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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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게임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완벽한 전략가가 되는 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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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운하시곡
하지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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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무협, SF, 호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뷔페 같은 책 소개합니다. 제목에서부터 동양풍 뿜뿜인 단편소설집 <야운하시곡>은 옛날 옛적에~ 하며 시작해도 전혀 어색함 없는 옛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 7편이 모였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작 <얼음나무 숲>으로 2세대 판타지 문학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하지은 작가의 단편도 실렸습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야운하시곡>은 피도 눈물도 없이 강호를 주름잡았던 인물이 아버지가 되면서 부정(父情)을 느끼며 생기는 심리적 변화를 그려냅니다.


처음엔 그릇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꿈에 부풀었지만 점차 악인이 되어간 사혈공. 그런 악인에게도 지켜야 할 아이가 생깁니다. 악한일지라도 생명의 무게를 비로소 깨닫는데. 폼 잡는 무협 특유의 배짱이 어김없이 등장하면서 무림 고수들의 은원에 대한 마음가짐은 역시나 상상 초월이라는 걸 다시 한번 만끽한 시간이었어요. 강호의 세계는 언제 봐도 얄짤없군요.


호인 작가의 <호식총>은 그 옛날 이불 뒤집어쓰고 봤던 '전설의 고향' 분위기 저리 가라입니다. 제목부터 낯선데 호식총이란 호랑이에게 잡혀먹은 이들의 무덤을 뜻한다고 합니다. 산을 호령하던 호랑이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귀신인 창귀의 조합이 자아내는 살벌한 오싹함을 느낄 수 있는 단편소설입니다.


조선 시대에 SF 소설이 있었다면? 이재민 작가의 <로부전>은 제목에서부터 딱 느낌이 옵니다. 집현전 말단 학사로 일하는 이약현의 해괴한 잡문을 읽은 임금. 반역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지만, 그 이야기가 임금님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괘씸하다가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죽을 지경인 임금님의 결단이 재밌습니다. 역시나 잘 먹히는 to be continue.


김이삭 작가의 <다시 쓰는 장한가>는 중국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백거이의 『장한가』를 재해석한 대체역사물입니다. 요부로 지칭하던 양귀비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당나라 현종 전후 때의 역사는 흥미진진함이 끝이 없네요. 현종이 애정 했다는 사자개가 이 작품에서는 놀라운 캐릭터로 등장해 실화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켠 작가의 <서왕>은 사형장 근처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사형수의 시체 덕분에 굶지 않고 살아가는 동네입니다. 쥐가 들끓는 집도 지긋지긋하고, 죽은 사람 덕에 사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아이에게 왕이라는 드라마틱 한 인생이 펼쳐집니다. 흔히 짐작하는 정치권력의 비정함이 고스란히 담긴 건 물론입니다.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마음속 번뇌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묵직하게 이어집니다. 전작에서 젊은 층의 공감대를 끌어낸 <탐정 전일도 사건집>과는 또다른 색채를 보여줍니다.


제목부터 낭만스러운 서번연 작가의 <찔레와 장미가 헤어지는 계절에>는 옛이야기 단골 소재인 호랑이와 여우 간의 애잔한 사연이 담겼습니다. 하늘의 약초를 훔친 대가로 죽을 날을 받은 지아비를 한 번이라도 만나기 위해 구중의 곤륜을 지키는 문지기 호랑이 앞에 줄기차게 나타나는 천 년 먹은 여우.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여우를 두고 호랑이가 쩔쩔매는 모습이 재미있다가도 아련아련한 스토리에 먹먹해집니다.


지언 작가의 <은혜>는 어린 시절 그림책 표지만으로도 오싹하게 만든 '여우누이'를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여우누이 스토리 전 무척 좋아하는데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사실 썩 맘에 들진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은혜>에서는 그 여백을 잘 채워준 느낌입니다.


7인의 젊은 작가들 중 기존에 다른 작품으로 먼저 만났던 작가의 동양풍 소설은 어떤 맛일지 기대하며 읽었어요.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은 다음 작품들도 기대되고요. 역시 언제나 다채로움을 발산하는 작가들입니다. 뷔페 맛집 브릿G의 우수한 단편소설 컨택은 언제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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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 완전 초보도 3주 만에 술술 쓰게 되는 하루 15분 문장력 트레이닝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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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하루 15분, 3주 만에 문장력 트레이닝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요즘 시대 누구나 갖춰야 할 필수 능력은 바로 글쓰기! 직장인 생존 수단이면서 나를 확인하고 표현하는 도구로서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수많은 작법서를 붙잡아도 내 실력은 늘 생각이 없는듯하고, 매일 쓰긴 쓰는데 발전의 기미는 없이 고만고만한 느낌이라면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로 실전 훈련 돌입하세요.


혼자 운동하는 게 힘든 것처럼 글쓰기도 헬스 PT처럼 매일 훈련해야 합니다. 그것도 무작정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아바매글) 온라인 글쓰기 코치 '글밥' 김선영 저자와 함께하는 글쓰기 트레이닝 받아보세요. 방송작가 출신으로 술술 읽히는 글에 저자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훌륭한 코치로 활동 중이고, 완전 초보도 3주 만에 술술 쓰게 되는 글쓰기 노하우가 바로 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먼저 나의 글쓰기 수준을 체크해볼까요. 글쓰기 나이 레벨 테스트로 가볍게 충격파 한 번 던지며 시작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점수가 낮다면 이 책이 도움 될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맞춤법 레벨 문제를 보니 헷갈리는 건 매번 헷갈립니다. 틀린 건 다시 확인해야 하는데 맞춤법 검사기에 과하게 의존했나 봐요. 실력 느는 게 더딥니다. 그러고 보면 저보다는 우리 집 청소년 아들이 맞춤법 오류에 민감한 편이라 가끔 혀를 내두를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강박적으로 돌립니다.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그래도 저렇게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을 테니 그러려니 합니다. 카톡 할 때도 맞춤법 체크하고 보내더군요. (이 엄마한테 보낼 땐 그런 수고 따위는 없습니다...)


이쯤 되면 국어사전 이야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네요. 습관적으로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일이 잦다면 유의어 공부는 국어사전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글 쓰다 보면 이 단어보다 더 적확한 단어를 찾고 싶을 때 있잖아요. 사실 딱 필요할 때 급하게 찾다 보면 삼천포로 빠져 글 리듬이 끊길 때도 있었어요. 평소 사전이랑 좀 더 친해져야겠습니다. 속담이나 관용구처럼 직관적인 표현이 필요할 때도 국어사전을 애용하지요. 쇼핑 앱 대신 이젠 국어사전 앱을 깔아두세요.


실력 테스트 이후엔 기초 체력을 다지고 글쓰기 근육을 골고루 키우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글쓰기에 방해되는 것들을 줄이고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입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의 실전 글쓰기 PT는 딱 15분 정도 틈새 시간을 내어 할 수 있습니다.


김선영 저자가 강조하는 술술 잘 읽히는 글이란 '강한 문장'입니다. 잘 읽히고 주제가 명확하며 공감이 가는 문장을 뜻합니다. 강한 문장이 모여 강한 글이 됩니다. 쉽게 휘둘리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이 되려면 강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잔잔한 일상에서 스포이트로 빨아들이듯 글감을 추출해보세요." - 책 속에서


필사, 글감 찾기, 끌리는 제목과 목차 짓기 등 기초 체력 다지기부터 시작해서 본격 다양한 글쓰기 법을 통해 큰 근육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다듬고 고쳐 쓰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치면 잔근육이 섬세하게 다져질 겁니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는 작가로서의 글쓰기뿐만 아니라 서평, SNS 등 일상 글쓰기 그리고 업무 대화방과 이메일, 기획서 등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글쓰기까지 다루고 있어 생활 밀착형 글쓰기 노하우를 얻기 딱 좋은 책입니다.


매일 15분간 21일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실전 글쓰기 PT. 15분 PT가 소개된 페이지에서는 읽는 중에도 가볍게 생각 좀 하다가 넘기게 되는데, 이때도 쉬운 질문에만 답을 하고 있더라고요. 쉬운 것만 하려고 들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21일 동안 차근차근 문장력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책 굿즈 '한 문장 노트'에 일단 순서대로 빠짐없이 쓰는 게 정답입니다. 숨은 근육 찾아 튼튼히 키워주는 하루 15분 글쓰기 PT로 문장력 업그레이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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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음악 수업 - 현직 교사들이 알려주는 부모가 알아야 할 음악 교육의 모든 것
이준권.정지훈 지음 / 지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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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한 번쯤 다녀봤던 피아노 학원의 결말은 다들 비슷비슷할 것 같아요. 그땐 왜 그토록 하기 싫었을까요. 성공적으로 (?!)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친구를 볼 때면 일찌감치 그만뒀던 게 후회될 정도였지만, 악몽의 여파가 커서인지 재도전 의욕이 반짝 불타오르다가도 금세 사그라들기 일쑤였습니다.


악기 연주에 대한 로망 하나쯤은 갖고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가 커서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악기 연주를 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소망도 해보고요. 이쯤에서 고민이 생깁니다. 아이도 만약 나처럼 잘못된 전철을 밟는다면?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음악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직 교사들이 알려주는 <우리 아이 첫 음악 수업>으로 부모가 알아야 할 음악 교육 도움받아보세요.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15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음악과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는 이준권 선생님과 작곡한 다수의 곡이 대중매체 프로그램에 BGM으로 수록된 교육자이자 음악가 활동을 하는 정지훈 선생님 두 분이 우리 아이들 음악 교육에 대한 팁을 알려줍니다.


뱃속에서부터 아이는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음악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고정박을 경험한다고 해요. 우리 아이들은 이미 리듬감을 가지고 태어나는 거죠. 하지만 표현이 서툴 뿐입니다. 좀 느리면 리듬에 대한 다양한 자극을 해주면 좋다고 합니다. 유아 시기에 접하기 좋은 악기 중에는 흔히 실로폰이라고 불렀던 글로켄슈필도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알던 이름과는 달라져서 깜짝 놀랐어요. 요즘은 글로켄슈필이라는 이름으로 배운대요.)


음악도 언어를 배울 때처럼 듣기와 말하기에 해당하는 청음 훈련, 즉흥 연주가 먼저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시나요? 요즘은 유튜브를 틀어주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부모가 알고 있는 동요도 인기 동요 정도만 알 테고요. <과수원길> 같은 예술 동요는 한물간 동요라고 생각해서 부모 세대도 이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동요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예술 동요가 우리 아이의 음악적 재능을 깨우는데 얼마나 좋은지 선생님께서 잘 알려주고 있답니다.


전공자, 연주자가 아닌 음악이 주는 위로를 받는 아이로 자라주면 좋겠다는 부모의 마음. 의도가 어떻든 배우는 과정이 즐겁지 않다면 실패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 첫 음악 수업>에서는 우리 아이 음악교육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유아 시기 음악교육부터 악기 선택, 음치 탈출법, 음악교육 중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노하우, 음악을 배운 아이의 진로에 대한 팁 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이 모두 모여있어요.


타고난 재능이라 하면 음악 분야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음악적 재능은 타고난다고 생각할 겁니다. 음악은 조기 교육이 가능하기에 타고난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것, 높은 성취를 목표로 도전하고 집중 연습을 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이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책 <탤런트 코드>에서 말한 재능의 비밀이 고스란히 적용되는 거죠. 절대음감 역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생기는 후천적 능력이라고 합니다.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아주고 있어 새로운 깨달음도 얻게 될 거예요.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 10명 중 1명 정도만 지속적으로 배움을 유지하고, 90퍼센트는 중간에 흥미를 잃거나 포기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다들 공감할만한 수치일 텐데요, 왜 그럴까요. 바로 잘못된 악기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우리 아이의 성향과 특성을 고려한 악기 선택이 포인트였어요.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은 둘 다 서정적인 느낌이 들어 차이 없을 거라 생각되지만, 사실 클라리넷은 의외로 음량이 무척 크다고 합니다. 외향적 아이들이 좋아하는 악기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아이 첫 음악 수업>에서는 기질과 특성을 고려한 악기 선택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배우기 쉬운 악기와 어려운 악기가 구분되지만 그건 좋아하는 노래를 한두 곡 정도 연주하는 수준까지의 도달 노력과 시간에 불과할 뿐, 프로 연주자 단계에 이르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은 어떤 악기든 똑같다고 합니다. 초등 음악 시간에 반드시 다루는 탓에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한 리코더를 예로 들고 있는데요, 만만하게 생각한 리코더의 재발견! 프로 리코더 연주자의 영상 QR코드가 있길래 들어봤는데 정말 이건 소오름~~~입니다.


악기 교육하면 피아노, 바이올린 정도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프로 연주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른 악기들의 매력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플루리스트, 클라리네티스트, 드러머, 기타리스트, 국악 타악 연주자, 가야금 연구자, 해금 연주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배움의 과정을 거치며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사례도 소개되어 있어 참고하기 좋아요. 우리 아이 평생의 친구가 될 악기인데 첫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기싸움을 벌이게 되는 아이와의 여정. 그 불안한 여정을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지 조언을 들어보세요. 악기 구입비, 유지, 레슨비 같은 현실 궁금증에서부터 그저 취미 수준을 바랐건만 음악에 제대로 꽂혀버린 아이를 두고 고민하는 상황에 이른 부모의 심정을 다독일 음악 관련 진로 직업까지 세심히 다루고 있습니다. 


자녀 음악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노하우를 찾는 부모라면 큰 도움이 될 책 <우리 아이 첫 음악 수업>. 보통 어린 시절부터 시키는 만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아이에게 악기교육 시킬 때 부모가 고려할 점을 콕콕 짚어주고 있어요. 감성지능 높은 삶을 아이에게 선사하고 싶은 부모의 그 마음이 온전히 좋은 방향으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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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발견 (양장)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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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세기에 걸쳐 시대를 앞서나간 자들의 교차하는 삶을 이야기한 <진리의 발견>. 과학, 문학,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열 명의 인물들의 전기이자 얽히고설킨 삶을 통해 변화를 이룬 역사의 퍼즐을 맞추는 시간입니다.


표지 일러스트는 기하심리학자인 벤저민 베츠의 도표인데, 인간 의식의 진화 과정을 기하학적으로 형상화한 거라고 합니다. 의식의 출발점, 동물의 감각적 의식, 의식의 정점인 초월성을 단계별로 표현한 일러스트는 인식의 지평을 넓힌 인물들의 이야기와 잘 어울립니다.


문예비평가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을 읽다 보면 담백하면서도 유려한 문체에 감탄하게 됩니다. 한 편의 영화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도입부는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 만큼 마리아 포포바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관심 있어 한 인물 편을 읽는 중에는 어느 지점에서 툭 건드려졌는지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 채 계속 읽기 힘들 정도로 울컥한 감정이 솟구치기도 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 마리아 미첼, 허먼 멜빌,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마거릿 풀러, 찰스 다윈, 윌리어미나 플레밍, 해리엇 호스머, 에밀리 디킨슨, 레이철 카슨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분야에서 대담한 사상가로 평가받는 열 명의 인물. 대부분 여성에다가 성소수자였던 그들은 시대의 장애물을 헤쳐나가며 그 시대가 속박한 틀을 벗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하고,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면 아름다움 같은 어떤 진실은 상상과 의미 부여라는 빛을 슬쩍 비출 때 가장 명확하게 보인다고 말한 마리아 포포바. <진리의 발견>은 전기라는 직선의 그래프가 아닌 여러 측면과 여러 빛을 지닌 그림으로 그들을 나타내는 책입니다.


불멸의 위업을 달성한 표면적인 요소 뒤에는 인물들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가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렇기에 열 명의 인물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역시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무척 많습니다. 이 책의 매력으로 제가 손꼽고 싶은 건 바로 이 점이에요.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마리아 포포바의 의지가 잘 담긴 구성입니다.


"아름다운 삶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 진리의 발견 


점성술사이자 천문학자였던 케플러의 이야기는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함을 보여줍니다. SF 소설의 창시자 레이 브래드버리 이전에 이미 1609년에 최초의 SF 소설이 케플러의 손에 쓰였습니다. 천동설과 미신, 신의 세계를 살았던 시대에 달나라로 항해를 떠난 어느 젊은 천문학자에 대한 이야기 《꿈 (Somnium)》입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낼 때 우리가 지닌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걸 보여준 케플러는 이 소설 때문에 어머니가 마녀로 몰려 마녀재판을 받게 되는 비극에 처합니다.


케플러는 미신적으로 해석했던 무지한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고자 <꿈>의 주석을 본문과 맞먹는 분량으로 다는 작업을 하며, 상식적인 직관의 착각에서 벗어나 선구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데 힘쓰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소설이 정식 출판되기 전에 갑작스러운 병으로 쓰러져 숨을 거두게 되어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339년 후 인류가 최초로 그의 법칙으로 계산한 궤도를 따라 달에 발을 내디디면서 실현됩니다.


천문학자로서의 케플러의 이야기가 다가 아닙니다. 몇 세기나 시대를 앞선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어머니와 같은 별자리에서 태어났지만 왜 어머니는 불학무식했고 자신은 천문학자가 되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었습니다. 성별 구조에서 비롯된 운명의 차이를 본성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결정한 사회적 위치 때문이었음을 짚은 선구자였습니다.


케플러의 꿈은 수없이 많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미국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로 이어집니다. 타고난 본성 이외에 여러 요소가 빚어낸 산물로서의 마리아 미첼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한 세기 후, 마리아 미첼의 전기를 읽은 한 소녀는 여자도 천문학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미첼이 개척한 길을 따라갑니다. 바로 우주의 암흑물질 존재를 최초로 입증한 베라 루빈입니다.


마리아 미첼은 여성의 지적, 예술적 자주권을 지키고 가정의 삶 대신 창조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삶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시인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을 숭배했고, 그녀가 쓴 소설시 《오로라 리》는 자립을 통해 살아있음을 각성하라는 메시지를 건넸던 매혹적인 달변가로서 사실상의 여성주의 운동을 시작한 마거릿 풀러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이처럼 <진리의 발견>에서는 여러 인물들의 삶이 교차해 한 사람이 가능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순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과학 작가 레이철 카슨의 삶은 잔잔한 애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진지한 과학과 진지한 문학을 잇는 환경보호운동가 레이철 카슨. '생태'라는 용어를 대중에게 소개했고, 그 유명한 《침묵의 봄》으로 현대인의 환경에 대한 양심을 일깨웠습니다.


DDT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며 윤리적 분노와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비통함이 담긴 이 책은 누구도 과학의 윤리적 측면을 이야기하지 않던 시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업적에서 비롯된 직간접적인 결과는 어마어마합니다. 환경보호국 탄생, DDT 금지, 멸종위기보호법 제정 등으로 이어집니다.


암에 걸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결국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별세한 레이철 카슨. 고통을 밝히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해내기 위해 애쓴 나날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뭉클했습니다. 정신적 동반자였던 박물학자 도로시와의 사연도 애달팠고요.


과학도 문학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레이철 카슨 특유의 문체는 <진리의 발견>의 마리아 포포바가 그 결을 이어받은 느낌입니다. 담담히 사실을 써 내려감에도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 서사의 풍취를 내는지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시대를 살아가면서 좌절하고 고통받았음에도 시대를 넘어선, 앞서나간 자들. 840페이지라는 삶의 무게가 담긴 <진리의 발견>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공적 생활에서 성취를 이룬 인물들이 어디에서 영향을 받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수많은 파편을 세심히 엮어낸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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