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 위기의 문학 - 모더니즘 입문서 테리 이글턴 컬렉션
테리 이글턴 지음, 도원우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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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계의 전설적인 석좌 교수이자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의 거장 테리 이글턴의 노련한 통찰이 집약된 『모더니즘: 위기의 문학』. 우리가 모던하다고 할 때 떠올리는 세련됨이나 깔끔함은 잊어주세요. 테리 이글턴이 말하는 모더니즘은 세련된 카페의 인테리어가 아니라, 전통적 가치가 붕괴하고 언어가 제 기능을 상실한 위기 그 자체입니다.


그에게 모더니즘은 새로운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왜 기존의 언어와 세계 인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의 산물입니다. 원제 A Literature in Crisis는 곧 위기의 문학입니다. 모더니즘은 위기를 장식하는 예술이 아니라, 위기를 사고하는 문학입니다.


이 책은 20세기의 가장 화려한 몰락이자 혁명이었던 모더니즘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먼저 모더니즘과 모더니티의 미묘한 차이를 짚어줍니다. 모더니티가 기차, 비행기, 전기가 가져온 물리적 변화라면, 모더니즘은 그 변화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 정신의 몸부림입니다. 모더니즘이 단순히 새것을 찬양하는 사조는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라는 배경이 있을 때만 현대성을 인지합니다. 하지만 모더니즘은 그 과거를 지워버림으로써 영원한 현재에 갇히고자 합니다. 테리 이글턴은 이를 망각의 형식이라고 부릅니다. 역사적 위기를 은폐하거나 혹은 그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한 형식적 전략이었음을 분석합니다. 리얼리즘이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려 했다면, 모더니즘은 그 거울을 깨뜨려 파편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 파편화야말로 우리가 마주한 진실이라는 겁니다.


이어서 모더니즘의 핵심 문제인 언어의 위기를 다룹니다. 모더니즘 작가들에게 언어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모더니즘이 왜 그토록 난해하고 추상적인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대상(사물)과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말)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현실이 사실은 언어에 의해 조작된 구성물임을 깨닫는 순간, 작가들은 새로운 언어, 혹은 감정이 배제된 정직하고 메마른 0도의 글쓰기를 갈망하게 됩니다.


여기서 저자는 아도르노의 부정 미학을 끌어옵니다. 예술이 대중문화의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무용(無用)해지기를 선택했다는 분석입니다. 모더니즘 예술은 효율성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논리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를 난해한 성벽 안에 가둡니다. 독자 대중과의 불화를 자처함으로써 오히려 예술의 자율성을 지켜내려 했습니다.


『모더니즘: 위기의 문학』에서는 모더니즘의 흐름 안에서도 특히 공격적이었던 아방가르드 운동을 조명합니다. 미래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로 이어지는 이 계보에서 예술은 삶을 변혁하는 폭탄이 됩니다. 이성이 지배하던 근대 사회가 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파국을 맞이했을 때, 예술가들이 느꼈던 환멸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성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항해 광기와 우연을 처방전으로 내놓았습니다.


변기를 전시장으로 가져온 뒤샹의 시도는 장난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제도의 권위를 해체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던 겁니다. 테리 이글턴은 아방가르드의 시도가 예술의 죽음을 선언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예술을 삶의 영역으로 확장하려 했음을 짚어줍니다.





모더니즘과 정치적 보수주의의 기묘한 결합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엘리엇, 파운드, 예이츠 같은 모더니즘의 거장들이 왜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거나 심지어 파시즘에 경도되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자는 이 모순을 보수 혁명가로 표현합니다. 사라져가는 전통과 질서를 그리워하며(보수),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가장 파격적인 형식적 파괴(혁명)를 단행했습니다.


테리 이글턴은 모더니즘이 지닌 위기의 감각을 오늘날의 기후 위기, 디지털 파편화,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맥락으로 끌어옵니다. "모더니즘은 기존의 지배적 합리성이 재앙적으로 실패한 시대에 대안적 합리성을 모색하는 시도"라고 정의합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불안과 허무, 그리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탈진실의 시대야말로 모더니즘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글턴은 맹목적인 낙관을 경계하면서도, 위기 속에서 형식을 찾아내려 했던 모더니스트들의 노력을 변증법적 희망이라 부릅니다.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뜻을 풀면 꽤 현실적인 개념입니다. 변증법은 모순과 충돌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테리 이글턴이 말하는 변증법적 희망이란 모더니즘이 실패했고, 세계는 위기에 빠졌지만 그 실패와 위기 자체가 새로운 사고와 실천의 조건이 된다는 뜻입니다.


모더니즘은 완전한 해답이 아니었습니다. 예술도 세상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합리성은 재앙적으로 무너졌습니다. 이 모든 부정과 붕괴를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다른 합리성, 다른 언어, 다른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지만, 그 희망은 위기를 직시한 뒤에만 생기는 희망입니다. 희망은 현실을 외면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끝까지 밀어붙여 생각할 때 생긴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모더니즘: 위기의 문학』은 우리가 처한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견뎌낼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루카치, 아도르노, 앤더슨, 제임슨을 가로지르며 모더니즘 비평사를 재구성하고, 그 끝에서 테리 이글턴은 변증법적 희망을 제시합니다.


한국어판 서문이 주목할 만합니다. 테리 이글턴은 모더니즘을 서구 전유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고, 한국을 포함한 비서구 사회의 모더니즘을 인정합니다. 식민지와 반식민지 국가에서 모더니즘은 서구와는 다른 의미를 가졌습니다. 전통과 근대, 민족과 세계, 저항과 협력 사이의 긴장 속에서 독특한 형태의 모더니즘이 발전했습니다.


한국의 1930년대 모더니즘 문학, 일본의 신감각파, 중국의 5·4 운동기 문학은 모두 서구 모더니즘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역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했습니다. 모더니즘이 보편적 문학사조가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위기에 대한 다양한 응답들의 집합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왜 모더니즘을 읽어야 할까요? 모더니즘이 직면했던 위기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어와 현실의 괴리, 경험의 파편화, 의미의 상실, 전통적 가치의 붕괴. 이 모든 것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SNS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경험을 무수한 조각으로 쪼개고, 뉴스 피드는 맥락 없는 정보의 홍수를 쏟아냅니다. 우리는 접속되어 있지만 고립되어 있고, 정보는 넘쳐나지만 의미는 결핍되어 있습니다.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그려낸 파편화된 현대 도시의 풍경과 닮아 있습니다.


『모더니즘: 위기의 문학』은 모더니즘의 실험과 실패, 성취와 한계를 분석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계승임을 보여줍니다. 현재의 거울로서의 모더니즘사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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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스파이입니다
알콩달콩 뚱딴지네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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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보다 더 평양 같은 K-직장? 북한 엘리트 스파이가 목격한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기괴한 민낯 『신입사원 스파이입니다』.


설정부터 재밌습니다. 북한의 최정예 스파이가 남한의 공공기관에 위장 취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긴박한 총격전이나 고도의 심리전을 예상하셨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으셨습니다. 소설 『신입사원 스파이입니다』가 조준하는 타깃은 바로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직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부조리극이기 때문입니다.


저자 알콩달콩 뚱딴지네는 실제로 공공기관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가 해고당한 실전 경험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펜을 든 이유는 단 하나였을 겁니다. 본인이 겪은 그 비현실적인 현실을 기록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북한 엘리트 해커 '서파이'의 눈을 빌려, 우리 사회의 꼰대 문화를 정면으로 마주해 봅니다.


소설의 서막을 여는 려명거리는 주인공 서파이가 남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그립니다. 그는 첨단 기술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자유의 땅을 꿈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환상이 무너진 자리에 들어선 기괴한 기시감을 묘사합니다.





서파이가 발령받은 공공기관은 겉으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내부적으로는 낡은 관습과 부패가 퇴적물처럼 쌓여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신입사원들에게 강요하는 장기 자랑, 소위 재롱잔치. 단체 구호, 집단 동작, 강요되는 웃음과 박수. 이 장면은 북한의 집단 공연 아리랑과 남한의 기업 연수를 겹쳐 놓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이 소설의 블랙코미디는 웃기기 위해 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어서 웃음이 난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개성을 말살하고 조직의 부속품으로 길들이는 이 과정은 민주주의 사회라는 간판 뒤에 숨겨진 전체주의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동원되는 각종 의전은 북한의 수령 우상화 작업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습니다.


북한말로 된 목차도 재밌습니다. 게으름을 뜻하는 '농태기' 편에서는 일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중견 간부들을 꼬집습니다. 업무의 본질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매몰된 조직의 모습은 요즘 세대들이 가장 혐오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직업동맹' 편에서는 실제 노동조합을 설립했던 저자의 경험이 가장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소설 속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집단이 아니라, 또 하나의 권력 기관으로 묘사됩니다. 공정을 외치는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일이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한 스파이의 시선은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개인의 약점을 들추어내어 공격하는 북한 말 '뼈다구 파내기' 편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수법들이 등장합니다. 『신입사원 스파이입니다』는 북한 스파이라는 외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K-직장 문화의 민낯을 낯설게 보게 만드는 사회 심리극입니다.


우리는 조직 안에서 이방인입니다. 조직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 당황하고, 부조리한 관행에 분노하지만, 결국 순응하거나 떠나야 하는 존재들. 오늘 하루도 까리하게 버티며 된방 맞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았던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조직이라는 이름의 풍경을 솔직하게 그린 블랙코미디 보고서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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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상속 최고의 수업 - 세금 줄이는 40가지 비법
유찬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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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老老)상속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부모님이 건강하게 100세를 향유하시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지만, 세무적인 관점만 떼어놓고 보면 70대 자녀가 100세 부모님께 재산을 물려받는 조금은 서글픈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투자의 활력도, 소비의 즐거움도 시들해진 시기에 받는 상속은 그저 세금 정산의 고단한 과정일 뿐입니다.


『증여 상속 최고의 수업』은 국세청 17년 근무 경력을 포함해 50년 가까이 세무 현장을 지켜온 유찬영 세무사의 내공이 집약된 책입니다. 세금 아끼는 법을 넘어, 가족 간의 평화와 부의 효율적인 대물림을 목표로 2026년 최신 세법으로 풀어냅니다. 우리가 먼저 선수 쳐야 할 절세 비법 40가지를 만나보세요.


상속세는 흔히 부유세라 불리지만, 이제는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누구나 해당하는 보편적 세금이 되었습니다.  재산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보다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상속세를 적게 내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상속인들이 재산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상속세는 누진세율 구조이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몰아서 주는 순간 세율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30억 원을 한 자녀에게 상속하면 최고세율 구간에 진입하지만, 배우자와 자녀로 나누면 과세표준 자체가 달라집니다. 분할은 가족 화합의 제스처이자 세무 전략입니다.


저자는 현금을 뽑아 금고에 쌓아둬 봐야 소용없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거액을 인출하면 국세청이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국세청의 빅데이터는 생각보다 집요합니다. 소명되지 않은 인출 금액은 결국 상속재산으로 추정되어 가산세 폭탄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합니다.


저자는 100세 시대의 세대 갈등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로 사전증여를 꼽습니다. 증여는 단순한 자산 이동이 아니라, 자녀가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종잣돈을 합법적으로 넘겨주는 행위입니다. 10년 단위로 갱신되는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하면 70세 부모라도 증여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비과세 항목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짚어줍니다. 증여인 듯 증여 아닌 증여 같은 상황이 꽤 많거든요. 치료비, 생활비, 교육비 등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돈이 언제 증여세 대상이 되고, 언제 면제되는지를 세밀하게 가이드라인을 잡아줍니다.


대한민국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입니다. 국세청이 가장 눈독 들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여러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저자가 계산기를 두드려 줍니다. 20억 원 아파트를 넘길 때 대출을 끼고 넘기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아버지가 증여세까지 다 내주는 것이 유리한지도 실사례로 비교 분석합니다. 당장 증여세 낼 돈이 없다면 할 수 있는 대안도 등장합니다.





가족 간 저가 매매를 꿈꾸는 분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도 짚어줍니다. 차용증만 쓴다고 다가 아니라며 경고합니다. 원금과 이자를 실제로 상환하는 금융 기록이 없다면 국세청의 빅데이터 시스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녀법인 활용법도 자산가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개인과 법인의 세금 구조 차이를 설명하고, 이월과세 특례를 통해 상속 및 증여 가액을 낮추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건 세법은 억압의 규칙이 아니라 선택의 지도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절세할 수 있는 전략을 배워야 합니다.


복잡한 세법을 사례로 풀어내고 있어 목차를 보며 지금 당장 궁금한 것부터 읽기 좋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법은 잠자는 자의 권리를 보호하진 않습니다. 미리 준비하면 축복이 될 증여가, 임박해서 서두르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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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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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심리의학 교수이자 수면의학의 세계적 권위자 토니 페르난도 박사의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의사 가운을 벗고 미얀마의 뜨거운 흙바닥에서 네 번이나 임시 출가를 감행한 후 탄생한 책입니다.


진료실에서 약물과 상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인간 고통의 근원적 지점을 인류 최초의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는 부처의 통찰에서 건져올립니다. 이 책은 종교 서적이 아닙니다. 의학과 수행이 교차하는 정신건강 가이드북입니다. 우리 마음의 고통을 어떻게 해부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正見(바른 견해) 파트에서는 인지적 오류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의 핵심을 파판차(Papanca)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폭되어 결국 현실과는 동떨어진 거대한 불안의 직물을 짜내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신의학의 생각 과잉(Overthinking)과 연결하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 만든 시나리오 속에 갇혀 사는지를 짚어줍니다.


파판차는 우리가 흔히 겪는 스트레스의 주범입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하며 밤잠을 설치는 것, 그게 바로 마음의 질병인 파판차입니다. 부처는 이를 질병처럼 여기고 벗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이성적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마음이 만들어내는 욕망의 소용돌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비로소 행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 戒(계) 파트에서는 흐트러진 삶을 정렬하는 최소한의 규격에 대해 말합니다.계율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구속적인 도덕 수칙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페르난도 박사는 삶의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안전장치로 해석합니다. 타인과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삶이 어떻게 우리 내면의 평화를 담보하는지 설명합니다.


특히 언어의 사용, 즉 정직하고 친절한 말의 중요성을 짚어줍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함부로 내뱉으며 관계의 근간을 흔들곤 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단속하는 것이 수행의 시작임을 이야기합니다.


부정적인 언어와 행동은 주변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뇌 구조까지도 부정적으로 편향되게 만듭니다. 저자는 불살생, 불음주 등의 계율을 종교적 금기를 넘어 중독과 충동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고유한 존재감을 회복하는 실천적 방법론으로 보여줍니다.


3부에서 다루는 布施(보시)는 기부하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집착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훈련으로 바라봅니다. 저자는 수많은 환자가 무언가를 움켜쥐려(grasp) 할 때 고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보시는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음으로써, 역설적으로 그것이 없어도 나는 온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미얀마에서의 탁발 경험을 통해 저자는 관대함이 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설명하며, 대가 없는 베풂이 어떻게 우리를 결핍의 늪에서 건져 올리는지 보여줍니다.


4부 定(정)에서는 실천적 핵심인 마음챙김(Mindfulness)을 다룹니다. 저자는 마음챙김을 나를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힘으로 규정합니다. 명상이란 특별한 장소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만이 아닙니다. 틱낫한의 명상법 중 설거지 명상이 재밌습니다. 한 접시 한 접시 천천히 닦아보세요. 저자도 그릇의 감촉, 따뜻한 물, 손의 움직임을 온전히 알아차리며 설거지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 하지 말고, 단지 그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하라고 조언합니다. 스마트폰 중독과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마음놓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호흡으로 돌아오는 이 훈련은 뇌의 전두엽을 강화하고 정서적 평온을 되찾아줍니다.


5부에서 저자는 慧(혜), 지혜의 본질을 파고듭니다. 그가 말하는 지혜는 세상의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입니다. 스승 아잔 차의 가르침인 마이 네(Mai nae 무상)를 들려줍니다. 마이 네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중독되어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는 고집에 빠지곤 합니다. 저자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마지막 6부는 慈悲(자비)의 실천입니다. 자비를 동정심이 아니라, 타인과 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인지적 전환으로 봅니다. 모든 인간이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원한다는 보편성을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친절을 베풀 수 있습니다.





자기 연민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타인을 향한 연민 이전에, 지치고 소진된 자신을 먼저 돌보아야 하는 겁니다. 스트레스받거나 잠이 부족한 상태라면 자애와 연민의 마음은 생기지 않습니다.


저자는 부처를 인류 역사상 가장 명석한 심리학자라고 칭송했습니다.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는 불교를 마음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해석하고 증폭시키는 우리 마음의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파판차의 소용돌이를 멈추고, 쥐고 있는 손을 느슨하게 하며,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깨어있는 것. 저자는 이 원칙들이 우리 삶을 얼마나 가볍게 만들 수 있는지 함께 경험해보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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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희망 - 언젠가 다다를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 적이 있나요
<너의 작업실> 작업인 18인 지음 / 북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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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너의 작업실> 18인의 힙하고 다정한 죽음의 예행연습 『장례희망』. 이 책은 경기도 일산 밤가시마을의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저자 김완 작가가 진행한 '죽음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각자의 부고문과 장례식 초대장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책방지기 '탱'을 비롯해 영어 강사, 요가인, 예술가, 엄마 등 각자의 우주를 품은 18명의 이웃들. 2년간 글쓰기 모임을 통해 완성한, 죽음에 관한 가장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기록이 탄생했습니다.


보통 죽음을 다룬 책들은 비장하거나 숙연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장례희망』은 갓생 뒤에 숨겨진 불안을 어루만지면서도, 어차피 한 번은 갈 여행인데 짐은 좀 가볍게 싸볼까라고 툭 던지는 유머와 다정함이 배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우리가 언젠가 다다를 그 마지막 장면으로 산책을 떠나볼까요.





1부 내 장례식에 놀러 올래요? 파트에서는 저마다 상상하는 각양각색의 장례식 풍경이 펼쳐집니다. 차가운 병원 장례식장의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사과나무 아래를, 누군가는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을 선택합니다. 죽음을 상실이 아닌, 남겨진 이들에게 건네는 아름다움의 전이로 정의합니다. 내가 다 이루지 못한 삶의 광휘를 당신이 대신 누려달라는 청탁, 이보다 세련된 작별 인사가 있을까요?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살았던 이의 고백은 더욱 묵직합니다. 우리는 종이에 손을 베이기 전까지는 종이가 칼보다 날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평온한 일상이라는 종이 장을 넘길 때마다 그 이면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깨어 있는 삶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만나게 됩니다.


나의 장례식을 상상하는 글에 묻어있는 공통된 정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해 주길 바라는지 구체적이고도 유쾌한 희망 사항을 내놓습니다. 장례식은 고인을 박제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인의 조각들을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기억을 확인하며 '키득거리는' 축제가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2부에서는 저자들이 직접 쓴 '나의 부고문'이 이어집니다. <너의 작업실> 문우들이 쓴 부고문에는 성공 대신 성실했던 취향들이 담겨 있습니다. 매일을 웃고 나누며 돌보는 데 집중했던 사람, 혹은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의 홀가분함을 즐겼던 이들의 부고문은 당신이 떠난 뒤, 당신의 직함 말고 무엇이 남길 바라는지를 묻습니다.


누군가는 매일의 일상을 장례식처럼 소중히 대접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매일이 장례식이라는 생각은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연회라면, 우리는 굳이 미워하거나 인색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별의 경험을 통해 죽음의 무게를 배운 이의 문장도 가슴을 저릿하게 만듭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기억을 더듬으며 죽음을 기억의 파편으로 정의합니다. 죽음은 남겨진 이들의 삶 속에 끈질기게 동행하는 슬픔의 군단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슬픔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의 귀함을 일깨우기 위해 찾아옵니다.


슬픔을 할부로 나눈다는 개념도 재밌습니다.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통증을 생의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갚아나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애도의 본질임을 일깨워 줍니다.


마지막으로 《울음 영역》이라는 소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죽음은 고통의 끝이 아니라, 비로소 도달한 완전한 자유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행복이라는 단어조차 구속이 될 때, 죽음은 비로소 자유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저자들은 죽음을 무작정 찬미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삶의 일부로서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 끝에서 누릴 자유를 담담하게 예견할 뿐입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약속합니다. 죽음을 생각했기에 이제는 마음껏 사랑하겠다고요.


『장례희망』은 내 장례식에선 내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의 노래를 틀어달라거나 내 부고문에는 '고양이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적어달라는 구체적이고 사적인 욕망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나의 장례식은 어떤 풍경이면 좋을지, 나의 부고문은 어떤 문장이 담기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언젠가 다다를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고백을 생각해봅니다. 부고문 작성을 통해, 내가 정말로 소중히 여기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발견하기도 합니다. 나의 장례식에서 틀고 싶은 노래 리스트 3곡을 먼저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그 노래들이 바로 나의 현재를 정의하는 색깔일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일상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유한함이라는 축복을 얻습니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라는 한 페이지가 그토록 소중해집니다. <너의 작업실>에서 피어난 온기 어린 대화의 산물 『장례희망』. 그 온기는 읽는 내내 제게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슬픔 대신, 다시 살아갈 용기와 묘한 안도감을 선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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