입니다. 리스본의 낡은 아파트에서 만난 이웃들은 때로는 참견쟁이 같지만,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따뜻한 온기를 지녔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여성의 삶입니다. 어머니가 남편과 헤어지고도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원했던 것은, 한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시어머니 하루 씨를 진심으로 존경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관계를 통해 혈연보다 깊은 인간적 존경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전통적인 가부장제 질서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여성의 서사가 이어집니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문 너머로 탈출하려는 이들의 분투기입니다.


야마자키 마리의 시선은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방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각각의 독립된 문으로 대우합니다.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충돌을 외면하는 대신,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불꽃이 어떻게 우리의 고정관념을 태우는지 관찰하기도 합니다.





28편의 에세이를 마칠 무렵 작가는 우리에게 마지막 문을 열어 보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가 겹겹이 쌓인 마음의 지도입니다.


"지금까지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오며, 내 안에는 온갖 경험으로 수많은 문이 마련되어 왔다." - p154


야마자키 마리의 『문 너머의 세계』는 경계를 지우는 예술가의 시선이 얼마나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찬란한 기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삶의 품위는 타인의 눈동자 속에 담긴 우주를 발견할 줄 아는 겸손한 시선에서 시작됨을 작가 특유의 위트 있는 문장으로 써내려갑니다.


당신의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문 중, 오늘 당신은 어떤 문을 열어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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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삼국지 - 최태성의 삼국지 고전 특강
최태성 지음, 이성원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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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 큰별쌤 최태성의 『최소한의 삼국지』. 삼국지는 1,000명이 넘는 인물과 100년의 역사가 얽혀 있어 입문자가 끝까지 읽기 힘든 고전입니다. 최태성 저자는 역사 강사로서의 노하우를 발휘해 관도·적벽·이릉이라는 3대 대전을 축으로 삼국지의 핵심을 짚어줍니다.


삼국지는 수십 권의 두꺼운 분량과 수천 명의 인물 이름에 압도되어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최태성 저자는 역사를 단순히 죽은 과거의 나열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으로 승화시키는 독보적인 스토리텔러입니다. 700만이 열광한 최태성의 인생 전략 특강을 만나보세요. 단순한 요약본을 넘어, 인생의 전략서로서 보여줍니다.


복잡함은 빼고 흐름은 살렸습니다. 방대한 줄거리 중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사건만 엄선해, 한 번만 읽어도 삼국지의 전체 맥락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게 돕습니다.


어려운 한자어나 고어 대신 요즘 세대에게 익숙한 현대어로 풀어내어, 남녀노소 누구나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최고의 가독성을 자랑합니다.


삼국지는 사실 영웅들의 전쟁터라기보다 인간 군상의 전시장에 가깝습니다. 조조의 냉철함, 유비의 포용력, 제갈량의 치밀함 등 인물들의 심리를 역사 수업처럼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이를 통해 나는 조직에서 어떤 리더인가?, 나는 어떤 사람과 손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게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몰락해가는 한나라의 혼란 속에서 피어난 세 남자의 동맹, 도원결의입니다. 최태성 저자는 단순히 의리라는 프레임에 가두지 않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신뢰라는 유무형의 자산이 어떻게 거대한 기업(국가)의 기초가 되는지 분석합니다.


유비의 명분, 관우의 무력, 장비의 경제력이 결합한 형태를 일종의 완벽한 스타트업 팀 빌딩으로 묘사합니다. 이들과 대비되는 조조의 등장은 파격 그 자체입니다. 조조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전략가로 조명하며, 그가 어떻게 혼란스러운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를 평정해 나갔는지 설명합니다.


관도대전은 디테일과 실행력의 승리입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압도적이었던 원소가 왜 조조에게 패배했는지를 보며, 조직의 리더가 경계해야 할 자만심과 결정적 순간의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어서 유비라는 인물이 어떻게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듭나는지를 다룹니다. 그 중심에는 역사상 최고의 브레인, 제갈량이 있습니다. 저자는 삼고초려를 단순히 인재 영입 과정으로 보지 않고, 명확한 비전 공유의 과정으로 해석합니다.


비전이 없는 열정은 금방 식기 마련입니다. 제갈량은 유비에게 단순한 승리가 아닌, 삼국 시대를 여는 그림이라는 데이터 기반의 로드맵을 선사한 겁니다. 이 비전은 곧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인 적벽대전으로 이어집니다. 80만 대군을 거느린 조조에 맞서 유비와 손권이 손을 잡는 과정은 오늘날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를 연상시킵니다.


저자는 적벽대전의 승리 요인을 다양한 전문성의 결합으로 꼽습니다. 제갈량의 기상 예측, 주유의 전술, 방통의 기만책이 맞물려 거대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겁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협업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적벽대전 이후 삼국은 형주라는 노른자위 땅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입니다. 여기서 제갈량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조명합니다. 하지만 이 정교한 균형은 인물들의 감정 제어 실패로 인해 무너집니다. 관우의 죽음과 그에 따른 유비의 분노는 결국 이릉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삼국지를 절제에 관한 이야기라 본다면, 이 영웅들의 대서사시는 결국 ‘절제하는 자’와 ‘절제하지 못하는 자’의 대결 구도로 볼 수 있어요. (...) 아무리 강한 세력을 거느렸거나 인생의 정점에 섰다 해도 절제하지 않는 순간 몰락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삼국지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 아닐까요?" (「연합의 붕괴, 이릉대전」 중에서)


유비가 평생 쌓아온 인의(仁義)의 이미지가 복수심이라는 단 한 번의 절제 실패로 무너지는 과정은 교훈을 줍니다. "내 삶이 정도에 지나치지 않게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보고, 지나친 것이 있다면 제한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라는 저자의 조언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거인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는 제갈량의 고군분투를 다룹니다. 유비가 세상을 떠난 후, 제갈량은 불가능해 보이는 북벌을 단행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과 가치에 집중하는 리더의 모습을 만납니다.


제갈량의 북벌은 수치상으로는 실패였을지 모르나, 그의 숭고한 정신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출사표라는 단어로 남아 있습니다. 저자는 삼국지의 결말이 유비나 조조의 가문이 아닌 사마 씨의 진나라로 통일되는 허무한 끝이 아니라, 그 과정을 치열하게 살아낸 영웅들의 선택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최소한의 삼국지』에서는 복잡한 지형지물은 명확한 지도와 삽화로 시각화했습니다. 삼국지를 영웅들의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오늘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나의 이야기로 치환해 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조조처럼 냉철할 것인가, 유비처럼 포용할 것인가, 제갈량처럼 치밀할 것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토리텔러가 차려준 이 맛있는 고전 특강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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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성원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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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혹은 "내 인생에 어떤 거대한 목적이 있긴 한 걸까?" 오늘도 갓생을 살기 위해 분투하지만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에 발목 잡혀본 적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핀란드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프랑크 마르텔라는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를 통해 시원한(어쩌면 서늘한) 진실을 던집니다. "미안하지만, 우주적 차원의 거대한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이 책은 무의미라는 벼랑 끝에서 우리가 어떻게 가장 단단하고 고유한 나만의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입니다. 프랑크 마르텔라 저자는 핀란드 알토 대학의 연구자이자 <세계행복보고서>를 집필한 전문가로, 현대인의 실존적 공허를 어루만져 왔습니다. 인생 안에서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만나보세요.


우리가 겪는 존재의 하찮음을 드러냅니다.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독특한 능력인 성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지만,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개개인의 존재는 먼지보다도 작습니다. 내 인생이 아주 소중하다는 기분과 그 기분의 근거를 대지 못할 수 있다는 앎 사이의 불일치가 바로 부조리함의 정체라고 합니다. 철학자 토드 메이는 이를 "의미를 찾는 우리와, 그걸 내주지 않으려는 우주와의 대결"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이 하찮고, 영원하지 않으며, 그 안에 있는 모든 가치와 목표가 자의적이라고 느낄 때, 우리는 부조리함과 스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무의미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고 역설합니다.


모든 것이 미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하겠지만, 우주가 침묵하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서사를 써 내려갈 저자의 권한을 획득하게 되는 겁니다.


현대 사회의 행복 강박을 비판합니다.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행복은 충분히 좋은 경험이지만, 그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풍요로움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이죠.





단순히 도파민이 솟구치는 쾌락적 행복이 아니라, 때로는 고통스럽더라도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의미를 지향할 때 인간은 비로소 실존적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겁니다.


니체가 선언했듯 신이 죽고 과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우리는 설명서 없는 조립 키트를 받은 아이들처럼 당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낭만주의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네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라는 매혹적인 조언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내면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그곳이 텅 비어 있거나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뿐임을 깨닫고 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는 인생의 의미(Meaning OF Life)에서 인생 안에서의 의미(Meaning IN Life)로 시선을 옮기자고 합니다.


의미는 삶 밖에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기 삶의 일부인 의미 있는 경험들 속에서, 그리고 그것들을 탐색함으로써 의미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연극 전체의 주제를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지금 무대 위에서 내가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대사의 전율, 조명의 따스함을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의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천기누설이 아니라 매일 마시는 커피의 향기, 친구와의 시시껄렁한 농담, 업무를 마쳤을 때의 성취감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생 안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현대 심리학의 자기결정이론 기반으로 네 가지 방법을 짚어줍니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 맺음, 그리고 선의입니다.


자율성은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잡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외부의 압박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나의 내면적 가치와 일치하는 선택을 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나다운 의미를 느낍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 숙달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효능감이 있습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경험은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의미의 섬에서 고립될 뿐입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이 살아날 때 삶은 비로소 색채를 띱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단순히 인맥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유대감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친사회적 행동인 선의에 대한 이야기도 와닿습니다. 남을 돕는 행위는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삶에 강력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내가 세상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믿음은 그 어떤 보상보다 강력한 심리적 동력이 됩니다.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는 인생을 바라보는 메타포를 바꾸라고 권합니다. 인생을 성공해야 할 프로젝트로 여기게 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작이 되고, 과정은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지루한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대신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라고 합니다.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때로는 비극과 갈등이 등장하지만 그 모든 장이 모여 하나의 고유한 서사를 이룹니다.


이 관점은 결과 지향적인 삶의 피로에서 구원해 줍니다. 실패조차도 내 이야기의 극적인 반전을 위한 소중한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당신 인생이라는 책의 저자로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저 남이 쓴 대본을 읽는 단역 배우입니까?


인생을 해치워야 할 과제로 느끼는 이들에게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삶을 제안하며,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경로를 제시하는 『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자, 이제 우주적 의미 같은 건 잊어버리고, 네 마음껏 이 무의미한 세상을 너만의 의미로 색칠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다정한 응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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