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만이 무기다 -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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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문 분야 역대 최다 판매 기록 세운 『초역 니체의 말』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당신에게 전하는 기회의 손길 <지성만의 무기다>.

 

지성을 갖춘 인간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나, 지성적이지 못하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만큼 "공부는 자신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살찌우는 일이다."라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공부는 교육 시스템에 따른 학교 공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변신하는 모험을 동반하는 스스로 하는 진짜 공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공부의 정체는 바로 '읽기'입니다.  왜 읽어야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디서 언제 읽을 것인가, 무엇을 정말 하고 싶고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시라토리 하루히코 저자의 읽기법은 기존에 읽었던 독서법과 비슷한 내용도 물론 나오지만, 신선한 이야기가 많아 저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은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읽는다는 행위는 뇌의 작동이 필요한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생각의 재료 중 하나가 책입니다. 이쯤 되면 흔한 독서법 책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생각'하며 읽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독서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 책을 읽는 행위로 오로지 그 사람의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자신의 머리를 사용한 '간파'가 있기에 독서란 그저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독서는 자기 투자의 개념이 아니다.
독서의 가장 큰 의미는 자신과 타인을 '알아 가기' 위한 것이다." - 책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읽어야 무기가 될 수 있을까요. 독서는 삶의 의미나 가치 없이 사는 니힐리즘을 무너뜨린다고 합니다. 폭넓은 독서를 통해 어떤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걸 인식함으로써 자신에게 중요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일상의 요소요소에서 자유롭게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단지 지식이나 줄거리만 건져내는 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백이면 백 모두 다릅니다. 각자 자신의 수준에 따라 내용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 책을 읽는 시점에서 자신이 가진 세계관과 동일한 수준의 독서만 할 수 있다고 해요. 빈약한 이해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을 보완하는 데 필요하는 건 '정독'입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정독은 그야말로 제대로였어요. 문장과 단어가 가진 정확한 표현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의미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고, 여백에 기록해야 하고, 사상적 핵심과 시대 배경까지 알아야 해서 한 줄 이해하느라 다른 책 몇 권을 읽게 되기도 합니다. 한 권 정독하는데 저자는 반년에서 1년 정도 걸린다는군요. 홀로 시작하는 정독은 과거의 자신을 크게 뛰어넘게 됩니다. 자신의 인식이 새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정독과 함께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편견으로 읽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자신의 가치관을 중심에 두고 책을 읽기만 하면 당연히 자신이 가진 지식의 범주 안에서만 해석하게 됩니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다양한 분야, 종류의 책을 다독하는 것을 병행해야 합니다. 이때도 지식 습득이 최초의 목적이 되지 않아야 하고,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최적의 장소를 만드는 법, 시간을 늘리는 기술 같은 건 읽다가 저도 모르게 하고 있던 부분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요.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경우엔 다른 취미를 버리라고 과감히 말하는 저자의 말에 빵 터졌습니다. 어쨌든 독서의 진정한 동기부여는 자신의 내부에서 부글부글 솟구치는 힘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보는 과거의 데이터에 불과하고, 정보를 가공한 지식은 자신의 힘으로 얻은 경험이 되고, 지식보다 한 차원 높은 지혜는 자유자재로 비약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철학자들은 대개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자식을 연결하는 제너럴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전문가를 의미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늘었습니다. 저자는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는데 저자가 말한 정독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해본다면 역사, 정치, 경제, 철학, 과학, 종교, 지리 등 모든 분야를 건드리게 되는 구조여서 자연스럽게 제너럴리스트에 다가설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방법이 나오는데요. 시간 여유는 없는데 헛수고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아홉 시간 속성 학습법은 (여기서도 학업 공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무척 유용해 보입니다. 어느 사안에 대해 요점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기 쉽도록 전달할 때 활용할 수 있는데요. 일명 벼락치기 공부지만 이만하면 감쪽같은 걸 싶을 정도였어요. 물론 그 과정이 단순히 인터넷 검색은 아니고 제법 공부다웠어요.

 

생각하기의 기초 연습 '읽기'. 수험 공부나 오타쿠 공부는 비탐구형 노력만 들이면 되지만, 추리소설 읽을 때 탐구의 요소가 많을수록 재미가 좋은 것처럼 탐구형 노력을 들이는 공부여야 뇌의 굶주림을 채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스스로의 의지입니다. 저자는 <지성만이 무기다>를 통해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폭넓은 기회의 손길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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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복음 현대시 기획선 5
김은상 지음 / 한국문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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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연의 현대시 기획선 다섯 번째, 김은상 시집 <유다복음>.
말랑말랑 감성시조차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생생하고 처절한 고민의 흔적이 가득한 시어를 접하는 걸 두려워합니다. 김은상 시집 <유다복음>에 수록된 시 44편 대부분도 제대로 이해할만한 감성은 없었지만 시인의 고민을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었어요. 

 

 

 

2009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은상 시인은 <유다복음>에서 가난, 자본주의, 종교를 이야기합니다. 어디까지가 자전적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집 뒤쪽에 실린 김산 시인의 해설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겪은 지독한 가난. 시 「어느 멋진 날」은 제목과는 달리 가난과 폭력을 마주하는 생생한 두려움이 가득한 시였어요. 반어적인 제목이 오히려 돋보여 인상 깊었던 시입니다.

 

고된 생활은 갓 이십 대 청년이 되어서도 이어집니다. 휘황찬란한 도시 풍경 건너 달방에 머물며 시를 썼던 시절, 홍등가 포주 할머니의 밥상을 받으며 사람이 고팠음을, 당신도 아프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김은상 시인의 시는 내상을 입은 자의 것처럼 들립니다.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의 후일담처럼 살았다"(p40)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의 구덩이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아니기에 저로서는 오히려 읽을만했던 시였어요.

 

 

 

정호승의 시 『서울 예수』를 변주한 시 「서울 예수」는 타락한 자본주의를 풍자합니다. 이 시에서도 '고프다'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그에게 있어 배가 고프다는 굶주림의 의미를 넘어 결핍, 외로움, 아픔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시 「귀」에 나온 "나는 어디서 길을 잃은 뱀의 껍질일까"라는 문장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는데요. 저승에 가져갈 수 없는 신발 같은 허물. 길 잃은 자아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몇 번을 읊조리게 되더라고요.

 

「공산당선언」이라는 시는 자본주의를 풍자하며 새로운 의미로서의 공산주의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의 공산당은 보이지 않는 손을 잘라내고 자신의 손을 만져보는 사소함을 꿈꿉니다."라고 합니다. 착잡한 현실 세상을 탓하지만 않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유다복음」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를 통해 교회의 부패와 타락한 정신을 꼬집기도 합니다. 풍자식으로 이야기하는 이 시는 비기독교인인 제가 읽어내기엔 어려움이 많아 시인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해석할 여지는 없습니다.

 

김산 시인의 해설이 없었다면 저는 더 막막했을 거예요. 김은상 시인의 시 세계는 제 수준에서 바라보기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외워둬야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을 탁 건드린 시구들이 있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럽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때를 청춘이라고 말하기 위해서
나는,
늙어간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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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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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인랑, 영원한 전쟁, 스타십 트루퍼스, 로보캅, 아이언맨 등 파워드 수트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신개념 SF 일본 경찰 소설 <기룡경찰> 시리즈도 흥미진진할 겁니다.

 

쓰키무라 료에 작가는 본작 <기룡경찰>을 시작으로 기룡경찰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2012년에는 후속작 <기룡경찰 - 자폭조항>으로 일본SF대상 수상, 2013년에는 <기룡경찰-암흑시장>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면서 기룡경찰의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았어요. 이후 신작 나올 때마다 미스터리계 상을 수상하며 걸출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네요. 

 

 

 

인체를 본떠 설계한 이족보행용 군용 유인 병기 기갑병장. 테러와 민족분쟁이 증가하면서 전술도 변화되었습니다. 기갑병장이 등장하는 작품 대부분이 외계 생물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기룡경찰>은 현대 경찰의 모습에서 파워드 수트를 입은 상태를 상상하면 되니 좀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어요.

 

의문의 신고 전화 한 건으로 출동한 순찰차를 짓밟고 도주하는 기갑병장 세 기. 경찰관과 시민 사상자 다수가 발생하는 사건으로 번집니다. 지하철 승객을 인질로 잡은 상황에서 경찰 SAT와 경찰이지만 경찰 내부에서 배신자 취급을 당하는 특수부 SIPD의 신경전이 팽팽합니다. 경시청 특수부 폴리스 드래군은 어느 부서에도 속하지 않은 전속 수사원과 돌입 요원을 데리고 있는 특수 부서입니다. 통칭 기룡경찰이라고 부릅니다. 

 

 

 

 

특수부 SIPD는 그 구성원부터 특별합니다. 외부인과의 계약을 통해 조직된 곳으로 기갑병장 드래군 3기가 있습니다. 양산형 기갑병장의 단순 기계조작을 넘어 장착자의 척수와 연결해 성능이 훨씬 막강해졌고 그야말로 '사람'처럼 생긴 극비 신형 기종입니다. 드래군의 기술이 극비인 만큼 드래군 장착자는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드래군을 최우선으로 보전해야 합니다.

 

특수부 기갑병장 세 기를 담당한 자들은 프리랜서 용병 스가타 도시유키, 전직 형사 출신 유리 미하일로비치 오즈노프, 전직 테러리스트 라이저 라드너. 그들의 전용 드래군은 각각의 이름이 있고 생김새와 주 능력도 제각각입니다. 스가타의 피어볼그는 원시적인 근육질 형태의 카키색 드래군, 유리의 바게스트는 경찰견 같은 민첩함과 칠흑의 위용을 보이는 검은색 드래군, 여성인 라이저의 밴시는 때묻지 않은 천사이면서도 죽음을 예고하는 여자 유령 같은 새하얀 드래군입니다. 그리고 최정예 수사반을 꾸린 인물은 외무성에서 온 오키쓰 부장입니다. 

 

 

 

결국 경찰 SAT의 양산형 기갑병장 고블린을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들고, 특수부는 후방 지원하는 모양새로 한 발 물러서게 되는데. 하지만 테러범들의 덫에 걸려 돌입하던 SAT는 전멸하고, 그나마 지원 온 스가타가 범인 중 한 명을 사살, 나머지 범인들은 유유히 탈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조직 내 파벌의 배타적 자세는 무책임하고 부조리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특수부를 경찰 취급하지 않는 경찰들의 행태는 사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온갖 악재에도 테러범들의 거처를 발견하게 된 특수부. 테러 실행범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이번 편에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후속작이 간절하네요. 얼른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스가타, 유리, 라이저 세 명의 돌입 요원 각각의 내면을 묘사한 부분, 긴박감을 자아내는 전투 장면, 군더더기 없이 진행하는 구성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황금가지 출판사의 라이트 리터러처 LL 시리즈에 속한 <기룡경찰>. LL의 간판이 될만한 책입니다. 문고판 정도의 크기와 무게감이지만 책만 가벼운 뿐 내용은 결코 수준 낮지 않습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사연을 품고 있다. 사연만을 품고서 흘러들어 온다. 사연만이 있을 뿐 이데올로기는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싸우다 보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데올로기란 그런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만, 원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도사린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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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풍요 - 나노 기술이 이끄는 우리 삶의 변화
에릭 드렉슬러 지음, 임지원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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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은 나노기술혁명이 바탕이 될 것이라는, 나노기술이 이끄는 우리 삶의 변화를 이야기한 책 <급진적 풍요>.

 

에릭 드렉슬러는 나노과학의 창시자입니다. 1980년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하고 1981년 논문으로 발표한 후 1986년 <창조의 엔진> 책으로 나노과학을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처음엔 몽상가로 취급받을 정도로 당시 나노기술 이론은 시대를 앞섰던 겁니다.

 

"디지털 혁명이 정보 제품 세계에서 급진적 풍요의 문을 열었다면, APM혁명은 물리적 제품의 세계에서 급진적 풍요를 향한 문을 열어젖힐 것이다." - 책 속에서

 

 

 

그런데 그가 <창조의 엔진>에서 이야기한 나노기술의 의미는 언론에 의해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됩니다. 그저 크기가 작은 물질을 다루는 것으로만 알려져 나노기술이 크기와 관련된 용어로만 인식되어버린 겁니다. 저도 이렇게만 알고 있었거든요. 생물과의 유사성을 강조해 나노기계를 나노벌레처럼 오해하는 사태가 속출합니다.

 

에릭 드렉슬러는 처음부터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나노 크기의 부품과 원자 수준의 정밀성이 합쳐져 원자정밀제조 APM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잘못된 나노과학 붐은 원자정밀성 개념과 분자과학으로부터 단절시켜버린 방향으로 흘러버렸습니다. <급진적 풍요>의 전반부는 그동안 소홀히 다룬 원자 정밀성이 나노기술의 본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집중합니다.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 책에서 2020년대가 되면 분자 어셈블러의 등장을 예측했고, 2016년 노벨 화학상은 분자기계를 만들어낸 세 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죠. 그동안 표류하긴 했지만 원자정밀제조 APM 수준의 기술을 향해 APM 전 단계 분야인 원자정밀가공 APF의 진보는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나노기술은 제품과 생산방법의 본질적인 혁명입니다. 원자정밀제조 APM혁명은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어 네 번째 혁명을 일으킬 추진력을 제공할 겁니다. 이는 일상적 삶, 노동,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됩니다. 한국의 포스코 포항 공장도 방문한 적 있다는 에릭 드렉슬러는 그곳에서 이미 인간 노동력의 역할이 사라진 걸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원자정밀제조 APM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APM 기반 생산 시스템은 어떤 물질 패턴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광범위한 물리적 인공물을 생산해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에릭 드렉슬러가 APM 개념에 도달하게 된 여정도 소개하는데요. 공상과학 소설과 과학책이 호기심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 운동 붐을 계기로 관점을 형성하기도 했고요. 지적 잡식성이더라고요.

 

그가 일찌감치 APM 잠재력을 발견한 건 우주 개발 연구 중이었습니다. 제조의 위대성을 깨달은 거죠. 현대 사회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제조기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 직업에서는 인간의 직업으로서는 사라지는 직업으로 알고 있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제조 자체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겁니다. 자동화니 우주 개척 붐이니 모두 제조 문제입니다. 원자정밀제조 APM의 잠재적 위력과 적용 범위는 어마어마합니다.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의 성장은 에릭 드렉슬러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연의 기계를 프로그램해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나아가 "자연의 기계를 프로그램해서 만든 기계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방식으로 만든 기계로는 또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로 이어집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나노기술이 힘든 이유를 콕 짚어줍니다. 원자정밀제조 APM에 이르는 경로는 과학의 비중이 큰 공학입니다. 과학과 공학의 차이는 생각 외로 큽니다. 과학자와 공학자의 사고 패턴 자체가 이미 다르거든요. 미지의 대상을 찾는 과학자, 그것을 피하는 공학자. 우주시스템공학자와 분자생물학자를 한 방에 두면 서로 화성인 취급할 정도라네요. 탐구와 설계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그러다 보니 과학과 공학이 밀접하게 서로 얽혀 있는 나노기술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공학 분야가 출현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탐구 공학의 방법, 해답, 한계, 능력의 본질을 설명하며 앞으로의 방향에 가이드를 합니다.

 

 

 

APM과 관련된 기술적 선택이 우리의 미래 모습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APM에 기초한 생산혁명은 인간 삶의 물질적 기반에 격변을 일으킬 거라고 해요. 그 광범위한 영향은 지구 전체에 새로운 해결책과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거라고 합니다. 새로운 생산 시스템은 군사 영역에도 영향에 미칠 겁니다. 성공일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 검토해야 합니다.

 

낯선 용어가 많지만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에릭 드렉슬러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사물을 제조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며 APM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행동과 질감까지 세세하게 통찰해봅니다. 이인식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의 해제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낯선 과학과 공학 세계에 진입하기 수월하게 도와줍니다.

 

원자 수준의 정밀제조 방법이 어떤 모습인지, 오늘날 기술 능력에서 나아갈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며 다양한 제품의 생산에 미치는 영향, 급진적 풍요가 인간과 자연에게 미칠 영향까지 살펴보는 책 <급진적 풍요>. 과학, 정치, 기술이 얽히고설킨 나노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다가올 미래에 우리 삶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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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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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미국 <VOGUE>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 라곰 LAGOM.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이라는 의미입니다. 걱정 마라는 스와힐리어 '하쿠나 마타타', 오늘을 즐기라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 특정한 순간의 안락함과 친밀함 그리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휘게'까지.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태도와 관련한 키워드입니다.

 

스웨덴은 삶의 질 부문에서 매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입니다. 2016년에는 6위에 올랐는데 인간의 기본적 필요, 지식과 정보 활용의 기회, 자연환경에서 100점 만점에 90점이 넘는 점수를 기록했다고 해요. 게다가 성 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스웨덴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바로 '라곰'이 있습니다. 평등, 공평함, 공공선의 추구를 담고 있는 '라곰'의 가치가 바탕이 된 겁니다.

 

스웨덴식 삶의 정수를 담고 있는 말 라곰 LAGOM. 과하지 않게, 너무 적게도 말고. 그렇다고 중간을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적의 만족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이루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완벽하고 같은 라곰이란 개념은 없어요. 당신의 라곰은 나의 라곰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곰 LAGOM> 책은 의식주 생활방식을 통해 라곰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살피는데 도사라고 해요. 휴식을 통해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것을 포함해 건강하고 활기차게, 균형 잡히고 만족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스웨덴 패션의 가치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H&M, 실용성이 돋보이는 이케아 브랜드 등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생활양식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인테리어에서도 딱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고 해요. 실용적인가, 추억이 담겨 있는가. 개인적인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만큼 집을 물건으로 채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순함과 조화로움이 익숙한 방식입니다. 미니멀리즘의 가치를 실천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스웨덴은 내향적 사회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남들이 무엇을 하든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저자는 스웨덴을 '폐쇄적인 사람들이 사는 열린 사회'라고 말하기도 해요. 서로에게 빚을 지지 않고, 철저한 시간관념에, 에너지 낭비라며 경쟁을 싫어합니다.

 

재미있는 건 자랑 금지 문화라는 겁니다. 자랑을 하면 그만큼 다음번에는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불러오니 아예 스스로 자랑하는 건 삼가고 자제한다고 해요. 스웨덴에서는 누가 부자인지 티가 안날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SNS 등의 영향으로 라곰을 깬 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라곰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케아에서도 균형 잡힌 삶의 실천을 독려하는 live LAGOM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요.

 

비즈니스 세계는 어떨까요. 2016년 포브스에서 139개국 비즈니스 정보 분석 결과 미국은 23위, 영국은 50위에 그쳤지만 스웨덴은 사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혔습니다. 양쪽 모두 만족하도록 이끄는 협상가 스타일의 세계라고 합니다. 스웨덴의 일 방식은 전적으로 팀 중심 모드라고 해요.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고 덕분에 경청에 뛰어난 문화라고 합니다. 신속하고 빠름을 중시하는 우리는 스웨덴에 가면 갑갑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군요.

 

삶의 만족도는 일과 생활의 균형 감각에 달려있듯, 라곰 LAGOM은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아떨어집니다. 유급휴가, 실업급여, 교육시설 등 사회 안전망이 튼실해 금전적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좋든 싫든 적절한 세금을 내는 것이 결국은 좋은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 스웨덴 사람들이 바탕이 된 겁니다.

 

 

 

라곰의 가치를 실천하는 이를 일컫는 라고머 Lagomer. 그들은 가정과 일, 소비 생활 등 모든 것에 지속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작은 변화를 만들고 개선하려는 '지속 가능성'은 스웨덴 정서라고 해요. 특히 환경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터득해 의식적으로 행동을 점검하고 삶을 개선하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호하려고 노력합니다. 재사용, 재충전, 재활용 문화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건 라곰의 가치 덕분입니다.

 

라곰은 보고, 행동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여하는 스웨덴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떠받치는 가치관입니다. 평균이 아닌 최적을 의미하는 라곰, 바로 스웨덴식 행복의 비결 핵심입니다. 부러운 건 행복, 삶의 균형에 관한 라이프스타일 키워드가 그들에겐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거였어요. 우리에게는 '한'과 '정'이라는 문화적 정서가 있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문화 정서 코드가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라고머가 되는 가이드북 <라곰 LAGOM>. 좋은 건 남의 것이어도 실천해 봐야죠. 라곰의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한다는 건 균형 잡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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