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샐러드 - 밥이 되는 완벽한 한 끼 샐러드
장연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 먹는 샐러드가 이제는 조금 물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직접 해먹으려고 샐러드용 재료를 구입해도 시판 소스만 조금씩 변경해서 먹을 뿐 결국 거기서 거기인 초록 풀 잔치. 


수많은 기업 광고의 푸드 스타일링을 담당한 요리 연구가 장연정 저자는 시판 샐러드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샐러드 레시피를 선보입니다. 먹고 나서 금방 헛헛해지지 않는 한 끼가 되는 샐러드를 말이죠. <더 샐러드>에서는 샐러드도 충분히 든든하고 맛있는 밥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샐러드 레시피 56가지가 담겼습니다. 


샐러드 채소 종류 얼마나 알고 있나요? 채소마다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고 먹지는 않아서 이번 기회에 채소들이 가진 효능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채소의 본래 맛보다는 샐러드 드레싱의 맛으로 먹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레싱을 팍팍 넣어 먹는 편인데,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드레싱을 만드는 법은 제게 꼭 필요한 정보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희귀한 재료가 아닌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맛있는 드레싱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샐러드는 단어 자체가 신선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주는지라 생으로만 사용했는데, 미리 만들어두는 샐러드 절임 채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당근, 토마토를 포함해 각종 채소로 만드는 새콤달콤 절임 채소 7가지 정보는 정말 유용하더라고요. 짧게는 1주에서 길게는 몇 개월도 냉장보관 가능한 레시피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깊은 볼에 푸짐하게 샐러드를 담아 즐기는 원 볼 샐러드. <더 샐러드>에서는 기본 2인분 양을 레시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본 재료와 해당 샐러드만의 주재료 그리고 드레싱을 구분해 재료를 소개하고 조리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평소 선호하지 않는 재료도 있었지만 이건 먹어볼 만하다 싶을 정도로 군침돌게 하는 플레이팅 덕분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주재료에 따라 오븐을 사용하는 레시피도 있지만 대부분 가볍게 삶거나 팬에 볶는 수준이라 크게 어려운 점은 없어보입니다. 요리할 때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을 싹 해결해주는 장연정 저자의 팁도 알찹니다. 





닭가슴살을 주재료로 한 샐러드를 즐겼다면 베트남식 커리 치킨 샐러드, 바질페스토 치킨 샐러드, 태국식 치킨 샐러드 등 더욱 색다르게 즐겨보세요.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육류를 주재료로 한 샐러드도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든든해 보입니다. 단백질 식품으로 애용하는 달걀로 만든 오믈렛 샐러드도 평소 먹던 방식에서 조금만 응용하면 되니 수월해보였어요. 


저는 슈퍼푸드 곡물을 좋아하는 입맛이라 상큼한 레몬 갈릭 드레싱을 얹은 시트러시 슈퍼 그레인 볼, 햄을 넣은 샤퀴테리 샐러드 등 병아리콩이 들어간 샐러드를 콕콕 찾아 봤어요. 리코타치즈도 좋아해서 복숭아 리코타치즈 샐러드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제철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샐러드를 만들어봐야겠어요. 사과 적채 샐러드는 상큼한 맛이 벌써부터 느껴지는 듯합니다. 냉동과일을 사다놓고 그릭요거트에 넣어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베리류 과일을 이용한 샐러드 레시피도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집밥 할 때 흔히 사용되는 재료만으로도 훌륭한 샐러드가 탄생됩니다. 두부와 베이컨을 넣은 샐러드는 두부를 이렇게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각종 버섯을 이용한 샐러드도 있습니다.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빵에 끼워 먹는 샐러드, 샐러드에 곁들이기 좋은 수프나 주스는 무엇이 있는지 샐러드를 한 끼 식사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조합이 소개되기도 합니다. 


각 재료마다 어울리는 샐러드 드레싱을 고르는 게 사실 가장 힘들었는데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어요. <더 샐러드>의 인덱스에는 재료별로 구분한 리스트도 있어 재료에 따라 다양한 샐러드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전원생활 10년 차인 장연정 저자는 텃밭 채소의 장점도 어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가정에서 재배할 수 있게 가전으로 나올 만큼 채소 키우기가 가까이 다가온 시대인 만큼 자연이 주는 선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샐러드>에서 알려주는 레시피는 영양 밸런스 잡힌 한 끼 샐러드입니다. 인스턴트 식품, 편의점 식품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권장하는 건강한 한 끼 샐러드를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오스트리아 & 부다페스트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스트리아는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 빈, 잘츠부르크 정도만 알고 있어서 클래식에 크게 관심 없던 시기엔 나라 자체에도 별로 감흥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뭉쳐야 뜬다 프로그램을 통해 쇤부른 궁전 내부를 인상 깊게 보고는 가보고 싶은 나라로 등극하게 되었지요. 더불어 유럽 패권을 장악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 책을 읽고 나서는 오스트리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이런 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 가이드북, 해시태그 오스트리아 &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주국을 형성한 역사가 있는 만큼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연계한 가이드북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을 장악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독일에 병합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에 의해 분할되었고, 1955년 주권 회복 후 지금의 오스트리아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나라인 만큼 합스부르크 왕가의 빛나는 유산이 가득한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가 낳은 수많은 위인들의 흔적을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수도 빈은 오래 머물수록 그 깊은 매력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반지 모양의 도로인 링 도로를 중심으로 트램을 타거나 걸으며 빈의 주요 볼거리를 하나씩 만날 수 있습니다. 트램을 타고 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한 달 살기 하기에도 좋습니다. 빈을 대표하는 케른트너 거리, 그라벤 거리, 콜마르크트 거리는 저마다의 분위기를 가진 곳이어서 도보 여행의 즐거움도 높습니다. 빈에는 꼭 들러야 할 박물관도 많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위엄에 걸맞은 예술 작품들이 비엔나로 들어왔었던 만큼 유럽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 작품도 빈 시내에 자리한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날 수 있어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이었던 쇤부른 궁전은 베르사유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입니다. 광대한 정원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 들 만큼 멋진 이 궁전에는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는 대표적인 음악 도시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도 있는 만큼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오스트리아에도 알프스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알프스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인스부르크는 스위스의 알프스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요들송의 본고장 티롤 마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스트리아 북부 소도시의 매력까지 담은 가이드북입니다. 


동유럽의 파리라 부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온천이 발달해 겨울 여행으로 좋은 도시입니다. 부다페스트뿐만 아니라 주변국 슬로베니아와 체코와 일정을 연계하기에도 좋은 오스트리아입니다. 오스트리아 역사를 알고 가면 곳곳에 자리 잡은 명소의 의미를 알 수 있어 뜻깊은 여행이 될 겁니다. 해시태그 오스트리아 & 부다페스트로 알찬 정보 수집해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내면아이.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속에는 내면아이가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아파하는 상처들이 내면아이의 그림자를 이루고, 내 안에 숨겨진 눈부신 재능과 가장 따스한 사랑이 내면아이의 빛이라고 합니다. 


어린 왕자를 읽으며 내면아이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정여울 에세이 <나의 어린 왕자>. 당신의 내면아이는 지금도 울고 있지 않은지요. 그림자도 빛도 외면하지 않았던가요.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고통은 그림자를 쓰다듬어 주고, 빛을 꺼내줄 때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여울과 함께 내 안의 내면아이를 만나보세요.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어느 겨울날에 정여울 저자는 <어린 왕자>를 읽으며 꺼이꺼이 울었다고 합니다. 당시엔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어른이 되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아이의 개념을 알게 되었고, 한 번도 이름 붙여준 적 없는 내면아이에게 조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리고 순수함 그 자체로 읽으며 그렇게 좋아했지만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린 어린 왕자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내면아이를 이해할수록 어린 왕자처럼 해맑고 여리면서도 당차고 사랑스러운 내 안의 가장 환한 빛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어린 날 눈물의 의미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어느 날은 못 견디게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느 날은 결코 어른 같은 건 되고 싶지 않기도 했던 그 시절.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내 안의 어린 왕자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혔던 나를 이해하게 됩니다. <나의 어린 왕자>에서는 정여울 작가가 직접 번역한 어린 왕자 이야기 한 토막과 그 이야기를 통해 내 안의 내면아이와 대화를 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나의 내면아이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이 먼저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오듯 내면아이에게도 이름을 지어주는 겁니다.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껴안아 주는 여정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내면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습니다. 내 안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지 미처 몰랐으니까요. 흥미롭게도 정여울 작가의 내면아이 조이는 그 순간을 기억해 내어 직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란 걸 일깨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그때의 상처를 지금 보듬어 주지 않는다면 영영 마음을 닫게 됩니다. 


내 안의 두려움과 연약함을 인정한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약함을 인정함으로써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치유되지 못한 트라우마는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까지 다치게 합니다. 그 사실을 종종 잊은 채 우리는 스스로를 망치는 일을 스스럼없이 하곤 합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도 모른 채 달리기만 하고, 두려움이 커져만 가게끔 행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잘했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 가면서 잘 못하게 된 것들이 수두룩하게 많아집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언제쯤 거의 다 잃어버렸을까요. <나의 어린 왕자>는 어둡고 그늘진 지금의 모습 이전에 있었던 내면아이의 빛을 꺼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숨기려고 하는 마음마저도 이해해 주는, 표현의 탈출구를 열기 위한 내면아이와의 대화가 쉬운 여정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타인에게는 물론이고 스스로도 꺼내기 싫은 마음을 집요하게 펼쳐 보이게 독려합니다. 자발적인 무장해제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말이죠. 정여울 작가는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기억 중에서도 유독 더 아픈 기억인 핵심 트라우마를 다루는 법도 알려줍니다. 


어른이 되어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일이 많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저 마음속에서 혼잣말을 되뇌는 것과는 달리,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나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눈으로는 찾지 못하고 가슴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한 어린 왕자처럼 진짜 원하는 것을 찾고 싶은 솔직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 <나의 어린 왕자>. 동화 같은 소설 어린 왕자를 이런 식으로 읽어낼 수 있다니 놀라웠어요. 내가 되찾아야 할 나를 보다 명확하게 만들어 그때 돌보지 못했던 나의 소중한 부분을 깨워보세요.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 내면아이. 건강한 성인자아를 위해 꼭 필요한 체험을 만들어주는 에세이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양계 탐사 결과, 이 우주에 지구 같은 행성은 드물지만 얼음에 뒤덮여 하늘이나 대기와는 완전히 차단된 깊은 바다를 품은 천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타이탄, 엔셀라두스, 트리톤처럼 목성, 토성, 해왕성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대체로 물이 있는 곳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극한의 조건에서 살아가는 지구 생명체도 있습니다. 지구의 심해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입니다. 그렇다면 저 위성들은 생명체가 거주할 만한 조건을 갖췄을까요.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대서양 심해를 탐사하며 다큐멘터리 <에이리언 오브 더 딥>에 출연했고, 영화 <아바타>와 <프로메테우스>의 과학 자문가로 참여하기도 한 NASA 행성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 케빈 피터 핸드. 외계 생명체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과학자입니다. 지구 생명체와 지구 밖에서 생명이 살 만한 바다 환경을 만드는 물리, 화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험합니다. 


소설처럼 흥미를 끄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작은 잠수정 안에서 배터리도 공기도 바닥나고 있는 상황에 처한 저자의 아찔한 모습이 절로 상상됩니다. 지하 바다를 품고 있다고 밝혀진 유로파에 관심을 가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구의 심해와 연결지어 영화로 다루고 싶어 했습니다. 지구의 심해 환경이 유로파 바다의 조건과 유사할 가능성을 헤아려보려 했던 겁니다. 이 팀에 합류한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우주의 또 다른 생명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지구 밖 생명 탐험기이지만, 지구의 심해를 이해하고 그 비밀을 발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동물도 살아가지 못할 극한의 환경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던 심해 생물. 400℃에 가까운 유체 구름을 피워대는 열수구에서 기이하고 아름다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겁니다. 이곳 미생물은 광합성 대신 화학합성을 이용해 생명을 유지합니다. 열수구 발견을 계기로, 햇빛이 차단된 지구의 바다 밑 암흑 속에서도 얼음으로 뒤덮인 외계의 바다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명이 번성해 왔을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지구 밖 먼바다에도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던져준 겁니다. 


얼음이 물에 뜨고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태양 에너지 대신 조석 에너지에 의해 열이 공급될 가능성 등을 토대로 얼음으로 덮인 일부 위성을 생명체 거주 가능성 높은 후보지로 손꼽게 됩니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에서는 지구 밖의 거주 가능한 세계를 위한 시나리오를 보여줍니다. 동화 골디락스에 비유해 기준에 들어맞는 알맞은 후보기를 찾는 여정이 공개됩니다. 칼리스토, 타이탄, 가니메데처럼 대형 얼음 위성은 바다와 내부 암석층 분리 문제로 까다롭지만, 유로파와 엔셀라두스 같은 위성은 적당한 크기와 밀도의 명당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지하 바다에 대한 증거를 최초로 수집한 위성이자 과학적으로 가장 잘 분석된 위성인 유로파. 넓은 지역에 걸쳐 소금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다고 합니다. 유로파의 얼음 지각 밑에 약 100km 깊이의 대규모 지하 바다 존재의 증거를 찾아낸 과학 기술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물론 충분히 살 만한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의 기원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명이 기원하는 데 필요한 조건, 외계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을지 판단한 근거가 될 장소를 지구에서 찾아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2003년 제임스 카메론이 주도한 원정처럼 바다 세계는 적어도 생명의 기원 가설을 실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열수구는 1977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2000년 로스트시티가 발견되면서부터입니다. 생명의 에너지학과 열수구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생명의 사례를 통해 외행성계의 얼음 덮인 광활한 바다를 상상해 보게 됩니다. 진화의 문제들까지도 상상해 보는 저자의 시나리오가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인간이 경험한 진보의 과정을 벗어나야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주 탐사 역사상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 주요 임무였던 건 1976년 7월과 9월, 쌍둥이 화성 착륙선 바이킹이 최초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저자는 과거 임무를 교훈 삼아 앞으로의 지구 밖 외계 해양 탐사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일깨웁니다. 지구 심해를 탐험하는 인류의 기술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아직 탐사되지 않은 '외계' 지역이 우리 지구 바다 안에 많다는 게 중요한 문제임을 짚어줍니다. 


달 기지를 만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달 탐사 로켓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29일 예정되었다가 아쉽게도 연기되었지만, 21세기 신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때입니다. 그와 동시에 지구 심해에서 기술 개발 및 탐험 능력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여전히 암흑에 싸여 있는 지구의 바다와 지구 밖 바다 탐사는 밀접하게 연결된 과제임을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를 범우주적으로 확장시키며 사고의 틀이 전환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신작 <화이트 스카이 (원제 Under a White Sky)>. 하얀 하늘은 대기 오염의 기술적 해결 시도의 결과 하늘이 하얗게 변하는, 예기치 못하는 부작용을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다 일어난 또 다른 문제가 생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최근 물폭탄으로 침수된 강남의 모습에 아연해졌는데, 그뿐만 아니라 폭염 및 폭우로 대재앙에 가까운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성서에나 나올 법한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모두가 기후 위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라는 용어보다 이제는 지구 가열, 기후 위기라는 명칭이 더 와닿는 시대입니다. 인간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전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으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의 시대이지만 대기 온난화, 해양 온난화,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빙하 융해, 사막화, 부영양화 등 지구는 정상이 아닙니다.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해온 것들은 효과가 있었을까요. 


인간의 능력으로 지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며 덤벼들었다가 더 큰 재앙을 일으킨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화이트 스카이. 토목 공사의 실수를 되돌리려는 뉴올리언스 재건 현장, 유전자 가위로 외래종을 처리하려는 호주의 연구실,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가진 아이슬란드 발전소 등을 찾아가 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제는 자연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통제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인간은 또다시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제가 문제라면, 더 큰 통제가 해법이라는 게 인류세의 논리인 겁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자연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인간을 겨냥했습니다. 그 덕분에 정부 정책은 살충제와 제초제 대신 안전한 해법을 구상하게 됩니다. 화학 약품 대신 생물학적 방제 수단으로 아시아 잉어를 들여와 수생 잡초를 억제하고 하수 처리에 도움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일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탈출한 잉어는 이내 생태계를 정복합니다. 침입종을 퇴치하기 위해 시카고 강에 전기 장벽을 설치해 보지만 만만찮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자연재해는 뉴올리언스 지역에도 나타났습니다. 루이지애나 남부를 물로부터 보호하려던 시스템이 오히려 문제를 낳은 겁니다. 마른 땅 대부분이 습지로 바뀌어 토지 손실 위기에 처했습니다. 선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 겁니다. 


미국 사막의 동굴 못, 데블스 홀에는 2.5cm 짜리 작은 물고기 펍피시가 삽니다. 한 번에 깨알만 한 알 한 개만 딱 하나 낳는 물고기입니다. 근처 네바다 핵 실험장의 현장 노동자들을 겨냥한 주택 단지 건설을 위한 부지로 동굴에서 불과 240m 거리에 있는 땅까지 포함되었던 위기도 있었고, 사막의 물 해결을 위한 펌프 작동으로 데블스 홀 수위가 낮아지기도 하면서 어느 해에는 개체 수가 겨우 35마리만 남았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종의 소멸은 모든 대륙, 대양, 생물 분류군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곤충들조차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삼림 파괴, 서식지 단편화, 외래 포식자 유입, 병원체 유입, 광 공해, 대기 오염, 수질 오염, 제초제, 살충제, 쥐약 등으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생물 다양성 위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잉어 이야기와 닮은 꼴인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호주 절롱시에 있는 동물보건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 폐쇄 실험실입니다. 이곳에서는 수수두꺼비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탕수수를 먹어치우는 딱정벌레 퇴치를 위해 외래종 수수두꺼비를 도입해서 생긴 최악의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식용하면 사람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거대두꺼비였던 겁니다. 토착종들은 수수두꺼비를 먹이로 오인해 먹고, 결국 멸종에 이르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여전히 상승 중입니다. 기온 상승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농업 체계 개조, 제조업 혁신, 휘발유 및 경우 차량 폐기, 전 세계의 발전소 대부분을 대체해야 하는 일은 얼마나 진행 중일까요. 인간이 화석 연료를 태움으로써 발생시킨 문제를 우리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출량 감소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대기 중 농도는 즉시 함께 줄어드는 게 아니라 여전히 누적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탄소 셈법이 어려운 겁니다.


결국 역배출을 고려한 시나리오도 필요합니다. 재앙의 임계점을 넘더라도 공기 중 탄소를 빨아들여 재난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 아이디어는 1990년대 초 이미 등장했지만 자금 유치가 되지 않아 발전하지 못했고, 여전히 공기 중 탄소 포집 기술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현실입니다. 태양 지구 공학에서도 아이디어가 쏟아집니다. 대기 중에 빛 반사 입자를 살포해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여주는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 하늘색은 흰색이 될 겁니다.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에서도 나왔듯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하는 기후 위기입니다. <화이트 스카이>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증상만 치료할 뿐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실행은 정치적 결정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미 온전한 상태가 아닌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류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하나의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화이트 스카이>. 문제는 언제나 '의도치 않은 결과'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인류세 시대를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