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근대인물 기행 - 한일 근대사 속살 이야기
박경민 지음 / 밥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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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두 나라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한일 근대사를 풍부한 자료로 명확하게, 술술 읽히는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접근하는 역사책 <한일 근대인물 기행>. 일본이 흥하고 조선이 망한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는 박경민 저자. 역사 전공자가 아님에도 그렇기에 오히려 역사적 편견 없이 학자적 태도로 사료와 원전에 충실하게 당시 시대 상황을 재현합니다. 무엇보다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전개한 서술 방식과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반했습니다.


<한일 근대인물 기행>은 1850년부터 55년간의 한일 양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강화도령 철종이 등극하고 을사조약 체결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때까지, 19세기 중후반 시기에 일본과 조선에서 활동한 인물들 39인(일본인 21명, 한국인 16명, 외국인 2명)의 이야기를 시기별로 비교해 보여줍니다. 단순 인물 소개를 넘어 왜 일본이 아시아의 신흥패권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왜 조선은 자주적 개항을 하지 못했는지 일본과 조선의 운명에 강력한 한방을 행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도 한일 근대사의 빛과 어둠에 영향받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이해하게 됩니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 함대가 일본 에도만에 나타나 개항을 요구합니다. 개국파와 쇄국파로 나뉘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이지만, 결국 그 결과는 메이지유신이었고 근대화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박경민 저자는 질문을 던집니다. 250년간 이어진 에도막부의 쇄국정책 속에서, 무신정권 일본은 왜 싸우지도 않고 개국 결정을 내렸을까요.


페리 함대가 나타난 1년 뒤 1854년에 일본이 서양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인 미일화친조약이 체결됩니다. 물론 불평등조약이지만, 이 과정이 훗날 조선과는 다릅니다. 일본은 네덜란드 상인과 무역을 이미 하고 있었고, 페리 함대가 왔을 때도 그들의 신기술에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서구문물과 기술에 호의적이었던 일본의 실용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조선으로 가볼까요. 당시 서양 오랑캐와의 수교와 통상은 상상조차 하지 않으며 청나라조차 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심 경멸했던 조선인으로서는 서양인은 그야말로 짐승으로 생각했습니다. 국내 사정은 혼동의 도가니입니다. 안동 김씨 세도정치와 탐관오리의 병폐가 만연해 농민 봉기가 일어날 지경입니다. 이 시기에 농민들의 정신적 스승이 되어준 건 근대적 평등사상을 우리나라 역사 최초로 창안하고 유포한 혁명적 사상가 최제우의 동학이었습니다. 지난해 읽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삶을 다룬 역사소설 <석파란>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아는 이야기들이 나오니 읽는 맛이 더 쏠쏠했습니다.


조선은 성리학 이외의 사상과 종교는 사학으로 규정해 모두 처단합니다. 이후 개항 여부가 국가적 이슈가 되었을 때 위정척사파 유학자들이 맹위를 떨쳐 조선이 근대화에 뒤처지는 큰 원인을 제공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일본의 개혁 추진 상황을 보면 역사의 무대에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16세 소년 메이지 천황이 등극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메이지 시대 일어난 변혁의 정도와 속도는 어마어마해 이 시기에 행해진 일본의 근대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통틀어 메이지유신이라 합니다. 


일본에선 일본 근대정치사에 큰 영향을 발휘하며 개혁 주도세력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 정한론 파동이라는 굵직한 사건이 있었고, 그 사이 조선은 일본의 동향을 모른 채 대원군의 권력 유지와 고종의 친정 개시 여부 등 권력 다툼에 집중해 있었습니다. 여기서 또 저자는 관심 가져야 할 포인트를 짚어주는데요. 1852년생 동갑내기인 메이지와 고종. 두 소년이 각자 어떤 통치력을 발휘하는지 살펴보게 하는 저자의 관점이 흥미진진합니다. 





일본은 근대국가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내치에 집중하며 국력 배양에 힘씁니다. 내각제의 일인자가 된 이토 히로부미의 주도로 동아시아에서 근대적인 헌법을 가진 최초의 입헌국가가 됩니다. 저자는 일본인의 정신세계와 일본 사회 곳곳에 잔재로 남아있는 제국헌법을 살펴봅니다. 천황 중심의 군국주의로 치달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어 후일 원폭 투하라는 인류 역사의 비극을 잉태하게 된 원인이 되었음을 짚어줍니다.


안중근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과 영화 <영웅> 덕분에 다시 한번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듣게 되었지만 사실 그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일 근대인물 기행>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에 끼친 영향력을 이해하게 됩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을 거치는 사이 청의 원세개(위안스카이)와 러시아의 베베르만, 두 외국인이 조선에서 외교적 결투를 벌이며 오히려 조선의 인물은 두드러지지 않은 시기도 있었습니다. 자주적 개혁의 기회를 놓친 결정적 장면들을 하나하나씩 짚어가다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때 박경민 저자는 조선 멸망의 인과관계를 왜곡하거나 한계성을 운운하지 않고, 잘못된 역사로 들어서게 한 지배층의 대처방안에 주목합니다.


일, 청, 러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된 조선. 을사조약이 체결되는 날 주요 인물들의 행적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당시의 상황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기회가 분명 있었음에도 놓쳐버린 조선, 근대 청년기로 탈바꿈한 일본. 한일 양국의 극적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한일 근대인물 기행>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한일합방 이후 광복까지의 인물 이야기도 저자의 스토리텔링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이유로 흑역사를 파헤친 박경민 저자. 선악 이분법으로 왜곡하거나 국뽕으로 미화하는 대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야 비슷한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역사 '그대로 보기'와 '제대로 보기'의 중요성을 짚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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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 - 위드 코로나 시대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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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현지의 생활 리듬에 맞춰, 여행을 즐기는 주체인 자신의 행복감을 높이는 여행 한 달 살기. 소도시에 머물며 여유롭게 장기여행을 할 수 있는 트렌드에 더욱 눈길이 갑니다. ​북유럽의 대체 만족감도 누리고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듬뿍 만끽할 수 있는 동유럽에서도 장기여행지로 각광받는 동유럽 도시들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입니다. 발트 3국,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 달 살기 매력을 건져올릴 수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한 달 살기라고 했지만 사실 적응기를 생각하면 한 달은 후딱 지나갈만한 기간이기도 합니다. 어떤 한 달 살기를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떠난다면 그저 기간만 길어지는 기존 여행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장소만 바뀌는 한 달 살기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휴식, 모험, 현지인 사귀기, 문화 체험 등 한 달 살기를 알차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한 달 살기를 위해 입국했을 때 미리 파악해야 할 정보들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곳을 보며 많은 경험을 하는 여행에서 피로도를 느꼈다면 이제는 소확행을 실천하는 여행을 해보세요.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하루하루를 즐기며 현지의 문화를 즐기는 여행,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중세 문화의 정취가 스며든 장소에서 소도시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저평가된 소도시의 매력까지어준 가이드북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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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 끌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글쓰기 기술
도제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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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독자가 줄었다지만 에세이는 여전히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느낌입니다. 어려운 주제도 에세이 형식이면 읽을 용기가 나기도 하고요.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이 당선되었지만 첫 책은 소설이 아닌 독서 에세이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낸 도제희 작가. 에세이 쓰기 매력에 푹 빠졌는지 신간은 에세이 작법서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입니다. 20년 경력의 편집자이기도 해서 출간을 위한 에세이 쓰기와 퇴고 및 투고에 도움 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에세이는 일상에서 겪는 평범한 순간을 포착해 보편적인 삶의 의미를 끌어내는 글입니다. 글로 표현은 하고 싶지만 일상이 너무나도 밋밋해 쓸 거리가 없다며 손 놓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도제희 작가. 이미 나와있는 훌륭한 수필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이런 주제도 에세이가 될 수 있다고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면 과거와 달리 요즘은 주제가 상당히 폭넓습니다. 이런 것까지 에세이로 쓸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책이 많습니다. 과학, 사회과학, 심리학이면서 동시에 에세이 카테고리인 책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기계발 성격의 에세이, 공감 위로 에세이는 읽는 당시 고민, 연령대 등에 따라 호불호가 커서 심드렁하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지식과 정보를 조합한 에세이가 등장한 이후 에세이 독서 세계를 확장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장르 혼종 시대인 만큼 에세이가 다루지 못할 분야는 없습니다. 글감 찾기는 평범한 일상과 자신의 관심사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저도 뒤늦게 깨닫곤 하는 게 있는데요. 참신한 소재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함정이랄까요. 이미 내 일상에 소소하게 젖어들어 있던 것이라 스스로는 참신한 느낌이 덜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글감 찾기에서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이 책에서 힌트 얻었습니다. 저자는 시시콜콜한 것도 가치를 부여하며 왜? 질문을 던져보자고 합니다. 소재를 떠올리고 구체적인 독자 설정을 하는 과정을 통해 에세이 쓰기의 첫 단추를 잘 채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나의 이야기로 보편성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 그것이 에세이 쓰기입니다." - 책 속에서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에서 알려주는 좋은 에세이의 특징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흡입력 있는 에세이 쓰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장마다 주제에 맞게 직접 써보는 실습을 따라 하면 어느새 한 편의 에세이가 완성되어 있을 거라고 합니다.


에세이는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솔직하다는 건 자기 이야기를 용기 있게 드러낸다는 뜻이고 그렇기에 호소된다고 합니다. '지각했고 그날 힘들었다'라는 한 문장이 차곡차곡 생각을 드러내고, 자기만의 관점을 더하고, 독자를 고려하는 글로 바뀌는 마법 같은 일을 예시로 직접 보여줍니다. 평범한 하루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전개한 에세이가 탄생되는 과정이 참 신기하더라고요. 다만 '솔직'이 지나치면 역효과를 낸다는 것도 알아둬야 합니다. 저자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솔직하라고 조언합니다. 


밑줄 치고 싶은 문장을 발견할 때면 그 책을 읽은 보람이 커집니다. 그런 문장은 어떻게 탄생할까요. 저자가 알려주는 좋은 에세이의 특징을 잘 살린 상태에서 표현력까지 뛰어나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흔히 가독성 좋다고 말하는 게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용 어휘가 풍성하고, 문장 연결에 리듬감이 있고, 참신한 비유가 있어 글의 메시지가 인상적으로 와닿습니다.


생각이 흐르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일단 초고를 써나간 후에는 어디를 살리고 어디를 만져야 할지 퇴고 작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의 궁금증과 오감 중 일부를 자극하는 첫문장부터 주제를 인상적으로 전달하는 끝문단까지, 글 전체와 제목까지 손보는 퇴고에 대해 알려줍니다. 내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글벗이 있거나 글쓰기 모임을 한다면 합평을 놓칠 수 없겠죠. 에세이는 글쓴이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상처 입지 않고도 건설적인 합평을 위한 기준을 짚어줍니다. 


중요한 건 꾸준히 쓰는 습관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지속적인 글쓰기를 하려면 매일 조금씩 써나가야 하는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일기와 콘텐츠 리뷰죠. 처음엔 단순 사실 나열로 시작해도 된다고 합니다.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의 노하우를 글쓰기에 대입하며 쓰다 보면 점차 사실, 감정, 생각의 기록으로 나아갈 테니까요. 


이것저것 재기만 하면서 시작하지 못하거나, 좋은 글로 나아가지 못한 채 퀄리티가 지지부진할 때 읽기 좋은 에세이 작법서입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사례로 든 에세이들이 모두 명작과도 같아 다 읽어보고 싶어진 탓에 위시리스트가 빵빵해졌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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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 국민연금부터 필수 연금, 보험, 상속까지 노후 현금 흐름이 불어나는 퇴직 전 돈 수업
이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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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분야 스테디셀러 <내 통장 사용 설명서 3.0> 이천 저자님의 신간도서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4050 직장인 필독서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입니다. 


젊은 시절엔 4050 나이에 이르면 노후 준비가 되어 있을 거라 막연히 믿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 나이에 이르니 준비된 게 너무나도 없어 후회만 가득합니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아직 희망은 있을까요? 빈곤 노인의 삶은 두렵습니다. 다행히 이 책은 4050의 희망이 되어줍니다. 돈 걱정 없는 노후를 꿈꾼다면 노후자금 재무설계 노하우를 이 책으로 확실하게 배워보세요. 


50대 직장인 오부장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있어 생각했던 시기보다 이르게 은퇴에 대한 고민이 닥쳤습니다. 두 자녀를 키우며 남은 건 집 한 채와 자동차 그리고 연금과 보험이 있습니다. 물론 부채도 여전히 있습니다.


조기 퇴직, 자녀 독립 지연, 부모 부양... 지금의 50대는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입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생활비는 끊임없이 증가합니다.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 기대수명은 남자 80.5세, 여자 86.5세입니다. 법정 정년 60세에 퇴직을 한다 해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틸 생활비가 필요한 겁니다.





과거엔 거액 자산 중심의 은퇴 재무설계였다면 이제는 매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소득 중심 은퇴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노후 준비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20여 년이 넘는 기간의 생활비를 목돈으로 5억을 모아야 한다고 하면 지레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매월 200만 원의 현금흐름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바꾸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식으로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겁니다. 


이천 저자는 은퇴의 핵심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상으로 은퇴 후에도 월급을 받는 것처럼 매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에서는 이 세 가지 연금을 중심으로 손해 없이 잘 운용하면서 절세와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까지 하나씩 짚어줍니다.


나라에서 책임지는 가성비 최고 은퇴상품인 국민연금을 사기업 연금과 비교해 국민연금만의 장점을 알려줍니다. 같은 기간을 근무하고 같은 금액을 받아도 퇴직 연금을 잘 운용하지 못하면 나중엔 억 단위까지 차이 난다는 사실 앞에선 입이 쩍 벌어집니다. 게다가 세금공제용 계좌와 퇴직급여용 계좌를 왜 분리해서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외 순수하게 개인의 의지에 달린 개인연금의 가치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흔히 들어본 연금저축과 IRP 계좌입니다. 은퇴 후 삶의 진짜 여유는 바로 이 개인연금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50세 전후에 가입한다면 어떤 상품으로 가입해야 하는지, 보험회사의 연금보험과의 차이도 세세하게 짚어줍니다. 작년에 읽은 <나는 노후에 가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에서 ETF 연금저축의 기적을 알려주고 있으니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2030과 4050의 재무설계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젊었을 땐 공격적인 투자도 할 수 있고 보험사 연금보험 등을 적극적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은퇴 재무설계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기에 그 시기에 맞는 방법들이 있더라고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외에도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월급처럼 빌리는 주택연금, 저비용 고효율로 재정비해야 하는 보험 등 살펴봐야 할 항목이 많습니다. 제가 딱 요즘 하던 고민을 시원하게 짚어주기도 합니다. 젊은 날 들어뒀던 제 보험들은 모두 80세 만기인데 100세 만기 보험으로 갈아타야 하나 싶었거든요. 은퇴를 앞둔 시점에는 추가로 가입하는 것보다 그 돈을 모아 의료비 통장 개념으로 관리하는 게 낫다고 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알려주니 이천 저자의 명쾌한 답변 덕분에 고민 하나는 덜었습니다. 


솔직히 아이에게 거창하게 물려줄 만한 재산이 없을 것 같지만 (빚을 남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어요) 상속과 증여에 대한 지식은 꼭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상속세는 부자들의 이야기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수도권 아파트 한 채 있으면 꽤 속 쓰릴 만큼의 상속세를 내야 하니 절세 전략이 필요합니다. 





노후를 위해 필요한 핵심 개념을 익히고 나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도록 은퇴 재무설계법에 대해 단계별로 알려줍니다. 이천 저자의 방법대로 따라 하면 노후 현금흐름을 파악하고 재무계획을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은퇴 생활비가 얼마인지 확인해 ① 노후 생활비를 점검하고, ② 나의 은퇴 생활비를 계산하고, ③ 현실적인 은퇴 시기를 정하고, ④ 자산 재조정을 하고, ⑤ 부족한 은퇴생활비를 채우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4050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불안하고 변화가 많은 시기입니다. 은퇴 후 수령받는 금액을 계산하고 나면 차액을 메우기 위해 매월 납입해야 하는 금액이 나옵니다. 그 순간 지금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걸 강렬하게 체감하게 됩니다. 적극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지금 납입하는 금액이 아까워 지진부진하게 머뭇대다가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시기가 닥쳤을 때 후회해 봤자 그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노후 준비에 신경 쓰지 못한 채 4050이 된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음을, 희망을 안겨줍니다. 돈 있는 사람들만 재무설계 받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맞춤 설계를 받은 기분입니다. 물론 읽는 것만으로는 돈이 솟아나진 않지만, 지금 바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이유를 이해하며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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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의 정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이슨 스탠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솔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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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웬 파시즘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오늘날의 불안한 정치를 설명하는 키워드야말로 파시스트 정치라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미국 대표 사회철학자 제이슨 스탠리가 쓴 <우리와 그들의 정치>. 2018년 트럼프 재임 시절에 출간한 책으로, 자유민주주의 미국이 파시스트 정치로 물들고 있음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베스트셀러에 오릅니다. 


파시즘은 권위주의식 지도자의 인격이 국가를 대표하는 민족, 종교, 문화의 초국가주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권력을 얻기 위한 메커니즘으로서의 파시스트 전술을 쓰는 이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벌어지는 일을 들려주는 <우리와 그들의 정치>.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반백인 난민 이민 금지 정책처럼 파시스트 정책들이 극을 달했고, 소수집단을 비인간화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미국,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등 현대 정치판에서 나타난 파시스트 정치 전략 10가지를 사례와 함께 짚어줍니다. 


파시스트 정치의 핵심은 신화적 과거를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감정을 이용합니다. 그 안에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성 역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지도자는 가부장제 가족의 아버지와 유사합니다. 과거의 고결한 도덕적 관행을 정치적 이들을 위한 무기로 삼아 거짓 서사를 만들어 냅니다. 


명백히 문제가 있는 정치적 목표를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상으로 가려서 숨기는 것 또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고결한 언어로 가리는 프로파간다는 이상을 왜곡시킵니다. 민주주의 자유를 이용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오용하는 건 예삿일입니다. 


순종적인 시민으로 만들고자 공적 담론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교육에도 손을 댑니다. 대학을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온상이라며 비난합니다. 파시스트 정치의 명함과도 같은 음모론도 비일비재합니다. 현실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실제 사건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는 음모론, 가짜뉴스로 현실을 왜곡합니다. 위계를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남성을 여성보다, 파시스트의 선택된 민족의 구성원을 다른 집단들보다 우선시합니다. 


'우리'가 오히려 빼앗겼다 식의 피해자의식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지배적 지위를 상실하면 억울한 피해자의식으로 무장하는 겁니다. 법질서에서도 시민을 대놓고 두 계급으로 나눕니다. 천성적으로 합법적인 선택받은 민족, 본래 무법하고 선택받지 못하는 민족으로 말이죠. 여성, 비백인, 동성애자, 이민자 등 소수자들은 '그들'이 되었습니다. 집단 간 언어 편향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같은 행동을 해도 그들은 범죄자이고 우리는 실수인 겁니다. 


"우리가 '우리'의 하나로 간주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묘사할 때에는, 우리가 '그들'의 하나로 간주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묘사할 때와는 상당히 다르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 우리와 그들의 정치





전통적인 남성 역할이 경제적 상황으로 위협을 받고 있을 때 특히 성적 불안 정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민자 집단을 강간과 연결짓는 프로파간다의 공세 앞에서 논리적 사고력은 상실합니다. 트랜스젠더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위협으로, 임신 중절은 남성의 통제에 대한 위협으로 대합니다. 난민 서사가 피시스트의 강령하에서는 테러와 위험의 기원 서사로 바뀝니다. 


도시는 경멸스러운 소수집단들로 가득 찬 곳이라며 반도시 수사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악과 타락을 상징하는 두 도시 소돔과 고모라처럼 말이죠. 위기, 궁핍의 시기에 국가는 선택된 민족 구성원들을 위한 지원을 마련하지만 이 역시 '그들'이 아닌 '우리'를 위한 지원일뿐입니다. '그들'은 각자도생해야 합니다. 더불어 '근면'대 '게으름'의 이분법을 우리와 그들에게 적용합니다. 아우슈비츠 출입문에 적힌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하리라' 문구는 유대인들은 게으르고 부패한 범죄자들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열 가지 파시스트 정치 전략은 다원주의와 관용을 거부하며 철저히 우리 대 그들로 갈라치기합니다. 파시스트라는 단어 때문에 집단학살, 인종청소와 같은 과거의 역사 사례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지금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더 충격적입니다. 지금 정치가 바로 그 파시스트 정치라니! 히틀러처럼 세계 지배를 위해 사용하지 않을 뿐, 결국 파시스트 전술을 위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민주적 규범들로부터의 자유라는 미끼로 대중을 유혹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혐오입니다. 


인간의 모든 제도에는 어느 정도 결함이 있고 불일치에서 생기는 긴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파시즘은 그걸 제거함으로써 문제 해결하고자 약속을 합니다. 우리와 그들로 나눠서 말이죠. 오늘날 권위주의적 지도자, 정치 집단에서 발견되는 파시스트 정치 전략을 짚어준 <우리와 그들의 정치>. 인간적 유대감을 유지하고 파시즘 신화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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