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 한 번 배우고 평생 써먹는 숫자 감각 기르기
브라이언 W. 커니핸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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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숫자 감각. 수를 식별하는 것을 넘어 숫자를 통해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는 숫자 감각이 있는 편인가요? 수 감각이 부족하면 수학 기초를 튼튼히 세울 수 없어 아무래도 수포자의 길로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은 숫자 감각을 향상시키고 싶은 학생과 수포자의 길을 걸어온 이들 모두에게 도움 되는 책입니다. 수의 의미와 수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이해하는 수 감각 발달을 도와주는 방법을 배우면, 일상생활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숫자의 장난질에 걸려드는 일이 덜할 겁니다.


저자가 어마무시한 인물이네요. 브라이언 W. 커니핸 저자는 1978년 데리스 리치와 함께 최초의 C 언어 해설서 <C 프로그래밍 언어>를 집필했고 유닉스의 창조자, C 언어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입니다. 뉴스, 캠페인, 광고 등에 물밀듯이 등장하는 숫자. 대부분은 그대로 믿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명백히 틀린 숫자의 사례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데 있습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하는 우리들에게 오보와 거짓말에 속지 않도록 숫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 책은 틀린 숫자의 사례를 살펴보며 왜 틀렸는지 추론하는 방법과 제대로 된 숫자를 구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얼토당토않은 수치를 함부로 들이대는 사례가 참 많더라고요. 수치가 틀렸거나 단위가 틀렸거나 하는 다양한 숫자의 횡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뉴스 기사에서는 주로 숫자로 정보를 알려줍니다. 급하게 짜집기하고 신중한 확인 절차 없이 말이지요. 소식통이 '큰 숫자'를 들이대면 아무 생각 없이 퍼 나릅니다. 100만과 10억 같은 무려 1,000배 이상 오차도 나오기 일쑤입니다.


밀리언, 빌리언, 트릴리언 같은 단위가 나오면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직관적으로 떠올리기 힘든 숫자들을 만나면 숫자 감각이 마비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큰 수처럼 동그라미가 너무 많이 붙으면 우리 뇌는 오작동을 한다고 합니다. 크다, 정말 크다, 진짜로 크다 정도로만 인지하는 우리들은 뉴스 보도와 기사에 나오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시각화하면 좀 더 이해가 될까요? 달 왕복 거리, 미식축구장 크기 같은 비유 역시 비직관적인 이미지일 뿐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데이터량과 관련한 메가, 기가, 테라 같은 정도는 어느 정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페타, 엑스, 제타, 요타 같은 더 큰 단위도 등장하고 있죠. 하지만 이런 접두어 역시 모호한 인상을 주긴 마찬가지입니다.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은 큰 숫자를 이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줍니다. 복잡한 사칙연산은 없습니다. 초등학교 산수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컴퓨터와 모니터를 하루 24시간 켜놓는 대신, 밤사이에 꺼놓으면 하루에 88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나사의 제트기는 10초에 850마일(시간당 7,000마일)을 날아갈 수 있다' 같은 기사에서 오류를 발견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잠재적인 문제를 찾아내는 방법, 합리적인 추정치를 산정하는 방법, 어림 계산을 쉽게 하는 방법, 결론에서 출발하여 역방향으로 참과 거짓을 추론하는 방법을 통해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는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터무니없이 결과치가 크거나 작은데도 우리는 오류를 무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숫자가 아주 정밀할수록 맹신하기도 합니다. 숫자맹을 초래하는 무늬만 그럴듯한 정밀성을 들이대는 사례가 무척 많았어요. 정밀한 숫자가 곧 정확한 숫자인 것은 아니라는 것, 눈길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인 사례들을 접할수록 더 이상은 우롱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굳건해집니다.


정치적, 상업적 캠페인일수록 무작정 믿기보다는 정보의 원천을 생각해보라고 조언합니다. 데이터가 입수된 과정과 의도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언론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중립적인 팩트 보고자이지만 얼마든지 편파적일 수 있으며, '으스스한 헤드라인'이 더 많은 독자를 끌어 모으는 건 당연하다." -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누군가가 들이댄 숫자를 평가할 때, 뭔가를 계산해야 할 때 도움 되는 팁을 알려준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어떤 진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 확인해보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확하게 일의 자릿수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충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추정치를 제시할 수 있으려면 숫자를 접했을 때 어떤 식으로 사고를 전개하는지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 과정을 책 전반에서 내내 보여줍니다. 번역서다 보니 아쉽게도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위들이 등장할 때면 더 낯설게 느껴져 이해가 단번에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이 책은 숫자의 크기와 양에 대한 감각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오류에 순순히 걸려들지 않는 능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충분한 정보가 없는 경우에도 놀랍도록 정확한 추정치를 제시하는 능력이 있는 물리학자 페르미 경지까지는 못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숫자들에게 호구 취급 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알아둬야 할 지식을 담은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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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박준석 지음, 이지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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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폐 질환을 앓고 있는 박준석 군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 쓴 글들을 엮은 책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고통 속에서도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만 한 살때 가습기 살균제로 폐가 터졌고 그 흔적을 평생 안고 가야합니다. 폐 기능의 약 50%를 잃었고, 후유증으로 천식을 앓는 준석 군은 일상 활동은 물론이고 학교 생활에도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폐가 필요한 일은 정말 많지만, 숨이 딸려 운동을 잘 못하고 풍선 부는 것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2019년 국회 의사당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란 글을 낭독한 준석 군은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기업과 이를 허가한 사람들의 잘못을 짚어냅니다.


병원 생활이 잦다보니 학교도 자주 빠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듭니다. 신체적 피해는 정신적 피해로 이어집니다. 스포츠 경기를 잘 하지 못하니 '너 때문에 졌다'고 아이들이 말할 때면 정말 속상합니다. 


치료 과정도 힘듭니다. 치료법은 없는데다가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항생제 주사 맞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아프잖아요. 몸도 작고 살이 없어 주삿바늘은 더 고통스럽니다. 찌를 곳이 없을 정도여서 이마에 놓기도 했다고 할 정도라니 짠합니다. 할 일은 많은데 툭하면 입원하니 속상합니다. 


수련회 갔다가 아프면 안 되니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습니다. 지레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가족 모두가 힘들어합니다. 죄책감, 울분, 모욕적 경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질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픈 것은 우리 탓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탓도 아닙니다. 양심적이지 않은 어른들 때문이니까요. 


이제는 힘든 나날들 속에서도 행복 한 줌을 잘 잡아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병문안 오는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도움의 손길을 주는 친구의 마음에 감사할 줄 압니다. 그래도 날카로운 한 마디에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 



잘못된 것은 똑부러지게 말 할 줄 알지만, 아이다운 순수한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행 가서 와이파이 잡히면 좋아하고, 지루한 병원 생활 중 유튜브 보는 재미를 즐길 줄 아는 아이입니다. 


환경에 관심 많아 과학자도 되고 싶고, 역사를 좋아해 역사학자도 되고 싶은 준석이는 폐질환으로 힘든 나날들 속에서도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아왔습니다. 박물관에서 어린이 도슨트로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고, SBS 영재 발굴단에 지식 영재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준석이의 독후감을 보면 생각이 깊은 아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아이를 믿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많은 사람이 세상의 옳지 못한 행동을 깨달아야 한다.' 같은 목소리를 낼 줄 압니다.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는 성장하는 준석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약한 호흡기를 가졌고 그것 때문에 한계를 가진 일들이 분명 있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힘을 모아 역경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준석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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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폭력 -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폭력 이야기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손희주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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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고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정신적 폭력. 피해자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강도는 짐작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피해자도 폭력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과소평가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충격적인 사건 뒤에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중점을 뒀지만, <감정 폭력>에서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정신적 폭력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감정 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신적 폭력이라 하면 보통 드러내는 강한 혐오, 폭언, 모욕, 거부, 멸시 정도로 생각했는데 완고한 침묵도 폭력에 해당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행동도 감정적 무시 전략이라고 합니다.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공격적인 형태 외에도 은근한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무시와 무관심도 정신적 폭력이라는 거죠. 사실 이게 오히려 더 심각한 정서 장애를 야기한다고 합니다.


"모든 종류의 학대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 감정 폭력 


기운 딸리게 하는 사람을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지칭한 표현이 무척 공감되었는데요. 우정 문제에서 주로 등장하죠.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야비한 기술인 '가스라이팅'은 피해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학대입니다. "네 말이 맞아, 나한테 잘못이 있어.", "확실히 내가 너무 예민한가 봐."처럼 나의 잘못이라고 믿게 만듭니다. 악의가 가득한 질 나쁜 폭력, 가스라이팅은 상대와의 관계에서 권력을 쥐고 상대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쉽게 상처받는 아이와 상처 주는 부모 사례는 가해자 입장에서 읽게 되더라고요. 내 아이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폭력의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에 따라 정서적 폭력의 영향은 차이 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연인과 부부, 상사와 직원 관계뿐만 아니라 규정의 올가미에 갇힌 군대와 스포츠, 의사와 환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감정 폭력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유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재능의 한계를 깎아내리는 평가는 굴욕이라는 감정 폭력일까요, 소중한 조언일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의 반응에 대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정서적 폭력은 심각한 결과를 남길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에 따라 상처를 받는 형태나 폭력을 인지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본인을 피해자라고 느낀다면 자아에 대한 만성적인 폭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과 같아집니다. 진짜 감정을 드러내지 않게 됩니다.


심리적 공격자에게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요. <감정 폭력>은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방어 전략 9가지를 소개합니다. 순순히 스스로 희생자가 되려 하면 안 된다는 걸 강조합니다.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심각한 흔적을 남기는 정서적 폭력. '힘들어 죽겠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다'라는 표현은 정말 그 말대로였습니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기관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는 걸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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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지금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 - 오늘도 내 기분 망쳐놓은
잼 지음, 부윤아 옮김, 나코시 야스후미 감수 / 살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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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트 화제작 파르페 고양이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보자마자 공감하게 되는 제목이 신의 한 수네요.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만화가로 활동하는 잼 JAM 저자가 일상에서 겪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지인과 나누다가 들은 말이라고 합니다.


상처받은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정작 상처를 준 상대방은 아무 생각 없이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라는 것. 리얼한 표현이라 맞아 맞아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근데 요즘도 파르페가 카페 메뉴에서 흔히 볼 수 있던가요? 체인 카페들이 성행하다 보니 오히려 수제 느낌 가득인 파르페 메뉴는 사라진 곳이 많아졌더라고요.



<그 녀석, 지금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는 내가 고민한 만큼 상대방도 신경 쓰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짚어줍니다. 고민만 계속하는 내 마음만 지쳐갑니다. 오늘도 내 기분 망쳐놓은 그 녀석에게 휘둘리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SNS 하면서 겪게 되는 상황, 직장 생활하며 겪는 스트레스 상황 등 대면 인간관계든 비대면 인간관계든 이 세상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소재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작가답게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4컷 만화가 생생한 감정 표현 제대로네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건 인터넷 세상 속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우리는 그만큼 감정도 쉽게 끓어오른다고 합니다. 얼룩진 감정을 털어내는 법, 생각만큼 잘 안되고 힘들죠? 그런데 책 속 고양이는 그거? 별거 아냐!라고 말합니다.


읽씹에 상처받거나, SNS의 사진을 보며 질투감이 들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일이 계속 생각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끊어내는 데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하나의 주제에 한두 장 분량으로 간략한데도 촌철살인 한 문장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며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해법의 주체는 결국 '나'입니다. <그 녀석, 지금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에서도 상대방을 고치려 들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내 손을 이미 벗어났는걸요. 하지만 그로 인한 감정 찌꺼기는 현재진행형, 나의 몫입니다. 그 찌꺼기가 독이 되어 나를 괴롭히지 않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해법은 치열하게 고민하며 힘겹게 털어내는 게 아니라,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가볍게 툴툴 털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포인트예요. 그러다 보니 가벼워 보이는 느낌은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쓱 훑으면서 시시때때로 마음가짐을 다지기에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불쾌한 말은 주술과 같아서 신경 쓰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 책 속에서



파르페 고양이가 던지는 마법의 말은 마음을 좀 더 가볍게 해줍니다. 감정의 충격파를 줄여줍니다.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집중합니다.


SNS를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 일에 대한 스트레스 등 일상 속 인간관계 문제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상처를 받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지쳤다면, 마음가짐을 바꾸는 64가지 기술로 도움받아보세요. 고민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 같을 정도로 공감 코드가 있는 데다가 파르페 고양이의 날카로우면서도 간단명료한 해법을 담은 의도처럼 책 판형마저도 가볍고 얇아 부담감 없어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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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혁신 찾기 - 작고 가까운 것에서 큰 변화의 힘을 읽어내는 법
안병민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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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개념으로 익힌다고 혁신이 될까요. 장인 중심의 제조 생산 메커니즘이 시스템 중심으로, 그리고 이제는 창조적 혁신을 키워드로 하는 경영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 경영의 방식이 변해왔습니다. 현대의 경영 화두는 변화관리, 즉 '혁신'입니다. 그런데 이 혁신이라는 게 참 멀게만 느껴집니다.


실제 내 일과 삶의 경영혁신을 이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내 유수 매체에서 경영혁신, 마케팅, 리더십 칼럼을 연재해 온 '혁신가이드' 안병민의 경영 인사이트 결정판 <숨은 혁신 찾기>가 도와줍니다. 저자는 보물찾기할 때의 시선을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나중에 보면 발에 챌 정도로 널려 있었는데도 그 당시엔 어쩜 그리도 눈에 안 띄던지요. 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숨은 혁신 찾기>는 저기 멀리가 아닌 지금 여기 일상에 널려있는 숨은 혁신을 찾을 수 있는 시선을 키우도록 조언합니다.


혁신의 토대가 되는 지혜와 전략, 혁신을 빚어내는 창의와 통찰, 혁신의 뿌리가 되는 본질과 철학을 이야기하며 혁신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다양한 사고법을 소개합니다. 경영자나 관리자만 읽는 책이 아니라 내 일과 내 삶의 주인이자 CEO인 '나'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기업의 홍보센터인데도 미술관, 박물관의 감동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로열셀랑고르 비지터센터 사례는 혁신을 빚어내는 첫 번째 힘인 지혜와 전략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입니다. 아트마케팅, 체험마케팅의 정점을 보여주는 전략은 그저 모방하는 전술적 차원이 아닌, 더 높은 수준에서 판 자체를 바꾸어 리드하는 전략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경쟁에 직면한 조직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 경쟁자보다 더 나아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경쟁자와 다른 나만의 가치를 제공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객관적인 품질은 기본이고, 본선은 결국 고객인식에 있습니다. 고객이 좋은 제품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결국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임을 보여줍니다. 답은 현장에 있음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습니다. 손자병법의 손자는 전략의 3대 요소를 타이밍, 공간, 속도에 있다고 봤습니다. 발로 뛰도 눈으로 확인하며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위기 극복의 해답은 현장과 고객에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의심의 과정에서 나오는 창의와 통찰은 혁신을 빚어내는 두 번째 힘입니다. 혁신이라 하면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건 착각이라고 합니다. 혁신은 만족시키려 드는 게 아니라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나와 대상을 향한 몰입이 있어야 강점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수 있고 창의성을 끌어낸다고 합니다.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이 중요하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그걸 혁신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가장 나다울 때, 자기 인식을 제대로 할 때 제대로 된 전략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 길은 내가 만들며 가겠다는 도전의 기업가정신을 잘 보여주는 펭수는 파괴적 혁신 모델의 사례로도 등장합니다.


"전략은 '뭘 할지'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뭘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겁니다." - 숨은 혁신 찾기



나만의 전략이 나올 수 있는 바탕은 깊이 생각하는 전략 차원의 심연으로 내려가는 것이지 얄팍한 기술 따위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떻게?라는 물음 대신 왜?를 아는 것이 본질과 철학입니다. 기술적 방법론을 넘어 그 본질을 깊이 생각하도록 조언합니다.


일상이 혁신임에도 세심하게 보아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심하게 지나치고 마는 이도 있습니다. <숨은 혁신 찾기>는 멀게만 느껴졌던 혁신, 통찰 같은 개념을 현장 사례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합니다. 혁신을 빚어낸 일상의 사례를 통해 실행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서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안병민 저자는 '일상이 경영이고 마케팅은 삶'임을 강조합니다. 내 일과 삶을 경영할 것인지 그저 관리할 것인지 묻습니다. 혁신의 대상이 아닌 혁신의 주체로서 살아가고 싶다면, 가까이에 숨어 있는 혁신의 조각들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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