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군복의 역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쓰지모토 요시후미 지음, 쓰지모토 레이코 그림,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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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 군복도 유행에 따릅니다. 국가의 위신이 걸린 군복. <전쟁과 군복의 역사>에서 매우 정치적이며 국제관계를 반영하는 군복의 역사를 만나봅니다.


군복의 변천을 따라가다 보니 각 시대의 전쟁사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군복이라고 해서 단순히 옷만 지칭하는 게 아니라 모자, 군화, 계급장, 훈장 등 제복학, 군장사학에 포함되는 요소는 무척 폭넓습니다. 고대 갑옷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삽화 덕분에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군복은 국가가 규정한 군율에 따른 복장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됩니다. 군복을 입은 자는 제네바 조약, 헤이그 육전 조약에 의해 교전 상대국에 사로잡혀도 포로로서 보호를 받습니다. 사복을 입은 자는 간첩, 테러리스트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명확하게 국가의 군대로서 장비품을 지급한 증거가 남아 있는 것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끌었던 마케도니아군입니다. 통일적인 규격품을 지급한다는 것은 원정을 지탱할 수 있었던 군수 보급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중세 봉건 시대에는 국가의 정규군보다 각 기사단이 군장을 통일하던 시대였습니다. 훈장은 고대 로마 군단에서 탄생되어 십자군 시대에 투구를 쓰면 피아식별이 어려운 기사단이 그들을 상징하는 문장을 사용하면서 이후 현대의 훈장 제도로 발전했습니다.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 제독이 저격당한 것도 가슴에 단 훈장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복의 아이템을 소개하는 <전쟁과 군복의 역사>. 갑옷의 진화가 남성의 복장 전반에 변화를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조끼라 부르는 더블릿, 타이즈 등 일반 신사복이 군장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지배 계층이 기사가 되었기에 일상복도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군복의 변천사에는 장비의 발전과도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머스킷 총의 보급으로 신세대 전술이 등장하면서 그에 맞춰 군복도 바뀌는 것을 보여줍니다. 근대 군대의 아버지가 불리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아돌프는 군복마저도 근대식으로 바꾼 인물입니다. 갑옷이 퇴장하면서 정작 그 역시 총에 맞아 전사했지만요.


소설 삼총사의 영화, 드라마 덕분에 파란색 타바드(망토처럼 걸치는 상의)가 낯익을 겁니다. 루이 13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군복은 루이 14세 치세의 군복이 등장하는 시대 고증적 오류를 일으켰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줍니다.


한때 세계 최강국이었던 오스만 제국의 군장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군복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양쪽 가슴에 여러 개의 단추와 장식 매듭을 배치한 늑골복 디자인이 각 나라의 군복에 차용되며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근대 군복 초기엔 화려한 원색의 군복이었습니다. 총의 성능이 낮아 멀리서 저격당할 위험이 낮았고, 검은색 화약 때문에 전장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오히려 아군 위치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합니다. 전쟁 기술이 이렇게 군복의 색깔마저도 영향을 준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나폴레옹은 '사람은 그가 입은 제복 그대로의 인간이 된다'는 말을 남길 만큼 군복에 진심이었습니다. 프랑스군의 군복사도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마린 패션의 하이라이트인 세일러복은 영국 해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어린 왕자에서 세일러복을 입혀 아동복으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20세기 초 세일러복을 통학복으로 채용합니다. 일본의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이 등장하는 것 역시 시대고증이 잘못된 예라고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익숙한 카키색 군복은 저격 명중률이 크게 향상되면서 전장에서 위장 효과를 의식한 군복이 등장하고, 1902년 영국 육군은 카키색 군복을 정식 군복으로 채용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프랑스는 빨간색 바지를 고집했는데, 나폴레옹 3세가 포로로 사로잡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고 제1차 세계대전 개전 당시 빨간색 바지의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고수하다가 결국 시대착오적인 군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쟁 중에 군복색을 바꾸게 됩니다.


세계 최초의 위장복은 독일 나치 친위대에서, 세계 최초의 전투복은 영국에서, 미군의 독자적인 블루종형 야전복의 원형이 탄생하기도 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신시대 전쟁에 적합한 제복들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들이 전투 방식이나 외양 등으로 개성을 다투던 시대가 아니라 획일화, 몰개성화가 진행된 전쟁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각 나라의 원수들의 제복들은 특별했지만요.


1938년 영국 여성 보조지방의용군 이래로 여성이 군에 본격적으로 참가하면서 여군의 복제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처음엔 남녀 제복이 통일되지 않았지만 점차 복장의 유니섹스화가 트렌드가 될 거라 예측합니다.


현대전에 이르러서는 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면서 군복도 진화했습니다. 미군식이 세계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2019년 미군은 미국 우주군을 육해군과 동등한 독립군으로 승격한 만큼 우주군의 군복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화기의 발달이 근대식 군복을 탄생시켰듯 미래 무기, 우주 등 그에 걸맞은 새로운 제복이 궁금해집니다.


시대적 배경, 국가관, 전통을 반영하는 군복의 역사를 소개한 <전쟁과 군복의 역사>. 군복 속에 담긴 정치,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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