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心 - 리더가 품어야 할 다섯 가지 마음가짐
정현천 지음 / 트로이목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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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에서 35년 넘게 일하며 부사장을 거쳐 현재 사내 전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현천의 신작 <리더심>.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고 내용을 추가해 엮은 책입니다. 실천하는 포용의 가치에 주목한 전작 <포용의 힘>에 이어 이번에는 리더십의 근본으로서의 리더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리더심>은 익숙하게 여겨왔던 리더십 정의를 다시 내립니다.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이라 하면 카리스마, 강력함, 불굴의 끈기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구시대적 역량입니다. 과거엔 리더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했다면 이제는 조직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관계자들을 두루 섬기면서 구성원들이 최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입니다.


일의 방향을 잡고 꾸준히 실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가짐은 주인 의식과 청지기 의식이 동전의 양면처럼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을 물론이고 본분을 지키고 책임지는 것까지를 일컫습니다. 마음가짐이 잘못된 상태에선 일시적 효과를 낳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게 됩니다. 


정현천 저자가 말하는 리더는 대의를 좇는, 좇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양아치 두목이나 조폭의 보스가 되진 않아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첫 번째로 간절하게 시작해야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더심>에서 말하는 시작이 반이라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막 벗어난 지점이 아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필요와 욕구가 쌓이고 그것들이 응축되어 특이점을 지날 때 비로소 시작되는 거였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사례가 바로 그렇습니다. 다들 76세라는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에만 주목하지만, 사실 모지스 할머니는 자녀들을 잃은 후 슬픔을 견디기 위해 자수에 푹 빠졌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관절염 때문에 바늘을 잡기 힘들어지자 대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겁니다. 할머니는 가슴속 깊은 슬픔과 자수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 밝게 살고자 애썼던 시기를 충분히 거쳐왔었고, 그림 그리기의 시작은 그런 것들이 축적되고 응결되어 꽃을 피운 특이점이었던 겁니다.


두 번째로 방향을 잃지 않고 넓게 아우르는 마음가짐에 대해 들려줍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의견은 무시하고 유리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는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짚어줍니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는 여러 사람의 생각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거라 생각하지만 획일성과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특히 지나치게 사교적이고 친밀감이 높은 집단은 오히려 집단사고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집단사고와 반대되는 것이 집단 지성입니다. 서로 협력을 통해 얻게 되는 집단의 지적 능력을 뜻하는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리더의 마음가짐에 대해 짚어줍니다.


세 번째로 제대로 실행하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좋은 의사결정, 선택을 위해서는 목표, 선택변수, 불확실성을 혼동하지 않고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렴풋한 희망사항을 갖고서 선택을 했다고 여기기도 하고, 어떤 선택을 했기 때문에 반드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야 한다고 굳게 믿는 어리석음으로 이어지니까요. 사람의 감정과 관심 같은 심리 상태 역시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네 번째는 변화에 대처하기입니다. 어떤 판단이나 의사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이를 취소하지 못하고 계속 추진해 나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단기적인 편안함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암적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기업의 최종 목표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승승장구할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고집하다간 위기에 몰리고 오히려 뒷전으로 처지게 됩니다. 이 말은 과거의 방식은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습니다. 뛰어난 노장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했기에 그 자리에 도달했습니다. 멈추지 못하는 노욕 대신 잘 나갈 때 품었던 생각, 정책, 발상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바로 다섯 번째 마음가짐인 지속 또는 마무리하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내 경쟁력을 이루고 있는 것이 나중엔 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최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성공을 지속시키려면 마무리할 것은 제때 마무리하고, 새로운 성공이 가능할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겁니다.


간절하게 시작하기, 방향을 잃지 않고 넓게 아우르기, 제대로 실행하기, 변화에 대처하기, 지속 또는 마무리하기. 다섯 가지 마음가짐 중 특히 부족한 부분의 리더심을 갈고닦아보세요.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의 리더심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들려주는 리더의 마인드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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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조지아 한 달 살기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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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코카서스 주둔군 복부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고, 막심 고리키는 트빌리시에 왔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푸시킨은 조지아 음식과 유황온천에 반할 정도로 러시아 문호들이 칭송했던 조지아. 한때는 ​조지아 하면 미국 조지아주만 알고 있었는데 이젠 여행자들 사이에 조지아 여행이 로망지가 될 만큼 입소문난 곳입니다.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반드시 가야 할 여행지로 꼽히는 곳, 조지아. 러시아, 터키와 인접해 있어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지역에 위치해 묘한 분위기를 가진 나라입니다. 그저 그런 작은 나라가 아닌, 알면 알수록 무한 매력을 뽐내는 조지아에 가이드북 읽으며 더욱 반해버렸어요.​


조지아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까지 세 나라를 일컬어 코카서스 3국이라 부릅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서로 분쟁국가여서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할 땐 조지아를 잘 끼워 넣어 일정을 잡아야 한대요. 가이드북에 알려주는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트래블로그 조지아>에서는 코카서스 3국 여행과 조지아 단독 여행 일정을 잘 소개해뒀습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5세기에 세워진 구시가지를 도보 여행하기 좋게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쿠라 강 주변으로 유적지가 많은 트빌리시는 거리를 따라 걷기 좋은 도시입니다. 여행자 거리라고 부르지만 실상 카페골목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는 골목길에서 카페 투어도 해보고 싶어요. 동서양 문화의 조화, 고대와 현대의 양면성을 다 보여주는 건축물 등 트빌리시 곳곳을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았습니다.


수도 트빌리시를 중심으로 하루씩 다녀올 수 있는 특색 있는 도시들이 가득합니다. 조지아의 옛 수도이자 역사적인 마을 므츠헤타, 스탈린의 고향 고리, 독특한 요새 아나누리, 제정러시아 시절 황실 휴양지였던 힐링 휴양지 보르조미, 프로메테우스 동굴이 있는 쿠타이시, 작은 스위스 메스티아, 낭만의 도시 시그나기, 조지아 여행의 완성 카즈베기, 현대적 매력을 가진 바투미 등 트빌리스 근교 외 조지아 소도시를 소개합니다.


조지아 와인을 아시나요? 조지아 전통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라네요. 조지아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산지 카케티는 수천년 동안 와인이 생산된 지역입니다. 관광 인프라가 발전하고 있는 곳이어서 새로운 정보도 짚어주고 있습니다.


여유롭게 한 달 여행하기에도 좋은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한 달 살기 관련 정보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행 계획하며 준비해야 할 것들을 꼼꼼히 알려주는 가이드북입니다. 스위스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프랑스처럼 풍부한 와인이 있고, 이탈리아처럼 맛있는 음식이 있고, 스페인처럼 정열적인 품과 음악이 있는 조지아. 오감이 즐거운 여행, 웅장한 코카서스산맥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들을 만나보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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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조지아 한 달 살기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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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도보여행기, 로컬 맛집 등 오감이 즐거운 조지아 여행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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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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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 회사 햄블리앤드울리 창업자이자 뉴욕타임스, 타임 등 여러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온 밥 햄블리가 들려주는 경이롭고 흥미로운 컬러의 세계 <컬러애 물들다>. 순수 미술, 디자인뿐만 아니라 문학, 역사, 자연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색. 우리 기억에 있는 색감을 떠올려보면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듯, 색은 감성과 감정 기분을 자극하며 우리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칩니다.


2022년 올해의 색은 제비꽃 색과 비슷한 베리페리 Very Peri입니다. 올해의 색은 색채 연구 기업 팬톤이 매년 12월에 다음 해의 색을 선정해 발표합니다. 팬톤이 개발한 색상 표준 체계는 그래픽 디자인, 산업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패션, 홈 퍼니싱 등 많은 분야에서 색상 체계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어 일반인들도 올해의 색을 알고 있으면 트렌드를 예상하는 데 힌트가 되곤 하지요. 


베리페리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컬러라고 합니다. 블루에 보라, 빨강이 조합된 색감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블루와 보라에서 느껴지는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가 담긴 색감입니다. 이처럼 색이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컬러애 물들다>에서 한껏 들려줍니다.


파랑 하면 창의성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각종 대회에서 최고 중의 최고라는 의미로 파란 리본을 수여하는 곳이 많은 만큼 블루 계열은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지요.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색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희망을 주는 색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이미지를 떠올려보시겠어요? 빨간색, 노란색이 먼저 떠오를 겁니다. 식욕을 자극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색깔이기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색입니다. 공사 현장의 안전모에도 색의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현장 관리 감독을 수월하게 하고 직종을 구분하기 위해 안전모 색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숱하게 공사현장을 지나치고 미디어에 등장해도 안전모 색깔이 퍼뜩 생각나지 않다니. 신경을 쓰지 않으니 기억에 전혀 남질 않네요. 이처럼 색깔은 본래 잠재의식을 자극해 우리의 기분과 선택, 남에게 비춰지고 싶은 모습까지 좌우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색의 사용에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색의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지도 않고 판단 내리고 겉모습에 편견을 갖는 모습을 보여준 닥터 수스의 동화책 <초록 달걀과 햄>처럼 편견을 깨는 경험 또한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페인트는 유일한 자기만의 이름을 가진다고 합니다. 매년 수백 가지 새로운 이름을 고안해 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재미난 이름들도 많습니다. 할머니의 냉장고, 양배추만 첨가... 엄연한 색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몇 가지 색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일반인은 3가지 원추세포가 있어 빨, 파, 초를 기본적으로 구별하는데 네 번째 원추세포를 가진 특별한 1%들은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1억 가지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네요. 잔디를 바라봤을 때 일반인은 밝은 녹색, 어두운 녹색 정도로만 구분한다면 4색형 색각을 가진 이들은 보라색, 청회색, 갈색, 라임색, 에메랄드색, 분홍색, 빨간색, 주황색, 금색 등 수많은 색이 보인다고 합니다.


색에 얽힌 기본적인 분위기 덕분에 상징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염료 자체가 귀한 보라는 여성의 권익을 지지하는 운동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매우 고귀한 가치를 상징한 전통적인 의미가 반영된 거죠. 1960년대에는 의식의 전환이 일어난 시기였기에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존재를 드러내길 원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랑이 그들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색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활용되는 색의 얽힌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놀랍습니다. 색의 탄생, 대중화에 대한 역사 등을 통해 우리 주변의 물건들이 그냥 그 색을 가지게 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컬러애 물들다>. 일상에 깃든 흥미로운 색 이야기에 빠져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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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맷 데이먼.개리 화이트 지음, 김광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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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수많은 NGO에서 우물 파기 사업을 했던 걸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무거운 물통을 지고 수 시간을 걷는 아이의 모습을 비춘 이미지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우물들이 2~3년의 수명을 끝으로 방치되었습니다. 고장 나면 부품을 살 수도 고칠 인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과 위생에 대한 시급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런데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과 물 전문가 개리 화이트가 손을 잡았습니다. 안전한 물과 위생 시설을 세상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구촌 비영리단체 워터닷오알지를 운영하면서 말입니다. <워터 (원제 The Worth of Water)>에서 그들의 물 프로젝트 여정을 보여줍니다.


맷 데이먼은 그저 스타 인지도를 활용한 얼굴마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활동 이력을 보니 대단한 실행가라는 걸 알게 됩니다. 2006년 어느 날, 록스타 U2의 보노에 이끌려 남아프리카 잠비아 시골에 가게 된 것이 그의 인생의 변환점이 되었습니다.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특히 물과 관련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깨닫습니다. 물이 오염되었고, 그런 오염된 물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상황을요.


누군가 물이 있는 곳까지 가서 직접 길어 와야 합니다. 그 누군가는 항상 성인 여자나 소녀입니다. 여자들의 책임인 겁니다. 맷 데이먼은 열네 살 소녀와 동행합니다. 30분을 걸어가 펌프로 우물물을 끌어올리고 18킬로그램이 넘는 물통을 머리에 올리고는 다시 30분을 걸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 소녀의 사례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합니다. 우물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에 살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며 공부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왕복 6시간 걸리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물을 길으러 가는 것이 하루의 전부인 것에 비하면 말이죠. 공부를 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소녀에 비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대다수인 현실입니다.


1980년대 물과 위생 부문에서 시급성을 인지했음에도 변화 없는 상황에 환멸을 느낀 공학도 개리 화이트. 단순 자선활동을 넘어 제대로 된 사회적 기업가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물과 위생 관련 NGO들과 현지 단체들의 파트너십이 쓰고 버리는 식의 관계인 당시 분위기를 회상합니다. 그는 지역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업을 고심합니다.


하지만 이 일에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기부 모금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문제라는 걸 경험합니다. 그러면서도 엔지니어 사고방식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액금융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유누스 교수와 <팩트풀니스>를 쓴 한스 로슬링으로부터 영감을 받습니다. 그는 물과 위생 문제 해결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꿉니다. 화장실이 집에 없는 노인이 결국 비싼 금리의 대출을 받아 집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빈민들이 소액의 공정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맷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는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체를 설립하고 운영해나가면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인지할 때마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 헤맵니다. 그리고 둘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가 됩니다. 빈민들을 자선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문제, 그들의 다양성과 역량을 보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팩트풀니스>의 한스 로슬링에 의하면 지난 20년 동안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인구 비율이 얼마나 변했을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2배로 늘어났거나 그대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가난의 고리를 끊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었다는 겁니다. 그저 무기력한 존재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자신만이 도덕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방법임을 내세워 우물 파기만 한다면, 문제는 오히려 고착화된다는 것에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그들은 물 부족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냅니다. 해결책의 근원을 재정 문제에서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워터닷오알지입니다.


많은 가구들이 소액대출을 받아 물과 위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수도 시설이 갖춰지기 전에는 돈이 얼마가 들든 그 물을 사야만 했습니다. 집안에 수도꼭지를 설치하고 대출금을 상환하며 수도 요금을 내는 것이 유조차로 실려오던 더러운 물을 비싸게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물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짐에서 해방되었을 때 잠재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극빈층은 빌린 돈을 절대 갚지 않는다는 편견은 부서졌습니다.


워터닷오알지는 이제는 불평등과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한 현실은 극단적인 불평등 사례이며, 물 문제 또한 기후 위기의 핵심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물 접근성을 확대해야 미래까지도 도움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더욱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4인 가정이 매일 손만 씻는데 75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지만 그들은 손조차 씻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안전과 물과 위생에 달렸다는 걸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더욱 절감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양치하고, 양변기 물을 내리고, 커피 물을 내리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죽을 것만 같은 갈증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무의식적으로만 이용하기에 그 시설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물 부족은 그저 비용 문제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 물 부족이 치명적이 된다는 걸 머릿속에 각인이 되지 않고 있기에 <워터>의 이야기가 더욱 의미 있습니다. 물은 생명이라는 추상적이고 대의적인 말을 넘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물과 위생 문제가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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