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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소박한 집밥 이야기
보현 스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은 인생 9단 보현 스님. 종교 불문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사찰음식의 정갈함이 담겼으면서도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오신채, 젓갈을 사용한 기본 밥반찬을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은 유튜브 '요리9단보현스님'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던 인기 메뉴들을 추려 집에서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 보현표 레시피로 정리한 요리책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힐링 받을 만큼 자연미가 가득한 사진 화보가 예술입니다. 자연광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요리책입니다.
보현 스님은 남양주 용화미륵암 주지 스님입니다. 마흔일곱 늦은 나이에 출가해 수행에 정진하고 계십니다. 촌스럽고 투박한 산골 집처럼 보이는 사찰에서 먹거리 밭일을 직접 하며, 산행, 기도 등 소소한 일상을 선보이는 보현 스님의 하루는 보는 이의 마음도 절로 평온하게 만들어주니 어느새 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4시간이 모자라는 N잡러 보현 스님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산나물 요리부터 시작해 볼까요. 돌미나리초무침 보는 순간 입맛이 확 돋습니다. 돌미나리는 데치지 않고 식초 물에 3분 담가 살균해서 바로 무치면 되는 거였어요. 저는 취나물을 샐러드로 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보현 스님은 데친 취나물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비벼 먹으면 맛날 것 같아요. 솔직히 나물을 데치는 걸 잘 못하는 편이라 매번 흐물흐물해지는 식감으로 끝났었는데, 취나물 조리법에서 10초 이내로 데쳐야 한다는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살짝 데친다는 뜻이 정말 짧은 시간이었군요. 쉬운 듯싶어도 은근 까다로운 조리법들을 보현표 레시피로 완벽하게 쉽게 습득해 봅니다.
집밥 보다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반찬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동네 반찬집에서 사다 먹는 습관이 들어버린 요즘이라 안 그래도 치솟은 물가에 부담스러워진 게 사실입니다. 재료값도 부담 없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보현표 집밥 레시피가 고맙게 다가옵니다. 꽈리고추도 최애 밥반찬인데 멸치 조합이 아닌 유부 조합으로 만든 보현 스님의 유부꽈리고추볶음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들깻가루를 넣은 부침가루 반죽으로 부쳐낸 들깨알배추전은 어떤 맛일지도 궁금해집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밥반찬 레시피가 가득한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빈틈 많고 어딘가 어설픈 스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꾸미지 않은 담백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보현 스님의 일상 속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보살님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해도 믿음의 대상이 누구이든 오늘을 살아갈 의지가 생긴 것에 진심으로 축하하고, 겨울엔 캐럴도 부르는 보현 스님. 살맛나는 하루가 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입맛을 가진 대중이라면 밋밋한 사찰음식은 먹을 때 즐거움이 줄어들 겁니다. 그래서 보현표 레시피는 접점을 찾았습니다. 두부, 얼갈이배추, 깻잎, 오이, 표고버섯, 비트 등을 이용한 장아찌 같은 발효음식으로 말이죠. 10년 묵은 씨간장, 3년 이상 숙성시킨 된장, 밤가루가 들어간 고추장, 만드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는 무조청을 가진 보현 스님표 보물들이 무척 탐납니다. 요즘은 다 사서 먹다 보니 깊은 맛이 확실히 덜한 것 같거든요.
중생들의 고단함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살맛나는 밥상을 지향하는 보현 스님의 마음이 담긴 요리책 <요리 9단 보현 스님의 살맛나는 밥상>. 채식을 지향하는 이라면 마음에 쏙 들 거예요. 무침, 조림, 찜, 장아찌, 김치, 국, 탕, 찌개 그리고 간식까지. 특히 보현표 당면강정은 그 어디에서도 못 봤던 레시피인데 누구든 한 번 맛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영양 간식이라니 당장 당면을 사다 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