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극히 주관적인, 그래서 객관적인 생각의 탄생
이상완 지음 / 솔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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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사건을 계기로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함께 작용하는 시대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얼마나 닮아있을까요. 이상완 교수는 1%의 겉은 같아 보이지만 99%의 속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과정은 우리 자신을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여정과도 같습니다. Google 교수 연구상, IBM 학술상을 수상한 KAIST 교수 이상완 저자는 뇌 기반 인공지능의 성장기를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아는 사실 known knowns, 모르는 사실 known unknowns를 구분하는 게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실이 정말로 아는 사실일까요.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요. 이상완 교수는 아는 사실 - 모르는 사실 - 내가 아직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문제까지 삼분법적 지식 체계로 의심하는 생각으로 서두를 엽니다. 인공지능과 뇌의 생각 기술에 대해 인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문제를 인지 영역으로 바꾸는 여정으로 보는 거죠. 공학이 풀어내는 인공지능을 뇌과학의 눈으로 읽어보며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뇌과학이 찾아낸 인간 지능에 대한 문제를 공학으로 풀어보며 그 원리와 이유를 살펴봅니다. 


인간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를 인공지능은 어떻게 풀어내는지, 우리에게는 너무나 쉬운 문제를 왜 인공지능은 풀지 못하는지. 인공지능 개발은 뇌의 방법을 응용해 해결하려 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인공지능과 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칩니다. 


1세대 인공 신경망이라 불리는 초기 인공지능은 개념의 추상화 문제에 도전합니다. 무언가를 이해하는 과정인 개념의 추상화는 인간이라면 약 0.02초 만에 사과를 찾아내는 일을 인공지능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를 찾는다 하면 사과의 다양성을 이해해야 가능해집니다. 빨간 사과만 사과로 인정한다면 먹다 남은 사과는, 초록 사과는 어쩌나요. 저자는 인공지능이 본질과 다양성의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인공지능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의 순방향 생각열차 이론과 생각종이 접기 사고실험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1세대 인공 신경망이 학습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실수가 일어나게 되자 잠재적인 실수의 위험성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 속에서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복잡한 현실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해 그 속에서 미래를 꿈꾼다는 것, 2세대 인공 신경망의 탄생 배경입니다. 


사과인척하는 것을 걸러낼 줄 알아야 하고, 반대로 모형 사과를 볼 때도 사과라고 해야 하는 민감함과 둔감함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둔감과 민감을 다 잡는 인공 신경망으로 성장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 딥러닝 시대를 여는 인공 신경망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여기에도 해결할 문제가 나타납니다. 디테일과 전체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와 꽃이 함께 있는 사진에서 인간이 주목하는 방식과 인공지능이 주목하는 방식이 다른 겁니다. 우리 뇌가 어떻게 하향식 주의집중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 등 뇌과학 이론과 인공 신경망을 비교 분석하면서 인공지능의 문제를 해결해나갑니다. 





개념의 추상화만큼이나 중요한 건 개념의 구체화입니다. 이해한 것을 표현해 내야 하는 겁니다.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과 같은 기억의 문제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구체화를 해내고 기억 문제를 해결하는지 고행길이 펼쳐집니다. 낯선 용어투성이라 어렵게 다가오지만 해당 파트의 핵심 질문과 정리 작업이 잘 되어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가도 저자의 결론 문단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편이라 만족스러웠어요. 뇌와 인공지능에 대한 심화 지식을 다루는 비밀노트도 도움 됩니다. 


인공 신경망 관점에서 신경세포가 생각하는 방식을 엿보며 효율적으로 학습하려는 도전기가 펼쳐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 하나의 신경세포의 문제 해결 능력이 웬만한 인공 신경망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도 우리 뇌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공지능의 큰 숙원 사업인 생물학적 신경망을 닮아가는 인공 신경망 연구의 현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심층 강화 학습으로 인공지능의 독립을 위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알파고 제로는 딥러닝으로 벨만 방정식을 푸는 알고리즘입니다. 벨만 방정식은 문제의 대상인 상대와 상호작용하면서 얻는 경험으로부터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인공지능은 정말 뇌처럼 생각할까, 뇌의 비밀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여러 복잡한 경쟁과 협력이 상호작용해 선순환을 일으키는 여정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점점 뇌를 닮아가는 인공 신경망이 탄생될 거라 여겨집니다. 


인공지능과 뇌가 가진 생각의 기술을 우리가 가진 사고의 틀에 맞춰 풀어나간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뇌 기반 인공지능을 향한 도전은 결국 인간 지능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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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한국음악 - 좋아해서 듣고 사랑해서 부르는 조선-pop, 국악
현경채 지음 / 드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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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 오른 BTS 슈가의 <대취타>,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으로 사용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등 현대 국악이 세계를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이 생길 정도로 일부 마니아의 세계로만 생각했던 국악이 이제는 보편화, 대중화되고 있는 겁니다. 그 뒤에는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일군 아티스트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고루한 음악이 아닌 대중음악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국악의 저력을 소개한 책이 있습니다. 


전통예술과 음악, 여행,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인류학 박사 현경채 교수의 신작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악 교양서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보세요. ​​


국악을 몰라도 한 번쯤 들어본 힙한 노래 <범 내려온다>. 1일 1범 할 정도로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었죠.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노래와 앰비규어스의 춤의 조화가 제대로 놀자판을 깔아줬습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오는 노래라고 합니다. ​​래퍼들도 울고 갈 정도로 빠른 템포감으로 완성된 <좌우나졸>처럼 라임이 예술인 판소리를 보면 국악의 새로운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외계어 같은 약재 이름으로 가득한 <약성가>도 떼창을 할 정도로 인기 많습니다. 


국악의 다채로운 변화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골동품 같은 옛날 국악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움직이는 현대 국악의 바탕에는 결국 전통의 맥을 놓지 않고 이어온 한국음악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겁니다. ​​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은 판소리부터 대취타까지 한국음악의 모든 것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판소리, 아리랑, 창극, 민요, 무속음악, 시나위와 산조, 사물놀이, 정가와 가사, 왕실 음악까지 국악의 변천사를 통해 순수 예술 영역을 확장한 국악의 세계를 바라보며 오늘날의 국악을 이야기합니다. 그 여정에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어사출두>를 부른 판소리계의 아이돌 김준수와 두번째달의 콜라보는 그야말로 감동이었어요. 판소리인지조차 모르고 대중들에게 알려진 <난감하네>의 퓨전국악그룹 '프로젝트 락', 이제는 전설이 된 민요 록 밴드 '씽씽' 등 국악의 변화를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소개됩니다. 책 속 QR코드를 따라가며 영상을 보다 보니 현대 국악의 흥겨운 리듬감에 놀라기를 반복하며 하루 종일 듣게 되더라고요. ​​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에서는 국악 스펙트럼이 넓어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악의 흥망성쇠를 짚어줍니다. 다양한 장르와 어우러지는 우리 민요, 한국음악의 보물창고인 무속음악의 재발견뿐만 아니라 전통 악기까지 젊은 음악가들에 의해 힙하게 풀어낸 한국음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버전이 있는 한국인의 소울 음악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 걸작으로 등재되면서 그 가치가 더욱 커졌습니다. BTS 버전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부르기도 했습니다.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에는 사물놀이 공연에 열광하는 광적인 팬들을 뜻하는 '사물노리안' 단어가 등재될 정도로 세계인이 우리의 국악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국악밴드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정작 우리 문화의 가치를 다른 이들이 더 잘 알아준 겁니다. 전통과 현대, 서구와 비서구 음악을 섞어 만든 새로운 대중음악이 된 퓨전음악인 월드뮤직에 입성한 한국음악. 젊은 국악인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세계 속의 한국음악의 위상을 만나게 됩니다. ​​


비주류 음악 세계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국악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 국악을 친근하게 접하게 해주는 소중한 국악 교양서입니다. 국악이야말로 가장 전통적이면서 가장 힙한 한국음악임을 깨닫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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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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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양한 미디어 환경의 언론 매체들이 있지만 오랜 세월 독보적으로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기능을 했던 건 종이 신문입니다. 놀라운 건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세계 최초 활자 일간 신문은 독일의 아인코멘데 자이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73년이나 앞선 조선 선조 때 민간인쇄조보가 있었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조보를 널리 알리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청소년 소설 작가 안오일 저자의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세계 최초 상업신문인 민간인쇄조보를 미래 세대에게 알리고자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열네 살 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조보의 역할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만나보세요. 


세계 최초 활자 신문 조보(朝報). 원래는 조선 시대 조정에서 배포한 신문입니다. 왕의 명령, 새로 정해진 조정 정책, 관리의 인사이동, 각종 상소와 왕의 답변 등의 소식을 싣습니다. 승정원에서 그날 그날의 중요 소식을 묶어 선별해 놓으면 기별청의 기별 서리들이 손으로 직접 적어 옮긴 필사본이 바로 조보입니다. 기록상 조선 시대 이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정부의 뉴스레터 방식인 셈입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에서는 기별청의 기별 서리로 일하는 아버지를 둔 결이가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마주한 언론의 실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변화는 아는 만큼 이루어지는 법이다." - 책 속에서


기별 서리인 아버지는 평소 결이에게 글의 힘을 깨닫게 합니다. 글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힘을 가졌음을 일깨웁니다. 백성들이 알아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안 좋은 일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하고, 좋은 일은 널리 퍼지도록 하기 위해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필사를 할 때도 단순히 글을 베껴 쓰는 게 아니라, 그 글이 뜻하는 바까지 생각하며 옮겨 적는 일임을 알려줍니다. 본뜻이 그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인 겁니다. 


그런데 필사로 만드는 기존의 조보는 한양과 지방 관청에만 배포하기에 흘려 쓰는 초서체로 쓰였다고 합니다. 학식 깊은 사람들만 읽을 수 있었던 거죠. 결이는 일반 백성들도 볼 수 있게 정자체로 필사를 하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의 한계가 있음도 알게 됩니다. 게다가 또 다른 문제도 생깁니다. 자신의 과오를 조보에 기록되지 않으려고 권력자들의 압력이 들어오는 겁니다. 일부 기별 서리를 이용해 조보를 통제하려 드는 거죠. 왜곡된 사실, 여론 조작, 모략 기사 등 언론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이의 아버지에게도 위기가 닥칩니다.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은 조선 선조 때, 활자로 인쇄해 판매했다는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있다는 겁니다. 1577년 의정부와 사헌부 관리들이 민간에게 허가해 주고 인쇄한 민간 인쇄 조보 발행의 시작인 겁니다. 아쉽게도 선조에게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사항이라 뒤늦게 알게 된 선조가 분노해 관련자들을 처벌하며 결국 폐간에 이르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필사 조보에서 인쇄 조보로 나아가게 된 여정을 상상해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조보를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결이의 바람과 아버지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어우러져 민간 인쇄 조보의 탄생 과정을 그려냅니다. 글의 힘, 언론의 기능이라는 묵직한 주제에다가 콩닥거리는 로맨스가 살짝 들어간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힘을 얹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까지, 드라마 소재로 완벽하다 싶을 만큼 재미있게 읽은 청소년 역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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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PD가 간다 - 살면서 꼭 한번 가봐야 하는 국내 여행지 238
이PD.원은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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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숨은 여행지를 발굴해 내는 '이PD가 간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저녁 정보 프로그램 KBS 2TV 생생정보의 간판 코너입니다. 그곳에서 소개된 국내여행지 중 베스트를 모아 <이PD가 간다>라는 동명의 책으로 나왔습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이PD가 간다'의 비하인드를 공개하면서 그때부터 저도 열심히 이PD의 활약상을 찾아봤답니다. 까딱하면 넘어질 것만 같은 저질체력 소유자로 생각되다가도 깡다구가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하더라고요. 정말 어마어마하게 고생을 사서 하는 분이시던데 그만큼 이 코너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예능에서는 PD들의 출연이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이런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리포터 역할이 따로 있기 마련인데 이PD가 직접 출연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더라고요. 약초꾼을 따라 절벽을 타다가 원은혜 작가가 촬영한 장면이 그대로 방영되면서 꽤 근사한 그림이 되었던 거죠. 꽤 오랜 세월 원은혜 작가와 호흡을 맞추다 보니 코너의 퀄리티도 꾸준하게 잘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책 <이PD가 간다>에서는 2016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방영된 여행지 중 제작진이 뽑은 베스트 여행지와 먹거리 238곳을 소개합니다.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아우르는 숨은 명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대표 여행지로 손꼽은 곳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장소들이 많았어요. 기존에 이미 알고 있던 명소들은 함께 다녀볼 만한 주변 여행지로 등장하는 조합이 꽤 많습니다. 그만큼 이PD가 발굴해낸 국내 여행지 숨은 명소들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방송에 등장 후 이제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지가 된 곳도 많답니다. 


이PD가 특별히 추천하는 계절별, 테마별 여행지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드라이브 가기 좋은 곳, 산책하기 좋은 곳,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곳은 기본입니다. 미식 여행, 섬 여행, 꽃 여행, 트레킹 여행 등 전국의 곳곳을 고르게 반영한 리스트가 일품입니다. 여행지마다 반나절, 하루, 1박 2일 등 소요 시간도 표시되어 있어 주변 여행지와 연계해 일정을 세울 때 참고하기 좋습니다. 전국의 모든 곳을 아우르다 보니 사실 지역별로 따져보면 그렇게 많은 여행지가 몰려있진 않지만, 주변 여행지와 먹거리까지 충분히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해 부족함은 느끼지 못했어요. 


<이PD가 간다>에서는 방송 화면을 자료 이미지로 사용해 현장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즐겁게 숨은 명소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덱스조차도 맘에 쏙 들었어요. 관광지 이름뿐만 아니라 먹거리까지 정리되어 있어 쏠쏠하게 도움 되더라고요. 따개비밥을 먹고 싶다면 어디로? 울릉도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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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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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에세이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 2018년 악성림프종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후 써 내려간 25편의 글이 담겼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터닝포인트를 기점으로 인생관의 변화를 경험하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허지웅 저자에게는 하루하루 무너지길 반복하던 나날들이 항암 후유증 때문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정신을 뒤흔드는 고통을 겪는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공감의 정서를 그의 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위태로웠던 시기를 결국 살아낸 생존자의 목소리이기도 한 <살고 싶다는 농담>. 자신처럼 망했는데,라고 생각하며 혼자 있을 이들에게 전하는 허지웅의 응원입니다. 


처음 호기롭게 항암 치료를 이겨내겠다 했을 땐 죽음이라는 결론에만 몰두해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습니다. 털 모자를 선물로 준 이름 모를 간호사의 마음을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죽음에만 몰두했을 땐 다른 사소한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더라는 겁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거창한 결론이 삶을 망친다면 사소한 결심들은 동기가 되더라고 말입니다. 재발의 두려움을 안고 살면서도 이제는 많은 결심을 하겠다는 그의 다짐처럼 우리가 고통에 매몰되어 있을 때 그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를 그의 성찰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라 결심이다." - 살고 싶다는 농담 





고아처럼 혼자 힘으로 대학 생활을 힘겹게 마치고 사회에 나가기까지 엄청난 가난의 굴레에 엮여있었던 그는 그 시절을 보낸 자신을 내심 자랑스러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는 그의 목소리에선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조차 그는 혼자였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해낸다는 것과 의존적이지 않다는 것의 차이를 이제는 깨닫습니다. 혼자 있는 게 편한 독립적인 성향에 자부심을 가졌건만, 주변에 마음을 나눌 가족과 이웃의 존재는 그저 단순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힘든 시기를 거쳐갈 때 나를 타인에게서 스스로 소외시키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불행의 인과관계에 대한 그의 성찰도 인상 깊었습니다. 인과관계를 규명해 보겠다는 집착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알려줍니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내더라고 합니다. 벌어질 일은 결국 벌어질 테고, 원인을 찾는답시고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는 목소리가 큰 울림을 줍니다. 


어느 순간 문제를 파악하거나 해결하는 일에 관해 이미 희망을 놓아버린 이들에게 전하는 허지웅의 위로와 응원 <살고 싶다는 농담>. 미드 <굿 와이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일곱 가지 장면으로 요약한 것처럼 내 인생의 일곱 가지 장면을 꼽아보자고 합니다. 어떤 장면들이 모여지든 누구나 마지막 장면은 자신의 죽음입니다. 일곱 가지 장면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저 역시 어떤 마음이 들지 궁금해집니다. 망했다는 기분이 들 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을 때 읽어야 할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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