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인생 앤드 앤솔러지
권제훈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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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보금자리 집.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평온과 휴식처가 됩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이 요원하기만 합니다.


권제훈, 김성준, 박생강, 이선진, 임국영 다섯 작가의 앤솔러지 <전세 인생>. 주거 불안에 휩싸인 이들의 상황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그려낸 단편소설 모음집입니다.


주거 불안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섯 편의 이야기는 유머와 판타지를 적절히 섞어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이지만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바로 전세 난민의 애환을 그렸다는 공통점입니다. 저마다 다른 상황에 처해 있지만, '집'이라는 공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오꾸빠』는 프라이빗한 고급 아파트로 임장 간 신혼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어느새 눈만 높아져 전세로도 어려운 비싼 집을 보러 다니는 게 취미생활이 된 부부입니다.


오꾸빠(Okupa)는 스페인어 ocupar에서 온 말로 스페인에서는 빈집에 들어가 48시간 이상 거주한 것을 증명하면 거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때 빈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쯤에서 이들의 빈집 주인 놀이가 펼쳐지는데요. 범죄와 장난은 한 끗 차이인데 싶어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더라고요. 철없는 행동이다 싶으면서도 오죽하면 저러나 싶은 마음도 든 게 사실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유령들』은 노량진 고시촌에서 살고 있는 스물아홉 살 봉수의 생존기입니다. 에듀푸어, 카푸어, 실버푸어, 하우스푸어... 푸어의 시대. 부모도 평생을 전세 인생으로 보냈건만 봉수 역시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소방공무원에 합격했어도 창문 없는 고시원 방에서 창문이 있는 고시원 방으로 옮길 뿐, 여전히 도시 난민 신세입니다. 노량진 청년들의 삶이 꼭 떠도는 유령들과 같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O션파크 1302호』는 전세 사기 당한 가족의 사연이 펼쳐집니다. 한 동짜리 신축 아파트 전체가 사기 계약이었습니다. 건축주의 집도 꼭대기 층에 있다는데 사라진 채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이 땅에 저렴한 전셋집이란 게 있을까요? 전세 난민의 설움도 만만치 않은데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 살아낼 힘조차 낼 수 없습니다. 집주인을 찾는다 해도 돌려받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만 애가 타고 막막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 『보금의 자리』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사라진 집주인이 유령으로 나타나면서 때아닌 유령과 동거 중인 세입자 이야기입니다. 집주인 유령과 세입자의 사연이 코믹하면서도 꽤나 깊은 울림을 안겨줍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옵션, 없음』은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LH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구한 집인데 남는 방이 있다며 같이 살자는 전화를 받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마침 반지하 방 전세 만기가 다가온 터라 고민 끝에 동거인이 됩니다.


살다 보니 옛 연인과 자신이 집을 대하는 인식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자신에게 집은 영원히 소유가 허락되지 않은 무엇이라면, 옛 연인에게는 뜨거운 욕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쟁취할 수 있고 통제되는 장소였습니다. 과연 원활한 동거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지 묻는 <전세 인생>. 내가 살아가는 공간, 내가 숨 쉬는 곳, 내가 꿈꿀 수 있는 집인지...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그저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갑갑한 마음만 들게 하는 집인지...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주제를 짧은 이야기 속에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밀도 있게 그려낸 다섯 작품들이 남긴 여운이 진하게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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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해부하는 의사 - 영국 최고의 법의학자가 풀어놓는 인생의 일곱 단계
리처드 셰퍼드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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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건의 법의학적 조사에 참여한 영국 최고 법의병리학자 리처드 셰퍼드의 에세이 <죽음을 해부하는 의사>.


우리 인생을 7단계로 구분된 연극에 비유한 셰익스피어 희곡 <뜻대로 하세요> 2막 7장 대사를 인용하며 유아부터 노인까지 인간 존재의 여정에서 일어나는 죽음의 사례를 들려줍니다.


"맨 처음은 어린애, 유모 품에 안겨 칭얼대며 토악질을 합니다."라는 희곡 대사처럼 처음 소개하는 사건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죽은 아기 사건입니다. 유아돌연사증후군일까? 방임일까?


저자는 이 아기가 선천성 대사 결함을 갖고 태어났음을 밝힙니다. 고형식을 시작하자 과당을 대사할 수 없었기에 탈이 나버린 겁니다. 부모도 몰랐습니다. 여기서 반전 두둥!


부모 둘 다 일반 의학을 불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기는 예방접종을 맞은 적도 없고 진찰받은 적도 없습니다. 대체의학 치료사인 아버지의 뿌리 깊은 신념이 육아에 영향을 미친 겁니다. 사실 아기가 가진 질환은 식단 조정만으로 해결되는 질환임에도 신념에 따라 의사에게 가지 않은 겁니다.


이처럼 영적 치료사에게 의지하는 사람은 꽤 많다고 합니다. 저자의 사촌도 치료 가능한 암을 치료하지 않은 채 영적 치료사에게 전 재산을 바치고 결국 1년도 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성인의 선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의 신념 때문에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비극의 희생양이 되는 아이들 사건은 이처럼 많습니다. 벽과 매트리스 사이로 미끄러져 질식한 아기, 술에 취해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아빠의 팔에 안겨 있던 아기, 아기를 안고 있던 엄마가 반려견에 걸려 넘어지면서 떨어진 아기, 부모가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에 욕조에서 익사한 아기 등 보살핌 소홀로 죽은 아기들. 엄청난 불운과 극단적인 부주의 사이에 속하는 사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학대 사건처럼 누군가의 의도로 죽은 아기들 사례에서는 왜 부모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영아 살해자가 보이는 공통된 특징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가출 가방을 들고나간 7세 소녀가 공원에서 죽은 사건에 담긴 비밀도 경악스럽습니다.


자연적, 비자연적 원인으로 숨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 사람이 왜 죽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고자 죽음을 파헤치는 의사로서의 소명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죽은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따뜻한 연민이 있습니다. 부검 과정 자체는 냉철하지만 인체의 복잡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대신 유족을 동정하진 않습니다. 그들도 부적절한 동정을 받으러 오진 않는다고 합니다. 친절하지만 냉정하게.


📚 무게를 재기 위해 앤드루의 뇌를 들어 올렸을 때 내 손에 만져진 느낌은 말랑말랑함과 단단함의 독특한 조합이었다. 뻑뻑한 요거트와 비슷할까? 아니다. 그렇게 질척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젤리? 절대 아니다. 뇌는 흔들거리지 않는다. 라이스 푸딩? 딱히 그렇지는 않다. 뇌는 집어서 내려놓고 뒤집어도 모양이 유지된다. 아니면 연성 치즈? 비슷하다. 어쩌면 뇌는 그냥 뇌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비교가 불가한 유일무이한 것. - p173


혈기왕성한 십 대와 이십 대, 삶의 중압감을 느끼는 중년 등 파란만장한 인생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인생을 연극이라고 비유했듯 누군가는 인생 연극을 스스로 종결짓기도, 누군가는 종결 당하기도 하면서 퇴장하게 됩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허약한 노인, 겉으로는 건강하게 보이는 고령의 노인에게 닥친 사건도 소개됩니다. 크고 작은 건강 문제들을 누구나 가진 노인이라는 연령이 가해자의 죄를 경감시킬 만한 일일까요. 죽음의 시초가 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하루든 열흘이든 한 달이든 일 년이든 살아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 나이가 들면, 인생사의 습관, 행동과 호불호가 우리 몸 안에서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하고 우리가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예언한다. - p459


다양한 종류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묘한 감정이 듭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한 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삶은 수많은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릅니다. <죽음을 해부하는 의사>는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인생의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고, 즐기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고인의 몸에 새겨진 이야기를 읽는 법의학자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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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말하기의 모든 것 - 현직 아나운서가 전하는 마법 같은 '스피치' 코칭!
이남경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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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감동받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너무나도 쉽게 툭 내뱉다가도 입이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 호감 가는 사람. 이런 인상을 풍기고 싶어 하는 건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만이 아닐 겁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도,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도, 가족과 친구와 소통할 때도 중요한 말하기 능력. 행복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관계 맺기에 앞서 필요한 건 말하기를 배우는 것입니다.


30년 차 현직 아나운서 이남경 저자가 알려주는 마법 같은 스피치 코칭 <직장인 말하기의 모든 것>으로 자신의 매력을 스피치로 끌어올리고, 오해를 사지 않는 말하기 훈련을 받아보세요.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내는 게 아닙니다. 진정 말 잘하는 능력이란, 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저는 스몰토크를 힘들어하는 편인데요. 가벼운 대화를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 사람이 참 부럽더라고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면 이 책에서 간단하지만 효과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관계를 위한 말하기는 친밀하고도 당당한 말하기를 목표로 합니다. 기분 상하지 않고 예의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태도, 칭찬하기 기술, 현명하게 거절하는 법처럼 살면서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는 말하기 기술을 소개합니다.




더불어 감정적 뱀파이어를 무력화시킬 공부도 해야 합니다. 갈등의 대화 대신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고 영리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주변에 일상이 험담인 사람이 있는데 제 딴에는 잘 들어주는 편인데 어느 순간 한계가 닥치더라고요. 한마디로 귀가 썩는 느낌이랄까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양한 전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말이 버벅대기 일쑤죠?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이렇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합니다. 인간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똑똑하게 나 자신을 변호하는 말하기 기술도 알려줍니다. 즉석 스피치 요령으로 순발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상황에 적절한 스피치를 할 수 있는 감각을 익히는 연습도 큰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달변가가 되려면 콘텐츠 설계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자기가 말할 스피치 전체를 적어보면서 스피치 내용을 어떻게 꾸려가는지 노하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청중을 집중시키는 오프닝, 논리 설계와 공감으로 하는 설득 스피치, 공감도 높이는 스토리텔링 말하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때 대본 암기하듯 외우는 게 아니라 스피치 개요서(주요 아이디어와 세부 내용 키워드만 간결하게 적어둔 스피치 뼈대 대본)만을 가지고 단계별로 흐름을 인지하며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말을 잘하기 위한 비언어적 요소인 목소리, 호흡과 발성, 발음, 포즈 등 세심한 표현력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변화무쌍한 직장에서 필요한 말센스에 대해서도 꼼꼼히 알려줍니다. 간단한 인사 요령은 물론이고 보고, 회의 스피치에서 핵심만 센스 있게 짧게 말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놓치지 마세요.


취업 준비생만 자기소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는 평생 자기소개를 하며 삽니다. 자기소개는 일종의 정보 교환이라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서 자신의 정보를 노출해 주는 겁니다. 나를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자기소개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면접 역시 사회초년생뿐만 아니라 이직 등으로 면접 상황을 맞이할 일이 생깁니다. 취업 면접에서는 어떤 말하기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성공적으로 면접을 치르는 노하우를 익힐 수 있습니다.


취준생부터 직장인까지 사회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짚어주는 <직장인 말하기의 모든 것>. 내 미래까지 바꿀 수 있는 말하기 역량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영리한 말하기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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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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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하나둘씩 툭툭 튀어나옵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은 지금이나 그때나 삶의 중요한 요소이지요.


들녘 출판사에 재미있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박영서 저자의 시시콜콜 역사 시리즈!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에 이어 두 번째 책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이 출간되었습니다. 역사를 통해 오늘날을 짚어보고 미래를 고민하게 합니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은 조선시대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상속, 조세, 화폐 정책까지 조선의 땅과 집과 관련한 이슈를 총정리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오늘날의 모습과 무척 닮아있다는 겁니다. 땅과 집을 건드리는 건 언제나 힘든 일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국가의 총체적 난제이자 역사적 난제입니다.


저자는 모든 국가의 멸망 과정에는 부동산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자영농 계층의 몰락과 귀족들의 대토지 소유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서민은 내 집 하나 갖기 정말 힘들지만 누군가는 땅부자이고 갓물주로 삽니다.


다산 정약용조차 아이들에게 절대로 서울을 벗어나지 말라고 강조했듯 부동산 불평등은 개혁되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 집값은 올라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혁은 언제나 국정 과제입니다. 조선에서는 부동산 개혁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을까요? 조선의 땅과 집 이야기를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으로 만나보세요.​​


이 땅의 토지는 왕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대신 땅에 대한 사용료인 세금이나 병역을 대가로 받습니다. 왕은 땅을 경영하는 권리를 관리에게 맡기지만 온갖 비리가 발생하고 그 땅은 대대손손 불로소득이 됩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새 시대가 열리며 모두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토지개혁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전국의 토지 문서를 불태웁니다. 그리고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고 경작자에게 직접 분배를 하자는 의도로 과전법이 제정됩니다. 문제는 서울 양반들 토지는 건드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고려 때는 여성이 남성과 거의 동등한 상속권을 보장받았고, 재혼도 흠이 되지 않았는데 유학적 가족 질서를 세운 조선 사대부들은 부계 중심 가족 질서를 내세웁니다. 재산 상속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사라졌습니다.​​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조세정책, 과거 급제에 목숨 거는 사람들, 공격적인 M&A 토지 침탈, 개간과 간척 사업으로 불법적으로 땅 늘리기 등이 모두 부동산 정책의 허점을 악용하며 나타난 일들이었습니다.


오늘날 신도시 개발 사업, 재개발 사업처럼 서민을 위한 사업이란 허울 아래 정작 있는 자들의 배만 불립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 좋은 의도로 개혁을 해도 반짝 효과를 볼 뿐입니다. 개혁은 언제나 용두사미가 됩니다. 권력자들의 반발과 관리 소홀로 인해 실패로 끝나니 나라 곳간도 부실해집니다.​​


조부모 시대만 하더라도 대체로 땅과 집은 한 몸이었고 작지만 선산이라 부르는 땅도 소유하고 있었지만, 아파트 시대가 열리며 서민들에겐 콘크리트 박스가 삶의 전부가 됩니다. 요즘은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땅보다 집이라는 말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양상이 조선 서민들에게도 이미 나타났었다는 겁니다. 바로 수도 한양에서 말이죠. 한양 도성민에게는 세금 정책도 우대했으니 서울 프리미엄이 조선 전기부터 굳어진 겁니다.


당시 신도시 한양에서 관리들에게 나눠준 땅의 크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왕족은 천 평, 고위 관료는 육백 평에 가까운 크기를 나눠줬습니다. 한양 서민도 80평으로 책정되었으니 살만하지 않냐 싶겠지만, 왕족과 공신 수가 많다 보니 정작 서민들의 주택난이 벌어집니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이뤄질 수 없으니 불법으로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국가는 또 철거하는 사업을 벌이고요. 공직자의 1가구 1주택 정책도 시행하지만 사대부들에겐 먹힐 리가 없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규제에 집중한 조선 부동산 정책의 모습이 오늘날 부동산 규제 정책과 닮아 있어 재미있습니다. 규제에 균열이 발생하는 과정도 닮았고요.​​


한양의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과거 시험을 보거나 관료가 된 무주택자들도 집 없는 서러움을 겪었습니다. 이 즈음에서 새로운 주거문화인 임대제도가 출현합니다. 일시적으로 집을 빌리거나 세를 드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당사자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미비했습니다. 오늘날 전세 사기 유형과 다를 바 없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빼앗은 집을 빌린 집으로 등록하는 부동산 꼼수왕들도 탄생합니다.


집을 둘러싼 갈등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소유권 논쟁도 끊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작은 담장 하나를 두고 억대 소송전이 펼쳐지는 오늘날과 다를 바 없는 사례들이 쏟아집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은 서민에게 녹록지 않은 존재구나 싶었습니다. 조선시대 부동산 이슈를 총정리한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개혁은 왜 항상 실패했을까요? 이익을 보는 집단 때문입니다. 기존 체제에서 이익을 보던 세력은 개혁을 거부하고 저항하고, 정책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정부가 시장에 지배당하는 일의 반복이 됩니다.


조선 부동산 개혁 시도와 결과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연결 지어 생각하게 합니다. 사는(live) 곳이 아닌 사는(buy) 것이 되어버린 조선의 주택사. 이 역사적 장면들 속에서 오늘날 부동산 불평등 문제를 고민해 보게 합니다.


사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에 읽는 맛이 무척 좋은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입니다. 재미있는 만화와 입담 좋은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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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이태형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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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는 사람 이태형 저자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저자 본인은 물론이고 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인생책으로 손꼽히는 책일 겁니다.


대학생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별과 친해져 1989년 펴낸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전국에 천체 관측 붐을 일으키며 30만 부 넘게 팔린 아마추어 천문 관측의 바이블로 자리 잡습니다.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 책 덕분에 전공이 아닌 천문학을 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천체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 국내 최초 소행성 발견, 신윤복 그림 <월하정인> 제작 연대 천문학적 고증 등 별에 빠져 살아온 세월 속에서 추억의 그 책이 34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개정판에서는 최근 관측 자료를 토대로 별 정보를 수정했고,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절 별자리를 더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한국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도 더 풍성해졌습니다. 직접 별을 찾아볼 수 있는 한 장짜리 전천 성도는 잘라서 가지고 다니기에 좋습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어릴 적엔 너무 흔해서 고개만 들어도 선명하게 빛나는 별이 한가득이었는데, 빛공해로 희뿌연 오늘날 밤하늘에서는 별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별자리 찾기 앱으로 찾아보려 해도 정작 눈에는 잘 보이지 않으니 갑갑합니다. 아쉽지만 그래도 별자리 찾는 법을 알고 있으면 저 너머 자리 잡은 별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별자리 관측의 바이블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 그 길을 도와줍니다. 우리나라에 맞춘 성도와 그림 자료 200여 점을 포함한 별자리 관측 가이드북입니다. 별자리 찾는 방법, 계절별 주요 별자리 소개, 별자리 신화, 천문학 용어 설명, 성도 사용법 등이 알차게 담겨있습니다.


북쪽 하늘 별자리와 사계절 별자리는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일러스트로 표현해 자주 보면 계절별 대표 별자리 정도는 자연스럽게 구분할 줄 알게 됩니다.


별자리 성도는 수많은 점으로만 표현한 (추상화 같은!) 배경 페이지와 그 점을 이어 별자리로 표현한 페이지가 구분되어 있는데, 책으로 별자리를 익히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가장 찾기 쉽고 우리에게 익숙한 별은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죠? 그런데 북두칠성을 찾으면 그 외에 알아낼 수 있는 별자리가 생각보다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북극을 나타내는 북극성,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작은곰자리를 껴안듯이 둘러싼 용자리, 알파벳 W와 닮아 찾기 쉬운 카시오페이아자리 등 주변의 별자리까지 확장해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북두칠성에는 재미있는 별이 있습니다. 손잡이 두 번째에 자리한 별 바로 옆에 작은 별이 있는데 시력검사의 별로 알려진 알코르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군인을 뽑는 시력검사에 이 별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별자리마다 그 유래와 특징을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펼쳐 보입니다. 우영우가 좋아할 만한 고래자리, 두 귀를 쫑긋 세운 귀여운 토끼자리라든지 그 외 기린자리, 조랑말자리처럼 낯설지만 찾아보고픈 별자리가 많습니다. 내 탄생 별자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별자리 지도 외에도 별의 밝기, 태양계 등 천문학 용어 설명도 꼼꼼히 담았고, 천체 관측 기초 지식을 소개해 초보자도 밤하늘의 별과 친숙해질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전천 성도 사용법도 익혀 직접 밤하늘을 바라보세요.

눈으로 떠나는 별자리 여행. 도시 밤하늘에서도 별자리의 뼈대를 이루는 밝은 별은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별자리 찾는 법부터 천문학 기초 지식까지 꼼꼼하게 담은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으로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누려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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