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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한자리에 모여서도 저마다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봅니다.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걸 자랑스러워합니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드는 게 익숙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면 숨을 참으라고 요구받는 것만 같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65초마다 하는 일을 전환하고,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평균 19초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사무직을 대상으로 평균적으로 한 가지 일을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는지 관찰한 연구에서는 평균 3분이라는 결과를 얻습니다. 우리는 모두 현재에 머무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일들은 모두 집중력 문제로 생기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집중력. 왜 이토록 집중력이 짧아졌을까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요한 하리는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멀티태스킹 중독, 몰입의 실패, 짧아진 수면 시간, 독서의 붕괴 등 현대인들의 집중력 위기를 탐색하고 해법을 고민합니다.
저 역시 독서 몰입 경험이 예전만치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거든요. 완독이라는 결과는 같지만 그 과정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한 챕터를 읽는 도중에도 스마트폰 알림 확인하느라 손이 바쁘고, 어떨 땐 텍스트에 집중이 안 된다며 폰 게임 두세 판 하고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합니다.
집중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도 알아차릴 때면 내 의지력 탓, 스마트폰 탓을 합니다. 물론 개인적 실패도 지분율이 있지만 이 시대의 집중력 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전 세계의 집중력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문제 해결 능력도 저하됩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제목에서처럼 단순히 집중력을 잃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요한 하리 저자는 집중력을 훼손하는 힘을 분석해 이 힘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등 수많은 과학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색합니다.
저자 역시 산만한 생각 속에서 길을 잃는 자신에게 실망을 합니다. 이러다간 죽기 직전에도 하트 몇 개 받았는지 쳐다보며 누워 있을 것만 같습니다. 결국 3개월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합니다. 세이렌의 노래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오디세이는 돛대에 몸을 묶었듯 선택지를 좁히는 방법을 실천한 겁니다.

정보량의 증가는 세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유발하고, 시간을 요구하는 깊이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동안 저자는 자신이 선택한 속도로 생각하는 법을 되찾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속도를 늦출 때 느린 속도가 집중력을 키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전환이 집중력을 저하합니다. 멀티태스킹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작업 전환에 시간을 더 쓰는 셈입니다. 오히려 인지 능력도 저하됩니다. 뇌가 미친 듯이 정보를 걸러내야만 하기에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긍정심리학과 몰입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오로지 현재에 머무는 기분을 느끼는 몰입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단순히 디지털 디톡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산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몰입을 찾는 데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의 만성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잠들지 않고 깨어 있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집중력입니다. 수면에 관해 알려진 개인적 해결책이 이미 많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할 일이 많습니다. 지킬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도 이메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으로 메일함을 체크하고 있더라고요. 소셜미디어의 각종 알림창, 무한 스크롤은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합니다. 심각합니다. 심각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 곤경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듭니다.
저자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협력해서 장애물을 해체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은 무력하며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비관적 믿음을 깨뜨려야 하는 겁니다. 함께 하면 변합니다. 지난 세월 각종 인권 문제도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일깨웁니다. 이제는 우리의 집중력을 채굴하는 침략적 기술에 맞서야 합니다.
하는 일이 많고 많이 해낸다 싶어도 우리가 반드시 그것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엉뚱한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속도를 늦추면 나만 뒤처지고 사회적 지위를 잃을까 봐 두렵습니다.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그것을 성공이라 칭하는 현대인들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두 함께 사회·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우리의 주의를 더 중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자는 여러 해법을 내놓습니다. 사전 약속을 이용해 지나친 전환을 멈추는 등 개인적 해법과 함께 주 4일제 사회적 해법까지 두루 고민한 결과물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집단의 목표를 세워 이루고자 함께 싸우는 능력은 전 지구적 행동이 필요한 기후행동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 됩니다. 우리의 주의가 덜 중요한 것들에 쏠려 있던 것을 이제는 중요한 것에 초점 맞춰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둑맞은 집중력>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