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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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해 15장의 정규 앨범과 여러 장의 싱글 앨범을 낸 한국 포크록의 대부, 뮤지션 한대수. 그의 삶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사진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북하우스 출판사의 <삶이라는 고통>은 한대수 사진작가가 60년대부터 DSLR 카메라로 넘어간 2007년까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한 사진집입니다. 그동안 사진집을 몇 편 낸 저자이지만 이 책에는 미공개 희귀 필름 사진 100여 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삶이라는 고통>에서 만나는 사진 중 특히 60년대 자유분방한 문화가 느껴지는 뉴욕과 흙 내음 물씬 풍기는 서울 풍경이 대조되면서 시간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모습을 현재로 가져오는 사진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대수 작가에게 뉴욕은 기나긴 인연이 된 사진을 만나게 해준 곳이었습니다. 당시 가족이 미국에 있었기에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그는 수의학과를 다니다 적성에 안 맞아 중퇴하고 관심 있던 사진에 빠져듭니다.​​


60년대 말, 머리 길고 카메라와 기타를 든 청년이 한국으로 옵니다. 그 시절 한국에서 히피 정서의 자유분방함을 어찌 이해했을까요? 그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가 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쇼킹이 아닐까 싶어요.


대중은 그를 화성인처럼 여겼고 고독과 소외감 속에서 음악을 이어갔지만, 포크 음악사 최고 명곡 중 하나인 '행복의 나라로', '물 좀 주소!' 등이 금지곡이 됩니다. 걸핏하면 체제 전복적인 가사라며 금지곡으로 지정해 음악계에서 가수를 퇴출해버린 시대였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그를 먹여 살린 건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피와 땀과 눈물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간 한대수 작가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닌,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을 담은 인물 사진이 많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고 소시민의 삶이 담겼습니다. 작가의 눈에 비친 뉴욕과 서울의 모습에서 그 시절의 향수뿐만 아니라 삶의 고통을 엿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아내 김명신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은 어린 시절 기억도 나지 않는 흑백 사진을 들추는 기분입니다. 멋들어진 사진 액자가 걸린 벽과 이불이 켜켜이 쌓인 단출한 방 풍경은 당시 소시민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이 혼재하며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않는 복잡 미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킵니다.​​


한대수 작가는 세상을 여행하며 반전 시위 현장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슬픈 상황과 부조리한 가치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외칩니다.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삶은 변하지 않나 봅니다.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불평등과 혐오,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진을 통해 “우리 인간은 지구에서 무슨 악행을 범하고 있는 건가”, “우리는 다 이성을 잃은 건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자문합니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과거의 재현이 아닙니다. 한대수 작가는 삶을 어떤 마음으로 순간 포착했는지 <삶이라는 고통>에서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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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공부하다 - 더 큰 세상을 보고, 배우고, 이끌고 싶은 이들에게
우태영 지음 / 천그루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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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세상을 누비며 활동하고 싶다는 꿈. 한 번쯤 꾸지 않았나요? 꿈으로 남기지 않고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 리더들을 연결하며 그들에게 얻은 인사이트를 전파하는 우태영 저자입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정답은 책 제목에 있습니다. <세상을 공부하다>는 15년 동안 세계를 누비며 보고 느낀 경험과 인사이트를 담아 세상을 공부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큰 무대에서 놀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세상을 공부해야 하는 겁니다.


평소 국제정세와 경제에 얼마나 관심 있나요? 저자는 어린 시절 뉴스로 들은 IMF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자마자 여러 나라의 신문을 구독해 읽으며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파고들어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족이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생활한 우태영 저자. 어린 시절에도 친화력은 (INFJ이면서!) 탁월했습니다. 친구들을 소개해 주며 연결되는 걸 즐기는 성향이었습니다. 내향적이지만 상황에 맞춰 외향적인 특징을 잘 활용할 줄 알았던 겁니다. 외향적이어야만 모르는 사람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는 편견은 버려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학교 시스템을 성장 벌크업으로 활용할 줄 알았습니다. 사교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는 교외 활동 시스템도 잘 이용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경영에 관심 있었던 저자에게 딱 맞는 동아리 활동이 없자 다른 방법을 고민합니다. 전교생의 부모 중 한 명쯤은 글로벌기업을 다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학교 주소록을 뒤적이다 발견한 애플 메일 주소. 바로 부사장 필 실러였습니다. 


학교로 초청해 강연을 부탁하고 싶은데 바쁘게 사는 분이라며 애초에 포기하는 대신 친구 아빠 찬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경험을 하면서 이런 일을 업으로 삼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뉴욕대학교 재학 시절엔 웃자고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뉴욕의 상징적인 스퀘어파크에서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을 하자고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제대로 터진 겁니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행사 기획 등 이런 경험들이 쌓이며 두려움을 없애고 실행하는 자신감을 장착하게 됩니다. 아무런 연결고리 없는 글로벌 인재를 연사로 초청하기 위해 왕복 13시간 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주차장 출입구 옆에서 3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물론 열정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실패 경험은 그것대로 어떤 일이든 방법을 찾으면 기회가 생긴다는 걸 알게 해줬습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상을 보고 알게 된 게리 베이너척을 한국에서는 잘 모르자 신간을 한국어 번역 출간하기로 결심합니다. 게리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는 걸 시작으로 판권 확보부터 출간에 이르기까지 출판사업을 전혀 몰랐던 그가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세상을 공부하다>. 게리 책을 출간하며 추천사를 써준 사람이 추천한 또 다른 인물과 연결되는 여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도전이 낳은 결과가 새로운 발판이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어울리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건 단순히 만남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리더들과 연결되어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연결했을 때, 각자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그저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각자 살아온 두 사람의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다." - p155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 우태영 저자. 글로벌 인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출판기업 엘스비어와 세계출판협회의 지영석 회장을 멘토 삼아 기획의 영역을 놓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결심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한 가지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되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여정이 기대됩니다.


<세상을 공부하다>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글로벌 리더들의 특징을 짚어주며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자 노력하는 세상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진정한 리더로 많은 이들에게 동기부여하는 글로벌 인재를 꿈꾼다면 롤모델로 삼기 좋은 우태영 저자의 이야기를 꼭 만나보세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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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은하수 -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모이야 맥티어 지음, 김소정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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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던 모이야 맥티어. 천체물리학과 신화학을 섭렵하며 천상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듭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은하수 대필가가 되었습니다.


MZ 세대 천체물리학자의 신선한 구성 방식이 흥미진진합니다. "나는 은하수다."라며 우리은하가 직접 우주를 이야기해 준다니!


은하수 시점으로 풀어낸 우리은하 이야기 <아주 사적인 은하수>. 딱딱한 과학도서 분야이지만 1인칭 시점의 은하수 목소리가 생생하는 들리며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1,000억 개가 훨씬 넘는 항성의 고향이자, 항성들 사이에 50간 톤이나 되는 가스를 품은 우리은하다. 나는 공간이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공간으로 둘러싸여 있다." - p16





그런데 이 은하수... 꽤 까칠합니다. 자기는 애초에 사람 존재를 원한 적도 없고, 좋건 싫건 서로의 삶이 얽혀 있기에 말을 걸 뿐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지구 행성에 살고 있지만, 우리은하라는 거대한 집단에 속한 하나의 구성원일 뿐입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인간은 별의 잔재로 만들어진 존재이니까요. "사실 내 나이는 당신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당신들은 내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p57)라며 만약 어린 은하수였다면 가스 구름 속에 사람들을 만들 재료인 탄소와 칼슘이 충분하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 하얀 쪽배엔~ ♬ 하면서 노래도 불렀습니다. 별자리는 특히 신화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화가 과학에 스며들고, 과학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공해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인간 세상의 현재 모습에 투덜대기도 합니다. 결국 자신이 나서게 되었다고 말이죠.


"우주를 바라본다는 건 거꾸로 돌아가는 시간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 p42


은하수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디에서 자랐는지 그리고 최후의 시나리오까지 알려주는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아주 사적인 은하수>. 지구의 먼지보다도 오래전에 탄생해 아름다운 혼돈을 빚어낸 은하수의 관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은하가 우주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우리은하의 구조와 역사, 현상을 천체물리학 지식은 물론이고 신화, 철학, 종교 등 인간이 우주를 대하는 방식까지 끌어와 인문학적으로도 접근합니다.


무엇보다도 친근한 애칭으로 친구를 소개하는 모습은 유쾌합니다.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 대마젤란 은하, 소마젤란 은하, 삼각형자리 은하가 더욱 정겹게 다가옵니다. 어려운 용어 없이 친구들의 특징을 쏙쏙 이해할 수 있습니다.


초신성, 블랙홀, 암흑물질 등 은하 내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우리은하 곳곳에 수천만 개나 흩어져 있다는 블랙홀에 대한 오해도 풀어줍니다. 그중 우리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과 관련한 이야기, 다른 은하인 M87에 속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사진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재미있습니다.


작은 은하를 찢어 모아 가스를 모으고 새로운 항성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은하. 은하 간 병합에 대해서도 때로는 동네 건달에게 시비 거는 은하 간 싸움으로, 때로는 춤을 추는 파트너로 비유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합니다.


밤하늘을 뒤덮을 항성을 만드느라 힘들게 일하는 우리은하. 가스가 다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죽음을 향해 갑니다. 물론 은하의 죽음은 완전히 사라지는 소멸과는 다릅니다. 우주가 종말 하지 않는 한 말이죠. 이 즈음에서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우주 최후의 시나리오 몇 가지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현대에도 이어지는 우주 신화. SF 소설과 영화에서 우주와 외계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우리은하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얼마나 터무니없는 설정이 가득한지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럼에도 현대 신화가 당장은 이룰 수 없는 위업을 성취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은하수 1인칭 시점의 우주 이야기는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고, 우리은하를 여행하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딱딱한 과학이 은하수의 스토리텔링으로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청소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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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개정증보판 포레스트 에디션)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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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이 20만 부 기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청량하면서도 달콤한 일러스트 표지로 장식된 포레스트 에디션으로 읽어봅니다.


마음 깊숙한 곳을 탁 건드리는 가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어려운 단어 없이 흔한 일상의 언어만으로도 감정을 건드리는 마법 같은 일을 해내지요. 그 어려운 작업을 해내는 김이나 작사가의 언어를 다루는 태도를 슬쩍 엿볼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가장 가까운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관성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내가 쓰는 언어가 내 삶의 질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등한시하고 있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 갇히게 됩니다.




일상 속 보통의 언어들을 나는 어떤 식으로 사용해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흔한 단어를 흔하지 않게, 단순한 이야기를 단순하지 않게 만드는 작사가 김이나의 매력이 듬뿍 담겼습니다.


관계, 감정, 자존감과 관련한 언어들을 만나봅니다. 우리가 평소 흔하게 사용하는 말들을 새롭게 정의 내립니다. 사전적 의미가 아닌 김이나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한 언어들이라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는 언어의 재발견을 하는 시간입니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 p48, 보통의 언어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고 곡해하기도 합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감정서랍이 있으니 공감하기 힘들 때도 물론 있고,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할 때도 많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얼마나 공감을 받는지 생각해 봅니다.


공감에 대한 김이나 작가의 관점은 새롭습니다. 작사가로서 자신의 내밀한 기억을 가사로 써 내려갈 때 '쓰는 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덜 구체적이고 넓은 테두리에서 보편적으로 써야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오더라는 걸 깨닫습니다. 더불어 내가 겪은 일이어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위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경험합니다.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면 그게 바로 공감이 되는 거라고 합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간직하고픈 문장이 참 많습니다. 책 속 문장을 다양한 편집 기법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는 페이지도 매력 있습니다.


'실망하다'라는 단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인상 깊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지만 실망감이 들 때 배신감도 따라옵니다. 여기서 김이나 작가는 '실망하다'라는 말에 숨은 감정을 포착합니다.


실망은 상대로 인해 생겨나진 않는다는 걸 일깨웁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p21)"이란 걸 짚어줍니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에게 김이나 작가는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p21)"는 조언을 합니다. 솔직히 실망 안 하는 게 더 어렵기에 평균점을 찾아가 보자고 합니다. 마음껏 실망하면서 그렇게 진실로 가까워지기를 응원합니다.


유독 힘이 센 말 중에 하나가 '지치다'입니다. 뱉는 순간, 힘이 풀리는 효과를 주는 말입니다. 그래서 입 밖에 내기 두려운 말입니다. 하지만 지쳐 주저앉아 쉬어도 우린 이제 또 쫓기듯 일어나 뛸 게 뻔하니, 두려워 말자는 상냥한 조언을 들려줍니다.


라디오 〈김이나의 밤편지〉의 인상 깊은 오프닝 멘트와 김이나 작사가의 미발표 노랫말도 가득 수록되어 있습니다.


김이나 작가 특유의 단정한 언어로 복잡한 감정과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낸 스테디셀러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유해한 말에서 멀어지고 나를 숨 쉬게 하는 언어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말, 언어 습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비하고 스스로에게 행복을 주는 것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실천할 수 있음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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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의 세계 - 가끔은 발칙한,
이금주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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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중학생을 가르치는 20년 차 중학교 교사이자 중학생 아들의 학부모.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중학생을 만나는 이금주 저자의 책 <중학생의 세계>.


엄마 앞에서는 뭘 물어봐도 모른다는 말과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의 무한반복으로 무장한 중학생. 엄마에게는 보이지 않는 찐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교사 입장에서 바라본 중학생의 세계가 궁금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반항적이고 자기도 모르게 미운 행동을 하는 사춘기. 내 아이인데도 알 듯 말 듯한 수수께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부모는 늘 물음표 상태입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부모가 기억하는 자신의 사춘기 시절과는 상반된 행동으로 보내는 자녀를 보면 답답하기만 할 겁니다.


중2병이라고 부르며 비하하기도 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시기는 제2의 탄생과도 같습니다. 그토록 중요하기에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해도 여전히 사춘기 중학생의 세계는 어렵습니다.


<중학생의 세계>에서 중학생들의 민낯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교사를 만나보세요. 선생님이기에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으니 엄마로서 궁금했던 부분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의 일상과 고민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엿봅니다.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이 자기가 다 큰 줄 압니다.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려 합니다.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라는 말은 이 시기에 먹히지도 않더라고요. 관심을 끌고 싶어 과한 행동도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친구의 영향이 훌쩍 커지는 시기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교우관계와 관련해 온갖 걱정이 들 테지만, 잔소리 대신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언하는 저자의 말이 와닿습니다. 더불어 (엄마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아서 모르는) 친구와의 갈등을 피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마음 넉넉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면서 부모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 현실을 실감 나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실 그전에는 교사들은 대부분 모범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중학생이 저지르는 독특하고 난감한 일들을 이해하는 데 한계도 분명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최근 교사들의 안타까운 선택과 함께 교권 관련 이슈가 있었듯, <중학생의 세계>에 소개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면 교사의 애환을 엿볼 수 있습니다.


꼬리빗을 좋아하는 여중생들은 머리를 빗으면서 필기하고, 수업 듣는 멀티플레이어입니다. '이 정도쯤은 봐줄게'라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아이들입니다. 꼬리빗으로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여러 명이 눈을 부라리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라고 합니다.


중학교 2학년이 운동화 끈을 묶지 못해 선생님을 찾기도 하고, 분노조절장애를 방패처럼 남발하고, 추억을 핑계로 황당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노련한 교사의 밀당 노하우가 빛을 발휘합니다.


학교에서는 별의별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고 매일매일이 버라이어티합니다. 요즘 중학생은 주먹다짐 대신 유리창을 깬다고 합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남아 있는 유리를 면도 칼날 45도로 세워 빼내는 일이 익숙해진 선생님입니다.


문제는 이만하면 애교로 봐줄 만한 행동을 넘어설 때입니다. 교사에게 물건을 던지고 욕을 날리면 수치심이 몰려와도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멘탈을 잡아야 합니다.


​<중학생의 세계>에서는 2025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에 대한 내용도 짚어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중학생 진로활동에 대한 조언도 이어집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아이의 지난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이 무엇인지, 가족이 함께 읽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중학교 입학을 앞두거나 현재 중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유용한 책입니다. 사춘기 시기의 희로애락을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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