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위한 원칙
리처드 템플러 지음, 이문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준비되지 않은 채 부모가 됩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세상에 없던 사랑과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껴안게 됩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 필요한 건 고상한 이론이 아니라 당장 내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단단한 원칙 하나입니다.


『부모를 위한 원칙』의 목차를 펴는 순간,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아,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입니다. 109가지 원칙 하나하나가 마치 내가 그동안 아이에게 쏟아냈던 서툰 말들, 그리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후회했던 그 밤들을 미리 들여다본 듯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박힙니다.


특히 십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어린 시절의 원칙을 보며 아쉬워할 것이고, 이제 막 아이를 품에 안은 부모라면 이 책을 만난 것이 인생의 큰 행운임을 직감하게 될 겁니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부모가 된 우리가 가졌던 수많은 질문에 대해, 33개국 부모들이 18년 동안 몸소 겪으며 증명해낸 최선의 답안지를 건넵니다.


만약 당신이 육아라는 망망대해에서 노를 놓치고 싶을 만큼 지쳐 있다면, 이 책의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될 겁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이라도 이 원칙들을 곁에 둘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부모들의 성경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한 책입니다.


리처드 템플러는 말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을 한 땀 한 땀 설계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아이라는 씨앗이 스스로 꽃피울 수 있도록 토양을 가꾸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아이에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보는 것입니다. 희생하는 부모는 필요없습니다. 부모가 불행한데 아이가 행복할 길은 없습니다.


저자는 육아의 긴 호흡을 강조합니다. 오늘 당장 집안이 난장판이 되어도 부모가 여유를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키우는 존재가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라는 덫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고, 부부만의 시간을 챙기며, 때로는 육아로부터 도망칠 권리를 인정할 때 비로소 아이를 향한 진정한 관대함이 시작됩니다.


아이와의 관계 설정과 일상적인 소통의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계선입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영역을 침범하는 순간, 관계는 왜곡된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자녀의 재능이나 진로를 부모의 대리 만족 수단으로 삼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저자는 아이의 인생은 결국 아이의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예의를 갖추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무엇보다 아이를 의사결정의 주체로 대접해야 합니다. 


부모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훈육과 인격 형성에 대한 파트도 있습니다. 템플러의 훈육 철학은 아이의 존재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가 마주하는 첫 사회인 형제관계와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부모의 개입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합니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그들이 사회적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최고의 훈련장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의 역할이 보호자에서 목격자이자 조력자로 변모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특히 십대 아이를 대할 때는 방을 뒤지지 마라는 원칙을 내세웁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아이를 과잉보호하기보다, 그 위기를 통해 인생의 쓴맛과 회복 탄력성을 배우게 하라는 대목도 현실적입니다.


성인이 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부모 자신의 독립이라고 합니다. 잘못 쓴 게 아닙니다. 자녀의 독립이 아니라, 부모의 독립입니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뤘다는 것은 자녀가 죄책감에서 해방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바로 그때 당신의 자녀가 부모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은 사랑에서 비롯될 거라고 합니다.





리처드 템플러의 109가지 원칙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존중입니다. 아이를 부모의 부속물이나 미완성된 존재로 보지 않고, 하나의 고유한 우주로 대우하는 것입니다.


아이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 것, 아이의 실수를 막으려 나서지 않는 것, 아이의 친구를 골라주지 않는 것, 아이의 방을 뒤지지 않는 것. 이 모든 하지 않음이 아이를 성장시키는 진짜 양육임을 깨닫게 됩니다.


냉정한 방임이 아닙니다. 이 모든 물러섬의 전제는 신뢰입니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아이가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이가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그 신뢰가 없으면 물러섬은 방치가 되는 겁니다.


109가지 원칙을 모두 지키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완벽한 부모가 되려 애쓰지 말라고 다독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 애쓰는 순간, 아이는 완벽해야만 사랑받는다고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실수를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그 뒷모습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많은 것을 배웁니다.


아이를 키우는 법이 아니라, 부모로 사는 태도를 묻습니다. 육아의 기술에 매몰되어 본질을 놓치고 있던 부모, 아이와 싸우다 밤마다 자책하며 눈짓는 부모에게 위로와 해답을 함께 안겨줍니다. 부모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아이를 통제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게 합니다.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