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이야기 - 인생을 좌우하는 신경계
아르민 그라우 지음, 배명자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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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좀전에만 해도 아무 문제 없이 행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눈이 안 보이고 말을 못 한다면 어떨까요? 너무나도 익숙하게 말하고 움직이고 감각하고 생각하다 보니 뇌의 중요성을 평소에는 잘 못 느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 의식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뇌의 작업 결과인데 말입니다.


독일 루드비히 하펀 클리닉 신경학과 수석의사이자 뇌졸중 전문 의학 박사 아르민 그라우의 <신경 이야기>는 신경과 병동의 모습을 보여주며 뇌졸중, 말초신경염, 간질, 치매, 편두통,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포함해 신경계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신경 질환에 대해 살펴봅니다.​


어린 여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등장합니다. 사고 당시 환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증상을 보여주다 보니 함께 그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대부분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보니 그 환자가 내가 되었을 수도, 부모님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증상으로 병명을 찾고, 원인을 찾아가며 치료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에 푹 빠지게 됩니다.


가장 먼저 다루는 질병은 뇌졸중입니다. 혈관에 혈전이 막히면서 생기는 뇌졸중. 뇌는 혈액공급이 완전히 중단된 후 약 10초면 벌써 뇌 기능이 멈추고 환자는 의식을 잃습니다. 4~5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합니다. 뇌 조직 구조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되고 이후 뇌경색으로 이어집니다.


뇌졸중은 이미 원인과 위험요소가 대중에게 잘 알려진 편이지만 우리가 유독 두려워하는 질병입니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 장애가 무서워서이지요. 일상생활이 제한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뇌졸중 환자의 경우 혈전용해술도 빠르게 하고 큰 혈관에는 카테터 시술로 뚫으며 재빠른 조치를 했고, 예후도 괜찮은 케이스였습니다. 뇌졸중 전문 병동이 잘 갖춰진 독일이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재활 과정에 대한 노력도 강조합니다. 뇌졸중에 걸린 사람의 약 3분의 1은 첫해에 급성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다고 합니다. 뇌졸중 이후의 후속 관리에 대해 간과하지 않도록 조언합니다.​


의학적으로 설명을 하는 부분은 용어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질병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와 진행 과정을 알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됩니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신경계의 오작동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으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신경 이야기>. 덕분에 뇌가 우리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고혈압 조심해라, 당뇨 관리해라, 운동해라, 식습관 조절해라 같은 뻔한 말이 절대 뻔한 말이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신경 써서 지키지 않을 때 우리 신경계가 어떻게 고장 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뇌졸중 외에도 다양한 신경 질환이 있습니다. 신경에서 근육 세포로 자극 전달이 잘되지 않아서 생기는 말초신경염의 경우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증상만으로는 근육 질환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신경 질환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소시지를 식판에 담은 채식주의자의 이야기입니다. 운 좋게도 병원 직원이다 보니 그 모습을 본 동료들이 뇌전도 검사를 받으라 권유를 했고 간질 발작이 진단되었다고 합니다. 뇌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유발되는 간질에 대해서도 원인,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정신 능력과 일상생활 능력의 감소와 상실로 이어지는 치매도 두렵습니다. 단기 기억이 먼저 소실되고 시간감각, 방향감각이 약해지고 무서운 건 나를 잃어버린다는 점입니다. 효과적인 치매 치료법이 아직 없기에 더 두려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매는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고 합니다. 뇌졸중 예방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신체 활동을 해야 근육, 심혈관계, 정신 능력이 모두 향상되는 겁니다. 뇌 기능의 장애를 기반으로 하는 치매는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우울증 치료 시 개선되는 가짜 치매와의 차이점도 알려줍니다.​






의과대 실습생이 갑자기 사물이 겹쳐 보인다며 찾아온 사례도 있습니다. 뇌와 척수에 있는 염증이 문제가 된 경우입니다. 팔뚝에 압박붕대를 감은 듯한 감각 장애를 며칠 겪었던 경험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시각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는 아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중추신경계 만성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진단받습니다. 염증이 신경을 훼손한 겁니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된 이 질병은 강한 피로감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등 삶의 질을 낮추게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주기적으로 신경 MRI를 통해 질병 활동을 파악해야 한다고 합니다.​


수업 시간에 망치질하는 듯한 편두통에 구토, 시각장애, 언어장애까지 순식간에 닥친 17세 여학생의 사례도 있습니다. 격렬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지주막하출혈을 염두에 두고 살펴본다고 합니다. 이 환자의 진단명은 편두통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증상은 아니었지만 저도 편두통으로 고생한 시기가 있어 남일 같지 않더라고요.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합니다. 완치는 안되어도 증상을 다스릴 순 있는 질병이라니 정말 눈 감을 때까지 무탈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껴집니다.​


<신경 이야기>는 전반적인 신경 질환의 정보와 개인적 차원의 예방법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이 유발하는 신경 질환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환경 개선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신경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유용한 의료 시스템의 필요성도 토로합니다.


환자를 직접 진찰하며 설명하면서 직관적인 그림과 함께 보여주니 신경 질환의 대표 질병에 대한 정보를 수월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신경 질환에 대해 알면 알수록 평소 하는 동작들이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다양한 신경 질환의 증상과 치료 여정을 살펴보면서 건강한 신경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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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a circus - 서커스보이밴드 포스터&컬러링북
서커스보이밴드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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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디자인스튜디오 서커스보이밴드의 포스터 & 컬러링북 <Life is a Circus>. 컬러링 취미 있다면 색다른 감각의 컬러링북을 만나보시겠어요? 완전 아트입니다!


서커스보이밴드의 독특한 색감과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컬러링북에는 서커스보이밴드의 인기 아트워크 31종이 담겼습니다. 어찌 저런 색감이 나올 수 있는 거죠?! 톤 조합이 매력적입니다. 마음이 달달 차분해지는 느낌입니다.


서커스보이밴드의 컬러링북은 포스터 역할도 합니다. 컬러링을 마친 완성품은 인테리어용 포스터로 제격입니다. 칼 필요 없습니다. 쉽게 샤샥 잘 뜯어집니다. 고이 모셔두면 안 됩니다. 열심히 칠하고 열심히 장식해 보세요.


표지 안쪽엔 서커스보이밴드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있으니 표지부터 해체해버리자고요. 액자에 넣어두고 싶을 만큼 예쁩니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응원하는 글귀도 사랑스럽고, 그림 한 컷 한 컷이 마음을 사르륵 보듬어주는 느낌입니다. 


서커스보이밴드 컬러링북은 Step 1, Step 2, Step 3으로 구분해 컬러링을 단계별로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1단계는 정말 찔끔 색칠하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안 좋아서 컬러링북 안 한 지 꽤 됐는데, 서커스보이밴드 컬러링북을 보자마자 이건 참을 수 없더라고요. 조금만 색칠해도 완성되니 작은 성취감 얻기의 최고봉입니다.


2단계는 조금 더 칠할 게 많습니다. 배경은 프린트되어 있으니 인물과 소품을 색칠하면 됩니다. 3단계는 선만 그려져 있고 전체를 색칠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디자이너가 된 기분입니다. 1단계 8개, 2단계 13개, 3단계 10개. 총 31개의 컬러링을 할 수 있습니다. 색깔 선택을 참고할 수 있는 일러스트가 있으니 따라 해도 좋지만, 내 맘대로 완성하면서 뜻밖의 조합을 발견하는 기쁨도 만끽해 보세요.


유일하게 가위가 필요한 종이인형 페이지! 서커스보이밴드의 피규어가 탐났었는데 대표 캐릭터들의 페이퍼 스탠딩 돌을 보니 탐욕이 한 방에 채워집니다! 어쩜 이리 귀여울까요. 책장에 조르륵 세워둘까 합니다.





컬러링북 한 권을 앞뒤 모두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요. 컬러링 완성한 페이지를 먼저 장식하고, 지겨워질 즈음엔 반대쪽에 인쇄된 서커스보이밴드의 일러스트를 알차게 뽑아먹는 겁니다. 참고용 일러스트는 엽서 크기여서 벽 데코용 포스터로 활용하기 좋아요. 그 외에도 캐릭터, 소품 이미지들을 종이놀이하듯 자르고 잘라서 다꾸용으로 보관해도 되고요.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습니다.


일상의 다채로운 순간을 발견하고, 직접 완성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서커스보이밴드의 <라이프 이즈 어 서커스 Life is a Circus>.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화사해지고,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주는 포스터 & 컬러링북입니다.


컬러링북과 인테리어용 포스터북 역할을 동시에 하니 가성비는 두말할 것 없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서커스보이밴드 CBB의 감성이 집안 곳곳에 스며듭니다. 어른의 취미 생활도 고품격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라이프 이즈 어 서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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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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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재의 가치를 알고 있지만, 소유라는 개념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존재보다 소유에 더 집착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실험심리학자이자 발달인지신경과학 전문 철학자인 브루스 후드는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은 채워질 줄 모른다."며 많이 소유할수록 더 훌륭한 존재가 될 것이라 믿는 욕망 추구의 삶을 꼬집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는 우리 삶의 최고 목표가 소유하기에 있다는 걸 일깨우며,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소유하려는 욕구를 느끼게 하는 건지 심리학, 행동경제학, 철학, 법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수많은 연구와 이론을 통해 살펴봅니다.


소유의 힘을 통해 정체성을 갖추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소유물을 상실할 때의 타격이 무척 큽니다. 물건에 관한 정서적 애착이 과도한 수집가인가요? 쇼핑 중독자인가요? 이 책을 읽을 이유가 확실히 보이죠. 하지만 나는 소유욕에서 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다수가 손에 쥔 것들을 놓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유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충동 중 하나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소유물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증거를 남긴다." _ p9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삶은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란 걸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로 넓혀보면 모든 전쟁의 근저에는 소유권에 대한 갈등이 깔려 있습니다. 브렉시트의 통제권 회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낙관론에 기대기보다는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 소비문화와 행동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소유욕의 메커니즘을 알면 도움 됩니다. 소유의 심리 메커니즘을 탐구한 이 책은 우리가 하는 행동은 소유와 뿌리 깊게 얽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소유(ownership)는 자신의(own)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마치 소유가 삶의 전부인 양 집착하게 됩니다.


죽으면 먼지로 돌아갈 뿐인데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며 버리지 못하는 게 참 많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애착이 있는 물건은 있습니다. 소유하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고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는지, 소유하는 일이 아니어도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파헤쳐 봅니다.


이 세계는 인간의 마음이 구성한 개념들로 가득합니다. 소유권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구성한 것입니다. '내 것'이라는 말은 아동이 발달 초기에 배우는 단어이지만 소유권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것은 가장 강력한 단어가 됩니다. 심리적 소유의 가장 강력한 예시이자 가장 이른 나이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안심담요입니다.


심리적 소유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에 정서적 애착을 갖는, 사회적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소유권이 어떻게 확립되는지 살펴보며 소유권이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소유 추구는 경쟁의 본성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는 가시적인 기준 중 하나가 재산입니다. 가장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재산 개념도 끊임없이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시대, 문화에 따라 소유권 해석이 다양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재산권의 범위가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소유권 개념 이슈를 몰고 온 인물이 있습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입니다. 남몰래 타인의 재산에 작업을 하곤 사라집니다. 그 작품에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낙서는 훼손으로 간주해 위법이지만, 뱅크시의 작품은 걸작이 됩니다.





소유권은 배타적 통제력을 의미합니다. 소유는 불평등을 낳고 특권은 상속의 형태로 사회의 불공정을 영속화합니다. 산업화로 소비문화가 급부상한 이후 서구 세계 정책은 더 많은 소유의 욕망을 부추겼습니다. 삶의 주인이 되라며 주택 소유를 하게끔 했고, 개인의 독립 강화를 강조합니다.


과시를 위한 소비도 급증합니다. 이런 블링 문화는 능력 없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려는 욕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속한 인종집단이 가난할 경우 자신을 구별할 필요성이 커져 과시소비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소유를 과시하려는 욕망은 악순환을 낳습니다. 사치품에 돈을 쓰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되는 교육에 투자할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소수 집단의 번영을 방해하던 격차가 그렇게 더 커집니다.


이 책은 무조건 소유하지 말라는 책이 아닙니다. 소유하지 않고는 이 세상을 살아내기 힘듭니다. 이 책의 원제 Possessed (홀린)처럼 소유의 욕망에 홀리지는 말자는 겁니다.


우리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물음표를 던집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건, 잘못된 것에 돈을 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제대로 돈을 쓰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유보다 자신의 성격 유형에 맞는 체험에 돈을 쓰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체험은 탈탄소화 목표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는 더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제한된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개인의 소유욕에 대한 심리학 도서로만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칠 뻔했습니다. 소유의 개념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방대하게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소유욕에 대한 주제를 누구나 꼭 접해보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삶의 태도에 대한 자기계발식 조언을 하는 책이 많지만 이보다 더 방대한 분야를 두루 다루면서 실용적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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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은 없다 - 경제학 거장들에게 배우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
데이비드 L. 반센 지음, 박경준 옮김 / 타임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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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부의 조언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반센의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 대가들의 지혜의 정수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저자의 입장을 유지하는 이 책은 케인스주의 경제학과 비교해서 읽는다면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인간 행동, 탐욕, 가치, 이익 추구, 자유무역, 최저임금, 인센티브, 과세, 사유재산 등 시장 경제 기본 원리 22가지를 최고의 경제학자들의 사상이 담긴 250개의 명언으로 소개합니다. 저자의 통찰력있는 해설은 덤입니다.


수학, 과학이 아닌 경제학만의 본질을 짚어가기에 이 책에는 숫자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학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자기계발 성격의 글도 많습니다.


오늘날 경제 교육 문제를 경제에 대한 정의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데이비드 반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경제의 기본 원리를 올바르게 정의 내립니다.


경제는 교환을 통한 필요충족을 위해 노동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활동 기반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의 행동입니다. 경제학을 알려면 인간에 대한 중요한 진실에서 출발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인간 행동의 맥락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의 전체적인 기반인 지향점, 목적, 목표를 다루는 책입니다.


지금까지 경제 정책은 경제학의 핵심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책으로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해 현재 문제에 적용해 보자고 합니다.


자유 기업 체제를 찬양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꼽는다면 루스벨트의 메시지라고 합니다. "나는 값싼 안락함이 아닌 힘든 삶, 노력하고 투쟁하는 삶을 말하고 싶다. 쉬운 평화를 기대하는 이에게는 오지 않을 승리, 위험과 역경, 고통 앞에 움츠러들지 않는 이가 맛볼 성공 그 이상의 궁극적 승리를 말하고 싶다."


노력을 통해 얻은 성공이 인간의 번영을 이룬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자유롭고 도덕적인 사회는 오히려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가능합니다. 앞서 말했듯 경제는 인간 행동을 기초로 합니다.


인간의 선택은 불완전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장기적으로 좋은 쪽으로 향하는 것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자유가 있으면 뭐가 뒤따르죠? 책임입니다. 책임에 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절대적 부의 증가는 겨우 200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시작은 바로 자유였다고 짚어줍니다. 자유주의가 시작된 곳에 풍요가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이 자유 추구를 일시적 행복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됩니다.


애덤 스미스는 "구성원 절대다수가 가난한 사회는 번영과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단순히 소비하는 행위에서 오는 달콤함보다 더 큰 만족을 주는 인간 번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누구나 경제적 풍요를 원합니다.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요. 헨리 해즐릿은 이 답을 찾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진리로 "우리가 만들어낸 것보다 더 많은 부를 분배할 수 없다는 것, 사용한 노동력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공짜 점심이랄 게 있는 것처럼 굴면 안 되는 겁니다. 공짜 점심으로 대의를 흐리기보다 인간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쪽을 지향하는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빅토르 클라르는 케인스의 주장은 인류학적으로 공허하다고 지적합니다. 지금의 경제학은 도덕 이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오히려 게임과 같아졌다고 합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그저 좋아 보이기 위해 변수를 조작하는 데만 몰두하는 하향식 정책을 꼬집습니다.


인간의 행동이 모여 문명이 나타나고 인간의 행동이 곧 경제요, 경제가 곧 인간의 행동입니다. 경제학의 근본은 수학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성공과 실패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의미입니다.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선택과 포기는 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인간 행동의 본질입니다. 잘못된 선택도 하지만 최대한 효율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인간입니다. 그 과정에서 탐욕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합니다. 타인의 성공을 시기함으로써 스스로를 최고가 될 수 없게 하는 부패한 감정 말입니다.


인간 행동과의 연결고리를 되찾기 위한 경제학을 하자는 저자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좋은 경제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즉각적인 효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효과를 지향하는 정책, 불완전한 의사 결정이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지는 자세. 불완전하지만 더 나은 결정이 나쁜 결정보다 낫다는 걸 짚어줍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논의에 돌입한 요즘, 자유 시장 체제의 최저임금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 거장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의미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와닿는 세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인간의 성장과 번영을 위한 경제학을 알려주는 <공짜 점심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세상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자유와 협력의 추구로부터 나오는 인간 번영. 그것을 목표로 하는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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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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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여서도 저마다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봅니다.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걸 자랑스러워합니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드는 게 익숙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면 숨을 참으라고 요구받는 것만 같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65초마다 하는 일을 전환하고,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평균 19초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사무직을 대상으로 평균적으로 한 가지 일을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는지 관찰한 연구에서는 평균 3분이라는 결과를 얻습니다. 우리는 모두 현재에 머무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일들은 모두 집중력 문제로 생기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집중력. 왜 이토록 집중력이 짧아졌을까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요한 하리는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멀티태스킹 중독, 몰입의 실패, 짧아진 수면 시간, 독서의 붕괴 등 현대인들의 집중력 위기를 탐색하고 해법을 고민합니다.


저 역시 독서 몰입 경험이 예전만치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거든요. 완독이라는 결과는 같지만 그 과정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한 챕터를 읽는 도중에도 스마트폰 알림 확인하느라 손이 바쁘고, 어떨 땐 텍스트에 집중이 안 된다며 폰 게임 두세 판 하고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합니다.


집중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도 알아차릴 때면 내 의지력 탓, 스마트폰 탓을 합니다. 물론 개인적 실패도 지분율이 있지만 이 시대의 집중력 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전 세계의 집중력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문제 해결 능력도 저하됩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제목에서처럼 단순히 집중력을 잃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요한 하리 저자는 집중력을 훼손하는 힘을 분석해 이 힘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등 수많은 과학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색합니다.


저자 역시 산만한 생각 속에서 길을 잃는 자신에게 실망을 합니다. 이러다간 죽기 직전에도 하트 몇 개 받았는지 쳐다보며 누워 있을 것만 같습니다. 결국 3개월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합니다. 세이렌의 노래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오디세이는 돛대에 몸을 묶었듯 선택지를 좁히는 방법을 실천한 겁니다.






정보량의 증가는 세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유발하고, 시간을 요구하는 깊이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동안 저자는 자신이 선택한 속도로 생각하는 법을 되찾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속도를 늦출 때 느린 속도가 집중력을 키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전환이 집중력을 저하합니다. 멀티태스킹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작업 전환에 시간을 더 쓰는 셈입니다. 오히려 인지 능력도 저하됩니다. 뇌가 미친 듯이 정보를 걸러내야만 하기에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긍정심리학과 몰입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오로지 현재에 머무는 기분을 느끼는 몰입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단순히 디지털 디톡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산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몰입을 찾는 데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의 만성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잠들지 않고 깨어 있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집중력입니다. 수면에 관해 알려진 개인적 해결책이 이미 많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할 일이 많습니다. 지킬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도 이메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으로 메일함을 체크하고 있더라고요. 소셜미디어의 각종 알림창, 무한 스크롤은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합니다. 심각합니다. 심각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 곤경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듭니다.


저자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협력해서 장애물을 해체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은 무력하며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비관적 믿음을 깨뜨려야 하는 겁니다. 함께 하면 변합니다. 지난 세월 각종 인권 문제도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일깨웁니다. 이제는 우리의 집중력을 채굴하는 침략적 기술에 맞서야 합니다.


하는 일이 많고 많이 해낸다 싶어도 우리가 반드시 그것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엉뚱한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속도를 늦추면 나만 뒤처지고 사회적 지위를 잃을까 봐 두렵습니다.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그것을 성공이라 칭하는 현대인들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두 함께 사회·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우리의 주의를 더 중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자는 여러 해법을 내놓습니다. 사전 약속을 이용해 지나친 전환을 멈추는 등 개인적 해법과 함께 주 4일제 사회적 해법까지 두루 고민한 결과물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집단의 목표를 세워 이루고자 함께 싸우는 능력은 전 지구적 행동이 필요한 기후행동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 됩니다. 우리의 주의가 덜 중요한 것들에 쏠려 있던 것을 이제는 중요한 것에 초점 맞춰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둑맞은 집중력>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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