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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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만 하면 다 잘 풀릴 줄 알았지. 당당히 아메리카노 들고 거리를 활보하기는 개뿔~! 멍한 정신을 차리기 위한 생존의 커피를 연거푸 돌이킬 줄이야.

 

일할 맛 안 나는 미생, 하는 일마다 망하는 미생, 눈치 없다고 혼나는 미생, 연애와 일 둘 다 놓치기 싫은 미생. 지금 직장생활에서 어리바리한 나 대신 직장의 신이 되고 싶은 미생들에게 권하는 책 <오늘도 삽질 중>.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 저자 야마구치 마유의 신작 <오늘도 삽질 중>. 직장 생활 노하우 자기계발서라는 흔한(?) 주제지만, 구성은 제 맘에 쏙 들었어요. 노하우를 소설 속에서 찾고 있거든요.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는 미생에게는 스릴러의 거장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소설 <아이콘>에서 처방을 찾습니다. 돈이나 출세와 관계없이 자신의 일에 소신과 긍지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거든요. 늦은 밤 졸린 눈을 비비며 마지막 집중력을 짜내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명예나 출세,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만족감이 원동력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자신만의 프로의식이 일할 맛을 나게 하는 비결입니다. 모든 것에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지금 맡고 있는 일에서 느낄 수 있는 자부심과 긍지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해요. 나에게도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라고 할 만한 게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일하는 재미와 보람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질문입니다.

 

 

 

존재감 제로인 미생의 처방책은 미하엘 엔데의 판타지 소설 <끝없는 이야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입사 2~3년 차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일에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어이없는 큰 실수를 저지르기 딱 좋은 시기라는데요. 중국 역사소설 <중원의 무지개>에서 입버릇처럼 "메이파쯔"를 내뱉는 상황을 정면으로 저항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쩔 도리가 없다고 포기하는 메이파쯔는 무력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변명만 계속 맴돈다면, 결국 실수를 인정할 때 돌파구가 보이는 법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어쩌면 직장 생활을 하며 정말 두려운 것은 상사의 질책이 아니다. 질책을 피하려는 자세,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 책 속에서

 

 

 

야마구치 마유 저자는 도쿄대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수석 졸업에, 첫 직장은 재무성에서 출발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편인데요. 이런 그녀도 (네, 저자가 여성입니다)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타이틀을 가지고서도 일 못하는 신입이란 소리를 듣기 싫었기에 숨 막힐 지경이었다고 하네요.

 

당시 그녀의 처방책은 사토 겐이치의 소설 <쌍두의 매>에 등장한 구절이었다고 합니다. 자기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타고난 천재뿐이라며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평생에 걸쳐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 되니까요. 한 걸음 물러서 긴 안목으로 생각해야 좁아진 시야 때문에 멈춰버린 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끝없는 도전에 지친 청춘들이 새겨야 할 말입니다. 이때 중요한 마인드는 어떤 사태에도 자처해서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 거였어요. 자존심이 바닥을 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입사 3년 차쯤 되면 성장이 주춤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때 그녀에게 도움 된 책은 테니스 만화 <에이스를 노려라>였어요. 누군가를 이긴 사람은 자신에게 진 사람의 몫까지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지금 발 디디고 있는 이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간절히 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자리임을 명심하면서 작은 성취로 자신감을 쌓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직장생활이 힘들어 퇴사 생각을 하는 경우 생각보다 회사 밖은 춥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낭만을 꿈꾸며 일을 그만두면 무조건 실패한다고 말이죠.

 

 

 

일하는 여성으로 사회생활하면서 겪은 노하우에서는 특히 일과 연애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퓰리처상 수상작인 앨리스 워커의 <더 컬러 퍼플>은 흑인 여성의 차별에 관한 책을 소개하면서 유리 천장 아래 갇힌 여성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앞으로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들이다. 세상에는 많은 고정관념이 있지만, 그것으로 자신을 옭아매선 안 된다."

 

 

 

사회생활의 달인이 되려면 부정적 감정도 기분 좋은 자극제로 전환할 줄 아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오늘도 삽질 중>은 작은 응원과 위로가 삶을 지속시킨다는 걸 보여줍니다. 힘들고 지치지만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이 시대 미생들을 위한 직장 생활 꿀팁을 이야기 한 <오늘도 삽질 중>.

 

야마구치 마유 저자는 첫 직장 생활 이후 기업 법무 변호사로 활동했고, 하버드대 로스쿨 과정을 마친 후 현재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미생 시절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오늘도 삽질 중>은 서툰 사회 초년생에게 모두에게 인정받으며 일에 노련해지기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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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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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서도 감동의 여운이 오래 이어집니다.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작가가 아날로그 손편지를 통해 힐링을 안겨줍니다. 치유와 사랑의 드라마 <츠바키 문구점>.

 

오래된 가옥에서 혼자 사는 포포.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전통 있는 대필가 집안입니다. 가업으로 여성이 대대로 이어온 서사 書士. 포포는 십일 대째 서사입니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표면상으로는 문구점이지만 알음알음 대필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선대가 돌아가신 후 이곳을 물려받은 포포.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그녀는 엄한 할머니의 교육을 감당하지 못하고 반항하며 집을 뛰쳐나간 후 해외에서 방랑하며 살았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대필가라는 운명을 저주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은 글씨 쓰기 재능이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대필 작업에는 안부 엽서, 조문 편지, 절연 편지, 거절 편지 등 대필 의뢰자의 사연이 각양각색입니다. 결혼 십오 년째에 맞은 이별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이혼 보고 편지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계절인 가을엔 유난히 대필 의뢰가 늘어납니다. "그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평범한 편지 대필 의뢰도 들어오는데, 오히려 사연 있는 편지보다 더 쓰기 어려운 게 평범한 편지인 것 같아요.

 

 

 

돌아가신 선대와의 관계가 엉망이었던 포포.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고, 그전에도 외면하기만 했던 그녀로서는 츠바키 문구점 곳곳에 자리 잡은 선대의 흔적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가라앉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건네받는데. 그 편지에는 포포에 대한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포포는 할머니께 답장을 씁니다.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요.

 

 

 

소설 <츠바키 문구점> 뒷부분에는 포포의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소설 속에 나온 편지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어요. 글씨체, 도구, 편지지 등은 편지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글로만 묘사하던 부분을 실제 편지 형식으로 보니 더 실감 납니다. 할머니의 옛 편지에서는 눈물 자국까지도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어요.

 

 

 

츠바키 문구점은 일본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츠바키 문구점을 제외하고는 가마쿠라에 있는 실제 명소가 그대로 등장합니다. <츠바키 문구점> 드라마 여행하러 가마쿠라로 가고 싶어지네요.

 

 

 

소설 <츠바키 문구점>은 NHK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었는데요. 소설 속 주요 틀은 같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더 길게 다뤘더군요. 츠바키 문구점의 '츠바키'는 동백나무란 뜻입니다. 문구점 앞에는 포포가 좋아하는 동백나무도 있어요.

 

 

 

소설에서는 대필 작업을 할 때마다 다양한 문구들이 등장합니다. 종이 질감, 펜 종류, 잉크 색깔, 봉투 크기, 우표 그림 등 편지 내용에 따라 신중히 고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볼펜, 만년필, 붓펜, 붓의 느낌이 전혀 다르기에 어떻게 편지 쓸지 이미지가 떠오르면 필기구 정하기부터 시작합니다. 조문편지에는 평소보다 먹색을 훨씬 옅게 해 씁니다. 그중에서 가장 신기한 펜은 유리펜이었어요. 투명하도록 선한 마음을 전할 때 사용한 필기구입니다.

 

 

 

이메일과 SNS로 해결 가능한 세상에서 손편지를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있던 빨간 우체통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아이들 세대에서는 특히나 우표를 실제로 보지 못한 경우도 흔할 겁니다.

 

<츠바키 문구점>은 점점 잊혀가는 아날로그 손편지를 되살렸습니다. 편지는 그 사람의 말투, 느낌, 냄새까지 전해지는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편지는 쓰는 사람의 분신 같은 것이니까요. 2017 일본서점대상 4위에 오른 <츠바키 문구점>. 손편지를 쓰는 포포에게서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배려의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의 힘에 공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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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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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살펴보는 다양한 관점 중, 언어로 인류의 진화를 좇은 책이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인류의 조상이 되었고, 창조적 언어 혁명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김성도 언어학자의 사피엔스 보고서 <언어인간학>. KBS <생각의 집> 프로그램으로 편집 방영되기도 한 인문 과학 예술 혁신 학교 건명원 강의를 토대로 한 책입니다.

 

<언어인간학>에서 말하는 '언어'는 음성 언어 외에도 시각 언어, 문자 언어, 몸짓 언어, 디지털 언어를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언어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소통과 의미에 사용되는 모든 기호 체계를 언어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사학, 인류학, 미술사, 인지과학, 기호학은 물론 지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영역들을 아우르는 언어학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 상에 존재하는 언어 중 우리에게 알려진 언어는 무려 7,000여 개. 이 언어들은 모두 5만 년 전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를 기초로 합니다. 언어의 기원과 문자의 기원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고유성으로서의 언어를 탐구해 봅니다.

 

 

 

언어의 사유의 주체인 호모 사피엔스. 인지혁명을 통해 가상적이며 허구적인 언어가 탄생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인류는 단순히 지금에서 벗어나 '내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정할 수 있는 의미를 구축하기 시작한 겁니다. '내일'이라는 단어가 인류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해요.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서도 사피엔스의 성공에는 이야기의 힘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려줬죠. 공통의 신화를 가질 수 있는 근거인 허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 언어의 유일무이한 특질입니다.

 

언어학적으로는 이 지점에서 질문이 등장합니다. 언어는 과연 발명일까 발견일까를 묻습니다. 사실 언어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가설이 워낙 많아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세 번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간 인류. 쇼베 동굴과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이미지는 세 번째 인류 여행 시기에 이뤄진 겁니다.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이거든요. 당시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지구를 누볐던 인간 종은 현재 밝혀진 바로는 최소 여섯 종.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한 종으로 남은 무기는 '언어'였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고유성에는 언어와 정교한 도구 제작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만이 완결된 성대 특징을 가졌다고 해요. 언어 능력의 소유는 인간의 고유성과 인간성을 특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언어를 통해 사유 능력과 창조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추상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구상이 아닌 추상적 기호를 볼 수 있는 선사시대 동굴벽화가 좋은 사례입니다. '추상'은 인간의 원초적인 능력이라는 겁니다.

 

현재 인류가 소장하고 있는 가장 찬란한 영상 아카이브라는 선사시대 동굴벽화. 이미지에 매료당하는 인간 본성을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호모 그라피쿠스 Homo graphicus라고 명명합니다. 우리가 자각하는 이미지는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하나의 해석이기에 이미지에는 힘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호모 스크립토르 Homo scriptor 라고 명명한 문자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나아갑니다. 선사와 역사의 경계선이죠. 기억과 지혜의 완벽한 보증수표인 문자는 구술을 밀어냅니다.

 

 

 

이미지 언어와 문자 언어에 이어 인간성을 특정짓는 핵심 요소인 음성 언어.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후와 유럽 식민지 시대에 언어의 대이동이 일어났습니다. 호모 로쿠엔스 Homo loquens는 완벽한 분절 언어를 구사하는 말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이 파트에서는 현대의 대표 언어학자 촘스키와 소쉬르의 입장을 각각 소개하며 언어를 파헤칩니다.

 

그런데 어떤 연구 결과든 언어를 바라보는 입장만큼은 언어가 인간에게 속하는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큰 것 같아요. 저자는 의사소통에 목소리를 통한 말하기가 인간 언어에서도 반드시 필연적일까 묻습니다. 북소리 언어, 휘파람 언어처럼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수단인 언어를 단순히 음성 언어로 한정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제는 매체가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세상을 압도해 소통의 혁신이 일어난 시대를 사는 호모 디지털리스 Homo digitalis. 현대는 역설의 시대이듯 과거 구석기시대 호모 그라피쿠스로의 새로운 귀환에 초점 맞춥니다.

 

추상성을 표현하다 표음화된 문자로 연결되었고, 일차원적 직선의 문자는 인간의 생각을 오히려 수축하게 했기에 다시 귀환한 호모 그라피쿠스 본성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문자와 활자 같은 기억의 인공물은 오히려 인간의 자연적 기억력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퇴화를 유발한 셈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통신 기술의 발달이 기억의 변화에 또 다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기억되고 아무것도 망각되지 않는 디지털 세계. 기억과 망각 속에서 성립되는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잊혀질 권리를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창조적 언어 혁명을 통해 인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호모 사피엔스. 선사시대 벽화부터 디지털 이모티콘까지 언어로 보는 인간 사유의 역사 <언어인간학>. 넓은 의미의 언어를 통해 언어와 사유의 주체로서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을 살폈습니다. 추측이 난무하는 언어의 기원과 인간성의 연결 고리에서 '왜'라는 탐구를 하도록 촉발하는 부분이 많아 생각하며 찬찬히 읽어볼 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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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미소짓는 부엉이 지음 / T.W.I.G(티더블유아이지)(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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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웃들의 지혜는 성공한 이들의 지혜보다 못한 것일까. 그런 선입견을 깨뜨린 책이 있습니다.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우리 이웃들에게서 찾은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이 세상엔 왜 이리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까요. 나보다 다 잘난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 자존감은 바닥 칩니다.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에서는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홈그라운드를 찾거나 소소한 일상의 행복 찾기를 통해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되찾은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면 평범한 이웃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제 마음에 콕 와 닿은 글은 편견에 관한 블라人드 테스트 이야기인데요. 뷰티 프로그램의 화장품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누군가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미치는 영향을 꼬집습니다. 제가 은근 이런 아집이 있는 편이라 새겨듣고 고쳐야 할 부분이었어요. 첫인상의 비중이 강렬하다 하지만 까도 까도 새로운 면이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요즘 같은 관태기 시대에는 관계 맺음의 깊이가 얕아, 까보기도 전에 이런 편견이 자리 잡은 채 끝나버리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울어도 소용없고 사정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
기도를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비로소 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 책 속에서

 

나의 재능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것도 지칩니다.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눈치 보기 일쑤입니다. 자책할 만한 실수담, 일상의 걱정거리들이 등장합니다. 우리들이 평소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남에게 맞추면서 사는 삶 때문에 생기는 게 많습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나 스스로의 기준이 아닌 다른 이와 사회의 기준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은 게 오히려 가슴에 더 와 닿을 때처럼 이웃들의 조언은 무겁지 않습니다. 그저 가볍게 이야기 나누다가 뜻밖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랄까요. 지혜로운 이웃들은 거창한 버킷리스트보다 소소한 행복 리스트를 갖고 있었습니다. 남이 아닌 내가 온전히 설계하는 인생을 통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마음이 원하는 거 말고 그 외에 다른 이유를 찾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는 물음이 인상 깊었어요.

 

 

 

다섯 명의 공저자들이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엮은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이야기들을 굳이 주제별로 구분하진 않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웠어요. 한 가지 주제로만 이야기했으면 살짝 지루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령, 성별, 직업군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 중 공감 덜 되는 이야기도 있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조차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관점을 넓히는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소한 행복을 찾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이웃 부엉이들의 지혜. 평범한 이웃들의 평범하지 않은 지혜로 고민을 어루만져 보세요.

 

"훌륭한 사람이 꼭 위인전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 주변에, 어쩌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어떤 위인보다 훌륭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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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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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 콜>에서 코너 역을 맡아 랜선 아들로 떠오른 핫한 소년 연기자 루이스 맥더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할리우드 Top 연기파 배우 시고니 위버,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의 아성에 뒤지지 않는 호소력 짙은 연기를 선보였죠. 연기도 좋았고, 내용은 더욱 좋았던 영화 <몬스터 콜>.

 

영화 덕분에 원작을 알게 되었는데요.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읽어야 할 감성 판타지 동화 <몬스터 콜스>는 이미 2012년에 국내 출간된 책이었어요. 영화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봤는데 와우... 감동 눈물이 주룩주룩.

 

 

 

<몬스터 콜> 영화 원작 도서 <몬스터 콜스>는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카네기상과 그해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주는 케이트그리너웨이상을 2012년에 동시 수상한 도서로 평론가, 작가, 편집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입니다. 청소년 소설 작가 시본 도우드가 인물, 틀, 시작 부분까지 구상했지만 이른 죽음으로 사후에 패트릭 네스 작가가 시본 도우드의 구상을 책으로 완성했습니다. 패트릭 네스 작가의 글과 짐 케이의 일러스트 조합이 정말 멋집니다.

 

 

 

끔찍한 악몽을 꾸는 열세 살 코너. 어느 날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코너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정체는 거칠고 길들어지지 않은 기색의 목소리를 가진 장대하고 강력하고 우람한 모습의 몬스터입니다. 오래된 나무 주목이 몬스터 형태로 변해있는 겁니다. 꿈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 코너의 방 창문에 나타난 몬스터.

 

 

 

하지만 코너는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에 두려워할 만한 더 끔찍한 일이 있으니까요. 코너에게는 아픈 엄마가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 후 아빠는 먼 나라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기에 만나기도 힘듭니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면 유독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외할머니께서 오시는데, 권위적인 외할머니와 코너는 서로 으르렁대기 일쑤입니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 신세고요.

 

몬스터는 코너가 원하는 게 있기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난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면 아무 때나 걸어오지 않는다."는 몬스터는 앞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할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그것이 '너의 진실'이 될 거라고 말이죠.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전 있는 이야기였어요.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진실이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무엇 때문에 몬스터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 코너.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  책 속에서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아픈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은 동시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길 바랐던 코너의 모순된 마음을 알아채고 진실이 드러나도록 말이죠.

 

현실에서는 엄마가 곧잘 코너를 안심시키려고 말하는 괜찮아질 거라고, 나아질 거라는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코너의 악몽 속에서는 언제나 엄마의 손을 놓으며 끔찍하게 끝납니다. 벼랑 가장자리에서 버티며 온 힘을 다해 엄마 손을 잡고 있지만 결국 엄마는 떨어집니다. 너무 무거워서 손을 놓은 거라고 위안 삼지만, 코너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저 다 끝나길 바란 겁니다. 코너는 고통 때문에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떠나길 바라면서도 간절히 구하고 싶었던 모순을 안고 있었던 코너를 통해 <몬스터 콜스>는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스스로를 벌주고 싶어 한 코너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부재와 애도에 관한 주제로 이 책만큼 멋진 책도 없겠다 싶었어요. 가족 모두 함께 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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