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마음여행 - 지친 영혼에 보내는 초대장
고경수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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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윤리 선생님 고경수 저자의 마음 치유서 <나를 찾아서, 마음 여행>. 저마다의 힘듦을 안고 사는 청소년부터 중장년층 모두가 읽기 좋은 인문 심리서입니다.


유독 심신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 마음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 떠나고 싶다는 한탄 섞인 푸념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마음의 길을 따라가는 삶을 살지 못하는 쳇바퀴 같은 삶. 그것은 바로 '거울 자아'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비친 나의 모습에만 집중해서 살아왔기에 거울 자아에 구속당한 채 삶을 소비하고 있으니까요. 그 삶이 최선인 것처럼 자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의 기준마저도 내가 아닌 타인에게 있습니다. 겉모습은 타인을 배려하는 도덕적인 인간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면은 무기력하거나 어둑하게 잠겨 있습니다. 이런 거울 자아를 만든 건 가정과 학교라고 합니다.


<나를 찾아서, 마음 여행>은 거울 자아에 길들여진 삶을 짚어주며 그렇기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답변은 절대 타자에 의해 규정되어서는 안 되고 스스로가 찾아야만 하는 겁니다.


"삶의 이력서라는 것이 결국은 누구의 관심과 기대, 책임을 얼마만큼 잘 수행했는지에 의해 가득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 나를 찾아서, 마음 여행 中 


당신은 자신의 가치와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나요.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무언가가 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짓누른다면 참다운 나를 찾지 못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걸까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면 자아가 잘 발달되어야 가능한 마음 여행.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다짐하지만 얼마 못 가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죠. 내면의 자아, 타인과의 관계,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내 안의 나를 만나는 <나를 찾아서, 마음 여행>으로 그 길을 함께 걸어보세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는 어떻게 참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일까요. 참되게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능한 참된 사랑. 사랑함 그 자체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 주지 않지만, 홀로 선 누군가가 다른 이를 가슴에 담고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삶이 전하는 소소한 행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의식에 자리 잡은 악의 모습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결핍된 감성으로 응집되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에 무의식의 세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경쟁 중심의 사회 속에서 각자 도생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공감과 소통의 공간을 점점 잃어갑니다. 진정으로 내 안의 나를 돌봐 줄 영혼의 쉼터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일상 속에 무료함이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중독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몰입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대상에 따라 중독이라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인간의 근원적 욕구 속에 담긴 가장 절실한 소망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타자를 통해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겁니다. 그 기준이 대중성에 맞춰져 있습니다. 자기의 본질을 숨긴 채 대중이 의식하는 좀 더 멋진 것을 꿈꾸며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삶. 그게 싫어서 이 책을 읽고 있지 않은지요. 여기서 고경수 저자는 근원적 질문을 다시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말이죠. 


"부, 권력, 학벌, 여행, 사랑, 취미, 열정 등 수많은 가치 속에 융합된 나는 누구인가?" - 나를 찾아서, 마음 여행 中 


<나를 찾아서, 마음 여행>은 내 안의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한 마음 여행에 도움 되는 일들을 독서, 여행 등 저자의 행적으로 담담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떤 의문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사유를 하고, 그 속에서 내 삶의 진정한 빛깔을 발견하기까지 마음 여행의 여정이 이어집니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존재의 철학을 이야기해왔지만 그만한 성찰을 하기 힘든 중생의 나는 그 여정을 견디지 못하고 멈추기 일쑤였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게 되는 '나는 누구인가?'였습니다. 그런데 고경수 저자가 툭 던진 말이 그 어떤 해답보다 더 와닿았습니다.


때로는 거울의 모습일 수도,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나에게서 찾아내는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이야기하는 <나를 찾아서, 마음 여행>. 타인의 시선이 굴레가 아닌 디딤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사유의 시간을 안겨줍니다.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수많은 나를 포옹해 줘야 할 내 모습임을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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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백만장자 (골드 리커버 에디션) - 푼돈이 모여 어마어마한 재산이 되는 생생한 비법
토머스 J. 스탠리.윌리엄 D. 댄코 지음, 홍정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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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출간 후 500만 부 이상 판매된 부자학의 고전 <이웃집 백만장자>. 20주년 기념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판으로 만나봅니다. 14,000명이 넘는 미국 부자들의 설문조사를 포함한 현실 데이터에 바탕을 둔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보통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연구한 결과입니다. 부자가 되는 원리는 간단했습니다. 번 것보다 적게 소비하고,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성장할 수 있도록 '다름'에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과도한 소비 스타일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더욱 유용한 인사이트를 안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백만장자라 하면 재벌쯤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내 주변 이야기가 아닐 거라 생각할 테지만, 조사 초반부터 연구진들을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 생깁니다. 소위 부자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비싼 집에 살고 고급차를 모는 사람들 중 사실 큰 부자가 아닌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겁니다. 상당한 부를 지닌 사람들 대다수가 부자동네에 살지 않더라는 겁니다. 이를 계기로 진짜 부자가 누구인지, 누가 부자가 아닌지부터 연구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부는 수입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혀냅니다. 버는 만큼 모두 다 써 버린다면 부유층의 생활만 누리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진짜 부자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부를 축적하는 능력은 근면, 인내심, 계획적, 자제력 있는 생활 습관으로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부는 당신이 축적하는 것이지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 이웃집 백만장자 





고용주로부터 받는 월수입이나 사회 복지 수당이 없다면 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평균 순재산이 제로에 가까울 거라고 합니다.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말하는 백만장자는 소득 및 연령을 고려한 순재산이 어마어마한 사람입니다. 재정적인 독립,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상속 재산으로 백만장자가 된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일궈낸 1세대 백만장자였고 그들의 직업은 용접 기술자, 경매인, 농부, 이동 주택 단지 주인, 해충 퇴치 업자, 수집용 우표 및 동전 판매업자, 도로 포장 업자 등이었습니다.


경제 능력을 상징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쪽이 쉽게 느껴질 테지만 돈을 까먹기만 하는 행동입니다. 이웃집 백만장자들은 실제로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는 데 노력했습니다. 부자를 묘사하는 단어 세 가지를 알려줍니다. 절약, 절약, 또 절약. 과소비 생활을 하면서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는 걸 밝혀줍니다.


자수성가형 백만장자들의 배우자 역시 결코 과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지출 통제할 자제력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소득이 높은데도 재산을 모으지 못한다고 한탄한다면 <이웃집 백만장자>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부자 놀이를 하려고 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20년간 수많은 부자들을 조사하며 알게 된 소비 습성의 중요성. 그 사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자수성가 스토리에서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인 절약 정신은 뻔한 감동 에피소드로 치부할 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부자들만의 법칙임을 강조합니다.


<이웃집 백만장자>는 수년 동안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부자들의 특징 7가지를 하나씩 짚어줍니다.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돈 공부에 관심 많은 부모에게도 도움 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흥미롭게도 1세대 부자들의 절약 정신이 자녀에게로 완벽하게 넘어가지는 않나 봅니다.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싶은 부모의 마음이 오히려 자녀들의 경제관념을 느슨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부자가 된 부모를 둔 자녀의 입장에서는 상속 재산에 대한 미련이 남기 마련입니다.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보조를 제공하는 대신 생활 방식을 물려주는 진짜 부자의 바람직한 규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자신의 재정 상태를 관리하는 대신 새로운 소비에 관심을 두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는 <이웃집 백만장자>. 이들이 꾸준히 돈을 벌고 재산을 축적하는 방식은 무척 현실적입니다. 점점 재산이 줄어드는 생활방식이 아닌 사소하지만 누적될수록 그 진가가 발휘되는 조언이 가득합니다. 1970년산 보르도 포도주 대신 값싼 병맥주를 마시면서, 나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더 값싼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노후 준비를 끝낸 이웃집 백만장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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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로 살아나는 김구 인포그래픽 인물시리즈 2
권동현 지음,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코알라스토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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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반해버린 인물 이야기 <비주얼로 살아나는 김구>. 필요한 정보를 한 장에 담아내는 비주얼스토리텔러 권동현 저자의 책입니다. 어린이 도서이지만 온 가족 함께 읽을 수 있는 수준 높은 구성이에요. 우리나라 대표 위인의 삶을 한 장의 그림으로 요약한 인포그래픽 인물시리즈 두 번째 책인데, 구성이 맘에 쏙 들어 전작 이순신 편과 앞으로 나올 책 모두 소장하고 싶어졌어요.


커버 안쪽에는 김구 일생의 주요 대표 장면을 압축해 한 장으로 표현한 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장면들을 통해 격동의 시대 속 김구를 찾아보세요. 한 평생을 오로지 대한 독립을 위해서만 살았고, 가장 낮은 신분에서 민족의 지도자가 된 백범 김구 선생. 한 장의 그림으로 한 사람의 드라마를 보여주며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쉬운 <비주얼로 살아나는 김구>. 인물 생애를 중심으로 역사적 배경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어 한국사 및 세계사의 큰 흐름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호의호식하지 못했지만 오로지 신념, 노력, 용기로 살아낸 겨레의 큰 스승 백범 김구. 어린 시절과 항일운동, 서거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드라마를 책 한 권으로 단숨에 만날 수 있습니다.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이 시작되던 격동의 조선 땅에 태어난 김구. 어린 시절 이름은 창암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척양척왜를 외치는 동학군 선봉장으로 나서기까지 김구의 어린 시절을 살펴봅니다.


동학농민운동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안태훈 진사(아들 셋 모두가 독립운동가로 이름 떨친 - 그중 첫째 아들이 바로 안중근 의사)의 도움으로 피신하며 스승 고능선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때 많은 배움을 얻게 된 김구는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다 치하포 주막에서 칼을 찬 일본군을 죽이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당시 이야기를 그려냈지요. 스스로 옳은 일을 했다고 믿었기에 후회와 두려움은 없었고, 다행히 사형을 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 후 일본의 대대적인 독립운동가 색출로 김구도 다시 체포되어 큰 고문을 당하며 지옥의 감옥 생활을 하고 가석방으로 나옵니다. 일제 통치에서 과거 기록 추적을 막기 위해 이름을 계속 바꿔야 했습니다. 가장 낮고 평범한 사람이란 의미의 백범이란 호도 이즈음에 사용하게 됩니다.





<비주얼로 살아나는 김구>에서는 인포그래픽을 이용한 이미지가 많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한눈에 보기 쉽게 표현하고 있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은 일제 통치 하의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루어진 활동이 무척 많다는 걸 알려주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세계 곳곳에서 펼쳐졌던 시기입니다. 본격 항일 운동이 이뤄지며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한국광복군이 연합군 일원으로 일본에 선전포고하며 싸운 뭉클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손으로 독립을 실행하지 못한 채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결국 분단으로 이어지게 되는 여정은 씁쓸합니다. 통일정부 수립을 절규하는 '3천만 동포에게 읍고함'을 발표하기도 하는 등 분열의 과정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했던 처절한 노력들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한 평생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아온 겨레의 큰 스승 백범 김구는 같은 민족의 총탄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1995년에 작성된 '백범 김구 선생 암살 진상 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안두희의 우발적 범죄가 아닌, 이승만 정권 수뇌부 차원의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임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하나의 큰 목표를 위해 발걸음을 내디딘 백범 김구 선생의 모든 것을 만나는 시간 <비주얼로 살아나는 김구>.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선택에 대한 삶의 지혜를 얻게 됩니다. 인포그래픽 인물시리즈 3탄은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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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소박한 집밥 이야기
보현 스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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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은 인생 9단 보현 스님. 종교 불문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사찰음식의 정갈함이 담겼으면서도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오신채, 젓갈을 사용한 기본 밥반찬을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은 유튜브 '요리9단보현스님'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던 인기 메뉴들을 추려 집에서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 보현표 레시피로 정리한 요리책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힐링 받을 만큼 자연미가 가득한 사진 화보가 예술입니다. 자연광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요리책입니다.


보현 스님은 남양주 용화미륵암 주지 스님입니다. 마흔일곱 늦은 나이에 출가해 수행에 정진하고 계십니다. 촌스럽고 투박한 산골 집처럼 보이는 사찰에서 먹거리 밭일을 직접 하며, 산행, 기도 등 소소한 일상을 선보이는 보현 스님의 하루는 보는 이의 마음도 절로 평온하게 만들어주니 어느새 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4시간이 모자라는 N잡러 보현 스님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산나물 요리부터 시작해 볼까요. 돌미나리초무침 보는 순간 입맛이 확 돋습니다. 돌미나리는 데치지 않고 식초 물에 3분 담가 살균해서 바로 무치면 되는 거였어요. 저는 취나물을 샐러드로 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보현 스님은 데친 취나물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비벼 먹으면 맛날 것 같아요. 솔직히 나물을 데치는 걸 잘 못하는 편이라 매번 흐물흐물해지는 식감으로 끝났었는데, 취나물 조리법에서 10초 이내로 데쳐야 한다는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살짝 데친다는 뜻이 정말 짧은 시간이었군요. 쉬운 듯싶어도 은근 까다로운 조리법들을 보현표 레시피로 완벽하게 쉽게 습득해 봅니다.


집밥 보다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반찬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동네 반찬집에서 사다 먹는 습관이 들어버린 요즘이라 안 그래도 치솟은 물가에 부담스러워진 게 사실입니다. 재료값도 부담 없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보현표 집밥 레시피가 고맙게 다가옵니다. 꽈리고추도 최애 밥반찬인데 멸치 조합이 아닌 유부 조합으로 만든 보현 스님의 유부꽈리고추볶음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들깻가루를 넣은 부침가루 반죽으로 부쳐낸 들깨알배추전은 어떤 맛일지도 궁금해집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밥반찬 레시피가 가득한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빈틈 많고 어딘가 어설픈 스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꾸미지 않은 담백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보현 스님의 일상 속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보살님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해도 믿음의 대상이 누구이든 오늘을 살아갈 의지가 생긴 것에 진심으로 축하하고, 겨울엔 캐럴도 부르는 보현 스님. 살맛나는 하루가 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입맛을 가진 대중이라면 밋밋한 사찰음식은 먹을 때 즐거움이 줄어들 겁니다. 그래서 보현표 레시피는 접점을 찾았습니다. 두부, 얼갈이배추, 깻잎, 오이, 표고버섯, 비트 등을 이용한 장아찌 같은 발효음식으로 말이죠. 10년 묵은 씨간장, 3년 이상 숙성시킨 된장, 밤가루가 들어간 고추장, 만드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는 무조청을 가진 보현 스님표 보물들이 무척 탐납니다. 요즘은 다 사서 먹다 보니 깊은 맛이 확실히 덜한 것 같거든요.


중생들의 고단함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살맛나는 밥상을 지향하는 보현 스님의 마음이 담긴 요리책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채식을 지향하는 이라면 마음에 쏙 들 거예요. 무침, 조림, 찜, 장아찌, 김치, 국, 탕, 찌개 그리고 간식까지. 특히 보현표 당면강정은 그 어디에서도 못 봤던 레시피인데 누구든 한 번 맛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영양 간식이라니 당장 당면을 사다 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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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이웃들 - 우리 주변 동식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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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독일 정원도서상 수상작 <선량한 이웃들>.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독일의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 안드레아스 베를라게는 어린 시절 정원과 함께 자란 덕분에 이사 갈 때마다 새롭고 다양한 환경의 정원을 가꿉니다. 그런데 덩치도 작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웃들이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연스레 식물이 있는 정원을 찾아오는 동물의 세계에도 푹 빠지게 된 겁니다.


솔직히 나비와 벌 정도라면 저도 반가워하겠지만 친해지고 싶지 않은 곤충은 어쩌죠? 베란다는 물론이고 텃밭 같은 야외 환경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에게 해충의 의미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선량한 이웃들>에서는 정원은 흠결 없는 장식품이 아님을 강조함과 동시에 풍요의 정의를 내립니다. 동식물종 분포 스펙트럼이 최대한 넓을수록 그것이 풍요라고 말이죠. 정원을 가꾸며 식물을 지킨답시고 인간이 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우리의 주거 공동체 안에 속한 동식물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걸 분명히 알려줍니다. 나도 살고 너도 살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는 건 이해되지만... 그렇다면 도무지 심적으로 친해질 수 없거나 식물을 망치는 동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년 전 집 주변에 무당벌레가 창궐했는지,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녀석들이 꽤 있어 혼비백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식물에 앉아있을 땐 귀엽게 보이던 무당벌레가 정작 집으로 들어오자 해충처럼 바라보게 된 셈이죠. 기후 변화 때문인지 작년까지는 못 봤던 새로운 벌레가 해마다 하나씩 등장하는 느낌이라 따뜻해지는 계절이 오면 지레 긴장됩니다. 유난히 나무와 꽃이 많은 주변 아파트에서는 마침 오늘 살충제를 뿌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징그러운 벌레이지만 제 눈에는 귀여운 존재도 있습니다. 톡토기입니다. 제가 키우는 육지소라게 사육장 내부는 숲속과 비슷한 환경을 유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의 청소부인 톡토기도 번창하고 있습니다. 흙 1제곱 미터에 최대 10만 마리가 있을 수 있다지만 그 정도까지는 원하지 않지만요. <선량한 이웃들>은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내려놓게끔 합니다. 정원에서조차 모든 게 내 소유라는 이기주의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합니다. 해충에 대한 인간의 편견, 왜곡을 하나하나 깨뜨립니다. 우리가 엉뚱하게 잘못 알고 있는 정보도 많다는 걸 짚어줍니다. 더불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식물들에 대한 상식처럼 알고 있던 속설의 진위도 가려내줍니다. 





요즘처럼 집약 농경이 이루어지는 밭의 화학물질들은 동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이 아니라면 자연계의 균형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일 뿐이라는 걸 하나하나 알려줍니다. 안정된 시스템의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정원의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인위적으로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선량한 이웃들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정원이나 발코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한다든지 (곤충을 위한 식물 리스트도 있음), 동물을 위한 숙소를 지어준다든지 (곤충 전용 호텔 짓는 법도 있음) 이처럼 식물, 곤충, 작은 동물 그리고 인간이 운명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저 정원 도구만 가지런히 잘 정리하면 될 뿐, 정원 자체가 잘 정리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낙엽 더미를 다 치워 버릴 필요도 없습니다. 잡초도 모조리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물의 잔해가 다른 어떤 생명체에게는 무척 쓸모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연은 익충과 해충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익충을 먹어버리는 새가 나타나면 해충 역시 잡아먹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뱀이나 쥐가 들어오는 건 음... <선량한 이웃들>에서는 대자연이 스스로 행하는 무질서에 대한 인간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정원이라는 작은 공간은 지구 생태계와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일깨웁니다. 물론 동물 배설물이나 진드기처럼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주의해야 것들도 분명 있습니다. 꼭 쫓아내야 한다면 정원과 집에 독극물을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기술도 있습니다. 정착할 생각하지 못하게 스트레스 환경을 만든다든지, 토분을 활용해 그곳에 곤충들이 입주하도록 만들어 숲속으로 옮긴다든지, 개미의 길은 라벤더 기름처럼 향이 진한 물질을 뿌리면 고속도로가 끊어진다든지 등 다양한 노하우들을 알려줍니다.


정원이라는 작은 개념에서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결국 지구에서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라는 넓은 시야로 확장하게 하는 <선량한 이웃들>. 능력 있는 동물들과는 잘 지낼 수 있도록, 자연계의 제어 방식을 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범위에서 곤란한 동물은 피할 수 있게 하는 공존의 사고방식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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