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 - 대화가 풀리고 관계가 편안해지는 불안 다루기 연습
엘런 헨드릭슨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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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아주 오래된 손님처럼 눌러앉은 불안이라는 녀석의 정체를 파헤쳐 보려 합니다. 회의 시간에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장 박동이 치솟거나, 모임이 끝난 뒤 침대에 누워 '아까 그 말은 하지 말걸'이라며 자아비판의 시간을 갖느라 잠 못 이룬 적 없으신가요?


사회적 에너지가 금방 방전되는 내향인과 프로 걱정러, 멘탈 관리가 절실한 이들에게는 심리적 갑옷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나를 바꾸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의 저자 엘런 헨드릭슨(Ellen Hendriksen)은 이 분야의 끝판왕 전문가입니다. 하버드 의대에서 수련한 임상심리학자이자 보스턴 대학교 불안장애센터의 교수입니다.


놀라운 점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저자 역시 지독한 사회불안을 겪었던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자신이 직접 임상 현장에서 증명한 불안 탈출의 로드맵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불안을 성격 결함이나 사회성 부족으로 생각하지만,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에서는 사회불안이 사실은 사회인식과 행동억제라는 두 가지 훌륭한 생존 기제가 과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민감하게 읽어내는 사회인식 능력은 원래 공동체 생활을 원활하게 돕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 안테나가 너무 예민해지면 상대방의 단순한 무표정조차 나를 싫어하는 신호로 왜곡 해석하게 됩니다.


"결국 가장 좋은 순간을 놓치는데, 바로 타인과 함께하는 순간이다. 이는 그 자리를 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보처럼 보이지 않았는지, 괜히 당황하지 않았는지 자기 검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회불안은 이렇게 우리가 원하는 삶을 방해한다."라는 문장이 남일 같지 않습니다.


불안은 우리를 자기 몰입의 감옥에 가둡니다. 타인을 배려하느라 불안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보일지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정작 눈앞의 대화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것을 회피의 나비효과라고 합니다.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선택한 회피가 결국 불안의 근육을 키우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경고합니다.


이어서 우리 마음속에서 24시간 쉬지 않고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내면의 비판자에 대해 들려줍니다. 이 비판자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작가입니다. 너 아까 말실수했어, 사람들이 속으로 비웃고 있을걸? 같은 대사들을 끊임없이 내뱉습니다. 중립적인 상황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 비판자를 이기는 법은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호한 불안을 구체화하여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계산해 보고, 나 자신을 엄한 교사가 아닌 지지해 주는 코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말해본 경험 있으시죠? 저도 그렇게 미룬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에서는 시작하면 자신감은 따라온다는 것을 명확히 일깨워 줍니다. 불안은 생각으로 지우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덮어쓰는 것입니다.


사회적 버킷리스트를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인 도전 과제들을 수행하는 겁니다. 모임에서 즐겁게 놀기 같은 모호한 목표 대신 모르는 사람 한 명에게 질문 하나 하기처럼 성취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하는 겁니다.


첫 번째 대화, 첫 번째 독서 모임, 첫 번째 소프트볼 연습처럼, 첫 시도가 가장 어렵지만, 첫 번째 시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또 시도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라고 합니다. 시도할 때마다 불안의 강도와 지속 시간은 차츰 줄어든다고 말이죠.


게다가 우리가 가진 치명적인 착각 하나를 꼬집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안이 겉으로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를 투명성 착각이라고 합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상대방은 내가 조금 긴장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발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라고 합니다. 영상을 확인한 사람들은 대개 생각보다 멀쩡해 보여서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상상 속의 괴물(불안)과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를 확인하는 명확한 순간입니다.


또한 완벽주의라는 함정도 경계해야 합니다.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관계를 경직시킵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로봇보다 조금은 서툴더라도 진솔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는 관계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상태로 발견되는 보물이 아니라, 어색한 대화와 사소한 공유를 거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사회불안을 겪는 이들은 나는 원래 혼자가 편하다며 벽을 쌓지만, 사실 그 안에는 누구보다 깊은 연결을 원하는 소망이 숨어있습니다. 사회불안은 타고난 운명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혀온 불안이라는 습관을, 이제는 자신감이라는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사회불안을 가진 이들이 흔히 듣는 "그냥 편하게 네 모습을 보여줘"라는 조언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지 저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선의의 조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고 신경질이 난다는 걸 숱하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에는 그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니까요.


『불안이 습관이 되지 않게』는 나를 뜯어고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마음 다잡기 책과는 결이 다릅니다. 불안을 극복의 대상이나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안을 길들일 수 있는 반응이자 다시 배울 수 있는 행동 패턴으로 다룹니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제때 반응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불안이 어떻게 앗아가는지 불안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자는 불안이 있어도 삶을 미루지 않는 법을 안내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본 선배로서 손을 내미는 다정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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