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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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공부에만 매달린 학생들에게 공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왜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봤는지요.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없는 학생을 만들어낸 사회와 가정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는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김영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라고요. 어떤 탁월함을 목표로 공부한다는 것. 지적 변화를 목표로 공부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올바른 공부의 길을 함께 걸어볼까요.


화제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입소문 나기 시작한 김영민 서울대 교수. 특유의 유머와 예리한 사유가 조화를 이뤄 저도 눈여겨 본 저자입니다. 가볍고 일상적인 주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평소 의미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는 읽기 편하게 들려줍니다.


우리 시대를 독창적으로 읽어나간 첫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 이어 이번엔 공부하는 삶의 의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부란 무엇인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탁월함을 목표로 삼자고 했습니다. 계속 읽고 쓰는 과정을 거치면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믿게 될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변화가 쉽게 오지는 않습니다.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편하게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지식 탐구를 위한 공부입니다. 정상적이라면 대학교에서 제대로 된 지식 탐구가 이뤄져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요즘 대학은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전락했습니다. 이 책은 대학 신입생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서 학생의 자세에 대한 조언, 독서 및 세미나 수업과 관련한 글이 많습니다. 읽는 내내 교수님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받는 동안은 조금(?) 고달프겠지만, 공부하는 방법론 만큼은 체득할 테니 살면서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우리 삶은 배움의 연속이잖아요.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는 자기 갱신의 체험입니다. "자기 스스로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라는 말씀이 와닿았어요. 기초 체력에 빗대어 "지적 기초를 안 쌓으면 지적 감기에 시달리게 된다"라는 말처럼 무용해 보이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북돋우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도 청소년 아들에게 자주 건네는 말 중 한 가지가 글과 말에서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아야 한다는 건데, 앞으로는 김영민 저자의 '지적 감기' 단어를 가져다 써먹어야겠습니다.


<공부란 무엇인가>의 초반부에서는 조리에 맞지 않고, 부정확한 말이 넘실대고, 모순이 무절제하게 분비되는 사회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공부라는 여정에 올라서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을 알려줍니다.


후반부에서는 공부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배움의 현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로 포문을 열며 독서, 토론, 글쓰기 같은 공부의 방법론을 들여다봅니다. 지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질문과 맥락을 만들고, 생각을 정교화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자기주장을 개진하는 글을 쓸 땐 해상도가 높은 문장을 쓰라는 조언이 눈길을 끕니다.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용어를 쓸 때면 드는 생각이었는데, 머릿속에서 그 표현을 외국어로 시험삼아 번역해보는 방법이 있다는 조언이 여전히 어렵게 다가오긴 해서 해상도가 높은 문장을 쓰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말씀 듣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토론과 비판에 대한 글은 논술문을 쓰고 토론식 세미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주제입니다. 오죽하면 "토론 시간은 자기 성격 발표회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지성에 기반한 토론을 실천하도록 조언합니다. 자기 견해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배움의 기회를 찾아 진정한 공부를 하도록 북돋우는 글을 읽고 나면 휴식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봅니다. "남들이 인도에 가서 자아를 찾을 때, 이탈리아에 가서 티라미수를 먹으며 자아를 잊는다"라는 말이 어쩜 그렇게 후련하게 다가오는지요. 공부에 진정 매진해본 사람만이 아는 휴식 아닐까요.


내가 하는 공부는 공부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 <공부란 무엇인가>. 편안한 공부만으로 자기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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