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Nature & Culture 2
앤드루 로빈슨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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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저자 앤드루 로빈슨 / 반니 / 2015.04.30 / 페이지 288



2015년 4월 네팔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04년 인도양 대지진의 참혹한 모습을 보며 자연재해는 다시 한 번 인간에게 무력감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쓰나미 장면은 재난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

 

 

 

우리나라는 지진 피해의 영향을 덜 받아서인지 지진의 심각성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남의 일만 같고 절대 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죠. 지진에 관해서는 오히려 무관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과학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 앤드루 로빈슨은 세계 대도시의 절반가량이 지진 위험 지역에 있고, '절대'라는 말은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지구 상의 그 어떤 지역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 그렇다면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게 있기는 할까요.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는 지진의 역사를 차근차근 살피며 지진이 인류 역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지진을 예측하고 피해를 줄이려는 인간의 노력을 다룹니다.

 

 

역사적으로 엄청난 자연재해인 지진의 원인을 찾는데 신의 분노, 초자연적인 동물설이 많았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마녀론이 등장해 정치적으로도 악용되었고, 1923년 일본 간토 대지진으로 인한 화재 때는 조선인들을 문제 삼아 당시 많은 조선인이 폭행, 살해됐다고 하니...

 

 

 

자연재해로서 우리가 익히 아는 것은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를 삼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지요.

'강'만으로도 높이 12m의 쓰나미가 생겼을 정도였던 1755년 리스본 지진을 기억하는 이는 드뭅니다. 지난달 네팔 지진 역시 현재진행형이지만 벌써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 지진 피해.

지진만으로도 한 나라의 번영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지진 이후 화재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다네요.

지진 자체도 두렵지만 뒤이어 일어나는 쓰나미, 화재의 파괴력이 무시무시합니다. 


화재 폭풍이란 것을 생생하게 묘사한 글이 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길을 휘감아 조그만 소용돌이를 만들었고, 이 소용돌이는 사람들을 허공으로 빨아들였다가 작은 불덩어리로 만들어 내뱉었다. 공원 전체가 쇠도 녹이고 휘게 할 만큼 뜨겁게 타오르는 불구덩이로 변했다. 거기로 도망쳐 왔던 거의 모든 사람이 불에 타죽었고, 너무도 철저하게 파괴되어 몇 명이 죽었는지조차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과학의 한 분야가 된 지진학의 시작은 18세기부터랍니다.

지진의 진도, 규모의 차이라든지 지진파란 무엇인지, 지진파를 이용해 진앙지를 찾는 방법이라든지 지진과학과 내진 설계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나는지 예측하기란 힘듭니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세계 지진의 대다수는 판의 경계에서 생긴다고 합니다. 지구가 움직이는 것을 믿는 것만큼이나 지구의 지각이 움직인다는 대륙이동설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는 믿기 힘든 사실이었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지진이기도 합니다. 대륙이동설 때문에 지구과학에 혁명이 일어났고 판구조론은 지질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


2004년 인도양 대지진의 경우 깊이 1,200km에 넓이 200km의 면적이 흔들려서 단층이 10m 정도 이동했다네요. 대지진의 엄청난 위력을 보여줍니다. 안데스 산맥 지대 아래는 현재도 연간 8cm라는 빠른 속도로 두 개의 판이 서로 맞물리고 있어 안데스 산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해요. 일본이 언젠가 가라앉을 거라는 말도 들었을 텐데 이건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고요.


무엇이 움직이는지는 분명해졌지만, 여전히 왜? 언제?는 미스터리입니다.

그래서 과학소설 <리히터 10>에서는 구조판을 핵폭탄을 폭발시켜 '부분 용접'하는 방식으로 지진을 영원히 막으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정말 인간의 상상력이란. 무모한 인간의 역사를 보면... 저 상상력이 불가능한 엉뚱함이 아닌 정말 저렇게라도 할 수만 있다면 지구를 용접해버릴 것 같아요.

 

마침 6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대지진을 다룬 재난영화여서 유독 관심을 받고 있죠. '샌 안드레아스' 단층은 신기하게도 우리 눈으로 확인 가능한 단층이거든요.


지진의 참모습과 지진을 조사하고 가설을 세우고 예측하기 위한 인류의 투쟁기를 다룬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인간이 손 쓰기 힘든 것이기에 오히려 경외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존재가 자연재해인 것 같아요. 재앙을 겪으면 인간은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진에서만큼은 화재의 탓을 하거나 괴담 일색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과학적, 유사과학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엄청난 공포를 안기기도 했던 역사가 있고요.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잘못된 무관심'으로 살기도 하고요.


인류 문명은 발전해가는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는 이제 수량화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습니다. 대비도 복구도 막막한 자연재해와 공존하는 법을 찾는 인간의 행보가 결실을 볼지, 아니면 자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해질지...


지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건물이 죽이는거다

자연재해가 단순히 자연이 일으키는 것이 아닌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그 위력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아져 결국은 인간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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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지음 / 오아시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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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베스트 티처 수상, 2013 가슴에 남은 수업에 선정된 김태진 님의 아트인문학 강연을 업그레이드 한 책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미국프로사진작가협회 사진명장인 백승휴 사진작가의 눈부신 사진이 더해져 환상적인 책이 탄생했네요.


귀에 착착 감기는 이야기꾼인 꿀구라 김태진, 직관적이며 때론 엉뚱한 한마디로 통찰력을 뽐내는 막구라 백승휴. 척척 궁합입니다. 사진도 그냥 참고사진 수준이 아니라 백승휴 사진작가의 인문학적 교양이 철철 흘러넘치는 글이 깊이를 더해주고 있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예술과 인문학 그리고 여행, 이 세 가지가 잘 버무려져 있는데요.

예술을 통해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인문학적 교양을 목적으로 하네요.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곧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본질을 찾는 길이라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보이는 것을 잘 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걔 진짜 짱이야! 걔 때문에 세상이 변했어. 근데 걔는 아웃사이더였거든. 도대체 어떤 자질을 가졌길래 짱 먹었을까?"


<아트인문학 여행>은 그들의 창조성의 원천을 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창조력이 가장 활발하게 분출한 시기였던 르네상스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요.

 

피렌체, 밀라노, 로마,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브루넬레스키와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티치아노를 소개하는데 다섯 인물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얼기설기 엮인 주변인물(이라고 해도 엄청나게 유명한 예술인들)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 브루넬리스키와 그 일당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나보면서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는 '도전'이다. 이들은 남에게 머리를 숙이거나 타협하지 않는 이른바 '무식한 도전자'들이었다. 』 - p63


이름없는 듣보잡 건축가였던 브루넬레스키의 손을 거친 피렌체 두오모 성당 돔 공사 에피소드는 르네상스 양식의 창안자 브루넬레스키의 도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인자로 편안한 지위를 누릴 수도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던 로마 고대유적을 파헤치며 오랜 세월 독학으로 결국 일인자의 자리에 우뚝 서더라고요.


『 창조는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일이니 익숙한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브루넬레스키와 그의 일당들은 창조성의 가장 첫 단계가 다름 아닌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 생각대로 해보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만나야 한다. 주위의 몰이해와 선입견도 장벽이 된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선구자들을 보면 세상의 모든 핑계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 - p65~66

 

백승휴 사진작가 역시 막구라의 줌인, 줌아웃 코너를 통해 사진과 관련한 기술적 이야기는 물론 그 작품과 관련한 역사적 배경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단순히 작품과 그 배경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더 깊이 파고들어 갑니다. 인문학의 부활과 장인의 기술혁신이 더해진 르네상스 시대에 빛을 발한 창조성의 비밀을 탐구하지요.

 

 

 

하나의 작품에는 놀라우리만큼 숨겨진 배경이 있던데,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과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네요. 르네상스 시기에는 특히나 인문 교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의 차이가 묘하게 구분되었는데, 작품의 숨은 의미를 알고 보는 사람은 미소를 짓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 신세 되기 일쑤였다고요. 그래서 고대 신화를 포함한 인문 교양 공부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다 해요.

 

『 당신은 인생을 걸고 헌신할 소중한 대상을 찾았습니까?

설령 결과가 더디게 나온다 해도 손해를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해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할 수 있습니까?

당신을 몰입하게 만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스스로 완벽한 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까?

당신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까? 그중에서 새롭게 창조할 것은 무엇입니까? 』

- p301~302

 

 

역사를 되짚어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하죠.

피렌체에서 시작한 작은 변화가 세상을 뒤집는 혁명이 된 르네상스. 진부함을 거부하고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를 보며, 남들 흉내 내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낙오자가 되기 쉬운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아트인문학 여행>은 도전, 과감한 투자, 몰입, 헌신, 재창조의 코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탈리아 조각, 건축, 회화 작품으로 보는 창조의 시대 르네상스의 가치.

꿀구라의 재밌고 쏙쏙 이해 잘 되는 글과 막구라의 환상적인 사진 조합은 말할 필요가 없네요. 아름다운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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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ThanksBook Vol.9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기브 엮음 / 땡스기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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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깊이를 더해주고, 책과 친하지 않은 이에게는 거리를 좁혀주는 북매거진 땡스북.

얇은 책 한 권에 문학, 에세이, 과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서른 권의 책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땡스북 9호는 '길'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네요.

눈에 보이는 길이기도 하고, 인생의 길이기도 합니다.


최재선 교수는 <20대, 꿈꾸기 위해 깨야 할 것들> 칼럼을 통해 준비 없는 떠남이 가능한 20대 청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길 권합니다. 낯섦을 도전해 본 이에게 선물처럼 찾아오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이야기하면서요.

자존감 뚝 떨어진 청춘들. 하지만 이 시기는 자기도 모르고 있었던 잠재력을 깨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 기회가 그대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고하고 있네요.

 

<길을 떠날 때 챙겨야 할 것들> 코너는 불확실한 인생의 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인간의 삶이여 삶의 여정을 모험을 통해 그려낸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한 관찰의 인문학, 끊임없는 선택의 시간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만나는 「갈림길」, 길을 벗어났을 때 만나는 소소한 행복을 두 꼬마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등 총 14권의 '길'과 관련된 책을 소개합니다.


 


『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가 무언가를 빠뜨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당장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을 들추어 보라.

그 안에서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의 슬픔과 기쁨에 대해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에게 들려줄 것이다. 』 - p37


 

 

 

<단단한 고전, 만만히 읽기> 코너와 <도전장, 이 한 권의 책>은 마침 동서양 고전을 나란히 소개하네요.

「장자」의 세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장자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번역 책도 알뜰히 알려주고, 고전명 작 제목만 알고 선뜻 도전하지 못하거나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 읽어라~ 하며 배경지식을 세워주네요. 이번 도전장 책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입니다.

 

 

땡스북은 매호 추천도서 10권을 특별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

그 10권은 모든 출판 관련 기관과 독립된 독서진흥단체 (사)땡스기브가 자유로이 선별한 도서라네요. 소개하는 책이 누구에게나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책 가운데 결론이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읽기를 놓치면 아까울만한 책인 것 같아요.


한 권의 매거진 덕분에 만난 서른 권의 책. 눈이 반짝거릴만큼 마음을 끄는 책 한 권을 발견하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네요. 이런 책도 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되는 것... 책을 좋아하는,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이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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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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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우는 자기경영 철학을 모토로 한 위즈덤클래식, 삼국지의 인물 중 유화한 느낌을 내뿜는 유비를 다룬 책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편을 읽었습니다. 

삼국지 인물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삼국지연의를 읽은 분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제갈량, 사마의, 조조 편도 나와 있으니 한 권 읽고 나면 나머지도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겁니다.

 

 

 

이 책은 밥상 제대로 차려주네요. 유비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를 소개하며, 오늘날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줍니다.

대륙의 10대 명강사이자 삼국지 강의의 대가인 자오위핑 교수가 썼는데 강의식 스토리텔링이라 술술 잘 읽힙니다. 삼국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초점 제대로 맞춰 쏙쏙 뽑아내는 것도 능력이지요. 놓치는 부분도 많을 테고요.

 

 

 

 

지명도도 세력도 없던 유비가 위, 촉, 오 삼국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자 자오위핑 교수는 더 나은 인물의 도움을 받으며 기반을 마련하는 능굴능신을 유비의 성공 철학으로 꼽습니다.


그런데 남의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뢰를 바탕으로 지지를 받는 됨됨이가 있어야 하겠지요. 유비는 한마디로 성격 좋고 감성지수 높고 사람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에다가 신용과 신임을 갖춘 인물이었기에 관우, 장비, 제갈량 같은 이들은 물론 백성들이 따르게 된 겁니다.

 

 

 

 

삼국지 인물 중에서 유난히 쏙쏙 도망 잘 다닌 유비가 후퇴할 때 그를 따른 10만여 명의 백성 때문에 힘겨운 상황을 맞이하면서도 백성을 버리지 않는 장면, 서주를 취할 때 백성 이외에 본토 엘리트 계층의 지지를 받고서야 행동한 모습, 그 외 인재 등용 방법을 보면 인의(仁義)를 중시하는 유비의 가치관을 볼 수 있습니다.


유비는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상대의 도움을 구하는데, 상대에게 원하는 바를 먼저 상대에게 해주라는 것이지요. 대응방식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이는 진정성을 갖고 사람을 대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그에 보답하는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 역사서를 읽을 때 우리는 늘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 분석하곤 합니다. 실제로 강자와 약자를 구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십시오. 아주 중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자는 실패를 이겨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약자는 한 번의 기회만 갖는 사람으로 한 번 실패하고 넘어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 - p165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는 유비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 기회를 잡고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방법, 핵심인력의 충성도 확보 능력, 크고 작은 좌절을 이겨내는 처세 지혜, 인재 전략, 인간관계 운용법, 정서관리방법 등 직장생활, 경영 등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줍니다.


대체로 기업 관리학 측면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이 많은데, 가난했지만 안정적인 성장환경을 누린 유비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인격성장을 우선시한 가정환경의 중요성 역시 잊지 않고 언급합니다.

특히 인재 등용에 관한 사례에서 자존감 낮은 사람을 쓰는 것에 대해 주의를 시키는데, 이는 자녀교육에서 아이에게 안정된 자존감과 자신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로 연결하네요.

 

 

 

 

고개를 숙여야 할 때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를 능히 구분해 행동하는 전략인 능굴능신.

유비는 자신을 굽히는 것을 전혀 어렵지 않게 해냅니다.


『 큰 뜻이 있는 사람은 마음속에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품고 있습니다. 』 - p142


유비처럼 과거에 고통을 자주 겪은 사람이 마음속에 미래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삼국지 인물들은 적의 적은 친구요, 어제의 적이 오늘의 형제가 될 수 있었고, 오늘의 형제가 내일은 칼을 휘두를 수 있었는데 이는 사적인 은원은 제쳐놓고 사업의 발전을 생각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거라고 합니다.

 

 

 

 

유비는 대단한 이미지 메이커인 것 같아요.

인의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는 결국 장기전에 큰 도움을 줍니다. 멀리 보는 안목으로 인간관계를 잘 처리하지요.

 

하지만 이게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작년 겨울부터 천천히 읽고 있는 <삼국연의, 2014, 비봉출판사> 에서 느낀 건데, 조금은 단호해져야 할법한 상황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비치는 장면이 꽤 있었거든요. 약간의 실망감이 들기도 했는데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에서 자오위핑 교수는 그런 부분마저도 숨은 의미를 잘 짚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서주를 세 번이나 사양한 장면을 두고 '고자세로 무형자산을 축적했다'(p99)고 말합니다. 이는 오늘날 기업경영이나 경력관리에서 무형자산의 중요성으로 나타납니다. 개인에게 무형자산은 좋은 평판이나 지명도를 의미합니다. 소탐대실 하지 말라는 교훈이지요.


『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꼭 생각해야 할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반드시 봄이 온다는 믿음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드시 겨울이 오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 p282

 

 

 

 

 

물론 유비도 사람이기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웅의 틀을 씌워 읽다 보니 유비의 단점이 더 아쉽게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관우의 죽음으로 마지막 전투를 너무 감정적으로 처리한 것은 아주 안타까웠어요. 지지형 리더인 유비가 조조처럼 통제형 리더가 되면 그때는 어김없이 실패했거든요. 그간 감정 동요를 잘 처리하다 마지막엔 이겨내지 못했던 부분이나, 자녀교육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며 오히려 인간다운 면은 느껴졌습니다.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는 유비의 가치관과 리더십을 다룹니다.

처음에는 자신감과 자아긍정이 부족했던 유비가 난세에 벌어졌던 각종 사건을 거치며 어떻게 영웅이 되는지 그 과정을 통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처세술을 알려줍니다. 유비의 단점이 어떤 식으로 보완되는지를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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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 경제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행복 성장의 조건
폴 돌런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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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는 기존에 행복을 다룬 도서와는 달리 행동 과학을 통해 행복을 설계할 방법을 알려준다는 주제가 신선했습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행복의 정의가 단편적이고 진정 중요한 사항이 빠져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행복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실천할 방법까지 제시합니다.

 

 

 

주관적인 안녕인 행복의 정의를 세우는 게 우선입니다.

저자는 "목적의식과 즐거움"이 행복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라고 하네요. 즐겁기도 하고 의미도 있는 활동들로 가득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지요.

 

 

『 우리의 행복은 '주의를 어떻게 할당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 p21


이때 '주의'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반사적인 과정으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꾸 행복을 놓치나 봐요.

폴 돌런 교수는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에서 우리가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자극이 우리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며, 경제학과 심리학을 혼합해 행복을 생산하는 방법을 제안해 행복을 설계할 수 있게 합니다.


『 행복이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즐거움과 목적의식을 경험하는 것이다. 』 - p27


지금까지의 행복 관련 연구는 목적의식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있더라도 인생 전반적으로 총괄적 질문 정도의 수준이었고요. 즐거움을 기준으로 할 때와 목적의식을 기준으로 할 때 행복 순위가 달라진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즐거움과 목적의식 모두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즐거움의 예로는 텔레비전 시청, 식사, 통근... 목적의식의 예로는 자녀들과 놀아주기, 봉사활동, 근무, 숙제 등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최적의 기준은 다르므로 둘의 비율 역시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균형을 잘 맞추면 후회할 일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나의 행동, 생활방식에서 어떻게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해 행복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주의를 할당하는 방식'에 따른다고 하네요. 의식적 주의와 무의식적 주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처음에는 집중해야 하는 많은 일을 결국에는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데 필요하다 합니다.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무엇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인가를 짚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이 부분을 고민하라고 합니다. 미래의 행복이 지금의 고통을 보상해주지는 못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잘못된 욕구, 잘못된 투영, 잘못된 믿음으로 훗날 지금의 잃어버린 행복을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있어 정작 "지금 감정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요. 이때의 감정은 경험과 관련한 즐거움과 목적의식이라는 감상을 의미합니다.


그럼 어떻게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할까요.

무의식적으로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그것만 집중하게 되는 상황은 우리의 감정을 잘못 예측하게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의를 재할당해야 한다고 합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주의가 흐트러지는지, 현재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지 생각해보라고 하네요.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는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주의를 돌리는 과정을 익히도록 하는 책입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이 아닌 행동을 바꿔야 하는 것. 쉽지 않지만 결국 최대의 행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시도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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