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나라 퇴마사 1~3 세트 - 전3권
왕칭촨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8월
평점 :
도서대여점이 성행하던 시절 무협소설 좀 깨작거려보기도 했고, 판타지물 좋아하는 편이고, 역사 시대물도 그럭저럭 보는 데다가, 미스터리물 좋아하는 잡식 취향에 딱 어울리는 소설을 읽었어요. 역사, 판타지,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퓨전 무협소설 <당나라 퇴마사>.
중국 무협소설계 3대 거장인 김용, 고룡, 양우생의 장점을 고루 흡수한 작가라고 평가받는 왕칭촨의 작품으로, 중국 웨이보 주최 웨이소설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고 드라마, 영화화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세 권 세트로 구성된 <당나라 퇴마사>는 권 당 분량이 꽤 되지만 긴 호흡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웹소설 출신답게 끊어 읽기 편해서 부담감 없이 읽기 시작해도 됩니다. 다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뒷이야기가 궁금해져 딴짓 오래 못하고, 결국 나도 모르게 계속 책을 손에 잡고 있으나 에너지 탈탈 쏟아붓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
<당나라 퇴마사>는 실제 당나라 시대 현종이 복위하기까지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어서 정치적 승자는 알고 보게 되지만, 치열한 암투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여제 무측천 시대가 끝나고 이현이 복위해 당 중종이 되면서 위황후와 황제의 친여동생 태평공주 그리고 위황후의 딸 안락공주 간의 권력 다툼이 거세지고 조정은 혼란 상태입니다.
소설에서는 역사적 실제 인물과 소설 속 가상 인물을 구별해 소개하고 있어 한눈에 정리가 됩니다. 워낙 오랜만에 읽는 무협소설이라 이름이고 용어고 단번에 쏙 들어오지 않아 피곤하긴 했지만, 헷갈려도 일단 고~! 쭉 읽어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져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 틈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의 배후를 밝혀낼 때마다 뒤통수 맞는듯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당나라 퇴마사> 1권에서는 두 가지 큰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건 하나 해결하기까지 반전이 꽤 나오더라고요. 무엇보다 사건 하나하나가 장편이 될 만큼 스케일이 큽니다. 역시 대륙의 위엄인가요.
소설의 주인공은 원승. 아직 젊은 나이지만 도술이 뛰어나 사대 도교 명문 중 하나인 영허문에서 꽤 지위가 높습니다. 안락공주가 힘들어할 때 도와준 인연이 있어 내심 안락공주를 가슴에 묻은 채 울적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기이한 사건이 닥치는데.
치안 경찰 역할을 하는 금오위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 사건 현장에서 특이한 요술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안락공주가 소중히 여기는 보물을 훔친 용의자가 요술을 써 탈옥한 겁니다. 이 사건을 맡으며 탈옥자를 찾다가 더 끔찍한 사건을 접합니다. 사찰의 벽화에서 악귀가 뛰쳐나와 사람을 죽인 겁니다. 벽화 살인 사건과 보물 도난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아 헤매지만, 그 과정에서 원승은 주화입마를 당하니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립니다.
"탐욕과 질투, 두려움, 원한, 분노…… 이 모든 것이 씨앗이요, 씨앗이 뿌리내리고 새싹이 움트면 악귀가 되는 게다." - 당나라 퇴마사
원승은 깨어있는 것 같으면서도 꿈을 꾸는 것 같은 괴이한 상태가 됩니다. 꿈에서 겪은 일이 늘 현실에서 반복되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스승은 이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있는 악귀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악귀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사태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당나라 퇴마사>는 하나의 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숱한 음모와 계략을 물리쳐야 하고 그 배후까지 연결고리를 알아내는 머리싸움이 더해져 스펙터클한 진행이 계속 이어집니다. 첫 번째 사건을 계기로 원승은 금오위 퇴마사 수장이 되고 이후 본격 퇴마사로서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제 마음속의 천도는 간단하고 소박하고 공정한 것입니다. 천하는 오래 편안하게 다스려야 하며 백성을 쉬게 해야 하며, 백성에게 선을 베풀어야 합니다!" - 당나라 퇴마사
황제의 죽음으로 조정을 어지럽히는 사건이 터지는 2권에서는 위 태후를 중심으로 종실의 횡포가 연이어 이어집니다. 살인이 끊이질 않으니 퇴마사 수장 원승은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요. 풀리는 듯싶다가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해결사 원승에게 기어코 목숨을 위협하는 위기가 하이라이트에 달하는 3권에서는 권력 전쟁이 막바지에 이릅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암투의 향방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권력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지, 원승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개방적인 문화 정책을 펼쳤던 당나라였기에 이 소설에도 페르시아인과 그들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제3의 정치세력에 충성을 바친 호방하고 거친 검객 '육충'이라는 자와 페르시아인 여자 '대기' 등 원승과 호흡을 맞추는 인물들도 흥미롭습니다.
판타지 같은 도술도 무척 많이 등장해 상상력을 무한히 펼치며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기괴한 이야기가 유독 당나라 때 발전했다고 해요. 그리고 수많은 고대 전설 뒤에는 파란만장한 권력 싸움의 이면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신비한 전설을 모티브로 한 <당나라 퇴마사>가 탄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