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보스
길군 지음 / 좋은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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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었어요.” 이 말에 문득 회사의 누군가가 떠오르거나 어떤 상황이 떠오른다면 이 책이 필요합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상급자, 앵그리 보스는 바로 저자 길군입니다. 변명으로 쓴 책인가 싶겠지만 좀 더 기다려보세요. 그 역시 개념 없던 하급자였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앵그리 보스>는 단순히 죽이고 싶은 상급자(관리자) vs 예의 없는 하급자(실무자) 간의 옳음을 다투는 책이 아닙니다. 상급자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하급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둘 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통해 조직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앵그리 보스>에는 다양한 상급자와 하급자 유형이 등장합니다. 저자 길군이 공공기관 문화체육시설 센터장으로 있던 시기에 일한 행정 인턴 A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치를 떱니다. 그런데 시비가 있을 땐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겠죠? A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함께 맞장구치며 욕했는데, 길군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새 또 마음이 바뀝니다.


상급자의 처지와 하급자의 처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화롭게 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양쪽의 처지를 하나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책임 없이 권리만 주장하거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우러질 수 없습니다. 센터장으로서의 길군과 행정 인턴 A의 사례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죽이고 싶은 상급자와 성장하는 하급자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앵그리 보스>에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반면 죽이고 싶지 않은 상급자와 성장하는 척하는, 또는 절대 성장하지 않는 하급자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이고 싶은 상급자라고 신랄하게 표현할 정도로 답답한 하급자의 울분을 표현한 책인가 싶어 책을 펼쳤나요. 맞장구치며 욕하는 걸로 끝나봤자 뒷담화하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앵그리 보스>는 속 사정을 파헤치고 울분을 해소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경영자, 중간관리자, 부하직원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해법을 향해 나아갑니다. 자기비하와 유머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말이죠. 비즈니스 도서이지만 자기계발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상급자와 하급자 간에 갈등이 있습니다. 상급자든 하급자든 둘 다 자신을 움직이게 해야 하지만 상급자는 하급자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이고 싶은 상급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먼저 상급자들의 다양한 유형을 소개합니다. 식충이 팀장과 불사조 팀장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멍청하고 게으른 상급자와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급자가 있습니다. "알아서 해"의 속뜻이 "나는 책임 안 진다."인 것처럼 책임을 지지 않는 상급자들입니다. 그런 상급자들과 일하는 하급자는 좌절감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하거나 수습하다 과로로 죽을 판입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가 관련 부서와 협의도 안 할 거임!으로 변하게 됩니다.


문화센터 사례에서 센터장이 움직여야 할 사람은 외부고객(회원)도 물론 있지만 내부고객(강사, 안내데스트 직원, 용역 직원 등)이 더 우선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의무나 책임은 상급자 몫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권위를 인정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권위자들입니다. 중간관리자의 내부고객에 대한 관점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조직 운영은 천차만별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라고 합니다. (현실에선 책임을 하급자에게 전가하는 상급자가 많지만요.) 상급자의 기준이 책임이라면 하급자의 기준은 변화와 성장입니다. 성장하는 하급자는 상급자의 권위를 인정합니다. 이들이 상급자가 되면 하급자의 책임을 대신해 주는 리더로 진화합니다.


하급자가 "자기 일만 잘하면 돼"식이라면 관리자가 되어서도 똑같습니다. 자기 책임마저 전가하며 불평불만 가득한 절대 성장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성장하는 사람으로 위장도 잘하니 어느 순간 관리자 자리에 올라가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조직을 떠난다면 이런 부류 때문입니다.


앵그리 보스는 그저 버럭대는 상급자가 아니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일은 시키지만 책임을 질 줄 알며 하급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상급자입니다. 조직에는 성장하는 사람과 성장할 사람이 남아야 다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해서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면, 상사의 권위 따위 인정해 주고 싶지 않은 하급자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나의 진정한 고객은 누구인지, 권위란 무엇인지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해왔던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시간입니다. 철학, 문학, 예술 등 인문학적 해석이 가득한 주석만 해도 수십 페이지, 참고도서만 해도 수백 권. 이 묵직한 주제를 때로는 돌려까면서 때로는 자기반성을 하며 풀어내는 저자 길군의 입담이 매력적입니다.


식충이 팀장, 불사조 팀장, 성장하는 척하는 직원, 절대 성장하지 않는 직원이 되지 않도록 뼈 때리는 조언이 가득한 <앵그리 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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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훈 2023-04-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자 길군입니다^^몇 번을 정독했습니다, 제가 의도하던 바를 너무 잘 이해해주셨어요ㅜ오히려 감동에 위로입니다ㅠ워낙 무거운 주제라 쉽지 않았거든요ㅠ덕분에 힘내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길상훈 2023-04-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 글이 훨씬 더 좋은데요? 심지어 저보다 필력도 좋으세요! https://m.blog.naver.com/indiecat/223064153057
 
전쟁과 군복의 역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쓰지모토 요시후미 지음, 쓰지모토 레이코 그림,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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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 군복도 유행에 따릅니다. 국가의 위신이 걸린 군복. <전쟁과 군복의 역사>에서 매우 정치적이며 국제관계를 반영하는 군복의 역사를 만나봅니다.


군복의 변천을 따라가다 보니 각 시대의 전쟁사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군복이라고 해서 단순히 옷만 지칭하는 게 아니라 모자, 군화, 계급장, 훈장 등 제복학, 군장사학에 포함되는 요소는 무척 폭넓습니다. 고대 갑옷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삽화 덕분에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군복은 국가가 규정한 군율에 따른 복장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됩니다. 군복을 입은 자는 제네바 조약, 헤이그 육전 조약에 의해 교전 상대국에 사로잡혀도 포로로서 보호를 받습니다. 사복을 입은 자는 간첩, 테러리스트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명확하게 국가의 군대로서 장비품을 지급한 증거가 남아 있는 것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끌었던 마케도니아군입니다. 통일적인 규격품을 지급한다는 것은 원정을 지탱할 수 있었던 군수 보급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중세 봉건 시대에는 국가의 정규군보다 각 기사단이 군장을 통일하던 시대였습니다. 훈장은 고대 로마 군단에서 탄생되어 십자군 시대에 투구를 쓰면 피아식별이 어려운 기사단이 그들을 상징하는 문장을 사용하면서 이후 현대의 훈장 제도로 발전했습니다.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 제독이 저격당한 것도 가슴에 단 훈장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복의 아이템을 소개하는 <전쟁과 군복의 역사>. 갑옷의 진화가 남성의 복장 전반에 변화를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조끼라 부르는 더블릿, 타이즈 등 일반 신사복이 군장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지배 계층이 기사가 되었기에 일상복도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군복의 변천사에는 장비의 발전과도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머스킷 총의 보급으로 신세대 전술이 등장하면서 그에 맞춰 군복도 바뀌는 것을 보여줍니다. 근대 군대의 아버지가 불리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아돌프는 군복마저도 근대식으로 바꾼 인물입니다. 갑옷이 퇴장하면서 정작 그 역시 총에 맞아 전사했지만요.


소설 삼총사의 영화, 드라마 덕분에 파란색 타바드(망토처럼 걸치는 상의)가 낯익을 겁니다. 루이 13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군복은 루이 14세 치세의 군복이 등장하는 시대 고증적 오류를 일으켰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줍니다.


한때 세계 최강국이었던 오스만 제국의 군장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군복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양쪽 가슴에 여러 개의 단추와 장식 매듭을 배치한 늑골복 디자인이 각 나라의 군복에 차용되며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근대 군복 초기엔 화려한 원색의 군복이었습니다. 총의 성능이 낮아 멀리서 저격당할 위험이 낮았고, 검은색 화약 때문에 전장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오히려 아군 위치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합니다. 전쟁 기술이 이렇게 군복의 색깔마저도 영향을 준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나폴레옹은 '사람은 그가 입은 제복 그대로의 인간이 된다'는 말을 남길 만큼 군복에 진심이었습니다. 프랑스군의 군복사도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마린 패션의 하이라이트인 세일러복은 영국 해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어린 왕자에서 세일러복을 입혀 아동복으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20세기 초 세일러복을 통학복으로 채용합니다. 일본의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이 등장하는 것 역시 시대고증이 잘못된 예라고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익숙한 카키색 군복은 저격 명중률이 크게 향상되면서 전장에서 위장 효과를 의식한 군복이 등장하고, 1902년 영국 육군은 카키색 군복을 정식 군복으로 채용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프랑스는 빨간색 바지를 고집했는데, 나폴레옹 3세가 포로로 사로잡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고 제1차 세계대전 개전 당시 빨간색 바지의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고수하다가 결국 시대착오적인 군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쟁 중에 군복색을 바꾸게 됩니다.


세계 최초의 위장복은 독일 나치 친위대에서, 세계 최초의 전투복은 영국에서, 미군의 독자적인 블루종형 야전복의 원형이 탄생하기도 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신시대 전쟁에 적합한 제복들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들이 전투 방식이나 외양 등으로 개성을 다투던 시대가 아니라 획일화, 몰개성화가 진행된 전쟁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각 나라의 원수들의 제복들은 특별했지만요.


1938년 영국 여성 보조지방의용군 이래로 여성이 군에 본격적으로 참가하면서 여군의 복제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처음엔 남녀 제복이 통일되지 않았지만 점차 복장의 유니섹스화가 트렌드가 될 거라 예측합니다.


현대전에 이르러서는 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면서 군복도 진화했습니다. 미군식이 세계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2019년 미군은 미국 우주군을 육해군과 동등한 독립군으로 승격한 만큼 우주군의 군복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화기의 발달이 근대식 군복을 탄생시켰듯 미래 무기, 우주 등 그에 걸맞은 새로운 제복이 궁금해집니다.


시대적 배경, 국가관, 전통을 반영하는 군복의 역사를 소개한 <전쟁과 군복의 역사>. 군복 속에 담긴 정치,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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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날은 어제뿐이다
윌리엄 H. 맥레이븐 지음, 이재욱 옮김 / 교우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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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캡틴 필립스 구출작전, 사담 후세인 체포 작전 등 미국 특수작전을 지휘한 윌리엄 맥레이븐 제독의 회고록 <쉬운 날은 어제뿐이다>. 인생의 파노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한국어판 제목이자 미국 네이비 씰의 신조 "쉬운 날은 오직 어제뿐이다 (The Only Easy Day Was  Yesterday.)"처럼 인생을 살아온 맥레이븐 제독. 전역 직전 2014년 텍사스 대학교 졸업식 연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수많은 역경과 실패를 헤쳐나가는 태도와 통찰력, 리더십.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해낸 맥레이븐 제독의 삶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만나봅니다.


NATO 유럽 연합군 최고사령부 소속 전투기조종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그의 주변은 언제나 군인들과 군인 가족들이 자리합니다. 공군 병원과 친구 먹을 만큼 험하게 놀던 사고뭉치였지만 모험심과 승부욕을 키우며 성장합니다.


해군 ROTC로 시작해 악명 높은 네이비 씰  BUD/s 과정을 거치며 그때의 경험은 이후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섬에서 약 6개월간 진행되는 해군 특수전 과정 중 6일 동안의 지옥주 훈련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는 여정이었습니다. 지원자의 약 80%가 탈락할 정도로 강도 센 훈련을 이겨낸 건 한 번에 단 하나의 임무를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무조건 강하고 빠르고 똑똑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틀거리고 실패하고 걸려 넘어졌지만 인내하고 다시 일어나 계속 움직이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다이내믹하게 각종 훈련 과정과 임무를 묘사하는 맥레이븐 제독의 입담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이재욱 번역자 역시 맥레이븐 제독이 받았던 미국 네이비 씰 과정을 수료한 현역 해군 장교다 보니 생생한 번역으로 읽는 맛을 더 높였습니다.


다양한 네이비 씰 임무 수행을 해온 맥레이븐 제독. 임무 실패의 두려움, 장교로서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고로 인한 두려움 등 군인으로서의 삶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강하 훈련 중 낙하산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재활훈련 후 테러방지부에서 일하면서 그의 군 인생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했고, 이후 10년 동안 인질 구출을 위해 대테러 부대를 지휘하게 됩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캡틴 필립스'의 실제 사건도 등장합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인질 구출 작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기를 최대한 예측하며 대응 방안을 설정하는 전략, 전술가로서의 모습을 발휘합니다. 현장 지휘관에게 적절한 권한을 주고, 작전요원들의 경험과 능력을 믿고 올바르게 임무를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신뢰까지. 리더로서의 역할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100장의 사진으로 뽑힌 오바마 대통령도 옆으로 물러나 모니터링하던 백악관 사진이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사건,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인 넵튠 스피어 작전 역시 맥레이븐의 역할이 컸습니다. 여러 옵션 중 파키스탄으로 헬리콥터 강습 작전을 결정했고 아프가니스탄 현장에서 지휘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커튼 뒤의 사람들, 동료와 가족 등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고가치 표적을 체포하거나 제거하는 임무들에서는 수많은 요원들이 목숨을 잃고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 전쟁의 딜레마 등에 대한 그의 깊숙한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누군가는 살아 있다고 믿기에 위안을 얻습니다.


군인으로 살면서 영향받은 것들에 이야기가 담긴 <쉬운 날은 어제뿐이다>. 세계의 악과 마주하면서 깨달은 교훈과 역경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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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그리스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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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건축, 문화가 함께하는 여행지 그리스. <꽃보다할배 그리스 편>과 <알쓸신잡 3 그리스 편>을 통해 그리스 문화 유산의 매력이 더 진해졌고, 얼마 전 읽은 <강남길의 명화와 함께 후루룩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며 그리스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유럽 문명의 태생지 그리스를 알아야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이 됩니다. 신화 속 배경을 직접 만난다는 것은 정말 설렙니다. 여행도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 알수록  깊은 맛과 재미는 더해집니다. 특히 그리스는 고대 문명이 살아 있는 곳이잖아요. 아무것도 모른 채 여행하면 그저 설치 작품처럼 보일 뿐인 그리스 여행이 되어버립니다.


<해시태그 그리스>와 함께 그리스를 만나볼까요. 찬란하게 꽃 핀 고대 문명의 산실이자 서구 문학의 기초를 세운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와 함께하는 여행을 소개합니다. 배낭여행지, 신혼여행지, 성지순례, 와인투어 등 다양한 스타일에 맞게 코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그리스 하면 시리도록 파란 지붕과 순백의 벽으로 꾸며진 산토리니 섬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지라 섬 여행도 해보고 싶습니다. 저가항공과 페리를 이용한 섬 여행 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방법, 본토에서 섬으로 이동하는 방법 등 그리스 여행에 필요한 필수 정보와 렌트카 여행에 관한 자세한 정보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실제 도로 사진을 참고해 주의 구간 등을 꼼꼼히 알려줍니다.


가이드북을 읽는 내내 여행지에 있는 듯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을만큼 도보 루트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테네 땅끝마을로 불리는 수니온 곶에서는 포세이돈 신전 하나만 딱 볼만하다는데 저는 포세이돈을 좋아하는지라 가보고 싶더라고요. 수니온 곶에는 영국 시인 바이런이 바위에 낙서한 흔적도 있다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공개합니다.





워낙 많은 유적지가 있어 결정장애가 생길 지경이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반드시 봐야 한다는 것들은 있답니다. 가이드북을 통해 하나하나 체크해보세요. 그리스 여행의 핵심 관광지 델피에서는 아폴로 신전 스타디움, 아테나 프로네아 성역을 포함해 꼭 봐야 할 곳들을 소개합니다. 혼자 여행으로는 쉽게 가기 힘든 장소들도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니 흔한 관광지 외의 명품 장소를 가고 싶은 이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가이드북이 될 겁니다.


지상낙원 휴양지가 가득한 그리스 섬 정보를 보니 그리스 본토 유적지와 섬들 간의 매력 포인트가 확실히 달라 그리스 여행을 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다양하게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덕분에 국내 여행객들에게 인기 높아진 자킨토스 섬의 나바지오 비치, 영화 '맘마미아'로 인기 급상승한 스코펠로스 섬, 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인 크레타 섬 등 섬 여행만으로도 일정을 꽉 채울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곳들이 많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작가의 고향, 저마다의 매력을 간직한 크고 작은 섬들을 만끽해보는 페리 투어, 서양 문화의 시초 고대 그리스 신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땅 그리스.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된 그리스 스토리를 이해하면서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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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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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공정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의 또 한 번의 역작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이 책은 1996년 <민주주의 불만>이란 제목으로 초판이 나왔던 책입니다. 당시엔 세계화 시대에 이르러 닥친 위기에 집중했다면, 27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내놓은 개정판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근저를 살펴보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인식해야 할 것들을 짚어줍니다.


한창 세계화를 부르짖던 시대가 기억납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의 확산은 일과 노동의 존엄성을 약화시켰습니다. 국가 정체성과 충성심의 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우리는 40년 동안 이어진 신자유주의 세계화 세상에서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극심해진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치는 시민들의 정당한 불만에서 비롯된 분노를 이용했고 해결하지도 못했습니다. 팬데믹 동안 양극화 현상을 뚜렷하게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 큰 이슈가 되었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 마이클 샌델은 그가 당선된 것 자체가 미국에서 사회적 유대감이 무너지고 민주주의의 조건이 훼손됐음을 가리키는 일종의 징후였다고 합니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는 갈등 없는 개방된 세상을 지향한 초국가적 프로젝트가 어떻게 공동의 정체성과 시민 참여를 배양하지 못한 채 대기업과 부유층에게만 유리하게 되었고 양극화가 심해졌는지 짚어줍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무력해졌고 공적 담론은 공허하게 느껴지는 세상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민주주의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경제적 강자의 책임 회피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양극화를 누그러뜨리고 효과적인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공적 삶을 재구축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시민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의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 권력이 시민적 삶에 존재하는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이 실종된 상황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우리는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민주적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20세기 후반부터 50년에 걸쳐 정립된 자유관이 변화하며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자유주의적 자유관이 공화주의적 자유관을 밀어내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미국의 혁명, 즉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은 시민적 덕목이 상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부패를 잘라내고 공화주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도한 혁명이었습니다.


이후 제조업에 대한 논쟁, 임금노동 논쟁 등 다양한 정치적 담론들을 거치며 국가 경제가 강화됩니다. 경제를 민주주의의 책임 아래 두려는 시도들은 경제 논쟁에서 시민적 노선이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불편한 공존이 이어졌습니다. 두 개념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이 등장했지만 정의와 공동선에 대한 숙고는 뒷전이 되어갑니다.





새로운 버전의 자본주의는 세계화, 금융화,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은 물론이고 성장 및 분배 정의의 정치경제학에서도 멀어지고 있는 겁니다.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은 국가가 자국 경제 통제력을 잃게 만들고 금융위기를 촉발했고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국 정책은 금융이 주도했던 착취적 자본주의를 되살리는 데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점점 개인의 자치 권한 박탈 현상이 깊어졌고 이는 민주주의 대한 불만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금융 주도의 세계화가 낳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그럼에도 성공에 대한 능력주의적 사고방식 담론만 펼쳤습니다.


개인은 자기 운명을 통제할 힘이 점점 줄어든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소속감, 참여의식도 낮아졌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는 정의란 무엇인가,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식으로든 대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큰 오늘날 왜 공공철학, 공동선을 외쳐야 하는지 들려주는 마이클 샌델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미국의 기초 사조였던 시민의식을 되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제 정의와 공정에 이어 더 나은 삶을 위해 갖춰야 할 시민의식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이고 또한 자기를 온전하게 인간적 존재로 만들어주는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뜻이다." 책 속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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