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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컷 ONE CUT - 이미지로 설득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 전략
홍우림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살아남는 브랜드의 이미지 생존법 『원 컷』. 오늘날 우리는 이미지의 해일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우리의 망막을 스쳐 지나가는 브랜드의 개수는 수천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중 우리의 엄지손가락을 멈추게 하고, 뇌리에 잔상을 남기는 브랜드는 과연 몇 개나 될까요?
한국인 최초로 IPA 국제사진공모전 올해의 에디토리얼 작가로 선정된 홍우림 저자는 찰나의 순간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미지의 힘을 해부합니다. 카네기홀에 서고 세계 메이저 공모전에서 50회 이상 수상한 이력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시각 언어의 마스터임을 증명합니다.
브랜드가 1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대로 스킵 된다며 이제 브랜딩은 '말'의 영역을 넘어 '보는'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철학을 가졌어도 시각적으로 즉각 소통되지 않는다면, 그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콘텐츠에 공을 들였는데도 누구는 사람들에게 좋아요, 공유, 팔로워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나의 이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저자는 우리가 흔히 빠지는 무색무취형이나 광고형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고객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형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관점의 문제입니다.
홍우림 저자는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와 본인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비주얼 브랜딩을 위한 5가지 핵심 요소를 소개합니다. 욕망, 스타일, 스토리, 공명, 일관성입니다.
사람은 정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 변화될 자신의 모습을 삽니다. 저자는 제품의 상세 스펙을 나열하는 방식 대신, 고객이 느끼는 변화된 상태를 시각화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비포-애프터 이미지의 심리적 기제를 분석하며, 그것이 단순히 전후 비교가 아니라 고객의 결핍을 해결해 주는 희망의 이미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틱톡 광고 모델이 된 시니어의 사례를 통해, 나이라는 결핍을 열정이라는 욕망으로 치환하는 이미지의 힘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타일은 예쁜 장식이 아니라 인지의 설계입니다. 톤앤매너, 프레이밍, 컬러 시스템은 브랜드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초 공사입니다. 저자는 로고를 가려도 이 브랜드임을 알아보게 하는 힘이 진정한 스타일의 완성이라고 말합니다. 미세한 디자인 오류나 일관성 없는 이미지 배치가 브랜드의 신뢰도를 어떻게 갉아먹는지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습니다. Less, but better 원칙 아래, 복잡함을 덜어내고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비주얼 시스템 설계법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스펙보다 스토리에 더 열광합니다. 저자는 파타고니아가 왜 제주 해녀 다큐멘터리를 찍었는지, 스타벅스가 왜 매장 벽면에 브랜드의 역사를 전시하는지를 분석합니다. 그것은 제품을 파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저자가 국가보훈부와 함께 진행했던 6·25 참전용사 프로젝트 사례는 감동적입니다. 제복 입은 영웅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어떻게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국가적 자부심을 일깨웠는지 설명하며, 이미지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과 스토리의 힘을 실증합니다.
과거의 브랜딩이 일방적인 선포였다면, 지금은 상호작용의 시대입니다. 고객이 스스로 브랜드를 촬영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구조, 즉 팬들의 놀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자는 이를 PUSH & PULL 전략으로 설명합니다. 브랜드가 메시지를 밀어내는 것(PUSH) 만큼이나, 고객이 스스로 다가오게 만드는(PULL) 시각적 유혹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브랜딩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저자는 핫셀블라드나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같은 전설적인 브랜드들이 어떻게 수십 년간 자신들의 비주얼 자산을 축적해 왔는지 분석합니다. 일시적인 트렌드를 좇는 반짝 이미지는 결코 브랜드의 유산을 만들 수 없습니다. 시그니처 시리즈를 만들고, 브랜드 아카이빙을 통해 꾸준히 자기다움을 노출할 때, 고객은 비로소 그 브랜드를 신뢰하게 됩니다.
저자는 브랜딩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결과 중심의 거대 담론(A의 세계)과 인본주의와 공감을 지향하는 서사(B의 세계)로 나눈다면, 진정한 브랜딩은 B의 세계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유행을 따라 옷을 갈아입을 때, 끝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본질을 이미지로 기록한 이들입니다.
저자 홍우림은 사진가로서의 정체성을 브랜딩 전략과 결합하여 비주얼 브랜드텔링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 통찰에서 시작됨을 이야기합니다. 『원 컷』은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현대 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시각 언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이자 실전 지침서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저자의 미적 감각과 수많은 기업 컨설팅을 통해 축적된 전략적 데이터가 만나 비주얼 브랜드텔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이미지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브랜드에게 이 책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당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면 5가지 설계도를 따라가 보세요.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픽셀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을 향한 진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