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캣니스 에버든의 <헝거게임>, <캣칭파이어>, <모킹제이> 마니아라면 이번 소설은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헝거게임 60년 전을 다룬 프리퀄 소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게임이 탄생한지 10주년 되던 해에 일어난 일인데, 헝거게임이 유지되고 번성되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사건들이 등장하는지라 <헝거게임> 시리즈의 재미가 깊어집니다.


영화와 원작소설 모두 만족스러웠던 헝거게임 시리즈는 1억 부 이상 팔린 초베스트셀러 소설입니다. 신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역시 영화화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판엠. 반군을 물리친 수도 캐피톨만이 영광의 도시입니다. 나머지 구역은 과거 반군들의 땅이자 전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의 지역입니다. 1구역부터 12구역까지 수도에서 멀수록 더욱 황폐하고, 그들은 캐피톨에서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일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년 조공도 바치고 있습니다. 그 조공은 다름 아닌 인간제물입니다.


구역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한 명씩 총 스물네 명의 조공인들이 모여 단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경기를 펼치는 헝거 게임. 전쟁에서 패배한 열두 구역이 추첨을 통해 아이들을 보내고,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헝거 게임이 바로 반군들이 받는 처벌인 셈입니다.


<헝거 게임> 시리즈 본편에서는 주인공 캣니스가 우승자가 되기까지의 긴박감, 우승 후 혁명의 반열에 이르는 성장과정을 그렸는데 그때 혁명의 상징이 본편 2권의 제목이기도 했던 '모킹제이'였습니다. 노래하는 새인 모킹제이를 당시엔 어렴풋하게만 이해했었다면, 프리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는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 노래하는 새 모킹제이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반군과의 전쟁에서 간신히 이긴 후 10년이 지난 시간 동안 거리는 전쟁의 참상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헝거 게임이 탄생한지 10년째 되던 해를 배경으로 합니다. 본편에서 판엠의 대통령이었던 스노우가 아카데미 학생 시절일 때입니다.


한때 위대했던 스노우 가문의 열여덟 살 후계자인 코리올라누스 스노우. 캐피톨에서 가장 호화로운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에 살지만 "양배추가 끓기 시작하자 주방에 빈곤의 냄새가 가득 찼다."라는 말처럼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합니다. 전쟁으로 심한 재산 피해를 본데다가 부모 사망 후 집안은 다시 일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헝거 게임 10주년을 기념해 이번엔 새로운 멘터 제도를 신설합니다. 조공인의 개인 인터뷰를 돕고, 카메라에 잘 나오도록 외모도 다듬어 주는 멘터는 아카데미에서 가장 똑똑한 졸업반 학생 스물네 명입니다. 스노우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헝거 게임 우승자의 멘터가 된다면 앞날을 보장받는 것과 같으니까요. 하지만 경제력도 없고 연줄도 없는 스노우는 최하위 12번 구역의 여자 조공인을 맡게 됩니다.


12번 구역 조공인은 루시 그레이 베어드입니다. 슬프고 어두운 추첨 행사에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한 루시 그레이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스노우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자신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적과 영광을 위해 루시 그레이에게 신경을 쓰는 스노우. 다른 멘터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합니다. 음식도 가져다주면서 루시 그레이의 협조를 얻으려 합니다. 루시 그레이는 살아남기 위해,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는 영광을 위해 손을 잡습니다.


헝거 게임 초창기다 보니 룰은 본편에서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초창기 룰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완전 오싹하답니다. 본편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진정한 시초를 이번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도 인간의 사악함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분노, 두려움, 혐오, 비난 등의 감정을 이용해서 어떻게 사람들을 통제하는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쟁 배상으로 캐피톨이 잃은 젊은이들의 생명을 구역 젊은이들의 생명으로 갚는다는 표면적인 의미 외에도 헝거 게임에 숨은 이면을 스노우의 성장기를 통해 차근차근 일깨우고 있습니다.


<헝거게임> 본편에서는 조공인 캣니스의 성장 드라마였다면, 프리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헝거게임 세계관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나가고 있어 다시 모여든 헝거게임 마니아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13구역, 모킹제이, 엔터테인먼트화된 헝거 게임 룰 등 본편의 재미를 더욱 돋우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요.


처음엔 제목이 입에 착 붙지 않아서 헤맸는데,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 뱀, 노래가 의미하는 바가 또렷해 더 이상 제목을 헷갈리지 않게 되더군요. 총 네 권의 책이 모인 수잔 콜린스 작가의 헝거 게임 시리즈, 판타지 소설임에도 인생책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이번에도 만족스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나라 퇴마사 1~3 세트 - 전3권
왕칭촨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대여점이 성행하던 시절 무협소설 좀 깨작거려보기도 했고, 판타지물 좋아하는 편이고, 역사 시대물도 그럭저럭 보는 데다가, 미스터리물 좋아하는 잡식 취향에 딱 어울리는 소설을 읽었어요. 역사, 판타지,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퓨전 무협소설 <당나라 퇴마사>.


중국 무협소설계 3대 거장인 김용, 고룡, 양우생의 장점을 고루 흡수한 작가라고 평가받는 왕칭촨의 작품으로, 중국 웨이보 주최 웨이소설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고 드라마, 영화화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세 권 세트로 구성된 <당나라 퇴마사>는 권 당 분량이 꽤 되지만 긴 호흡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웹소설 출신답게 끊어 읽기 편해서 부담감 없이 읽기 시작해도 됩니다. 다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뒷이야기가 궁금해져 딴짓 오래 못하고, 결국 나도 모르게 계속 책을 손에 잡고 있으나 에너지 탈탈 쏟아붓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


<당나라 퇴마사>는 실제 당나라 시대 현종이 복위하기까지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어서 정치적 승자는 알고 보게 되지만, 치열한 암투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여제 무측천 시대가 끝나고 이현이 복위해 당 중종이 되면서 위황후와 황제의 친여동생 태평공주 그리고 위황후의 딸 안락공주 간의 권력 다툼이 거세지고 조정은 혼란 상태입니다.


소설에서는 역사적 실제 인물과 소설 속 가상 인물을 구별해 소개하고 있어 한눈에 정리가 됩니다. 워낙 오랜만에 읽는 무협소설이라 이름이고 용어고 단번에 쏙 들어오지 않아 피곤하긴 했지만, 헷갈려도 일단 고~! 쭉 읽어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져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 틈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의 배후를 밝혀낼 때마다 뒤통수 맞는듯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당나라 퇴마사> 1권에서는 두 가지 큰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건 하나 해결하기까지 반전이 꽤 나오더라고요. 무엇보다 사건 하나하나가 장편이 될 만큼 스케일이 큽니다. 역시 대륙의 위엄인가요.


소설의 주인공은 원승. 아직 젊은 나이지만 도술이 뛰어나 사대 도교 명문 중 하나인 영허문에서 꽤 지위가 높습니다. 안락공주가 힘들어할 때 도와준 인연이 있어 내심 안락공주를 가슴에 묻은 채 울적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기이한 사건이 닥치는데.


치안 경찰 역할을 하는 금오위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 사건 현장에서 특이한 요술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안락공주가 소중히 여기는 보물을 훔친 용의자가 요술을 써 탈옥한 겁니다. 이 사건을 맡으며 탈옥자를 찾다가 더 끔찍한 사건을 접합니다. 사찰의 벽화에서 악귀가 뛰쳐나와 사람을 죽인 겁니다. 벽화 살인 사건과 보물 도난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아 헤매지만, 그 과정에서 원승은 주화입마를 당하니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립니다.


"탐욕과 질투, 두려움, 원한, 분노…… 이 모든 것이 씨앗이요, 씨앗이 뿌리내리고 새싹이 움트면 악귀가 되는 게다." - 당나라 퇴마사 


원승은 깨어있는 것 같으면서도 꿈을 꾸는 것 같은 괴이한 상태가 됩니다. 꿈에서 겪은 일이 늘 현실에서 반복되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스승은 이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있는 악귀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악귀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사태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당나라 퇴마사>는 하나의 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숱한 음모와 계략을 물리쳐야 하고 그 배후까지 연결고리를 알아내는 머리싸움이 더해져 스펙터클한 진행이 계속 이어집니다. 첫 번째 사건을 계기로 원승은 금오위 퇴마사 수장이 되고 이후 본격 퇴마사로서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제 마음속의 천도는 간단하고 소박하고 공정한 것입니다. 천하는 오래 편안하게 다스려야 하며 백성을 쉬게 해야 하며, 백성에게 선을 베풀어야 합니다!" - 당나라 퇴마사



황제의 죽음으로 조정을 어지럽히는 사건이 터지는 2권에서는 위 태후를 중심으로 종실의 횡포가 연이어 이어집니다. 살인이 끊이질 않으니 퇴마사 수장 원승은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요. 풀리는 듯싶다가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해결사 원승에게 기어코 목숨을 위협하는 위기가 하이라이트에 달하는 3권에서는 권력 전쟁이 막바지에 이릅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암투의 향방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권력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지, 원승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개방적인 문화 정책을 펼쳤던 당나라였기에 이 소설에도 페르시아인과 그들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제3의 정치세력에 충성을 바친 호방하고 거친 검객 '육충'이라는 자와 페르시아인 여자 '대기' 등 원승과 호흡을 맞추는 인물들도 흥미롭습니다.


판타지 같은 도술도 무척 많이 등장해 상상력을 무한히 펼치며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기괴한 이야기가 유독 당나라 때 발전했다고 해요. 그리고 수많은 고대 전설 뒤에는 파란만장한 권력 싸움의 이면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신비한 전설을 모티브로 한 <당나라 퇴마사>가 탄생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노멀, 한 달 살기 달랏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베트남의 유럽, 안개 도시, 소나무의 도시, 벚꽃 도시, 작은 파리 등 매혹적인 수식어가 붙은 고원 도시 달랏. 베트남 사람들의 신혼여행지인 달랏은 식민시절 프랑스 휴양지로 개발된 이후,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근사한 카페가 많으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어서 요즘 감성에 딱인 여행지입니다.


2019년 직항까지 개설되어 한결 수월하게 다녀올 수 있는 달랏인데 요즘은 코로나19로 책으로만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아쉽네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한 달 살기처럼 여행 스타일도 변할 겁니다.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잘 실려 있어요. 한 달 살기의 목적은 무엇인지, 시기, 예산 등 세부적으로 확인할 것들을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선선한 날씨와 유럽 같은 도시 분위기를 뽐내는 달랏 한 달 살기, 버킷리스트로 남겨봅니다.


전 세계 국적의 요리 경연장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먹고 즐길 수 있고, 나트랑과 호치민과의 접근성도 괜찮아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하기 좋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달랏입니다. 베트남의 다른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물가는 높은 편이지만, 식도락의 즐거움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거라고 합니다.


야시장, 호수, 궁전, 꽃 정원, 랑비앙 산 등 달랏 여행에서 꼭 찾아가야 할 관광지 베스트와 달랏 여행을 계획하는 5가지 여행 코스만으로도 일정은 꽉 채워지네요.



폭포가 많지 않은 베트남에서 달랏 외곽의 유명한 폭포를 즐길 수도 있고, 19세기를 경험할 수 있는 역사 유적지도 있어 가족여행으로도 좋은 여행지 달랏. 새로 정비한 달랏 케이블카는 구름이 내려앉을 때가 가장 아름다워 약간 흐린 날 다녀오면 좋다는 센스 만점 팁까지!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럽풍의 달랏 기차역과 크레이지 하우스는 특히 눈여겨볼 만한 명소입니다. 기괴하고 신기한 건물에서 베트남의 가우디를 만나보세요.


고급 커피 산지여서 카페 문화도 발달한 달랏. 카페 투어 여행은 저의 로망이기도 하답니다. 파스텔톤의 유럽풍 건물들과 베트남 오토바이 부대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 아시아와 프랑스 문화가 융합된 도시 달랏.


달랏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도 생각 외로 꽤 있어 팔색조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달랏인 것 같아요. <뉴노멀, 한 달 살기 달랏>은 나트랑을 포함해 베트남 중남부 대표 여행지와 연계한 달랏 여행 방법까지 꼼꼼히 다루고 있습니다. ​


관광지 정보는 정보대로, 한 달 살기의 의미 등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 낯선 공간에서 머무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보듬은 에세이 같은 이야기도 인상 깊어요. 한국인에게는 아직 생소한 곳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베트남 다른 도시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달랏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노멀, 한 달 살기 달랏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관광지 정보는 정보대로 꼼꼼하게, 그리고 한 달 살기 잘하는 노하우도 알려주는 가이드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시 공부에만 매달린 학생들에게 공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왜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봤는지요.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없는 학생을 만들어낸 사회와 가정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는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김영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라고요. 어떤 탁월함을 목표로 공부한다는 것. 지적 변화를 목표로 공부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올바른 공부의 길을 함께 걸어볼까요.


화제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입소문 나기 시작한 김영민 서울대 교수. 특유의 유머와 예리한 사유가 조화를 이뤄 저도 눈여겨 본 저자입니다. 가볍고 일상적인 주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평소 의미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는 읽기 편하게 들려줍니다.


우리 시대를 독창적으로 읽어나간 첫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 이어 이번엔 공부하는 삶의 의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부란 무엇인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탁월함을 목표로 삼자고 했습니다. 계속 읽고 쓰는 과정을 거치면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믿게 될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변화가 쉽게 오지는 않습니다.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편하게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지식 탐구를 위한 공부입니다. 정상적이라면 대학교에서 제대로 된 지식 탐구가 이뤄져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요즘 대학은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전락했습니다. 이 책은 대학 신입생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서 학생의 자세에 대한 조언, 독서 및 세미나 수업과 관련한 글이 많습니다. 읽는 내내 교수님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받는 동안은 조금(?) 고달프겠지만, 공부하는 방법론 만큼은 체득할 테니 살면서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우리 삶은 배움의 연속이잖아요.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는 자기 갱신의 체험입니다. "자기 스스로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라는 말씀이 와닿았어요. 기초 체력에 빗대어 "지적 기초를 안 쌓으면 지적 감기에 시달리게 된다"라는 말처럼 무용해 보이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북돋우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도 청소년 아들에게 자주 건네는 말 중 한 가지가 글과 말에서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아야 한다는 건데, 앞으로는 김영민 저자의 '지적 감기' 단어를 가져다 써먹어야겠습니다.


<공부란 무엇인가>의 초반부에서는 조리에 맞지 않고, 부정확한 말이 넘실대고, 모순이 무절제하게 분비되는 사회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공부라는 여정에 올라서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을 알려줍니다.


후반부에서는 공부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배움의 현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로 포문을 열며 독서, 토론, 글쓰기 같은 공부의 방법론을 들여다봅니다. 지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질문과 맥락을 만들고, 생각을 정교화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자기주장을 개진하는 글을 쓸 땐 해상도가 높은 문장을 쓰라는 조언이 눈길을 끕니다.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용어를 쓸 때면 드는 생각이었는데, 머릿속에서 그 표현을 외국어로 시험삼아 번역해보는 방법이 있다는 조언이 여전히 어렵게 다가오긴 해서 해상도가 높은 문장을 쓰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말씀 듣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토론과 비판에 대한 글은 논술문을 쓰고 토론식 세미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주제입니다. 오죽하면 "토론 시간은 자기 성격 발표회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지성에 기반한 토론을 실천하도록 조언합니다. 자기 견해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배움의 기회를 찾아 진정한 공부를 하도록 북돋우는 글을 읽고 나면 휴식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봅니다. "남들이 인도에 가서 자아를 찾을 때, 이탈리아에 가서 티라미수를 먹으며 자아를 잊는다"라는 말이 어쩜 그렇게 후련하게 다가오는지요. 공부에 진정 매진해본 사람만이 아는 휴식 아닐까요.


내가 하는 공부는 공부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 <공부란 무엇인가>. 편안한 공부만으로 자기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