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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평점 :
그래픽 디자인 회사 햄블리앤드울리 창업자이자 뉴욕타임스, 타임 등 여러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온 밥 햄블리가 들려주는 경이롭고 흥미로운 컬러의 세계 <컬러애 물들다>. 순수 미술, 디자인뿐만 아니라 문학, 역사, 자연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색. 우리 기억에 있는 색감을 떠올려보면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듯, 색은 감성과 감정 기분을 자극하며 우리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칩니다.
2022년 올해의 색은 제비꽃 색과 비슷한 베리페리 Very Peri입니다. 올해의 색은 색채 연구 기업 팬톤이 매년 12월에 다음 해의 색을 선정해 발표합니다. 팬톤이 개발한 색상 표준 체계는 그래픽 디자인, 산업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패션, 홈 퍼니싱 등 많은 분야에서 색상 체계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어 일반인들도 올해의 색을 알고 있으면 트렌드를 예상하는 데 힌트가 되곤 하지요.
베리페리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컬러라고 합니다. 블루에 보라, 빨강이 조합된 색감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블루와 보라에서 느껴지는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가 담긴 색감입니다. 이처럼 색이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컬러애 물들다>에서 한껏 들려줍니다.
파랑 하면 창의성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각종 대회에서 최고 중의 최고라는 의미로 파란 리본을 수여하는 곳이 많은 만큼 블루 계열은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지요.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색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희망을 주는 색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이미지를 떠올려보시겠어요? 빨간색, 노란색이 먼저 떠오를 겁니다. 식욕을 자극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색깔이기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색입니다. 공사 현장의 안전모에도 색의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현장 관리 감독을 수월하게 하고 직종을 구분하기 위해 안전모 색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숱하게 공사현장을 지나치고 미디어에 등장해도 안전모 색깔이 퍼뜩 생각나지 않다니. 신경을 쓰지 않으니 기억에 전혀 남질 않네요. 이처럼 색깔은 본래 잠재의식을 자극해 우리의 기분과 선택, 남에게 비춰지고 싶은 모습까지 좌우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색의 사용에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색의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지도 않고 판단 내리고 겉모습에 편견을 갖는 모습을 보여준 닥터 수스의 동화책 <초록 달걀과 햄>처럼 편견을 깨는 경험 또한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페인트는 유일한 자기만의 이름을 가진다고 합니다. 매년 수백 가지 새로운 이름을 고안해 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재미난 이름들도 많습니다. 할머니의 냉장고, 양배추만 첨가... 엄연한 색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몇 가지 색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일반인은 3가지 원추세포가 있어 빨, 파, 초를 기본적으로 구별하는데 네 번째 원추세포를 가진 특별한 1%들은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1억 가지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네요. 잔디를 바라봤을 때 일반인은 밝은 녹색, 어두운 녹색 정도로만 구분한다면 4색형 색각을 가진 이들은 보라색, 청회색, 갈색, 라임색, 에메랄드색, 분홍색, 빨간색, 주황색, 금색 등 수많은 색이 보인다고 합니다.
색에 얽힌 기본적인 분위기 덕분에 상징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염료 자체가 귀한 보라는 여성의 권익을 지지하는 운동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매우 고귀한 가치를 상징한 전통적인 의미가 반영된 거죠. 1960년대에는 의식의 전환이 일어난 시기였기에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존재를 드러내길 원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랑이 그들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색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활용되는 색의 얽힌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놀랍습니다. 색의 탄생, 대중화에 대한 역사 등을 통해 우리 주변의 물건들이 그냥 그 색을 가지게 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컬러애 물들다>. 일상에 깃든 흥미로운 색 이야기에 빠져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