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은하수 -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모이야 맥티어 지음, 김소정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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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던 모이야 맥티어. 천체물리학과 신화학을 섭렵하며 천상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듭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은하수 대필가가 되었습니다.


MZ 세대 천체물리학자의 신선한 구성 방식이 흥미진진합니다. "나는 은하수다."라며 우리은하가 직접 우주를 이야기해 준다니!


은하수 시점으로 풀어낸 우리은하 이야기 <아주 사적인 은하수>. 딱딱한 과학도서 분야이지만 1인칭 시점의 은하수 목소리가 생생하는 들리며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1,000억 개가 훨씬 넘는 항성의 고향이자, 항성들 사이에 50간 톤이나 되는 가스를 품은 우리은하다. 나는 공간이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공간으로 둘러싸여 있다." - p16





그런데 이 은하수... 꽤 까칠합니다. 자기는 애초에 사람 존재를 원한 적도 없고, 좋건 싫건 서로의 삶이 얽혀 있기에 말을 걸 뿐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지구 행성에 살고 있지만, 우리은하라는 거대한 집단에 속한 하나의 구성원일 뿐입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인간은 별의 잔재로 만들어진 존재이니까요. "사실 내 나이는 당신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당신들은 내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p57)라며 만약 어린 은하수였다면 가스 구름 속에 사람들을 만들 재료인 탄소와 칼슘이 충분하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 하얀 쪽배엔~ ♬ 하면서 노래도 불렀습니다. 별자리는 특히 신화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화가 과학에 스며들고, 과학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공해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인간 세상의 현재 모습에 투덜대기도 합니다. 결국 자신이 나서게 되었다고 말이죠.


"우주를 바라본다는 건 거꾸로 돌아가는 시간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 p42


은하수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디에서 자랐는지 그리고 최후의 시나리오까지 알려주는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아주 사적인 은하수>. 지구의 먼지보다도 오래전에 탄생해 아름다운 혼돈을 빚어낸 은하수의 관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은하가 우주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우리은하의 구조와 역사, 현상을 천체물리학 지식은 물론이고 신화, 철학, 종교 등 인간이 우주를 대하는 방식까지 끌어와 인문학적으로도 접근합니다.


무엇보다도 친근한 애칭으로 친구를 소개하는 모습은 유쾌합니다.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 대마젤란 은하, 소마젤란 은하, 삼각형자리 은하가 더욱 정겹게 다가옵니다. 어려운 용어 없이 친구들의 특징을 쏙쏙 이해할 수 있습니다.


초신성, 블랙홀, 암흑물질 등 은하 내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우리은하 곳곳에 수천만 개나 흩어져 있다는 블랙홀에 대한 오해도 풀어줍니다. 그중 우리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과 관련한 이야기, 다른 은하인 M87에 속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사진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재미있습니다.


작은 은하를 찢어 모아 가스를 모으고 새로운 항성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은하. 은하 간 병합에 대해서도 때로는 동네 건달에게 시비 거는 은하 간 싸움으로, 때로는 춤을 추는 파트너로 비유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합니다.


밤하늘을 뒤덮을 항성을 만드느라 힘들게 일하는 우리은하. 가스가 다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죽음을 향해 갑니다. 물론 은하의 죽음은 완전히 사라지는 소멸과는 다릅니다. 우주가 종말 하지 않는 한 말이죠. 이 즈음에서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우주 최후의 시나리오 몇 가지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현대에도 이어지는 우주 신화. SF 소설과 영화에서 우주와 외계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우리은하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얼마나 터무니없는 설정이 가득한지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럼에도 현대 신화가 당장은 이룰 수 없는 위업을 성취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은하수 1인칭 시점의 우주 이야기는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고, 우리은하를 여행하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딱딱한 과학이 은하수의 스토리텔링으로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청소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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